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은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주용화가 자신을 안도록 내버려뒀다.굳이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하지율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 같았다.잠시 후,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저는 약속대로 나왔어요. 이제 돌아가도 되죠?”주용화의 팔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잠시 멈칫하던 주용화는 결국 천천히 하지율을 놓아주며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내일 다시 보러 올게요.”하지율은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눈빛 속의 감정을 감추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하지율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화야 씨,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저는 지후 씨와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지율 씨의 말은 믿을 수 없어요.”하지율은 고개를 들어 깊고 어두운 주용화의 눈을 바라봤다.“지후 씨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요.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그게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래서 윤택이한테는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하지율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주용화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화야 씨, 이제 저는 사랑만 보고 살 나이가 아니에요. 지금은 윤택이를 잘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연씨 가문을 되찾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주용화는 고집스럽게 말했다.“믿지 않아요. 지율 씨는 지금 저를 속이고 있잖아요.”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제가 지후 씨나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화야 씨를 속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윤택이까지 이용해서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요?”주용화의 눈빛이 순간 어지럽게 흔들렸다.하지율은 더 이상 주용화를 바라보지 않고 돌아섰다.그 순간, 주용화가 다시 하지율을 끌어안았다.“지율 씨, 저를 떠나면 안 돼요. 윤택이가 걱정된다면 우리 집으로 데려와 같이 살면 돼요. 제가...”하지율이 주용화의 말을 끊었다.“화야 씨,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