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271 - Chapter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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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1화

고윤택은 하지율이랑 연락을 자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용화와도 자주 연락했다.고윤택이 여태껏 만나본 삼촌들 중에서 고지후를 제외하고 주용화만큼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아이들은 원래 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하니 고윤택도 예외가 아니었다.주용화는 고윤택을 보자 웃으며 물었다.“윤택아, 이번엔 또 뭐로 시합 붙을 거야?”고윤택은 사격으로는 주용화를 못 이기니까 이번엔 승마로 승부를 걸었지만 결과는 똑같이 처참한 완패였다.그 뒤로도 고윤택은 농구, 펜싱, 인라인스케이트까지 이것저것 배웠다.그렇게 열심히 해도, 고윤택은 끝내 주용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고윤택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보물 찾은 것처럼 신나 했다.고윤택은 주용화가 정말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턱을 조금 치켜든 고윤택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화야 삼촌, 이번엔 피아노로 해요!”주용화가 운동 쪽에 재능을 타고난 것 같으니 그걸로 붙는 건 너무 손해다.운동에서 못 이겨도 예술 쪽은 다르지 않을까?고윤택은 하지율 아들로서 하지율의 음악적 감각도 물려받았다.피아노 선생님도 나중에 음악 쪽으로 가면 크게 될 거라고 했었다.주용화는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런데 나 피아노를 오래 안 쳐서 손이 좀 굳었어. 며칠만 연습하게 해 줘.”그 말에 고윤택뿐만 아니라 하지율도 순간 시선을 보냈다.“화야 씨, 피아노도 칠 줄 아세요?”주용화가 대답했다.“어릴 때 음악 시간에 배운 적 있어서 조금은 할 줄 알아요.”“...”‘어릴 때 음악 시간...?’요즘 유치원은 취미 수업이 이것저것 있지만 그 시절 학교 예체능 수업은 그냥 노는 시간에 가까웠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진 않았다.그런데 피아노도 칠 줄 안다고?고윤택은 눈을 반짝이면서 존경이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화야 삼촌, 진짜 대단해요. 피아노까지 치다니. 대체 못하는 게 뭐예요?”주용화가 웃으며 대답했다.“앞으로 윤택이가 내가 뭘 못하는지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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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2화

연정미는 자연스럽게 고지후와 고윤택에게 인사했다.“고지후 씨, 안녕하세요. 윤택아, 왔구나.”고지후는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고 고윤택도 공손하게 인사했다.“정미 이모 안녕하세요.”연정미가 웃으며 옆 사람을 소개했다.“윤택아, 이쪽은 단서현 이모야. 단서현 이모는 단종건 어르신 손녀이기도 해.”고윤택이 얌전히 인사했다.“단서현 이모, 안녕하세요.”단서현이 웃더니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윤택아, 이모가 주는 첫인사 선물이야.”고윤택은 무심코 하지율 쪽을 바라봤고 하지율은 고지후를 힐끗 봤다. 고지후에게 딱히 말릴 생각이 없어 보이자 하지율이 고윤택에게 말했다.“단서현 씨 마음이니까, 받아도 돼.”고윤택이 예의 있게 봉투를 받았다.“감사합니다, 단서현 이모.”다들 가볍게 몇 마디 나눈 뒤 하지율이 고윤택에게 말했다.“윤택아, 잠깐 아빠랑 같이 있어. 엄마는 재료 좀 손질하고 올게.”“네.”주용화는 식재료가 든 봉지를 들고 하지율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하지율에게는 본인이 따로 쓰는 주방이 있었다. 굳이 요리해서 연씨 가문 사람들을 대접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주방에 도착한 하지율은 채소를 씻고 손질했다.주용화는 옆에서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췄다.손놀림이 꽤 익숙한 걸 보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주용화가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아까 단서현 씨 보니까 고지후 씨한테 관심 있어 보이던데요.”하지율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네. 연정미가 중간에서 이어주려나 봐요.”주용화가 말했다.“나쁘지 않네요. 그러면 고지후 씨도 지율 씨한테 집착할 사이가 없겠죠.”채소를 씻는 물에 비친 하지율의 얼굴은 흐릿해서 현실 같지 않았다.하지율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둘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윤택이가 좀 걱정되네요.”주용화는 바로 하지율의 뜻을 알아챘다.“걱정되면 왜 데려오지 않아요?”그래도 굳어버린 하지율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용화를 봤다.주용화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아이를 곁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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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3화

하지율은 그걸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식탁에는 고윤택이랑 고지후뿐 아니라 주용화도 함께 앉아 있었다.고지후는 주용화가 당당하게 하지율의 옆자리에 앉는 걸 보며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고지후는 식탁 위 놓인 요리를 한 번 훑더니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고윤택과 하지율이 좋아하는 메뉴 말고도, 하지율은 손도 안 대고 고윤택도 잘 안 먹는 요리가 두 개 더 있었다. 그건 고지후 입에도 맞지 않는 메뉴였다.그 말인즉슨 그 두 가지 요리는 주용화를 위해 일부러 만든 거라는 뜻이다.그제야 고지후는 알아차렸다. 주용화를 위한 요리 두 개가 올라온 것도 모자라 식탁 위에는 고지후가 좋아하는 메뉴가 하나도 없다는 걸 말이다.고지후의 가슴이 답답하게 막혔다.예전이었다면 테이블 위에는 분명 고지후와 고윤택이 좋아하는 메뉴로만 가득했을 것이다.이때 주용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고지후 씨, 왜 안 드세요?”주용화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좋아하는 메뉴가 없어요?”고지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우리 가족끼리 먹는 자리인데 외부인인 주용화 씨가 같이 있는 것부터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대화에 끼어드는 건 예의 없지 않나요?”주용화가 대꾸하기도 전에 하지율이 먼저 말했다.“지후 씨, 화야 씨는 외부인이 아니야.”하지율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앉았다.“여기서 외부인은 당신이지.”하지율과 고지후는 이미 이혼했고, 이혼 과정도 깨끗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고지후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뒤, 어떻게든 하지율에게 보상하려고 애썼다.고윤택 때문에라도, 하지율은 고지후랑 완전히 등을 지진 않았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 누그러진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해서 고지후가 하지율 옆 사람을 함부로 훈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이미 이혼한 사이인 고지후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고지후는 약간 멍해져서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굳어버렸다.하지율이 주용화 때문에 고윤택 앞에서까지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보통은 고윤택 앞에서만큼은 고지후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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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4화

하지율이 시선을 거두고 차에 타려던 순간, 익숙한 차 한 대가 하지율 옆에 멈춰 섰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며 함우민의 단정한 얼굴이 드러났다.“지율 씨.”하지율이 걸음을 멈췄다.“우민 씨가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함우민이 말했다.“지후랑 윤택이가 M국에 왔다고 들었어요. 마침 오늘 일정이 없고 윤택이한테 줄 선물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렀어요.”하지율이 말했다.“윤택이는 화야 씨랑 놀러 나가서 지금 저택에 없어요.”함우민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아, 그래요? 지난번에 윤택이가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제가 티켓을 몇 장 구해뒀거든요. 지율 씨랑 지후도 같이 윤택이를 데리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요.”하지율은 함우민과 오래 알고 지냈고 그동안 함우민은 늘 고윤택에게 잘해줬다. 고윤택을 만날 때마다 선물도 챙겨줬고, 선물은 다 실용적이면서도 고윤택 취향에 들어서 고윤택이 아주 좋아했다.M국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얘기는 고윤택이 하지율에게도 몇 번 했었다. 아마 그런 고윤택의 말을 함우민이 우연히 듣고 티켓을 사서 바로 온 모양이었다.고윤택을 위한 마음만큼은 흠잡을 데 없었다.하지율이 말했다.“우민 씨, 고마워요.”함우민이 물었다.“윤택이는 언제 시간 돼요?”하지율은 머릿속으로 최근 일정을 훑었다.“3일 뒤에 하루는 비울 수 있어요. 그때 괜찮아요?”함우민이 웃었다.“당연하죠.”함우민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지율 씨, 화야 씨도 없으니까 제가 회사까지 데려다드릴게요.”하지율이 거절하려는 순간 함우민이 목소리를 낮췄다.“정기석 씨 사건 말이에요. 제가 찾은 단서가 조금 있어요. 그 얘기도 하고 싶어서요.”함우민이 그렇게 말하자 하지율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3일 뒤, 그들은 다 같이 놀이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함우민이 준비한 티켓은 다섯 장이었다. 함우민, 고지후, 고윤택, 하지율, 그리고 주용화까지 말이다.놀이공원에 들어가자, 하지율은 고윤택 손을 잡고 앞장섰고 주용화가 옆에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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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5화

“그리고 주용화는 손형서랑도 애매한 관계더니... 얼마 전에는 연정미랑 데이트까지 했어.”고지후가 눈썹을 찌푸렸다.“연정미랑 접촉했다고?”고지후는 예전에 우연히 연정미를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었다. 덕분에 그 뒤로 고지후를 대하는 연정미의 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지후는 잘 알고 있었다. 연정미랑 접점이 늘면, 고성 그룹에도 이득이 크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고지후는 일부러 연정미와 거리를 뒀다.연정미가 연경 그룹에 들어간 순간부터 연정미와 하지율의 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고지후도 알고 있었으니까.함우민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맞아. 둘이 밥도 먹었고, 레이싱도 같이 했어. 지후야, 너도 생각해 봐. 주용화, 누가 일부러 지율 씨 옆에 붙여놓은 거 아닐까? 지율 씨한테서 기밀을 빼내려고 말이야.”고지후는 잠깐 침묵했다.“지금은 증거가 없어. 주용화가 일부러 지율한테 접근했다는 증거 말이야. 하지만...”주용화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지후의 눈빛이 더 어둡고 깊어졌다.“저 사람,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그들은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타기 좋은 놀이기구 위주로 이것저것 놀았다.고지후랑 함우민은 대부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오히려 주용화랑 고윤택이 엄청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때 하지율 휴대폰이 울렸다.표서준이었다.“하 대표님, 급한 결재 서류가 하나 있습니다.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어디 계신가요? 제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하지율이 대답했다.“나 지금 놀이공원에 있어요.”표서준이 바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입구에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대략 20분쯤 지나자 표서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하 대표님,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전화를 끊은 하지율이 고지후와 함우민을 돌아봤다.“저 지금 입구에 가서 서류 하나만 결재하고 올게요. 두 사람은 여기서 윤택이랑 놀아주세요.”주용화가 바로 말했다.“지율 씨, 제가 같이 갈게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화야 씨는 윤택이랑 놀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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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화

고지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고지후는 곧장 쫓아 나서지 않고, 즉시 전화를 걸었다.“윤택이가 납치됐어. 당장 사람 풀어서 동선 차단해. 그래. 맞아. 장소는 유원지야. 윤택이 몸에 위치 추적 장치가 있으니까, 지금 바로 위치부터 확인해.”함우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켜쥐어졌다. 고지후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고지후라면 바로 뛰쳐나가 쫓을 줄 알았는데, 고지후는 이상할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대로라면 함우민이 심어 둔 사람들은 고지후 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컸다.이번 납치는 함우민이 꾸민 일이었다.함우민은 원래 핑계를 만들어 하지율과 고지후를 따로 떼어 두고, 주용화가 고윤택을 데리고 있는 틈을 타 노엘 가문의 이름으로 고윤택을 납치하려 했다. 그러면 고윤택을 잃어버리든, 주용화가 노엘 가문과 원수지간이 되든 주용화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하지율 역시 주용화를 두둔하기 어려워질 터였다. 어쩌면 그 일로 하지율과 주용화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 주용화가 충동적으로 일을 벌여 문제를 키우고, 하지율의 친아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그림이 완성되니까.결국 모든 원인은 주용화가 될 거고 하지율은 절대 주용화를 용서하지 못한다.그런데 계획은 늘 뜻대로만 굴러가지 않았다. 함우민은 뒤에 더 좋은 기회를 못 잡을까 봐 불안해져 결국 일을 앞당겨 버렸다.하지만 고지후가 사람을 풀어 함우민 쪽 동선을 막아 버리면, 함우민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그동안의 수고는 전부 물거품이 된다.함우민이 다음 수를 가늠하고 있을 때, 하지율과 주용화가 돌아왔다.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자 하지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피범벅이 된 함우민과 얼굴을 잔뜩 굳힌 채 계속 전화를 돌리는 고지후를 보는 순간, 하지율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하지율이 빠르게 다가갔다.“지후 씨, 윤택이는?”고지후의 표정이 무거웠다.“납치됐어.”하지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택이가... 왜 납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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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함우민은 숨이 턱 막힌 듯 깊게 들이켰다.“그게 무슨 뜻이죠?”주용화는 함우민을 보며 웃는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제 말은요. 납치범이 꼭 노엘 가문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노엘 가문을 사칭해서 남의 손을 빌려 사람을 치려는 걸 수도 있고요. 아니면 저희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일부러 불씨를 엉뚱한 쪽으로 옮겨 붙였을 수도 있죠.”서늘한 기운이 함우민의 속에서부터 팔다리 끝까지 번져 갔다.‘맞네. 거의 맞아.’주용화의 추측은 큰 틀에서 어긋나지 않았다. 함우민은 주용화가 이렇게까지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다.‘이런 사람은 반드시 치워야 해. 놔두면 끝이 없어.’함우민은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고 차갑게 웃었다.“전부 화야 씨 추측일 뿐이잖아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윤택을 최대한 빨리 구해 오는 겁니다. 그런데 화야 씨는 여기서 쓸데없는 가정이나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요.”함우민이 주용화를 똑바로 보며 말을 눌렀다.“속셈이 뭔지... 너무 뻔하네요.”주용화는 조금도 움찔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고지후 씨가 이미 사람을 보내 추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고지후 씨 성격이면 반응도 빠르고 준비도 빈틈없을 테니, 이미 손을 써 두셨을 겁니다. 지금은... 윤택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게 맞죠.”주용화는 시선을 한 번 훑다가, 함우민의 상처에 멈췄다.“함우민 씨, 이렇게 크게 다치셨는데 병원부터 가서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여긴 하지율 씨와 고지후 씨가 있으면 충분해요. 함우민 씨가 여기서 버티실 이유 없습니다.”주용화의 말에 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함우민을 봤다. 하지율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눈빛은 놀랄 만큼 차분했다. 고윤택이 납치됐다는 소식에 넋이 나간 기색도 없었다.하지율은 아까까지 고윤택의 일만 붙잡고 있어서, 함우민이 다친 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제서야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확인한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함우민 씨, 먼저 병원 가서 치료받으세요. 여긴 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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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비서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함우민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끊어냈다.“알겠으니까 너희 쪽 사람들한테 경고는 제대로 했지? 날 배신하는 놈은 가족부터 조심하라고 전해줘.”비서는 낮게 대답했다.“이미 경고는 다 해 두었습니다.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만 윤택 도련님 쪽이 너무 위험해서요.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함우민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윤택이가 고지후 쪽 사람한테 구출됐는데, 무슨 사고가 나겠어?”비서는 잠깐 멈칫했다. 말뜻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듯했다.“고지후 씨 쪽 사람이 구출했다고요? 대표님, 윤택 도련님을 데려간 사람은 고지후 씨 쪽 사람이 아닙니다.”함우민이 낮게 되물었다.“고지후가 아니면 누군데?”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노엘 가문 쪽 사람입니다. 대표님, 그런데 왜 고지후가 데려갔다고 생각하신 겁니까?”함우민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었다.“노엘 가문이라고? 확실해? 진짜 노엘 가문 맞아?”비서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네... 교전 중에 노엘슨의 아버지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금 윤택 도련님이 노엘 쪽 손에 넘어갔습니다. 이대로면... 정말 위험합니다.”함우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룸미러에 비친 남자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함우민은 납치하는 연극을 해서 주용화를 몰아붙일 생각이었지, 고윤택에게 무슨 일이 생기길 바란 적은 없었다. 고윤택은 하지율과 고지후의 아들이고, 그동안 자신을 우민 아저씨라고 부르며 따라 줬다.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 솔직히 정이 없을 수가 없었다.고윤택이 진짜로 다치기라도 하면, 하지율은 함우민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때 비서가 다시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노엘슨의 아버지가 들킨 걸 알고는 아예 숨기지도 않더랍니다. 자기는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요. 아들을 잃었을 때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치고 넘어가려 했는데, 우리가 끝까지 몰아붙여서 모든 걸 잃게 했으니... 이제 남은 게 없으니 죽기 전에 몇 명이라도 끌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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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9화

연씨 가문.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고윤택이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에는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지 않던 연씨 가문 사람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율과 연씨 가문 사이가 어떻든 연태훈은 윤택 도련님을 꽤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납치 소식을 듣자마자 사람을 풀어 뒤를 쫓게 했고 곧바로 가족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한쪽에 앉아 있는 하지율을 힐끗 본 연상진이 비꼬듯 말했다.“본인이 벌여 놓은 난장판을 결국 우리 연씨 가문이 수습하네? 사고 칠 능력은 있으면서 정작 본인이 치울 능력은 없나 봐?”하지율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지후가 차갑게 받아쳤다.“연씨 가문이 돕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사람을 거두셔도 됩니다. 연씨 가문이 없어도 저희는 저희대로 윤택이를 구할 방법이 있으니까요.”연상진은 한 대 얻어맞은 듯 얼굴빛이 굳었다. 그러더니 일부러 더 비틀어 말했다.“어머, 하지율이 당신 아들을 잃어버렸는데도 아직도 하지율 편을 들어요? Z국에 있을 땐 아무 일도 없던 애가, M국에 오더니 하필 하지율이랑 나갔다가 사고가 난 거잖아요.”고지후의 눈빛이 더 차갑게 식었다.“연상진 씨, 말조심하시죠. 윤택이는 제 아들이기도 하지만 지율이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윤택이랑 밖에 나간 사람은 지율만이 아니라 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하지율만 붙잡고 몰아세우십니까? 윤택이가 납치된 지금, 제일 가슴이 찢어지는 사람도 하지율입니다. 연상진 씨는 윤택이의 외삼촌 아닙니까. 아이 걱정은커녕 왜 계속 하지율에게만 더러운 말을 얹으십니까? 하지율은 연상진 씨에게는 가족이 아니라 원수입니까?”연상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금세 붉어졌다. 입술이 몇 번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눌려 버렸다.그때 연태훈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그만해.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야. 윤택이 안전이 먼저야.”연태훈은 곧바로 하지율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한층 누그러뜨렸다.“지율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사람들을 풀어 윤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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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0화

고지후가 물었다.“윤택이가 노엘 가문 손에 있는 거야?”진태환이 답했다.“아직은 확인이 안 됩니다. 놀이공원에서 빠져나간 동선의 CCTV가 전부 훼손돼 있어서 행적을 추적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걸로 보입니다.”고지후는 목소리를 낮게 눌렀다.“계속 조사해. 소식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전화를 끊은 뒤에도 고지후는 곧바로 추가로 손을 썼다. 사람을 더 붙이고, 동선을 다시 쪼개고, 가능한 경우의 수를 하나씩 정리해 지시를 내렸다.어느새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벽시계 바늘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방 안 공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을 뿐, 누구 하나 잠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연씨 저택의 방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오늘 밤은 누가 보아도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고윤택을 누가 데려갔는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에, 다들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시간이 한 초, 한 초 흘러갔고, 방 안 사람들은 그저 소식만 기다렸다.얼마나 지났을까.고요를 깨뜨린 건 하지율의 휴대폰이었다.하지율은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하자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발신자는 모르는 번호였다.하지율은 전화를 받자마자 스피커를 켰다.“여보세요. 누구세요?”수화기 너머로 늙고, 어딘가 미쳐 있는 듯한 노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하지율, 오랜만이군. 요즘은 잘 나가나 보지? 나는 쫓겨난 개 신세가 돼서,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는데 말이야.”노엘은 회사가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킬러들의 추격을 받는 처지였다. 노엘은 그 모든 게 하지율의 짓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율이 아예 뿌리째 뽑아 버리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했다.지금의 노엘은 하지율을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다.아들은 하지율 때문에 죽었고 회사와 가문도 산산조각 났다. 벼랑 끝까지 몰린 노엘은 결국 위험한 수를 택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함께 끝장내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하지율이 차분하게 물었다.“윤택이를 납치한 게 노엘 씨예요?”그러자 노엘이 단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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