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과의 이혼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지금은 아픈 탓인지 마음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지후야, 지후야, 내 말을 듣고 있어?”임채아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방해하자 정신을 차린 고지후는 마음속의 이상한 감정도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율에게 전화해서 당장 여기 오라고 해.”임채아는 고지후가 하지율에게 따져 물으려는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고지후의 전화를 받은 하지율은 아침을 먹고 나서야 느긋하게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임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지후야, 한 입만 먹어. 아무것도 안 먹으면 언제 다 낫겠어?”잠시 후 남자의 다소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 입맛 없어.”임채아가 계속 설득하려는데 하지율이 문을 두드린 뒤 병실로 들어갔다.그녀가 들어오자 고지후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스치며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에 머물렀다.하지율은 가방 하나만 들고 왔을 뿐 환자를 보러 오면서 그 흔한 꽃 하나 들고 오지 않았다.평소 그녀가 잘 만들어주던 약선 요리는 당연히 없었다.고지후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하지율은 눈앞의 상황을 살폈다. 임채아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죽을 들고 고지후에게 먹이려는데 그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은 듯했다.하지율은 임채아의 손에 든 죽을 보고 친절하게 귀띔해 주었다.“임채아 씨, 고지후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밖에서 사 온 건 안 먹어요. 직접 끓여주는 거면 먹을 거예요.”처음엔 고지후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몇 년간 하지율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에 입맛이 변했을 뿐.하지율을 보자 임채아의 표정이 차가워졌다.“하지율 씨는 지후에게 용서를 구하러 왔어요?”하지율이 담담하게 웃었다.“용서를 구할 사람은 저 남자지, 내가 아니죠.”하지율은 시선을 고지후에게 옮기며 무심하게 물었다.“고지후 씨, 지금 기분이 어때?”고지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만든 죽 먹고 싶어.”임채아의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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