“널 도와?”손형원이 비웃음을 흘렸다.“넌 그저 주용화가 심심풀이로 가지고 논 장난감일 뿐이야. 네가 도움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주용화에게는 말 몇 마디면 끝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었지.”손형원은 바닥에 널브러진 임채아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임채아, 넌 네 주제를 너무 몰랐어. 주용화는 처음부터 네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손형원과 주용화는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였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휘두르는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사실 임채아는 대단한 거짓말쟁이도 아니었다. 손형서나 연정미 같은 사람들을 속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온갖 험한 일을 다 겪으며 살아온 손형원이나 주용화 같은 사람들을 속이기에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손형원이 거만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너는 단 한 번도 네 행운을 의심해 본 적 없었나 보군. 주용화같이 잔인한 놈이 고작 피아노 선율 따위에 감동해서 네게 자선을 베풀었을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느냐는 말이야. 주용화가 그 정도로 눈먼 머저리였다면 네가 지금 내 발치에서 이런 비참한 꼴을 하고 있지도 않았겠지.”손형원은 이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평생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니,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찾는다니 하는 소리는 전부 주용화가 사람들을 홀리기 위해 내뱉은 거짓말일 뿐이었다. 임채아와 손형서 같은 여자들이나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을 것이다.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을 평생 못 잊을 첫사랑으로 삼는 남자는 없다.‘만약 그 정체가 못생긴 사람이거나 어머니뻘 되는 노인이면 어쩌려고, 밤마다 악몽이나 꾸겠지.’손형원이 연정미를 첫사랑으로 여기는 건 그녀와 직접 대화를 나누었고 연정미가 건넨 격려가 실제로 손형원의 마음을 위로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바이올린 따위나 켜던 여자가 한 게 뭐지? 주용화의 목숨을 구한 것도, 발 벗고 나서서 주용화의 목숨을 구한 것도 아니야. 그저 무대에서 곡 하나를 연주했을 뿐 실제로 한 건 아무것도 없지.’차라리 얼굴이라도 봤다면 첫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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