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슴 한쪽에 잔잔한 파문이 번졌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하지율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한 한숨만 흘러나왔다.대신 하지율은 먼저 주용화의 손을 붙잡았다.“화야 씨, 이제 가요.”그제야 주용화는 손형원 쪽에서 시선을 거두었다.“네.”...주용화의 안배로 하지율은 M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유소린과 다시 만났다.유소린은 하지율을 보자마자 그대로 끌어안았고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지율아, 괜찮아? 다친 데 없어?”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응. 괜찮아.”유소린은 하지율을 위아래로 꼼꼼히 살폈다.안색도 나쁘지 않았고 몸에 눈에 띄는 상처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유소린이 다시 말을 꺼내려던 순간, 하지율의 뒤에 서 있는 주용화가 눈에 들어왔다.주용화는 긴 속눈썹을 늘어뜨린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히지 않는 표정이었다.유소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두 사람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하지율이 사라졌던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가장 무너져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주용화였으니까 말이다.손형원이 하지율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유소린도 손형원이 하지율을 함부로 해치지는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하지만 주용화의 입장에서는 달랐다.사랑하는 여자가 손형원에게 납치돼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그렇게 오래 찾아도 행방조차 알 수 없었고 다시 찾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주용화가 미쳐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M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주용화가 준비한 전용기였다.돌아가는 내내 주용화는 거의 말이 없었다.처음에만 하지율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몸은 괜찮은지만 몇 번 물었을 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주용화는 내내 하지율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마치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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