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741 - Chapter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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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1화

설마 손형원이 갑자기 이성을 잃고 하지율을 납치해 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지난번 하지율이 납치됐을 때도 연정미는 누명을 쓸 뻔했던 적이 있었다.그리고 이번에도 손형원이 하지율을 데려가자, 연정미는 또다시 납치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하지율이 사라진 순간, 연정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됐다.연정미가 입을 열었다.“주용화 씨, 하지율 씨 납치 건은 저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저도 아는 게 없다고요.”주용화가 입꼬리를 올렸지만, 그 미소에는 온기가 없었다. 살기를 띤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제 인내심을 시험하시는 겁니까? 아는 대로 당장 말씀하시죠. 지율 씨가 어디 있습니까.”잠시 말을 멈춘 주용화가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지율 씨가 무사하다면, 지율 씨 얼굴 봐서라도 연정미 씨 목숨은 살려드리겠습니다.”주용화의 눈빛은 지나치게 차갑고 음침했다. 삼각지대에서 살아 돌아온 연정미조차 등줄기가 서늘해졌고 본능적으로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주용화는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정말 아는 게 없다니까요! 으악...”연정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용화가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그는 한 손으로 연정미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연정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반면 주용화의 눈은 점점 붉게 충혈되어 갔다.그가 내뿜는 압도적인 기세에 연정미는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지율 씨... 어디 있습니까!”그동안 주용화는 연정미를 이용하거나 궁지로 몰아넣은 적은 있어도, 직접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그렇기에 연정미는 그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주용화에게 목이 거칠게 붙잡힌 순간, 연정미는 죽음이 눈앞까지 다가왔을 때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그 공포는 예전에 짐승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순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연정미도 더는 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얼굴에는 눈에 띄게 공포가 번져갔다.“저... 저는 정말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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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2화

손형원은 하지율이 떠날까 봐 불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하지율에게는 자유가 허락된 것처럼 보였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었다.하지만 섬 전체를 돌아봐도 배 한 척 없었다. 심지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선착장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둘러싸인 이곳에서 탈출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손형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지율이 도망치지 못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하지율은 몇 시간을 들여 섬 곳곳을 돌아본 끝에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기 힘만으로는 절대 이 섬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그 순간 하지율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손형원을 바라보며 그를 설득해 보려 했다.“설령 3개월이 지나도 저는 손형원 씨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저한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손형원 씨도 아시잖아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요.”손형원은 별다른 동요 없이 말했다.“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결과를 어떻게 단정하십니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겠죠. 누가 틀렸는지요.”하지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다시 말했다.“오랜 시간 노력해서 지금의 모든 걸 손에 넣으셨잖아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잃는 게 아깝지 않으세요? 예전의 삶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권력과 지위가 어떤 의미인지.”손형원은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권력을 쥐고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여기까지 오고 나니, 이건 제가 바라던 삶이 아니더군요.”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지금의 자리를 지키려면 끊임없이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치워내야 합니다. 세상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생깁니다.”손형원이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도 이제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올라와 계시니 아실 겁니다. 그 길 위에는 발목을 잡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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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3화

“지율 씨와 주용화 씨가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그러면 서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닙니까?”손형원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바라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고작 3개월입니다. 설마 그 정도 시간조차 저한테 허락해 줄 수 없는 겁니까?”하지율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하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곧장 손형원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지율은 알고 있었다.손형원이 아무것도 없는 사생아 출신에서 지금의 가주 자리까지 올라온 건 단지 냉혹한 수완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그러나 두되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어쩌면 그동안 사람들은 손형원이 늘 연정미의 뜻에 따르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는 모습만 봐 왔기에 그의 판단력과 치밀함을 과소평가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하지율은 고작 반나절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심지어 손형원은 하지율과 손여준이 뒤에서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눈치채고 있었다. 그 정도로 계산이 빠르고 빈틈없는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을 속여 외부와 접촉하거나 혼자 이 섬을 빠져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손형원 씨, 3개월이라는 시간이 뭔가를 바꾸기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손형원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잠시라도 제 것이었던 적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하지율의 눈빛이 복잡해졌다.문득 예전에 린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그때 하지율은 린이 그림을 대하는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분명하게 느꼈었다. 하지율이 줄곧 린을 철없는 어린 아가씨쯤으로 생각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린의 사고방식에는 현실보다 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었다.하지율 역시 바이올린을 좋아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포기하거나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갈 수는 없었다. 적어도 하지율에게 순수한 열정만으로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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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4화

손형원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하지율에게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물론 손형원이 지분 30퍼센트를 주겠다고 했을 때, 하지율의 마음이 아주 잠깐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고,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손형원이 그렇게 쉽게 내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그건 고작 3퍼센트가 아니라 30퍼센트였다.그건 단순한 지분이 아니었다. 손씨 가문의 핵심 산업을 좌우할 힘이었다.‘손형원은 연정미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으면서도 결국 넘겨준 건 고작 3퍼센트였다. 그런데 고작 3개월을 대가로 나한테 30퍼센트를 준다고? 말이 안 돼. 역시 어떻게든 이곳에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하지율은 이 섬이 언뜻 보기에는 완전히 고립된 공간처럼 보였지만, 어딘가에는 아직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탈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때까지는 손형원과의 미묘한 균형을 최대한 유지해야 했다....다음 날 아침.손형원은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도우미에게 하지율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려 했다.그런데 그 순간, 주방 쪽에서 여리여리한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하지율이 뜨거운 국을 들고 걸어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손형원은 멈칫했다.하지율 역시 손형원을 발견하고 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입맛을 몰라서 일단 간단하게 브런치 준비해 봤어요. 좋아하는 메뉴나 필요한 식단 적어주시면 가능한 한 맞춰볼게요.”하지율은 손형원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데에는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래서 적어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어느 정도 맞춰줄 생각이었다.괜히 정면으로 부딪쳤다가 상황이 더 위험하게 흘러가는 건 피하고 싶었다.“지율 씨가 좋아하시거나 자신 있는 걸로 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하지율은 따뜻한 국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못 드시는 음식만 알려주세요.”손형원은 몇 가지 먹지 않는 음식을 이야기했고, 하지율은 조용히 메모해 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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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5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도우미가 들어와 식탁을 정리했다.손형원이 하지율에게 물었다.“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래요? 아니면 방에서 쉬고 싶으세요?”밖으로 나가면 결국 손형원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하지율은 손형원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잠시 고민하는 척한 뒤 말했다.“어제 둘러보다 보니 작은 작업실 하나 눈에 띄던데요. 거기 가보고 싶어요.”손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죠.”그는 하지율을 데리고 작업실로 향했다.작업실은 위치가 좋았다. 통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고 햇빛을 머금은 수면이 잔잔하게 반짝였다.발코니에는 크고 작은 식물들과 꽃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창가를 따라 늘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조개껍질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소품들이 맑고 청량한 소리를 냈다.취향만 놓고 보면 손형원의 감각은 분명 뛰어났다.누가 봐도 아름답고 낭만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지율은 이곳에 있는 내내 숨이 막혔다.이 작업실은 오래전부터 하지율이 막연히 꿈꿔 왔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 없었다.유소린에게도 말한 적 없었고, 강병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하지율의 기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누구보다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고도 불쾌했다.하지율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눈치챈 듯, 손형원이 물었다.“왜 그래요? 마음에 안 드나요?”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잠시 침묵하던 하지율은 손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서 그림 그려도 되나요?”손형원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요. 여기는 지율 씨 집입니다. 어디를 가든, 뭘 하든 제 허락받을 필요 없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율의 표정이 굳었다. 특히 ‘집’이라는 표현이 유난히 거슬렸다.하지율은 간신히 표정을 숨기고 작게 숨을 들이쉰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림 그릴 때 누가 옆에 있으면 집중이 안 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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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화

고양이가 함께하게 되면서 하지율은 그제야 하루하루가 전처럼 견디기만 해야 하는 시간은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했다.손형원 역시 그녀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하루 종일 품에 안고 다녀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일주일이나 흘렀다.그 일주일 동안 하지율은 조금씩 생활에 적응했다.거의 매일 직접 요리를 했고 시간이 남으면 그림을 그리거나 고양이와 시간을 보냈다.손형원 역시 약속한 대로 하지율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방에 들어오는 일조차 거의 없었다.덕분에 하지율도 줄곧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이날 하지율은 채소밭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있었다.고양이는 꼬리를 살랑이며 그녀 주변을 느긋하게 맴돌았다.그때 익숙한 남자의 그림자가 채소밭 입구에 멈춰 섰다.하지만 하지율은 채소를 고르는 데 집중한 나머지 누가 온 줄도 알아차리지 못했다.햇빛을 받은 옆얼굴은 유난히 맑고 부드러워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모습에, 손형원은 저도 모르게 한참이나 바라봤다.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문득 자신이 계속 그녀를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때 먼저 반응한 건 고양이였다.“야옹!”고양이는 짧게 울더니 곧장 손형원에게 달려갔다.그제야 하지율도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손형원을 발견한 하지율이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다.“어쩐 일이에요?”하지율이 신선한 채소를 하나하나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손형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도우미한테 지율 씨가 채소를 따러 왔다고 전해 듣고 와봤습니다.”그는 천천히 걸어와 하지율 앞에 섰다.이어 하지율의 손끝에 묻은 흙을 보며 말했다.“이런 건 도우미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습니까?”하지율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몸에 맞는 보양식 재료라 직접 보고 골라야 해서요. 잘 모르면 적당한 크기로 고르기 어렵거든요.”손형원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보양식이요?”하지율은 손에 든 채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형원 씨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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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7화

원래라면 비서에게 맡겨 보내도 될 부품이었는데도 굳이 하지율에게 직접 오라고 했었다.그때 손형원은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하지율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었다.손형원의 말을 들은 하지율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 아래로 감정을 감춘 채, 바닥에 놓인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이만 돌아가요. 이런 식재료는 바로 요리해야 해요.”손형원은 하지율의 손에 들린 바구니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며 말했다.“제가 들겠습니다.”하지율은 손형원을 한 번 바라봤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숙소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하지율이 부탁했던 약재를 가져왔다.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양식을 만드는 일은 국이나 죽을 만드는 것과 달랐다.계속 옆을 지켜봐야 했고 불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손형원은 몇 번이나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양식을 만들고 있는 하지율을 바라보다 말했다.“도우미에게 맡겨요. 지율 씨도 쉬셔도 됩니다.”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그녀는 천천히 끓어오르는 냄비를 바라보며 설명했다.“불 조절에 실패하면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요. 아예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고요...”손형원은 따뜻한 열기에 볼이 붉어진 하지율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이상할 만큼 시선을 붙들었다.잠시 하지율의 입술에 시선이 머문 순간,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고 눈빛도 어느새 한층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율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손형원과 눈이 마주쳤다.깊게 가라앉은 눈빛과 마주친 순간 당황한 나머지, 냄비를 잡고 있던 손이 뜨거운 열기에 스쳤다.따끔한 통증과 함께 손등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손형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는 곧바로 다가와 하지율의 손을 잡아 들어 상태를 살폈다.하지율은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손형원은 놓아주지 않았다.“가만히 계세요.”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하지율은 불편한 기색을 감춘 채 말했다.“조금 덴 것뿐이에요. 연고 바르면 괜찮아요.”하지만 손형원은 그녀의 말을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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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8화

그 정도 양이면 손형원이 마신 뒤 하룻밤 정도는 깨어나지 못할 터였다.섬에 갇혀 지내는 동안 하지율은 이미 헬기가 머무는 위치까지 찾아낸 상태였다.손형원은 휴대전화도, 별도의 통신 장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섬 안 어딘가에는 반드시 이동 수단이 있어야 했다.외부에서 누군가 데리러 오기만 기다리는 방식은 손형원답지 않았다.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그래서 하지율은 오래전부터 헬기가 있는 장소를 눈여겨보고 있었다.하지만 섬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생활에 필요한 시설도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그래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위치를 알아낸 뒤에도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섣불리 접근했다가 손형원에게 들키는 순간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결국 하지율은 몸에 좋다는 명목으로 보양식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료를 모아 잠들게 할 약을 만들 방법을 떠올렸다.그리고 손형원이 깊이 잠들면 곧바로 헬기가 있는 곳으로 향해 조종사를 협박해서라도 이 섬을 빠져나가려고 미리 계획까지 세워뒀다.김이 오르는 냄비를 바라보는 하지율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보양식이 완성되자 하지율은 미리 곱게 갈아 둔 약 분말을 꺼내 조심스럽게 섞어 넣었다.‘독은 아니야... 그저 잠시 잠들게 만들려는 것뿐이야!’그러나 직접 이런 일을 하는 건 처음인 데다가 상대가 손형원이다 보니,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하지율이 약재 가루를 담았던 종이를 정리하려던 순간이었다.문득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하지율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개를 들자, 손형원이 어느새 바로 뒤에 서 있었다.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하지율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태연한 얼굴로 방금 사용한 종이를 접어 쓰레기통에 버렸다.손형원은 약재 쪽은 잘 모르니,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하지율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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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9화

“지율 씨가 직접 먹여주신다면... 저는 독이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손형원이 다시 말했다.“직접 먹여주기 싫으시다면 뜨겁지 않은지 먼저 한 번 드셔보세요. 지율 씨가 드시면 저도 마시겠습니다.”‘들켰다...’그 순간 하지율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손형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지율 앞으로 걸어왔다.그리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먹여주는 것도, 대신 맛보는 것도, 다 싫은 겁니까?”하지율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손형원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이미 뭔가 눈치챈 걸까...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어느 쪽이든 지금 그를 자극하는 건 위험했다.하지율은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보양식을 한 숟갈 떠 입에 머금었다.하지만 채 삼키기도 전에 손형원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다음 순간 몸이 그대로 앞으로 기울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하지율의 머릿속은 순간 하얘졌다.가까워진 숨결과 함께 입안에 머금고 있던 보양식이 그대로 손형원의 입속으로 넘어갔다.하지율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뒤늦게 밀어내려던 순간, 손형원이 먼저 물러나더니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그저 말없이 하지율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에는 묘한 압박감이 서려 있었다.잠시 후 손형원이 낮게 말했다.“달군요.”그는 한 박자 쉬었다가 덧붙였다.“원하는 게 있다면... 적어도 상대의 경계부터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하지율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놀람과 불쾌감이 한꺼번에 밀려와 이번만큼은 표정 관리가 힘들었다.그때 손형원이 천천히 손을 뻗어 하지율의 입술을 만졌다.서늘한 감촉에 하지율의 몸이 순간 굳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손형원의 몸이 갑자기 힘없이 기울며 그대로 하지율 쪽으로 무너졌다.하지율은 반사적으로 손형원을 받아냈다.손형원은 그대로 의식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하지율은 조심스럽게 손형원의 몸을 흔들어 봤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그녀는 손형원을 소파에 눕혀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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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0화

하지율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그리고 바로 뒤에 있는 손형원을 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밀려드는 공포에 하지율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주방에서 몰래 챙겨 온 과도를 꺼내 그의 가슴을 찔렀다.하지만 손형원은 피하지 않았다.칼끝이 몸 안으로 파고드는 순간까지도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하지율의 손끝도 금세 피로 물들었다.하지율은 피 묻은 손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를 잃었고,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순간, 사람을 찔렀다는 사실보다 더 두려웠던 건 손형원이 처음부터 피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점이었다.손형원은 그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습니다. 이 정도로 죽지 않습니다.”손형원은 무언가 떠올린 듯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리고... 죽지 않을 거고요. 제가 죽으면 지율 씨도 평생 이 섬을 떠날 수 없을 테니까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율은 깨달았다. 헬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손형원뿐이었다.‘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해진 나머지 중요한 걸 놓쳤어. 손형원 같은 사람이 이런 허점을 남겨둘 리 없지...’탈출구라고 믿었던 것조차, 어쩌면 손형원이 만들어놓은 함정이었을지도 몰랐다.하지율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한참 만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정신을 잃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절 속인 겁니까?”손형원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말했잖습니까. 지율 씨가 준 거라면 독이어도 마실 수 있다고.”그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실제로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도 맞습니다. 다만 제 몸은 이미 이런 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율 씨가 준비한 정도라면 보통 사람은 하룻밤 내내 깨어나지 못했겠지만, 저한테는 효과가 오래 가지 않습니다.”하지율의 숨이 순간 멎었다.“내성이라니요...”손형원은 잠시 하지율을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제가 늘 안색이 창백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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