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일에 집중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지후의 깊은 눈빛은 계속해서 하지율을 향해 있었다.그의 시선은 꿰뚫어 보는 듯했고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지율은 고지후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채아가 목이 말랐는지 말했다.“하준아, 물 좀 가져다줄 수 있어?”장하준은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지루해서 하품하고 있었다. 마침 핑계를 찾아 그 자리에서 떠나고 싶어 했다.장하준은 임채아의 말에 죄를 사면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내가 물 가져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말을 마친 그는 고지후를 돌아보았다.“지후야, 여기는 일 얘기 중인데 우리는 방해하지 말고 같이 가자.”고지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장하준을 따라나섰다.곡에 대한 논의를 모두 마친 것은 10분 정도 지난 후였다.하지율은 악보를 덮고 말했다.“임채아 씨, 더 볼 거 없으면 먼저 리허설하러 갈게요.”이미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다.호수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하지율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호숫물은 낮과는 달리 어둡고 사람을 삼킬 듯한 심연처럼 보였다.그때, 임채아의 부드럽고 무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율 씨, 아까 보셨죠?”그녀는 하지율을 보며 옅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지후는 무조건 내 편이에요. 나를 해치려는 사람은 절대 그냥 두지 않아요.”하지율의 표정은 담담했다.“고지후가 임채아 씨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어요. 굳이 저에게 자랑할 필요 없어요.”임채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교통사고 사건 때 지후는 나를 믿어줬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았어요.”“하지율 씨는 방금 그 피아니스트와 같아요. 내가 원하면, 지후는 언제든지 당신을 버릴 수 있어요.”“그리고, 나는 이미 당신의 새 스튜디오로 이사했어요...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지후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나에게 가져다줘요.”여기까지 말한 임채아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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