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581 - Chapter 590

827 Chapters

제581화

“지후야, 얼굴에 빗물부터 닦아.”고지후가 말했다.“수건은 하지율부터 줘. 난 괜찮아.”임채아의 웃음이 약간 굳었다. 하지만 곧장 하지율에게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하지율 씨, 먼저 닦으세요.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요.”하지율은 스스럼없이 수건을 받아서 들고 담담히 말했다.“고마워요.”온몸이 흠뻑 젖어 수건으로는 물기만 간신히 닦을 수 있었다.차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낀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조수석의 임채아가 물었다.“지율 씨, 제 외투 빌려드릴까요?”하지율의 미간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방금 본 임채아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렇다면 외투는...하지율의 시선이 임채아의 어깨로 갔다.예상대로 남성용 수트 재킷이 임채아의 어깨에 걸쳐 있었다.하지율은 그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쏟아지는 폭우와 고장 난 차 때문에 하지율은 고지후가 왜 이곳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지금 보니, 고지후는 임채아와 현성 대가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무엇을 하러 온 건지 굳이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가식적인 임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지율이 말했다.“좋아요.”하지율이 거절하지 않자 임채아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임채아는 외투를 벗어 들고 고지후를 돌아봤다.“지후야, 지율 씨가 온몸이 다 젖었는데, 네 외투 드려도 괜찮지?”고지후는 개의치 않았다.“상관없어.”임채아는 외투를 건네며 웃었다.“지율 씨, 이런 폭우에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또 선생님 뵈러 오신 거예요? 정말 뵙고 싶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아무래도 아는 사이니까 전해는 드릴 수 있어요. 괜히 무리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랑 선생님이 죄책감을 안고 가야 하니까요.”현성 대가가 그 말을 듣고서 하지율을 한번 쳐다볼 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율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임채아 씨는 제가 현성 대가님과 같은 자리에 있을 때마다 제가 선생님을 찾아온 거라고 단정하세요?” 그리고 가볍게 웃었다.“현성 선생님께서는 더는 제자를 받지 않는다
Read more

제582화

차 안 공기가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 하지율의 대답은 지나치게 도발적이었다. 동시에 임채아를 안중에 두지 않는 말투기도 했다.애초에 후배들의 설전을 굳이 신경 쓰지 않던 현성 대가도 미간을 찌푸렸다. 현성 대가가 하지율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하지율 씨, 어떤 때는 실력과 재능이 전부가 아닙니다. 난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대회 때마다 변수에 흔들려서 제 실력을 다 못 내는 경우가 있지요. 좌절 한 번에 그대로 꺾이는 사람도 있고요. 반대로 타고난 재능이 부족해도 여러 기회가 겹쳐 정점에 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성이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가끔은 운도 실력의 일부예요.”하지율은 말속의 숨은 뜻을 알아챘다. 임채아의 실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현성 대가를 만난 것이 곧 운이라는 것이다.반면 하지율은 재능이 있어도 결국 임채아보다 못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율은 담담하게 웃으며 받아쳤다.“선생님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네요.”현성 대가는 면전에서 자기 말을 반박하는 하지율을 쳐다보더니 이어서 물었다.“그럼 하지율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하지율이 젖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며 미소를 띠었다.“객관적 변수 때문에 연주가 흔들린다면, 제 생각엔 그건 실력이 아직 부족하고 재능도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운이 실력의 일부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아무리 좋은 운도 결국 소용없죠.”현성 대가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버렸다.하지율을 보는 시선에는 예리함과 차가움이 엿보였다.조수석의 임채아도 한동안 멍하니 말을 잇지 못했다.현성 대가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다니.현성 대가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는 있는 건지 싶었다.단종건과 연씨 가문도 현성 대가 앞에서는 예의를 갖춘다.임채아는 하지율이 배후만 믿고 나댄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비웃었다.차라리 지금처럼 현성 대가의 속을 긁는 것이 나았다.전문 영역에서만큼은 현성 대가의 영향력이 더 크니까. 하지율은 언젠가 지금 이 대가
Read more

제583화

“몇 년만 더 지나면, 세상이 가르쳐 줄 거예요. 그땐 이렇게 순진하게 말할 수 없겠죠.”...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지율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는데 한 사람이 급히 뛰쳐나왔다.“유소린?” 하지율이 놀라서 물었다.“그렇게 급하게 어디 가?”그 옆에 또 다른 실루엣이 등장했다.주용화가 말했다.“유소린 씨가 하지율 씨한테 계속 전화를 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차 위치를 찍어 봤더니 계속 제자리여서, 무슨 일 난 줄 알고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요.”유소린은 하지율이 멀쩡한 걸 보고서야 한숨을 돌렸다.“네 그림 관련한 소식이 들어와서 바로 전화하려고 했거든... 근데 핸드폰이 계속 꺼져 있었어. 밖에서 비도 퍼붓고, 괜히 사고라도 났을까 봐 걱정했지!”하지율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방전되어 꺼져 있었다. 요즘 일정이 너무 바빠 어젯밤에 충전을 깜빡한 모양이었다.하지율이 설명했다.“나는 멀쩡해. 오다가 차가 길에서 고장 나서 그래.”주용화의 시선이 하지율 어깨에 걸친 외투로 내려갔다.“어떻게 돌아온 거예요?”하지율은 숨기지 않았다.“오는 길에 고지후랑 임채아를 만났어요.” 간단히 상황을 들려주자, 유소린이 중얼거렸다.“재수 없네.”그리고 곧바로 이어 말했다. “지율아, 얼른 올라가서 샤워해. 감기 걸리겠다.”“응.”작업실에 도착한 하지율은 전용 휴게실 문을 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러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유소린은 늘 이렇게 세심했다.차를 한 모금에 다 마시자 몸에 따뜻함이 퍼졌다.휴게실을 나오니 유소린이 종이 몇 장을 들고 주용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하지율이 다가가며 말했다.“소린아, 생강차 고마워.”유소린이 웃었다.“내가 끓인 거 아니야. 화야 씨가 끓여 줬어.”“화야 씨가?”하지율이 주용화를 보며 살짝 놀랐다.주용화가 말했다.“작업실에서 제가 할 수 있
Read more

제584화

젊고 준수한 남자는 사무실에서 비서의 업무 보고를 듣고 있었다.단성훈이 문도 두드리지 않고 들이닥치자, 남자의 미간이 좁혀졌다.“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단성훈은 예법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저 들뜬 목소리로 단보현을 향해 말했다.“삼촌, 연정미가 갖고 싶어 하던 그 그림이 경매에 나왔어요! 지난번에 그 그림 소식 뜨면 바로 알려 달라고 하셨죠? 설마 잊은 건 아니죠?”연정미라는 이름이 나오자, 단보현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다음부턴 이렇게 성급하게 굴지 마.”단성훈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료를 내밀었다.“네. 삼촌, 이 그림 맞아요?”단보현은 대수롭지 않게 흘끔 쳐다보았다가 곧 눈빛이 달라졌다.“이게 그 그림 사진이야?”단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정미가 좋아할 만도 하죠.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당시엔 보고 놀랐으니까요. 아쉽게도 그때 경매에 나왔을 때는 나도 연정미도 사회생활 시작 전이었고, 가격이 너무 높아서 못 샀죠. 그때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하지만 세월이 꽤 흘렀는데도, 연정미는 그 그림을 잊지 못했다.일을 시작한 뒤로도 여러 번 사람을 보내 그림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단성훈이 말을 이었다.“듣자 하니 손형원이라는 친구가 명화를 많이 모은대요. 연정미랑 꾸준히 연락하는 것도 가문에 그림이 많아서 자주 불러서 같이 토론해서래요.”여기서 잠깐, 단성훈의 얼굴에 자랑스러운 표정이 비쳤다.“바이올린 말고도 연정미의 또 하나 큰 취미가 회화잖아요. 일반 작품도 지금 억 단위에 팔렸고 몇몇은 수천만 단위까지 올라가요.”단보현은 그림 자체에 큰 흥미는 없었다. 다만 연정미가 좋아하니 그 덕에 조금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눈앞의 사진을 한동안 보던 단보현의 눈매에 미묘한 감탄이 떠올랐다.“작품 좋다. 얼마 전 연정미가 아마추어 레이싱 시합에서 우승했는데, 아직 축하도 못 했어. 이 그림을 축하 선물로 줘야겠어.” 그 뜻인즉슨 이 그림을 꼭 손에 넣겠다는 것이었다
Read more

제585화

단성훈이 말했다.“맞선이요? 삼촌, 연씨 가문에 혼담 넣겠다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린다고 하지 않았어요?”단보현이 대꾸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연씨 가문에서 승낙도 없고 우리 단씨 가문이랑 혼약이 정해진 게 아니니까, 그건 없는 셈이래.”단성훈은 문득 떠오른 게 있는 듯 투덜거렸다.“말이 나와서 그러는 건데... 요즘 할아버지가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노망이 나신 것 같아요. 들은 얘긴데, 밖에서 있는 동안 어떤 여자를 알게 되셨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그 여자한테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사실 저랑 단진서는 그 여자가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으니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라고 해도 어느 정도 눈감아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단성훈이 잠깐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어서 얘기했다.“그 여자가 연씨 가문에서 나간 친딸이었어요.”단보현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연정미 위치를 위협할 수도 있고, 연정미에게 오점이 될 수도 있다는 그 여자?”단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원래 이름은 하지율인데 나중에 이름을 연소영으로 바꿨어요. 예전에 제가 그 여자를 연씨 가문에서 나가게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나타났네요.” 단성훈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지금은 할아버지를 어떻게 홀려 놓은 건지, 할아버지가 저보다 하지율을 더 예뻐한다니까요? 그 기세로 복수하고, 연정미까지 건드릴까 봐 걱정돼요.”단보현이 차갑게 말했다.“그럴 일은 없어. 설령 시도한다고 해도 내가 막을 거니까.”단성훈은 몇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심했다간 하지율에게 당할 수 있으니까.지난번에도 몰래 한 번 당하지 않았던가.“삼촌, 하지율은 삼촌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 연태훈 아저씨가 옛정 생각해서 하지율을 다시 연씨 가문에 들이려 하고 있고, 할아버지는 하지율한테 힘을 실어 주려고 예외적으로 공개 연회까지 여셨어요. 그리고...”단보현이 그 머뭇거림에 안색을 굳혔다.“그리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머뭇대는 게 무슨
Read more

제586화

하지율이 정기석에게 부탁해 경매회 입장권 몇 장을 구해 왔다.이번 경매는 비교적 평범해서 표 구하기가 쉬웠고 주요 작품도 서예나 회화였다.지난번처럼 귀한 물건들만 나오는 경매는 아니었다.이번엔 하지율, 유소린, 정기석뿐 아니라 강병주, 차연지, 화야까지 다 같이 구경하러 왔다.차연지는 경매가 처음이라 지금 무척 신기했다.강병주가 하지율의 왼쪽에 앉아 물었다.“지율아, 네 그림, 진짜 이번 경매에 나온 거야?”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틀리지 않을 거예요.”유소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율아, 미안해. 그때 나 도와주려고 돈 모으다가 결국 네 그림까지 팔게 됐잖아.”A대에 다닐 때, 하지율은 음악을 전공하고, 회화를 부전공으로 들었다.하지율은 음악 재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회화 재능도 매우 뛰어났다.하지율은 하이현에게서 교육을 받아 바둑과 서화에도 두루 능했다.하지율의 서예 또한 일품이라 할 만했다.마침 A대 부전공에 회화가 있어 하지율은 부전공으로 회화를 택했다.하지율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그림을 안 팔았으면 내 그림이 이렇게 비싼 줄 몰랐을 거야.”정기석은 사정을 대략 알아듣고 빛이 어린 눈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조사해 보니, 지율 씨의 작품은 현재 적어도 한 점당 억대예요.”그때 유소린 집안에 일이 생겨 급히 돈이 필요했다.하지율과 강병주는 생활비만 조금 남겨두고 남은 저축한 돈을 다 유소린에게 주었다.하지율은 예술을 전공했고, M국 생활비는 많이 들었으며, 그 무렵 연씨 가문과도 인연을 끊고 바깥에서 집을 맡아 살고 있었다.그래서 빨리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오래 버티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하지율은 자신의 그림을 팔았다.그동안 완성한 작품은 많지 않았고 하지율 스스로 만족할 만한 건 다섯 점뿐이었다.평소엔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에 썼고, 회화는 한가할 때 심신을 다스리는 용도였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첫 작품이 몇백만에 팔렸을 때도 하지율은 이미 무척 놀랐다.강병주도 원래
Read more

제587화

하지율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차연지가 궁금해했다.“지율 씨, 예전에 그림 팔 때 본명으로 팔았어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사실... 급하게 팔아서 무슨 이름으로 팔았던지 기억이 안 나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었다.“지율 씨가 쓴 이름은 ‘summer’였어요.”여러 사람의 대화를 듣던 주용화의 눈빛에 잠깐 생각이 스쳤다.그때 유소린이 뭔가를 발견한 듯, 하지율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지율아, 저쪽 봐... 저 사람, 연정미 맞지?”하지율이 시선을 돌리자 연정미가 앞줄로 걸어가고 있었다.유소린이 낮게 말했다.“어우, 단성훈도 왔네, 호구짓으로는 장하준이랑 용호상박이야. 엥, 그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단성훈이랑 좀 닮았는데, 형인가?”강병주는 멀리서 단성훈을 보자마자 입술을 꼭 다물고 단성훈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면, 하지율의 진심을 속이고 계산하던 단성훈에게 반드시 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정기석이 몇 번 살피더니 말했다.“저 사람 단보현, 단성훈의 삼촌이자 앞으로 단씨 가문의 가주가 될 사람이에요.”유소린이 중얼거렸다.“단보현…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하지율이 바로 떠올렸다.“... 어르신께서 나한테 소개해 주겠다고 한 맞선 상대야.”단종건은 원래 하지율과 단보현을 S시에서 만나게 하려 했지만, 단보현 쪽에 급한 일이 생겨 당장은 오지 못한다고 했다.단종건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보라 했고, 하지율은 조급하지 않았지만 단종건이 신경 써준 것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다, 그래서 이름이 낯익었구나.”강병주, 정기석, 주용화가 동시에 하지율을 바라봤다.“맞선?”강병주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단성훈에 때문에 단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만만치 않았다.“지율아, 단씨 가문 남자들은 믿을 만하지가 않아. 연애하고 싶으면 내가 강씨 가문에 돌아가서 더 나은 사람 소개해 줄게.”정기석은 하지율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가의 웃음을 조금 거두었
Read more

제588화

유소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연정미도 절친이 있어요?”정기석이 눈썹을 가볍게 올렸다.“왜 없겠어요? 곁에 있는 분들은 다 명문가 아가씨들이고, 용모나 재능이 연정미보다 못하지도 않아요.”“용모나 재능이 연정미보다 못하지 않다고요?” 유소린이 놀랐다.“연정미처럼 떠받들어지는 사람은 자기보다 뛰어난 친구는 절대로 안 사귈 줄 알았는데.”차연지가 고개를 갸웃했다.“왜요?”“비교되니까요.”유소린이 말했다.“꽃은 원래 잎이 받쳐주니까 더 아름다운 거예요. 특히 연정미처럼 명성을 챙기는 사람은 자기보다 더 뛰어난 친구를 사귀면 본인 지위가 흔들리게 되는 거 아니에요?”정기석이 웃었다.“맞는 말이긴 해요. 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자신보다 못한 친구를 곁에 두죠. 그런데 연정미는 아니에요. 왜일 것 같아요?”그때 하지율이 입을 열었다.“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죠.”정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옆에 아무리 뛰어난 친구가 있어도 자신이 눌리지 않는다고 믿는 거죠. 게다가 친구도 취향의 일부예요. 곁에 두는 사람들이 가문도 별로고 외모도 떨어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쟁쟁한 친구들을 두면 오히려 본인 가치를 올려 줍니다. 연정미한테는 또 다른 친구가 세 명 더 있는데, 다들 꽤 뛰어난 분들이에요.”강병주가 불쑥 물었다.“강영주도 있나요?”정기석이 강병주를 보더니 말했다.“강영주는 절친까진 아니고, 그냥 보통 친구 정도예요.”강병주는 그제야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또 다른 이들이 경매장에 들어왔다.주위를 둘러보던 유소린이 당장이라도 욕을 내뱉을 것만 같은 표정으로 얘기했다.“오늘 정말 운수가 안 좋네.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은 사람들만 만나지?”하지율이 고개를 돌리니, 고지후, 임채아, 장하준, 그리고 함우민이 보였다.하지율은 조금 의외였다. 함우민은 고지후, 장하준과 친하지만, 임채아가 있는 자리엔 대체로
Read more

제589화

임채아가 거기서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지후야, 하지율 씨가 갑자기 이혼하자고 한 게, 단종건 어르신이 뭔가 약속해 준 게 있어서일까?”고지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장하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라, 저번에 병원에서 봤던 그 꽃미남 아냐? 왜 하지율이랑 같이 있었을까? 지후야, 저 꽃미남, 하지율이 몰래 만나는 남자 친구 아니야?”임채아는 원래 주용화를 못 봤었다. 하지만 장하준의 말을 듣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주용화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릴 뻔했다.‘주용화가 왜 여기 있는 거지?’시선을 느낀 듯, 강병주와 얘기하던 주용화가 고개를 돌려 임채아 쪽을 바라봤다.하지만 임채아가 있는 걸 확인하고도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오히려 손을 살짝 흔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임채아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주용화,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주용화는 하지율 일행과 함께 앉아 있었다. 유소린과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말 거는 태도를 보아하니 꽤 친해진 모양이었다.임채아은 문득 그날 병원에 찾아왔던 주용화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스쳤다.‘깜짝선물이 이거였어? 이건 선물이 아니라 그냥 사람 놀리는 거잖아!’장하준은 주용화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욕설을 내뱉었다.“저 꽃미남 자식, 일부러 우리 도발하네!”장하준은 주용화의 미소를 도발로 받아들였고, 벌컥 화를 내며 거친 말을 연달아 내뱉었다. 마지막에는 아예 주용화에게 중지까지 세워 보였다.옆에서 지켜보던 임채아는 덜컥 겁이 났다.장하준이 감히 주용화를 도발하다니...“그만해, 하준아.” 임채아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장하준의 손을 잡아 말렸다.“곧 경매 시작해. 먼저 들어가 앉자.”그제야 장하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자리에 앉고서도 장하준은 불만스레 중얼거렸다.“함우민, 넌 저번 경매는 오지 않더니, 왜 이렇게 재미없는 경매에 와?”함우민이 웃었다.
Read more

제590화

‘그럼 하지율을 대놓고 제거하면 눈에 너무 띄니까, 몰래 독을 써서 없애려는 건가?’하지만 임채아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부정했다.하지율은 단종건과 자주 만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중독되면, 단종건이 금방 눈치챌 것이다.주용화는 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그렇다면 주용화가 하지율에게 다가간 진짜 목적은 뭘까?임채아가 온갖 상상을 굴리던 바로 그때, 경매가 정식으로 시작됐다.오늘 올라오는 작품은 대부분 서화 관련이다.장하준은 이런 쪽엔 전혀 흥미가 없어 조금 보더니 하품만 연발했다.하지율은 서화에도 꽤 조예가 있어, 흥미롭게 살폈다.유소린이 중얼거렸다.“대충 휘갈긴 글자인데도, 억대로 팔리네. 진짜 날강도가 따로 없어.”현대 명인의 작품은 낙찰가가 대체로 억대에 달한다.고대 명인의 작품은 현대 명인 작품의 10배 이상이다.당연히 시대가 오래될수록 값은 더 비싸다.정기석이 말했다.“지난번 경매에는 못 미쳐도, 이번도 수준이 높아요. 당나라에서 건너온 서화가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하지율이 정기석을 보았다.“기석 씨, 이런 것도 아세요?”정기석의 눈빛이 은은하게 빛났다.“조금은요.”유소린이 고개를 들이밀었다.“기석 씨는 완전 전설 속의 유니콘 같은 남자네요?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요?”정기석이 말했다.“뭐든 조금씩은 알긴 하지만, 뭐든 깊게 알지는 못해요.”유소린이 호탕하게 웃었다.“너무 겸손 떨지 말아요. 아는 게 많으면 좋은 거죠. 우리 지율이도 아는 게 많으니까, 두 사람 공통점이 많겠어요.”정기석이 하지율을 한 번 보며 흥미를 띠었다.“그래요? 지율 씨는 음악이랑 회화 말고 또 무엇을 하세요?”유소린이 막 대답하려는데, 사회자 목소리에 갑자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이어서 소개할 작품은 화가 Aurora의 최신작입니다. Aurora의 그림이 개성이 매우 뚜렷해서 AI도 흉내 내기 어려운 스타일로 유명하죠.”동시에 사회자가 작품을 덮은 검은 천을 확 젖혔다.조명이 켜지고 한 폭의 아름
Read more
PREV
1
...
5758596061
...
8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