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991 - Chapt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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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1화

하지율은 입술을 달싹였다.그동안 주용화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쏟아냈으면서도 정작 지금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하지율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그 모습을 본 주용화의 눈에서 싸늘함이 사라졌다.주용화는 주위를 짓누르던 위압감도 어느새 모두 거둬들였다.주용화의 목소리는 다시 다정해졌다.“지율 씨, 아직 열이 안 내렸어요.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주용화는 물 한 잔을 따라 하지율에게 내밀었다.“조금 마셔요.”하지율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하지율은 눈을 감은 채 주용화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차갑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살며시 입술에 닿았다.동시에 미지근한 물이 입안으로 흘러 들어왔다.하지율이 번쩍 눈을 뜨자 바로 코앞에 주용화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하지율은 눈을 크게 떴고 창백했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분노가 뒤섞여 붉은 기운이 번졌다.하지율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자 입가로 물이 흘러내려 침대 시트 위에 떨어졌다.주용화는 하지율이 피하는데도 화내지 않았다.오히려 입가에 맺힌 물방울을 가볍게 입맞춤으로 닦아내며 말했다.“지율 씨는 아프잖아요.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해요.”하지만 하지율은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물을 먹이려는 거예요? 아니면 이 틈에 저한테 수작 부리는 거예요?”주용화는 너무도 솔직하게 대답했다.“둘 다요.”하지율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그런데 주용화가 갑자기 하지율을 끌어안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지율 씨,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뒤로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 한 번도 없잖아요. 그동안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어요. 임신하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게 당연한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지율 씨한테 화까지 냈네요. 저를 때린 것도 당연합니다.”하지율은 할 말을 잃었다.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주용화가 벌써 모든 이유를 대신 만들어 놓았다.주용화가 다시 하지율을 바라보며 물었다.“지율 씨, 아직도 화났어요? 그냥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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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2화

최근 주용화는 줄곧 그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율 씨가 두 사람의 아이를 가진 이상 이제 그 준비도 필요 없어졌다.고소한 죽 냄새가 은은하게 병실 안에 퍼졌다.주용화의 시선은 뜨거운 불길처럼 하지율에게 꽂혀 있었다.마치 하지율을 뚫어 버릴 듯한 강렬한 시선에 하지율도 결국 더는 자는 척할 수 없어 다시 눈을 떴다.하지율이 눈을 뜨자 주용화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벌써 깼어요? 지율 씨, 조금 더 잘래요?”하지율은 이미 잠이 다 달아난 뒤였다.“됐어요.”주용화는 탁자 위의 죽그릇을 들어 온도를 확인했다.“그럼 뭐라도 좀 먹어요.”주용화는 숟가락에 죽을 떠서 하지율의 입가로 가져갔다.하지율은 입맛이 없었지만 뱃속의 아이가 떠올라 결국 입을 벌려서 받아먹었다.하지만 입맛이 워낙 없어 3분의1 정도 먹고 나니 더는 들어가지 않았다.주용화도 억지로 먹이지 않고 대신 하지율이 남긴 죽을 그대로 마저 먹었다.그 모습을 본 하지율이 물었다.“화야 씨, 계속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네.”하지율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내려가서 뭐라도 좀 먹고 와요.”“괜찮아요.”죽그릇이 그리 크지 않기에 주용화는 금세 남은 죽을 다 먹었다.“이 정도면 됐어요.”하지율은 입술을 달싹였다.걱정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삼켰다.이번에는 주용화도 침대 곁에 앉아 계속 하지율만 바라보지는 않았다.대신 책 한 권을 가져와 소파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하지율은 다시 눈을 감았고 병실 안에는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오후의 햇살은 따뜻했다.하지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창밖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고 불을 켜지 않은 병실 안도 어스름했다.오후 내내 푹 자고 나니 하지율은 한결 정신이 맑아진 듯했다.눈을 굴리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문득 어둠 속에서 깊고 검은 두 눈동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런 시선이 얼마나 자신을 오래 쳐다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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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3화

“물론 제가 아이를 낳으시라고 권하는 건 어디까지나 용화 씨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예요. 하지율 씨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는 거니까 하지율 씨도 아이도 주변의 시선을 감수해야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고요. 가능성은 낮겠지만 주용화 씨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거나 어떤 이유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하지율 씨한테는 여전히 아주 어려운 선택일 거예요. 다만...”진소현은 문 쪽을 한번 바라봤다.조금 전 병문안을 왔을 때 하지율이 주용화를 밖으로 내보냈다.진소현이 다시 말했다.“지금 아이를 지우겠다고 해도 주용화 씨가 쉽게 동의하진 않을 것 같아요.”그러자 하지율이 물었다.“화야 씨는 원래 아이를 좋아해요?”진소현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윤택이나 시온한테 그렇게 잘해 주는 걸 보면 아이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그러고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물었다.“지율 씨가 임신한 걸 알고 많이 기뻐하던가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소현이 말했다.“그럼 그렇겠네요. 아이를 좋아하는데 하지율 씨가 아이를 지우겠다고 하면 그게 또 큰 자극이 될 수도 있어요. 지율 씨,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해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잠깐 기억을 잃었던 일도 이야기했다.하지만 진소현은 그 말을 듣고도 매우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그건 지율 씨가 알고 있는 것뿐이에요. 주용화 씨가 숨긴 일 중에는 우리가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요. 그건 본인만 알겠죠.”하지율은 진소현의 뜻을 알아들었다.주용화의 상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진소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용화가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자신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주용화를 바라보자 하지율은 마음 한구석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아팠다.“지율 씨.”주용화가 하지율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제 우리한테 아기도 생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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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4화

주용화의 제안은 짙은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두 사람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팽팽하게 맞설 수만은 없었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주용화는 하지율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최면을 받겠다고 약속했다.일주일 뒤, 하지율은 무사히 퇴원했다.입원해 있는 동안 유소린과 고지후도 병문안을 왔다.유소린은 원래부터 주용화가 잘생긴 데다 머리까지 좋으니 두 사람의 아이도 분명 예쁘고 똑똑할 거라고 했다.주씨 가문의 유전병에 대해서는 유소린도 하지율도 약속이나 한 듯 입에 올리지 않았다.앞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됐다.지금부터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혹시 아이에게는 유전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유소린은 하지율의 임신 소식을 꽤 기뻐했다.가장 복잡한 심경인 사람은 고지후였다.같은 남자인 만큼 고지후도 하지율이 이 아이를 낳는 순간, 설령 주용화가 정말 하지율을 잊는다고 해도 두 사람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질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율이 임신하자 주용화는 제멋대로 다시 하지율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하지율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그날 밤, 하지율은 곧바로 진소현에게 전화해 구현과 함께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진소현도 말했다.“지금으로서는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구현 씨가 성공해 주기만 바랄 수밖에요.”하지율이 물었다.“만약 실패하면요? 그때는 운명에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여야죠. 애초에 최면은 성공률이 백 퍼센트가 아니에요. 주씨 가문의 사람 중에서도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고요. 결국 당장의 위기를 피하려고 미래에 한 번 걸어 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요즘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잖아요. 언젠가 완전히 치료할 방법이 나올 수도 있고요.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바로 포기할 수는 없죠.”진소현이 이어 물었다.“그런데 최면은 어디에서 진행할 생각이에요?”하지율이 대답했다.“단 어르신의 댁에서 할게요. 우리 집에서 했다가 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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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5화

최면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구현과 주용화 외에 누구도 방 안에 있을 수 없었다.그래서 윈터도 밖으로 나와야 했다.주용화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윈터가 하지율을 바라보며 눈짓하자 하지율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가세요.”그때 주용화가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율 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정말 제가 최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그러자 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가보세요.”주용화는 한동안 하지율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알겠어요.”그 말을 끝으로 주용화는 돌아서서 한 걸음씩 방으로 향했다.주용화의 그런 동작은 하지율의 눈에는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자기 심장을 밟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방문은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닫히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그 순간 하지율의 머릿속도 새하얘졌다.어쩌면 잠시 뒤 다시 만났을 때, 주용화는 모든 걸 잊어버릴지도 몰랐다.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도 그동안 겪었던 모든 아픔과 행복도 하지율을 그토록 깊이 사랑했다는 사실도 전부 잊게 될 것이다.하지율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텅 빈 거실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 똑딱똑딱 울렸다.그 순간, 주위는 너무 조용한 나머지 얼어붙은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하지율은 정신이 이상하리만큼 또렷한데 머릿속은 점점 텅 비어 갔고 결국 생기 없는 조각상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누군가 자신의 앞에 서고 나서야 하지율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하지율이 천천히 기계처럼 고개를 들자 시야에는 익숙하고 잘생긴 얼굴이 들어왔다.주용화는 고개를 숙여 하지율을 바라보고 있었고 검은 눈동자는 고요한 바다처럼 깊었다.“제가 지율 씨를 잊는 걸 원하지도 않으면서 왜 꼭 최면을 받으라고 하는 겁니까?”하지율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화야 씨... 기억을 안 잃었어요?”“네.”그러자 하지율이 급히 물었다.“최면을 안 받은 거예요?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나온 거예요?”주용화는 조용히 하지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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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6화

하지율은 고개를 돌려 윈터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윈터는 순간 당황하더니 곧 말했다.“전... 그냥 짐작해 본 거예요. 혹시 하지율 씨가 모르고 지나칠까 봐... 미리 말씀드리려고요.”하지율은 윈터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지난번에도 구현의 이상한 태도를 눈치채고 먼저 알려 준 사람도 윈터였다.그때 윈터가 알려 주지 않았다면 하지율은 지금까지도 주용화에게 속고 있었을 것이다.하지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알려 줘서 고마워요. 조심할게요.”그러자 윈터가 물었다.“주용화 씨도 알고 있나요?”“네. 알아요.”윈터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두 분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아이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하지율은 윈터를 한번 바라본 뒤 대답했다.“낳기로 했어요.”사실 이런 질문은 조금 선을 넘은 수준이었다.두 사람은 아직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윈터도 더 물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차린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서 주용화 씨가 최면을 받기로 한 거군요. 아이가 생긴 게 주용화 씨의 치료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축하드려요.”하지율이 윈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와 계속 하지율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하지율은 허리를 숙여 고양이를 품에 안아 올리며 웃었다.“얼룩아, 내가 올 때마다 넌 어떻게 알고 이렇게 오는 거지?”고양이는 하지율의 품에서 부드럽게 울며 한껏 애교를 부렸다.윈터는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 고양이가... 원래 이렇게 얌전했어요?”조금 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지율은 윈터가 최근 이곳에 자주 찾아와 구현과 의학적인 의견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하지율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네. 정말 순해요.”윈터는 손을 내밀어 보이며 난감하게 웃었다.“지난번에 너무 귀여워서 한번 쓰다듬어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할퀴더라고요.”하지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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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7화

주용화는 진열대에 놓인 아기 장난감을 하나 집어 이리저리 살펴봤다.“괜찮아요. 나중에 또 사러 오면 되죠.”아직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다 보니 주용화는 남자아이용과 여자아이용 물건을 각각 한 세트씩 골라 담았다.하지율은 아무리 주용화를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그냥 두기로 했다.그러고는 자신도 몸을 돌려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그런데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어느새 하지율도 쇼핑카트 세 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한번 시작하니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기에 결국 하지율도 아예 마음 놓고 쇼핑하기로 했다.산 물건이 너무 많아 직접 가져갈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은 직원에게 주소를 남기고 집으로 배송해 달라고 부탁했다.아직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하지율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주용화가 창가 의자에 앉아 펜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방 안으로 따뜻한 빛을 드리우고 있자, 그 빛 아래 주용화의 수려한 얼굴은 평소보다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주용화는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하지율이 깨어난 것도 모르는 듯했다.하지율은 멍하니 주용화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두 사람에게 정말 미래가 있다면 주용화는 분명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았다.하지율의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물렀던 걸까.주용화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하지율을 바라봤다.하지율이 깨어 있는 걸 보자 주용화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지율 씨, 깼어요?”주용화가 하지율 곁으로 다가오면서 말을 이었다.“뭐 먹고 싶어요? 제가 만들어 줄게요.”하지율은 탁자 위에 놓인 노트를 바라봤다.“아까 뭐 쓰고 있었어요?”하지율이 궁금해하자 주용화는 노트를 가져와 내밀었다.“우리 아기의 방을 디자인하고 있었어요. 아직 대충 틀만 잡은 건데 보고 더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 줘요.”그제야 하지율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하지율은 주용화가 또 일기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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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8화

주용화는 운전대를 꽉 움켜쥐며 대답했다.“지율 씨, 꼭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해야 해요?”그러자 하지율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야 씨도 알잖아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낼 수 있는 이유가 뭔지 말이죠. 어떤 일은 없었던 척한다고 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주용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답답하게 가라앉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한 채 단종건의 별장에 도착했다.윈터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율 씨, 주용화 씨... 오셨네요. 구현 선생님이 최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수고 많으세요.”윈터는 하지율을 한번 보고 무표정한 주용화도 바라봤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듯 조용히 옆에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옆쪽 덤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동시에 무언가가 튀어나와 하지율에게 달려들었다.주용화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하더니 날카로워진 시선과 함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하지율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주용화가 한 손으로 고양이의 목을 움켜쥔 뒤였다.그러자 하지율이 다급하게 외쳤다.“화야 씨, 빨리 놔줘요. 그러다 얼룩이가 죽겠어요!”하지만 주용화의 눈에는 서늘한 살기가 번지고 있었다.“지율 씨와 아이를 해치려고 했습니다. 이 자식은 그냥 둘 수 없어요.”고양이는 주용화의 손안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날카롭게 울어댔다.“오해한 거예요. 얘가 저를 해치려던 게 아니에요.”고양이의 움직임이 점점 약해지는 걸 보자 하지율은 놀라고 화가 나서 정신없이 말을 쏟아냈다.“이제는 고양이 한 마리도 못 견딜 정도로 이성을 잃은 거예요? 당장 놔줘요. 안 그러면 저 정말 화야 씨를 용서 안 할 거예요!”그제야 주용화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하지율을 바라보는 주용화의 눈빛에는 상처받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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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9화

손형원은 하지율의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질투가 나네요.”손형원은 하지율의 눈을 바라봤다.“주용화는 어떻게 지율 씨에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아무리 상처를 주고 밀어내도 그 밑바탕에는 여전히 사랑이 깔려 있었다.하지율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형원은 최면실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주용화가 최면을 받겠다고 한 건, 애초에 최면이 자기한테 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서일 겁니다. 저런 사람은 본인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최면을 성공시키기 어렵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손형원은 더 이상 붙잡지 않았고 하지율을 깊이 바라본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윈터도 밖으로 나와 하지율과 함께 기다렸다.세 시간이 지난 뒤, 주용화가 다시 최면실에서 나왔다.주용화는 본능적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가 하지율의 눈에 어린 실망을 마주했다.그 순간, 주용화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지율 씨는... 그렇게까지 제가 지율 씨를 잊었으면 좋겠습니까?”그러자 하지율이 대답했다.“네.”주용화가 다시 말했다.“제가 지율 씨를 잊으면 우리는 완전히 남이 됩니다.”하지율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화야 씨, 이제 그만 버텨요. 그냥 저를 잊어요.”주용화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두 번째 최면이 끝난 뒤, 가까스로 누그러졌던 하지율과 주용화의 관계는 다시 예전처럼 얼어붙었다.그리고 윈터에게서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독극물을 먹고 죽을 뻔했다는 전화를 받은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최악으로 치달았다.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변명할 생각이 없는 주용화였다.사람 목숨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용화에게 고양이 한 마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하지율에게는 설명했다.“제가 한 짓이 아니에요.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면 굳이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었겠죠.”하지만 하지율은 주용화의 말을 아예 상대하지 않았고 다음 날 바로 단종건의 집으로 고양이를 보러 갔다.고양이를 보러 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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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0화

하지율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윈터를 바라봤다.“당신은... 함우민 씨에요?”그러자 함우민은 웃으며 대답했다.“지율 씨, 얼굴이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저를 알아봐 줘서 기쁘네요.”하지율은 눈앞의 윈터가 함우민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어떻게... 살아 있는 거죠?”그 순간, 윈터의 눈빛이 기괴하고 일그러졌다.“제가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이 꼴로 사는 게 죽은 거랑 뭐가 다르죠? 그때 불이 나면서 얼굴이 거의 다 타 버렸어요. 그때 제가 얼마나 아팠는지... 지율 씨는 모를 거예요.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 불 속에서 죽었을 거라고요!”말을 이어 갈수록 함우민의 감정은 점점 격해졌다.눈빛은 광기에 휩싸였고 하지율을 바라보는 시선은 소름 끼칠 만큼 번뜩였다.“윈터를 완전히 대신하려고 그 자식을 납치했어요. 얼굴도 윈터처럼 성형했고 성별 정정 수술까지 받았죠. 하지만 윈터를 죽일 수는 없었어요. 제가 들키지 않으려면 그 사람에게 치료 계획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물론 저도 계속 병리학을 공부했어요.”함우민은 광기 어린 눈으로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율 씨한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제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난 다 할 수 있다고요!”하지율은 아랫배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걸 느꼈다.방금 함우민이 건넨 물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함우민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다.“그 아이는 태어나면 안 돼요. 아이까지 생기면 주용화는 평생 지율 씨를 놓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주씨 가문에는 유전병도 있잖아요. 그 아이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열등한 유전자는 애초에 이어져선 안 돼요. 지율 씨, 아이가 갖고 싶으면 우리 아이를 가지면 돼요. 제 유전자는 이미 보관해 뒀어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우리도...”하지만 하지율은 더 이상 함우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이 아이를 잃어서는 안 됐다.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했다.함우민이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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