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251 - Chapter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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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하지율은 그제야 정기석이 말했던 거절할 수 없는 소개팅이 대체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하지율이 말했다.“삼촌, 제 남자 친구는 주용화가 아니라 정기석 씨예요. Z국에서부터 알던 사이고... 예전에 저한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어요.”그러자 민성휘의 미간이 조금 풀렸다.“정기석이라... 그 녀석도 요즘 젊은 축에선 꽤 괜찮은 편이긴 하지. 다만 사업 기반이 대부분 M국 밖에 있으니, 네게 줄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어.”민성휘는 바로 말을 이어갔다.“지율아, 연경 그룹이 지금 규모까지 온 데는 네 어머니 공이 커. 그런데 지금 그 모든 걸 연태훈 부자가 틀어쥐고 있지.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사람들은 네 어머니의 피땀을 제대로 자리도 못 잡은 사생아한테까지 나눠주려고 해. 지율아... 네 어머니가 남긴 것들이 저 사람들 손에서 저렇게 쓰이면... 넌 정말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니?”하지율은 미소를 지었다. 감정이 없는 미소가 아니라 너무 많은 걸 이미 계산해 둔 사람의 침착한 미소였다.“삼촌, 제가 지금 정략결혼을 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연경 그룹을 되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오히려 정략결혼을 하는 순간, 제 목적을 스스로 광고하는 셈이죠.”하지율은 말을 끊지 않고 한 흐름으로 이어갔다.“제가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그쪽도 바로 눈치채고 막으려고 들 거예요. 지금은 제가 기반이 약하니까 연씨 가문도 저를 쉽게 건드리지 않는 거예요. 제 정도의 실력으로는 큰일 못 한다고 확신하니까요. 그런데 그들이 제가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손을 뻗을 거예요.”하지율은 잠깐 숨을 고른 뒤, 더 분명하게 설명했다.“그들이 제가 주용화랑 사귀는 줄 알고도 막지 않는 이유도 그거예요. 주용화와 같이 있으면 제 감정적인 위안은 될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제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제가 도움이 되는 집안과 혼인으로 엮였다는 걸 알게 되면, 그들은 제가 날아오르기도 전에 날개부터 잘라내려고 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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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2화

주용화가 하지율을 바라봤다.“받아들였어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정기석 씨 얘기를 꺼내서 일단은 막아뒀어요. 그런데 삼촌은 영 믿지 않는 눈치예요. 자기 생일 연회 때 정기석 씨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정기석 씨랑 미리 얘기 맞춰 둔 게 있어서 만나면 그 자리도 무난하게 넘겨줄 거예요.”주용화는 눈빛이 한층 짙어졌다. 한동안 말이 없더니 주용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율 씨, 내일은 하루 휴가를 내야 할 것 같아요.”M국에 온 뒤로 주용화는 거의 쉬지 않았다. 그래서 하지율은 조금 놀랐지만 주용화가 휴가를 말할 정도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제가 도와드릴 일 있어요?”주용화가 담담하게 말했다.“연정미 씨랑 레이싱하기로 했어요.”하지율은 순간 멍해졌다.“연정미 씨랑... 레이싱을요?”이상하게도 하지율은 연씨 형제들과는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사이가 됐지만, 연정미와는 정면으로 부딪친 적이 거의 없었다.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크게 싸운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하지율이 겪어온 불행의 시작점에는 늘 연정미가 있었다. 단보현이 하지율을 싫어한 것도, 손형원이 하지율의 손을 망가뜨린 것도 결국 연정미 때문이었다. 하지율은 연정미를 증오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좋아질 수도 없었다.하지율은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화야 씨, 목적이 뭐든... 여자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하지 마세요.”하지율은 계산이나 술수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감정을 속여 이용하는 방식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예전에 단성훈이 연정미 때문에 일부러 하지율에게 다가왔다가 뒤에서 한 번에 칼을 꽂았던 일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주용화는 깊은 눈빛으로 하지율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아주 옅게 올렸다.“연정미 씨는 제 마음까지 팔 만큼 값어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하지율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한다면 됐어요.”하지율은 더 캐묻지 않았다. 하지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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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3화

하지만 연씨 가문도 주용화를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면, 당장은 일을 끝까지 몰아붙일 수 없었다.연상준이 입을 열었다.“정미야, 네가 예전에 말했잖아. 주용화가 첫사랑을 찾고 있다며. 네가 그 사람과 똑같은 귀걸이를 갖고 있다면... 그걸로 한번 파고들어 보는 건 어때?”연정미가 옅게 웃었다.“첫사랑 얘기는 이제 주용화한테 꺼낼 생각 없어. 임채아도 있었고, 손형서도 있었고, 거기다 나까지 또 나오면...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났을 땐 결국 하지율로 끝나잖아. 이제 그 첫사랑이라는 존재가 너무 흔해졌어. 희소해야 값이 나는 법인데, 아무리 중요해도 지금은 오히려 싸구려처럼 느껴질 거야.”연정미는 차분히 덧붙였다.“게다가 임채아랑 손형서 일까지 겪었으면 주용화도 이미 경계심이 생겼겠지. 굳이 위험하게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게 너무 적어.”연정미는 원래 도전적인 사람과 일에 끌렸다. 그런데 주용화를 직접 겪어 보니, 마음 한구석이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주용화에게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고 손형서가 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집착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자 연상준이 말했다.“어쨌든 주용화는 정말 위험한 사람이야. 가능하면 주용화 차는 타지 마. 중간에 정신이 불안정해지기라도 하면 네가 위험해질 수 있어.”연정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다음 날, 연정미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서킷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주용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평소 손형원이나 단보현과 약속을 잡으면, 두 사람은 최소 30분 전에는 먼저 와 있고는 했다.약속까지 2분 남았을 때, 주용화가 아주 평범한 세단을 몰고 느긋하게 연정미 옆에 차를 세웠다.“정미 씨,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연정미는 미소를 지운 적 없이 답했다.“괜찮아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연정미의 시선이 주용화 뒤에 선,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세단에 머물렀다.“화야 씨, 그 차는... 튜닝한 거예요?”그러자 주용화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흔한 차예요.”연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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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레이서에게 레이스카는 두 번째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레이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자기 차를 선뜻 맡기지 않았다. 경기에 쓰는 차인 만큼, 상대가 차에 무슨 짓을 해 두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먼저 드는 법이었다.연정미는 레이싱으로 단보현과 가까워졌지만, 단보현조차 연정미의 차를 시승해 본 적은 없었다. 연정미와 주용화는 아직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고, 연정미 마음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그래도 연정미는 알고 있었다. 오늘 주용화의 부탁을 거절하는 순간, 주용화와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 버릴 것이다.연정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어차피 레이스카는 연정미가 야망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다. 아깝긴 해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길지는 판단할 줄 알았다. 차 한 대일 뿐이었다. 이번이 끝나면 똑같이 다시 만들면 그만이었다.주용화가 웃으며 말했다.“정미 씨는 역시 업계에서 유명한 재벌 가문의 아가씨답네요. 참 착하고, 통도 크네요.”연정미도 미소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취향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저도 기뻐요.”주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연정미가 가볍게 응했다.주용화는 운전석 문을 열고 희광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차 밖에 서 있는 연정미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미 씨는 안 타요?”연정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레이싱은 겨뤄야 재미있죠.”연정미는 차고 안에 세워 둔 다른 차 한 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저는 저걸로 갈게요. 저랑 한 판 붙을래요?”주용화가 바로 답했다.“좋아요.”연정미는 곧장 다른 차로 옮겨 탔다.출발 신호가 울리자, 두 대의 차가 동시에 라인을 박차고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용화가 모는 희광이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연정미는 앞차를 보면서도 따라붙지 않았고, 오히려 티 나지 않게 속도를 늦췄다. 차야 잃으면 그만이지만 주용화 같은 위험한 사람에게 휘말려 목숨까지 걸 이유는 없었다.몇 분 더 지나자 희광은 연정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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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5화

그러자 연상진은 낮게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자 연정미는 주용화가 달려간 방향과 반대로 차를 돌렸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원래 다 제정신이 아닌 데다, 이런 극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는 엮이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 괜히 휘말렸다가 같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또 한 번 응급 처치 끝에 간신히 돌아온 손형원은 결국 병원을 떠나, 더 안전한 곳에서 요양하기로 했다. 행선지가 새 나간 데다가, 자기들 소속 병원 내부까지 매수당한 상황에서 계속 병원에 남아 있으면 목숨이 위험했다.차에 오르자 손형원의 창백한 얼굴은 더 핏기가 가셨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팔 한쪽을 잃었고, 연달아 암살을 당해 여러 번 실려 가며 응급 처치를 받았으니 몸 상태가 좋을 리 없었다. 손형원은 뒷좌석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잠깐 숨을 골랐다.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았다. 에드 가문에서 빼앗긴 그 화물은 아직도 수습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고, 손화 그룹 내부에서는 손형원이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사진까지 인터넷에 퍼져 무섭게 생겨서 애들이 울겠다는 말까지 나오며 대중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거듭된 암살 시도는 손형원의 기력을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부상 이후로는 예전만큼 버텨낼 힘도 남지 않았다.그때였다.차가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그 순간, 손형원은 번쩍 눈을 떴다.“무슨 일이야?”운전기사는 손형원을 오래 모신 심복이었고, 운전 실력도 뛰어난 데다 웬만한 일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이마에 얇은 땀이 맺혀 있었다.“대표님, 뒤에서 차 한 대가... 계속 들이받고 있습니다.”손형원은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이미 예상했다. 손형원은 무심하게 말했다.“바로 처리해. 봐주지 마.”운전기사는 땀을 더 흘리며 백미러로 손형원을 힐끔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뒤차가 어떤 차인지, 한 번만 확인해 보시겠습니까?”손형원이 무심코 뒤를 흘끗 봤다가, 익숙한 희광을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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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6화

손형원은 곧 충격에서 벗어났다. 손형원도 창문을 내리고 주용화를 노려봤다. 이를 악문 채 끓어오르는 증오가 눈빛에 그대로 드러났다.“네가 왜 연정미의 차를 몰고 있어?”주용화는 태연하게 웃었다.“정미 씨가 빌려준 거죠. 허락도 없이 제가 몰래 끌고 나올 수나 있겠어요?”손형원의 턱이 덜컥덜컥 떨릴 정도로 이가 갈렸고 눈엔 핏발까지 섰다.“연정미가 왜 너한테 희광을 빌려줘?”주용화는 잠깐 생각하는 척하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정미 씨는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잖아요. 아마 제가 손형원 씨를 이길 수 있다고 봐서... 희광을 빌려준 거 아닐까요?”손형원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연정미의 희광은 손형원조차 한 번도 제대로 만져 보지 못한 차였다. 그런데 지금 그 차가 자신을 죽일 뻔했고, 심지어 자기 귀 한쪽과 팔 한쪽을 앗아간 주용화가 몰고 있다. 손형원은 가슴속에서 분노가 폭발하듯 치밀어 올랐고, 설명하기도 싫은 배신감이 뒤엉켜 올라왔다.손형원은 연정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그건 괜찮았다. 화가 나지도 않았다. 연정미처럼 뛰어난 여자가 눈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했고, 연정미가 품은 야망도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손형원은 연정미의 냉정함과 대담함을 높이 샀고, 그 야망을 이루는 발판이 되어 주는 것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정미가 손형원을 딛고 올라서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일 뿐이었다. 자기 원수까지 끌어올리며, 자신을 밟아 그 둘의 판을 완성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그때 주용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손형원 씨, 믿어도 좋아요. 오늘 제가 손형원 씨를 여기서 들이받아 죽이고, 희광까지 박살 내도... 연정미는 단 한마디도 안 할 겁니다.”주용화는 일부러 한숨까지 곁들였다.“참 안 됐네요. 이렇게 다친 손형원 씨는 쩔쩔매고 있는데, 손형원 씨의 여신이라 부르는 사람은 원수랑 레이싱이나 즐기고 있으니. 그래도 정미 씨를 탓하진 마세요. 손형원 대표님이 지금은... 어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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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7화

고지후, 정기석, 함우민 같은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주용화의 속마음을 알아챘다. 연씨 가문 사람들도 진작부터 주용화와 하지율의 사이가 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주용화가 비웃듯 말했다.“이렇게 티를 내고 다녔는데도 손형원 씨는 이제야 알아차리셨어요? 그 머리로 가주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주용화는 천천히 웃음을 띠었다.“좋습니다. 대화는 여기까지. 이제... 우리가 정산을 좀 해야겠죠.”...연정미가 전화를 받았을 때, 연정미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온라인 뉴스를 훑어보고 있었다. 예상대로 희광이 잠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타고 올라갔다.연정미의 눈빛에 옅은 경멸이 스쳤다.연정미를 좋아하는 남자는 많았고, 연정미는 그들이 쓰는 온갖 수작도 이미 숱하게 봐 왔다. 지금 같은 방식은 연정미가 보기에 가장 수준 낮은 부류였다. 오빠들이 주용화에게 접근하라고 시키지 않았다면, 연정미는 애초에 주용화 같은 남자를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연정미는 멍청한 사람을 정말 싫어했다.주용화와 엮이기 전에는 연정미도 주용화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니 주용화는 그냥 그 정도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연정미는 오히려 주용화가 하지율을 돕는 이유가 오빠들이 떠들어 온 것만큼 복잡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런 생각을 굴리던 순간, 연정미에게 주용화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연정미는 듣자마자 표정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희광은 아무나 몰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남자가 차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여자의 마음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결국 비슷한 법이다. 희광을 다룰 실력이 없다면 사고는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다.연정미가 주용화를 쫓아가지 않은 이유도 그거였다. 애초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연정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연정미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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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8화

주용화는 연정미의 속마음을 한 치 오차도 없이 꿰뚫어 그대로 입 밖에 내뱉었다.연정미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설령 주용화가 연정미 의도를 눈치챘다 해도, 대체 왜 그걸 굳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까?지금 주용화가 보이는 태도는 연정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주용화가 멍청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을 정확히 맞힐 리 없는데, 그는 분명히 맞혔다.그렇다고 주용화가 영리한 사람이라면 왜 굳이 연정미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는 거지?그때, 누군가 연정미 앞으로 다가왔다.“연정미 씨.”연정미가 고개를 들자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서 기사님은... 왜 여기 있어요?”서 기사는 손형원의 전속 운전기사였다. 손형원 곁에서 오래 굴러온 사람이었고, 연정미도 익숙할 정도로 자주 마주쳤다.그러자 서 기사가 낮게 말했다.“이분이 손 대표님의 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 손 대표님은 상처를 입고... 지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 중입니다.”서 기사의 시선에는 불만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연정미 씨, 희광은 손 대표님이 직접 연정미 씨를 위해 개조해 준 차잖아요.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시면 어떡합니까.”연정미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서 기사의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연정미는 자신이 주용화에게 완전히 한 방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연정미가 고개를 홱 돌려 주용화를 노려봤다. 그러자 주용화는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올린 채였다.“아, 손형원 씨의 차였어요? 그럼 정말 우연이네요.”주용화가 태연하게 말했다.“길에 차가 그렇게 많은데... 하필이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손형원 씨의 차를 딱 치다니... 그런데 왜 하필 손형원 씨일까요? 손형원 씨가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하늘이 벌을 준 건가요?”그제야 연정미는 확신했다.주용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정미를 가지고 놀 작정이었다.서 기사는 손형원의 곁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 주용화와 손형원 사이의 악연도 알고, 손형원이 연정미에게 얼마나 매달려 왔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서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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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9화

서 기사가 떠난 뒤, 연정미는 주용화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더는 아까처럼 부드럽게 웃지 않았다.눈동자 깊숙한 곳에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수단이 참 좋네요.”주용화가 태연하게 받았다.“연정미 씨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연정미 씨는 남의 칼을 빌려 쓰는 데 능하지만 저는 직접 손을 더럽히는 편이니까요.”여기까지 온 이상, 연정미도 알았다. 이제 주용화를 끌어들여 아군으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연정미가 물었다.“저를 이용해서 손형원을 치려 했으면, 왜 계속 연기하지 않았죠? 이렇게 빨리 정체를 드러내서 얻는 게 뭐예요?”주용화는 어깨를 으쓱했다.“저는 연정미 씨처럼 능력이 좋지 않아서요. 싫은 사람 앞에서 오래 웃어주고 맞장구치는 거, 그런 건 못 합니다.”주용화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못을 박듯 덧붙였다.“솔직히 어떤 사람은... 연기 자체가 고역이죠.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연정미 씨가 그런 사람입니다.”그 말에 연정미는 표정이 순간 무너질 뻔했다.누군가가 자신을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싫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주용화의 말과 행동은 전부 연정미의 선을 건드렸다.연정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지만 대체로 여자가 많았다.남자 중에서도 연정미를 싫어한다는 사람의 대부분은 이유가 뻔했다. 연정미가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못 가져서 깎아내리는 것뿐이었다.나머지는 그냥 이유 없이 꼴 보기 싫다는 부류였다.연정미는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싫어하든 말든, 연정미 삶에 아무 영향도 못 주었기 때문이다.그런 사람에게는 두 번 눈길 줄 시간도 아까웠다. 그들에게 쓰는 시간과 감정은 어떤 이익도 어떤 보상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걸 연정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이유가 궁금해졌다.연정미가 차갑게 물었다.“제가 화야 씨한테 무슨 과분한 일이라도 했나요? 왜 저를 그렇게 싫어하죠?”주용화가 연정미를 똑바로 보며 낮게 말했다.“하지율 씨가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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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0화

예전 같았으면 연정미는 손형원이 자기한테 보이는 편애 따위는 별것도 아니라고 넘겼을 것이다.그런데 막상 편애받는 사람이 바뀌어 버리자, 연정미는 태어나 처음으로 속이 쓰린 감정을 맛봤다.‘내가 뭘 했다고... 날 저렇게까지 모욕하는 거지?’그런데도 주용화는 더 말을 섞지 않았다.시계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5분쯤 지나자, 차 한 대가 주용화 옆에 멈춰 섰다.하지율이 차에서 내렸다.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눈빛에는 걱정이 그대로 묻어났다.“화야 씨, 어떻게 사고가 난 거예요?”하지율이 나타난 순간, 주용화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빛이 돌았다.주용화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브레이크가 좀 고장 났어요. 제가 반응이 늦어서 그대로 박았어요.”하지율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연정미에게로 옮겨 갔다.“연정미 씨는 괜찮으세요?”연정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용화가 먼저 선을 그었다.“저랑 같은 차 탄 거 아니에요. 연정미 씨는 다친 데 없습니다.”주용화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충돌이 있었던 만큼 팔과 뺨에 긁힌 상처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하지율이 단호하게 말했다.“병원부터 가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안에 다쳤을 수 있어요. 치료 시기 놓치면 더 위험하니까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정미 앞에서 오만하게 굴던 주용화는 하지율의 앞에서는 순식간에 온순해졌다. 꼭 얌전한 동네 남자아이처럼 말이다.“지율 씨, 미안해요. 제가 또 귀찮게 했네요.”“미안해할 거 없어요. 몸이 먼저죠. 얼른 검사부터 받으러 가요.”그 장면을 전부 지켜본 연정미는 마음 한쪽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하지율이 차에 타려다가 여전히 자신들을 보고 있는 연정미를 힐끗 봤다.그리고 옆에 처참하게 찌그러진 연정미의 희광이 눈에 들어오자, 하지율도 순간 표정이 굳었다.하지율은 연정미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차를 이렇게 망가뜨려서... 수리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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