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화가 임채아처럼 어리석었다면 오히려 겁낼 것도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하지율이 정기석의 할머니와 그림 감상을 마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정기석은 잠깐 괜한 걱정을 한 건가 싶었다.정기석이 하지율을 데려다주려고 할 때, 문밖에 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다.하지율은 문 앞에 세워진 차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채고 다가가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다.“화야 씨, 여긴 무슨 일이에요?”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남자의 반듯한 얼굴이 드러났다.“지율 씨, 데리러 왔어요.”주용화가 이어 말했다.“여긴 병원에서 멀잖아요. 계속 정기석 씨한테 부탁드려서 지율 씨를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것도 죄송하고요. 원래 이건 제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틀린 말은 아니고 말투에도 배려심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도 상처가...”주용화가 환하게 웃었다.“이제 몸은 괜찮아요. 운전 정도는 할 수 있죠. 지율 씨가 월급도 많이 주시는데, 제가 계속 놀기만 하면 일자리 잃는 거 아닐까요?”하지율이 물었다.“화야 씨, 얼마나 기다리셨어요?”“오래 안 기다렸어요.”그때 문을 지키던 경비가 말했다.“이분은요, 하지율 씨가 오신 뒤 한 30분쯤 지나서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어요.”하지율은 시간을 확인했다.그 말대로면 주용화는 최소 두 시간은 기다린 셈이었다.하지율은 무심코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동안 부재중 전화도, 문자도 하나 없었다.급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 하지율은 어르신과 그림을 본 뒤 차도 마시며 조금 더 시간을 보냈다.주용화가 밖에서 기다리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을 것이다.하지율이 말했다.“왜 전화나 메시지를 안 남기셨어요? 한 마디라도 했으면...”주용화가 시선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큰일도 아니고, 지율 씨랑 기석 씨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요.”하지율은 저녁을 정씨 가문 저택에서 먹었다. 주용화가 여기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면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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