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온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못마땅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진짜 귀찮네. 주용화 혼자 연애하는데 왜 우리가 뒤에서 다 챙겨줘야 하는 거야. 생각할수록 짜증 나.”진소현은 그 말이 결국 도와주겠다는 뜻이라는 걸 알아챘다.그래서인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빠가 용화 씨를 외면하지 않을 줄 알았어.”남시온은 괜히 시선을 피하며 툴툴댔다.“다 너 때문에 그러는 거야.”진소현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받아쳤다.“오빠는 마음이랑 입이 따로 노는 게 문제야. 그러니까 아직도 연애 못 하는 거고.”남시온이 눈을 부릅뜨며 바로 발끈했다.“야, 너까지 나 놀려?”진소현은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결혼도 해봤고, 용화 씨는 여자 친구도 있잖아. 오빠만 아직 만년 솔로인데, 그 정도면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남시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막상 반박하려고 하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잠시 입술만 달싹이던 남시온은 결국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의사는 조심스럽게 손형원의 상처를 소독한 뒤 약을 발랐다.손형원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 역시 묻지 않았다.이 정도 상처를 입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앉아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지만, 굳이 이유를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하지율은 진료실 한쪽에 앉아 손형원의 치료 과정을 조용히 지켜봤다.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고지후를 제외하면 지금껏 내가 직접 칼을 겨눈 사람은 전부 손형원이었어.’더 두려운 건 손형원의 반응이었다.매번 다쳤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갔고, 심지어 피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설마 손형원에게 정말 이상한 취향이라도 있는 걸까. 고통을 즐긴다거나...’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하지율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생각해 보니 그 집착의 시작은 예전에 처음으로 손형원을 찔렀을 때부터였던 것 같기도 했다.‘설마 그때 괜한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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