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981 - Chapt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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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1화

고윤영의 상황이 걱정된 고지후는 그날 바로 고윤택을 데리고 S시로 돌아갔다.그리고 하지율은 계속 유소린의 집에 머물렀다.그동안 주용화에게서 언제 돌아올 거냐는 전화가 왔지만 하지율은 이틀 정도 더 있다가 가겠다고만 대답했다.그러자 주용화도 더는 묻지 않았다.사흘 뒤, 하지율은 손가락에 끼고 있던 위치 추적 반지를 빼서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유소린에게 물었다.“준비는 다 됐어?”가발을 쓰고 남자처럼 변장한 하지율을 바라보던 유소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율아, 정말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겠어? 화야 씨가 알면 분명 걱정할 텐데...”하지율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며 대답했다.“나에 관해 물어보면 굳이 숨겨 주지 않아도 돼. 그냥 사실대로 말해. S시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래야 지후 씨도 더 이상 화야 씨한테 발이 묶이거나 다치지 않을 테야.”하지율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을 이어갔다.“시간이 늦었네. 나 먼저 갈게.”그러자 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율이 막 방을 나서려는 순간, 유소린이 다시 하지율을 불렀다.“지율아.”하지율이 돌아봤다.“응? 왜 그래?”유소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요즘 얼굴이 너무 안 좋아. 꼭 좀 쉬어. 화야 씨 생각만 하지 말고 너 자신한테도 신경 좀 써.”하지율은 유소린의 집에 머무는 동안에도 쉴 틈이 거의 없었다.가끔 밖에 나가 사업 관련 미팅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주용화의 최면 치료 계획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하지율은 진소현과 구현에게 끊임없이 연락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조율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유소린은 하지율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하지율은 유소린의 말을 듣고 옅게 웃었다.“응. 조심할게. 너도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꼭 바로 연락해.”유소린이 알겠다고 하자 하지율은 집을 나섰다.하지율이 챙긴 건 신분증과 필요한 서류뿐이었고 짐이나 캐리어는 아예 가져가지 않았다.눈에 띄기도 쉽고 그만큼 들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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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2화

하지율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제가 Z국에 가는 건 윤택이를 보러 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화야 씨를 피하려는 거예요. 화야 씨는 정말 너무 끈질겨요. 방법이 없으니 제가 도망가는 수밖에 없잖아요.”그 순간, 전화 너머로 주용화의 거칠고 가빠진 숨소리가 들려왔다.하지율은 주용화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되어 더 말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바로 기장에게 떠나라고 말했다.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무사히 활주로를 떠났고 바깥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마치 하지율의 답답한 마음과 꼭 닮아 있었다.비행기가 떠오르는 순간, 하지율은 공항에 나타난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검은 옷을 입은 주용화는 텅 빈 공항 한가운데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주용화는 마치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사람처럼 보였다.비행기가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주용화의 모습도 점점 작아졌고 이내 작은 검은 점이 되었다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그 순간 하지율의 마음도 텅 빈 것처럼 허전해졌다....비행기에서 내리자 하지율은 곧바로 고지후가 보낸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하지율은 주용화도 오래지 않아 자신을 따라올 거라고 예상했다.역시나 고지후의 별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용화의 비행기가 S시에 착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윤택은 하지율을 다시 보자 무척 기뻐했다.그때 하지율이 물었다.“전에 집에 도둑이 들어서 물건을 많이 훔쳐 갔다고 했지? 뭐가 없어졌어?”그러자 고윤택이 대답했다.“엄마, 제가 보여 줄게요.”고지후는 돌아오자마자 없어진 가구와 가전제품을 새것으로 들여놓게 했다.하지만 별장 안의 물건이 거의 전부 새것으로 바뀐 모습을 직접 보자 하지율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이곳에서 5년이나 살지 않았다면 자기 집이 맞는지도 몰라봤을 정도였다.하지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어떻게 집이 이렇게 된 거야? 도둑이 들어왔는데 아무도 몰랐대?”고윤택이 대답했다.“아줌마가 그러시는데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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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3화

“지후 씨도 이제 자기 앞길을 찾아야 해.”고지후는 깊은 시선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아, 네가 그랬잖아.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뭘 해 줘도 아깝지 않다고. 너한테는 네 삶이 있으니 방해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한테도 내 추억이 있으니까 그걸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고지후의 눈동자에는 하지율의 모습만이 또렷하게 비치고 있었다.진지하고도 한결같은 시선이었다.“네가 5년 동안 보여 준 마음이 너 혼자만의 감정이었던 건 아니야. 내가 그 소중함을 몰랐을 뿐이지. 지율아, 나한테는 네가 바로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하지율은 더 말해 봐야 고지후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화제를 돌렸다.“이번 주말에 학교에서 대규모 부모 참여 행사를 열도록 해 줘.”주말까지는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고지후는 곧바로 하지율의 뜻을 알아들었다.“알겠어.”하지율이 다시 물었다.“경호원들은 다 배치했어?”그러자 고지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서는 누구든 Z국에서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좋아. 며칠 동안은 내가 윤택이랑 같이 잘게. 나머지는 부탁할게.”고지후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하지율은 고윤택을 만나러 가려 했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해 보니 주용화였다.하지율은 전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무음으로 돌렸다.주용화는 3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하지율이 받지 않자 더는 전화하지 않았다.대신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지율 씨,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메시지를 본 하지율은 창가로 다가갔다.그러자 정말로 차 한 대가 대문 앞에 서 있었다.주용화는 차 안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억지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 듯했다.하지율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하지율은 가장 먼저 창가로 향했다.주용화의 차는 여전히 대문 밖에 서 있었다.아마 밤새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은 것 같았다.하지율은 가슴이 턱 막혔다.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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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4화

하지율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주용화가 자신을 안도록 내버려뒀다.굳이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하지율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 같았다.잠시 후,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저는 약속대로 나왔어요. 이제 돌아가도 되죠?”주용화의 팔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잠시 멈칫하던 주용화는 결국 천천히 하지율을 놓아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내일 다시 보러 올게요.”하지율은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눈빛 속의 감정을 감추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하지율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화야 씨,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저는 지후 씨와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지율 씨의 말은 믿을 수 없어요.”하지율은 고개를 들어 깊고 어두운 주용화의 눈을 바라봤다.“지후 씨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그게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래서 윤택이한테는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하지율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주용화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화야 씨, 이제 저는 사랑만 보고 살 나이가 아니에요. 지금은 윤택이를 잘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연씨 가문을 되찾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주용화는 고집스럽게 말했다.“믿지 않아요. 지율 씨는 지금 저를 속이고 있잖아요.”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제가 지후 씨나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화야 씨를 속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윤택이까지 이용해서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요?”주용화의 눈빛이 순간 어지럽게 흔들렸다.하지율은 더 이상 주용화를 바라보지 않고 돌아섰다.그 순간, 주용화가 다시 하지율을 끌어안았다.“지율 씨, 저를 떠나면 안 돼요. 윤택이가 걱정된다면 우리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면 돼요. 제가...”하지율이 주용화의 말을 끊었다.“화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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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5화

오후에 있는 마지막 행사까지 끝나면서 하루 일정도 모두 마무리됐다.아무것도 모르는 고윤택은 여전히 가장 신이 나 있었다.한 손으로 하지율, 다른 손으로 고지후를 잡은 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같이 이런 행사에 온 거 정말 처음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엄마 아빠랑 같이 오면 좋겠어요.”그 말에 하지율과 고지후는 동시에 멈칫했다가 서로를 바라봤다.그러고 보니 고윤택이 이렇게 클 때까지 두 사람이 함께 학교 행사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지후는 환하게 웃는 고윤택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미안해. 예전에는 아빠가 너무 바빴어. 앞으로는 엄마랑 아빠가 최대한 많이 같이 있어 줄게.”ㄹ말을 마친 고지후는 무심코 하지율을 바라봤다.하지만 하지율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윤택의 손을 잡고 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윤택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다시 친구들에게 달려가 자기 엄마 아빠를 한껏 자랑했다.그러자 아이들은 고윤택을 둘러싸고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수많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하지율과 고지후는 외모나 분위기 모두 유난히 눈에 띄었다.덕분에 고윤택의 작은 허영심도 제대로 채워졌다.그때 하지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유소린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하지율은 고지후에게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소린아, 무슨 일 있어?”“별일 없어. 그냥 네가 좀 걱정돼서 그래. Z국 간 지 며칠이나 됐는데 화야 씨가 나한테 연락을 한 번도 안 했거든... 혹시 너한테 무슨 일 있나 해서 전화해 봤어.”하지율이 말했다.“화야 씨는 이미 Z국에 와 있어.”유소린은 잠시 놀랐다가 말했다.“아... 난 아직 모르는 줄 알았는데 벌써 따라갔구나.”두 사람은 십여 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하지율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고지후와 고윤택 모두 보이지 않았다.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고지후에게 전화를 걸려던 순간 멀리서 고지후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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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6화

하지율은 주용화의 잘생긴 얼굴을 차갑게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화야 씨, 이제는 어린아이까지 이용해서 저를 협박할 정도로 비겁해진 거예요?”하지율이 주용화를 때린 힘은 그리 세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맞은 뺨은 그 자체로 충분한 모욕적인 행동이었다.하지율은 늘 주용화를 존중했다.예전에 주용화가 임채아를 도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손을 댄 적은 없었다.주용화는 피하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하지율을 바라봤다.짙고 검은 안개가 주용화의 눈 깊숙이 번지는 듯했고 모든 감정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주용화가 담담하게 물었다.“지율 씨의 마음속에서 저는... 이제 그런 비열한 사람이 된 겁니까?”하지율이 주먹을 꽉 쥐자 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러더니 자신의 잔인한 목소리가 들렸다.“처음도 아니잖아요. 예전에 정시온을 이용해서 정기석 씨를 협박한 적도 있잖아요.”오후의 햇살이 주용화의 몸 위로 쏟아지자 잘생긴 얼굴은 옅은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따뜻하고 밝은 햇빛을 받고 있는데도 주용화에게서는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주용화의 검은 눈동자에는 옅은 안개가 낀 듯 흔들려 속을 알 수 없었다.“지율 씨... 정말 저를 그렇게 생각해요?”주용화가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 해도 며칠 동안 이어진 자신의 냉대와 거부가 결국 그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걸 하지율은 알고 있었다.이제 목적은 거의 다 이뤄지고 있었다.하지율의 가슴은 뜨거운 물에 덴 듯 아팠다.그런데도 하지율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차분했다.하지율은 붉은 입술을 열어 한마디만 내뱉었다.“네.”그 순간, 주용화의 길고 짙은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눈 깊숙한 곳에 아주 잠깐 연약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너무 빨라서 하지율은 착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엄마!”그때 고윤택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엄마가 화야 삼촌을 오해한 거예요! 제가 밖에 있는 삼촌을 보고 먼저 가서 말을 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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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7화

그러자 고윤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아빠, 알겠어요.”돌아가는 길 내내 하지율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별장에 도착한 뒤, 고지후는 고윤택을 달래서 위층으로 올려보낸 뒤 하지율을 바라봤다.“주용화가 윤택이한테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 알면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하지만 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날 이후로 일주일 동안 하지율은 주용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아마도 주용화는 이번 일로 정말 크게 상처받아 완전히 마음을 접은 것 같았다.그러던 중 유소린에게서 전화가 왔다.M국에서 중요한 계약 건이 생겨 하지율이 직접 돌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주용화 쪽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하지율은 이번에는 주용화가 정말 포기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하지율은 일단 M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지난 일주일은 너무도 평온했다.처음 며칠 동안 하지율은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주용화가 자신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가 무언가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결과적으로 하지율의 걱정은 기우였다.하지율이 어디를 가든 주용화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고지후는 마침내 고윤영의 행방도 알아냈다.고윤영은 어느 변방 국가에 버려져 있었다.팔이나 다리를 다친 것도 아니었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다.오히려 부유한 집안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었다.하지만 부잣집 하녀 생활도 결코 편한 건 아니었다.매일 온갖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집안일도 끝없이 해야 했다.음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밥을 굶었고 집안일을 잘못하면 매까지 맞았으며 맡은 일을 전부 끝내야만 쉬거나 잠들 수 있었다.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 손에 물 한 방울 묻혀 본 적 없는 고윤영에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끔찍한 고통이었다.이 소식을 들은 고지후는 눈빛이 깊어졌지만 반응은 뜻밖에도 무척 담담했다.“알겠어.”하지율은 평온한 고지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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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8화

그날 하지율이 계약을 마친 뒤 상대 회사의 축하연까지 참석하고 나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고지후는 하지율의 파트너 자격으로 함께 행사에 참석했고 연회가 끝난 뒤에는 직접 차를 몰아 하지율을 집까지 데려다줬다.주용화가 한동안 하지율에게 연락하지 않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눈치채지 못하게 두 사람은 계속 연인인 척 연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밤이 깊어지자 도로 양옆의 가로등이 얼룩진 빛을 길 위로 드리웠다.하지율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물었다.“화야 씨는 아직 Z국에서 안 돌아왔어?”고지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한테 들어온 소식은 없어. 하지만 주용화가 마음먹고 내 눈을 피하려고 하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그러다가 하지율을 한번 바라보며 물었다.“너한테도 아직 연락 없어?”“응. 그래서 내일은 진소현 씨에게 연락해 보려고 해.”고지후가 다시 물었다.“만약 주용화가 차라리 너랑 헤어지는 걸 선택하고 끝까지 최면은 거부하면 어떻게 할래?”하지율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마음이 떠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익을 따지게 돼. 지금 화야 씨에게 난 예전에 지후 씨를 떠나기로 한 임채아 같은 존재인 거야. 지후 씨라면 가치도 없는 사람 하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겠어?”고지후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지율아, 요즘 네 얼굴이 너무 안 좋아. 정말 괜찮아? 병원이라도 한번 가 보는 게 어때?”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그냥 요즘 계속 제대로 못 쉬어서 그래. 그나저나 지후 씨는 언제 돌아갈 거야?”“일이 별로 없어서 난 M국에 좀 더 있어도 돼.”그러자 하지율이 물었다.“고윤영 씨는? 아직 안 데려왔어?”고지후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남한테도 하면 안 된다는 걸 이번 기회에 좀 배워야지. 거기서 조금 고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고지후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하지율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차는 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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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9화

하지율은 차갑고 비웃음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화야 씨, 저한테 화야 씨는 그저 제 손에 쥔 칼일 뿐이에요. 제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죠. 그런데 그 칼이 너무 날카로워요. 남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다치게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버릴 수밖에 없어요.”주용화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율 씨, 저는 필요할 때 곁에 두고 필요 없으면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그러자 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화야 씨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예요.”주용화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여전히 저를 떠날 생각이에요?”하지율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주용화의 말뜻은 마치 자신이 떠나고 싶지 않다고만 하면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듯 들렸다.하지만 하지율은 이미 주용화에게 너무 심한 짓을 했다.하지율은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저는 지후 씨와 다시 결혼하기로 했어요.”주용화의 두 눈에 의미심장한 눈빛이 일렁였다.“그동안 계속 지율 씨가 먼저 연락해 주길 기다렸어요. 지율 씨가 와서 저를 달래 주기만 했으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찾아오기는커녕 매일 고지후와 함께 있었죠. 지율 씨, 저 지금 정말 많이 화났어요.”주용화의 입가에는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순간 주위의 공기까지 위험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계속 저를 자극할 겁니까?”하지율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더 이상 주용화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다가는 정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주용화를 외면했다.“그만 돌아가요. 저 쉬고 싶어요.”주용화가 문득 낮게 웃었다.“그렇게 아이가 좋다면 우리도 하나 낳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다른 남자한테 자꾸 신경 쓸 일도 없을 테고요.”그 말에 하지율의 미간이 순간 세게 떨렸다.거절하려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주용화가 하지율을 끌어안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주용화의 눈빛은 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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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0화

하지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과로로 인한 고열입니다. 그리고 하지율 씨는 현재 임신 한 달 정도 됐습니다. 몸이 많이 약해진 데다 아직 임신 상태도 불안정해서 잠시 후 유산 방지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3달 정도는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산 위험이 높아요. 이건 멍과 상처를 가라앉히는 연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발라 주세요.”하지율은 멍한 상태로 눈을 떴다.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심한 어지럼증이 몰려와 하마터면 그대로 다시 쓰러질 뻔했다.“지율 씨.”주용화가 빠르게 하지율의 곁으로 다가왔다.“깨어났어요?”하지율은 작게 대답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그제야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저... 왜 이래요?”주용화의 검은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열이 많이 났어요.”“열이요?”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하지율은 평소보다 반응 속도가 한참 느렸다.하지만 아무리 정신이 흐려도 기억해야 할 일들은 결국 하나씩 떠올랐다.눈앞에는 익숙하고 잘생긴 주용화의 얼굴이 보였다.그러나 어젯밤 악마처럼 변해 버린 주용화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 하지율은 몸이 굳었고 숨마저 순간 멎는 듯했다.주용화는 거의 즉시 하지율의 이상을 알아차렸다.“지율 씨, 또 어디 불편해요?”하지율은 주용화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화야 씨, 어젯밤 일이 기억 나요?”옆에 있던 의사는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조용히 병실을 나가 문까지 닫아 주었다.주용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미안해요.”하지율은 주용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러면 어젯밤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 봐요.”주용화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하지율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역시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어젯밤에 주용화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뜬 주용화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주용화는 더 이상 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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