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차연지가 궁금해했다.“지율 씨, 예전에 그림 팔 때 본명으로 팔았어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사실... 급하게 팔아서 무슨 이름으로 팔았던지 기억이 안 나요.”정기석이 가볍게 웃었다.“지율 씨가 쓴 이름은 ‘summer’였어요.”여러 사람의 대화를 듣던 주용화의 눈빛에 잠깐 생각이 스쳤다.그때 유소린이 뭔가를 발견한 듯, 하지율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지율아, 저쪽 봐... 저 사람, 연정미 맞지?”하지율이 시선을 돌리자 연정미가 앞줄로 걸어가고 있었다.유소린이 낮게 말했다.“어우, 단성훈도 왔네, 호구짓으로는 장하준이랑 용호상박이야. 엥, 그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단성훈이랑 좀 닮았는데, 형인가?”강병주는 멀리서 단성훈을 보자마자 입술을 꼭 다물고 단성훈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면, 하지율의 진심을 속이고 계산하던 단성훈에게 반드시 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정기석이 몇 번 살피더니 말했다.“저 사람 단보현, 단성훈의 삼촌이자 앞으로 단씨 가문의 가주가 될 사람이에요.”유소린이 중얼거렸다.“단보현…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하지율이 바로 떠올렸다.“... 어르신께서 나한테 소개해 주겠다고 한 맞선 상대야.”단종건은 원래 하지율과 단보현을 S시에서 만나게 하려 했지만, 단보현 쪽에 급한 일이 생겨 당장은 오지 못한다고 했다.단종건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보라 했고, 하지율은 조급하지 않았지만 단종건이 신경 써준 것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다, 그래서 이름이 낯익었구나.”강병주, 정기석, 주용화가 동시에 하지율을 바라봤다.“맞선?”강병주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단성훈에 때문에 단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만만치 않았다.“지율아, 단씨 가문 남자들은 믿을 만하지가 않아. 연애하고 싶으면 내가 강씨 가문에 돌아가서 더 나은 사람 소개해 줄게.”정기석은 하지율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가의 웃음을 조금 거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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