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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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이 ‘밤의 빛깔’은 그동안 나온 summer의 모든 작품 가운데서 인물이 등장하는 단 하나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 속 인물이, summer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화가가 평생 붙잡지 못했던 첫사랑일까요?”사회자는 이 그림과 얽힌 사연을 한껏 부풀리며, summer의 창작 배경을 제멋대로 만들어 사람들 앞에서 늘어놓았다.유소린은 객석에서 그 말을 들으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들, 스토리를 참 잘 지어내네. 첫사랑까지 만들어 버리다니, 작가 했으면 대성공했을 텐데.” 정기석이 웃으며 말했다. “약간의 스토리를 보태야, 더 비싼 값에 팔리죠.”유소린이 말했다. “화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면서, 첫사랑이나 운운하다니... 정말 할 말이 없네요.”그때 내내 그림을 살피던 주용화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림 속 인물... 지율 씨 본인인가요?”유소린이 주용화를 돌아보며 감탄했다. “화야 씨, 눈썰미가 대단하시네요. 이것도 알아보셨어요?”주용화가 웃었다. “요즘 지율 씨가 바이올린 연주하는 뒷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그림 속 인물이 지율 씨와 많이 닮았어요.”무대 위에 걸린 그 그림에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달빛 아래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여인은 뒤뜰에 서 있었고, 맑은 달빛이 몸 위로 흘러내려 바닥에 은은한 그림자를 깔아 놓았다.그 뒤의 풍경은 고요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정자가 우뚝 서 있었다.산들바람이 여인의 긴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었고 원피스 자락도 바람을 타고 가볍게 흔들렸다.한 편의 시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정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뒷모습만으로도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켜 당장이라도 얼굴을 확인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차연지도 그림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그림 속 사람이 정말 지율 씨예요?”강병주와 유소린은 하지율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그림 속 인물이 하지율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차연지는 하지율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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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지금 상황으로 보면 40억으로는 분명히 모자랐다.60억으로도 힘들 것이다.이 그림은 확실히 하지율이 판 작품들 가운데 가장 비싸게 거래된 편이었는데 그때 가격은 한 4천만 원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이렇게까지 가격이 치솟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율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원래는 이렇게 큰돈을 들여 자기 작품을 다시 사 올 생각이 없었다.그런데 이 그림은 달랐다.캔버스 속 인물은 하지율 자신이니까 말이다.자기 초상화가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 감상 되고 수집된다고 생각하니, 묘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래서 이 작품만큼은 되찾고 싶었다.하지율이 이를 악물었다. “그럼 100억까지 올리자.”100억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유명한 고대회화도 그 정도 가격이면 쉽게 사들일 수 있었다.강병주가 말했다. “마음 놓고 입찰해. 나도 현금이 좀 있으니까 100억을 더 보태도 문제없어.”강병주는 아직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사업이 잘 풀려서 돈을 꽤 많이 모았다.하지만 회사에서 독립해 작업실과 팀을 꾸리고, 연주회까지 열면서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았다.지금 손에 남은 현금은 100억을 조금 넘기는 수준뿐이었다.유소린이 곧장 말했다. “두 사람 몫을 합치면 모두 200억이네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요.”하지율이 말했다. “정말 이 그림을 되찾고 싶은 건 맞지만, 200억을 쓰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일단 그만두는 게 낫겠어요.”강병주가 말했다. “이건 네 초상화인데 남 손에 가 버리면 좋지 않지. 200억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하지율이 말했다. “일단 상황부터 좀 볼게요.”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하지율의 작품 가격은 벌써 60억까지 올랐다.그러자 60억 이상을 부르는 사람이 적어졌다.하지율은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아마 100억이면 어떻게든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화가들은 자기 작품이 비쌀수록 좋다 생각하겠지만, 지금 하지율은 오히려 조금 더 싸게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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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이렇게까지 가격이 오르다니...돈이 남아도는 건가?그 상황을 보고 하지율이 낮게 일렀다. “선배, 더 올리지 마세요. 이 그림 팔 때는 4천만 원밖에 안 했어요. 160억을 내느니 차라리 안 사고 말죠.”강병주가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 이어서 강병주가 하지율의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지율아, 돈은 걱정하지 마. 아버지께 빌리면 돼.”하지율이 말했다. “선배, 이 그림은 정말 이렇게까지 받을 값이 아니에요.”그때 사회자가 다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160억, 더 올리실 분 있나요? 160억 한 번...”내내 말없이 있던 정기석이 갑자기 패들을 들어 올렸다.“180억.”하지율과 유소린이 살짝 멈칫하며 정기석 쪽을 바라보았다.하지율이 말했다. “정기석 씨, 돈을 그렇게 많이 쓰실 필요 없어요. 이 그림은 애초에 그럴만한 가치가 없어요.”정기석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그래요? 가치가 없다고?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거죠.”저쪽에서 180억까지 부르는 걸 보고 단성훈도 망설이기 시작했다.돈이 없지는 않았지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이 그림은 이미 본래의 가치를 넘었다.손형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단출한 그림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금액까지 뛰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손형서가 조심스레 말했다.단성훈이 주먹을 꼭 쥐었다. “안 돼, 연정미 초상화가 다른 손에 넘어가게 둘 수 없어.”손형서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이게 연정미 초상화야?”단성훈이 말했다. “그림 속 여인의 뒷모습, 연정미 뒷모습하고 닮았다고는 생각 안 해?”단성훈의 말에 손형서가 그림으로 시선을 옮겼다.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말을 듣고 보니... 연정미 뒷모습이랑 꽤 비슷하네. 근데 정미 초상화가 어떻게 여기 나와?”단성훈이 말했다. “누가 알겠어? 아마 이 summer라는 사람이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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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200억 나왔습니다!”고요하던 경매장이 순식간에 술렁였다.summer는 이름을 알린 지 몇 해 되지도 않았고, 대가로 불리는 화가도 아니었다. 작품값이 아무리 높아도 낙찰가가 200억까지 치솟는다니, 이건 너무 과한 숫자였다.그런데 연정미의 호가가 끝나기가 무섭게, 함우민이 패를 들어 올렸다.“210억.”옆자리에 앉아 있던 고지후, 장하준, 임채아가 동시에 함우민을 바라보았다.장하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민아, 흥분하지 마. 200억을 들여서 이런 걸 사겠다고? 호구야 뭐야?”함우민은 담담히 웃었다. “이 그림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라서.”장하준이 투덜거렸다. “근데 아까 하지율 쪽에서 올릴 때는 가만히 있더니?”연정미가 함우민 쪽을 힐끗 보고 다시 패를 들었다.“240억.”“260억.”단성훈이 함우민을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았다. “저 함우민, 연정미랑 기싸움하나?”연정미는 이 그림을 몹시 좋아했고, 200억까지는 감당할 수 있었다.다만... 그 이상이면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십여 미터 길이의 고대회화 대작도 기껏해야 200억 대다.이 단출한 그림이 200억을 찍은 건, 그저 이 그림에 대한 애정이 얹혀 있기 때문이었다.연정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더는 값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바로 그때, 한동안 말이 없던 단보현이 패들을 번쩍 들었다.“300억.”정기석도 패를 들었다. “320억”경매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모두가 믿기 힘든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하지율과 유소린도 서로 시선을 주고 받았쳤다.차연지가 말했다. “지율 씨 작품, 인기가 정말 대단하네요?”유소린이 입꼬리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연정미가 지율이가 이 그림을 원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경쟁하는 것 같네요. 하지율 초상화인데, 왜 굳이 가로채려고 하는지.”유소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차연지는 시선을 연정미 쪽으로 돌렸다.각도 때문에 연정미의 뒷모습만 눈에 들어왔다.차연지는 다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착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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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잠깐 생각하더니 하지율이 덧붙였다. “기석 씨 개인 초상화도 가능해요.”정기석이 눈썹을 가볍게 올렸다. “초상도 그릴 줄 알아요?”유소린이 싱글벙글하며 친구 자랑을 늘어놓았다.“하지율이 그린 초상화는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생생해요. 나랑 강병주 선배는 여러 장이 갖고 있죠.”정기석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좋습니다. 약속하시죠.”“약속드릴게요.”그 말과 함께 정기석은 더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유소린은 함우민이 계속 응찰하는 걸 보고 낮게 물었다. “하지율, 함우민 씨한테 한마디 해서 더는 부르지 말라고 할까?”지금 이 그림, 벌써 400억까지 올라가 있었다.가난이 상상력을 가둔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할 판이었다.자본가들에게 돈은 그저 종잇장인가?하지율이 말했다. “함우민 씨가 이번에 경매장에 온 이유가 그림 하나를 위해서라고 했어. 보아하니 바로 이 그림 같아. 솔직히 말하면, 정말 이 그림이 갖고 싶은 거라면,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모르겠어.”설령 원작자가 자신이라고 알려 준다 해도, 함우민이 곧이곧대로 믿어 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유소린이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가 먼저 낙찰할 때 함우민 씨는 꿈쩍도 안 했어. 별로 살 생각이 없어 보였거든. 그런데 단성훈 쪽이 치고 나오자마자 갑자기 입찰을 시작했지. 내 생각에는... 그림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가격을 부르는 거야. 아니야?”하지율이 갸웃거렸다.“나 때문에?”“그렇지, 네 편을 들어 주겠다는 거지 뭐. 하지율, 함우민 씨는 사실 너한테 꽤 잘해주잖아. 너도 느끼지 않아?”하지율이 대답했다. “함우민 씨가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윤택이를 봐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우민 씨는 장하준이나 고지후처럼 행동하지 않으니까 나를 조금 더 챙겨 준 거고. 그리고 나는 우민 씨 친구의 전처잖아. 나를 좋아할 리가 없지.”유소린은 답답해서 속이 타들어 갔다.하지율은 왜 늘 이렇게 단순하게만 보려고 할까.유소린이 더 말하려는 찰나, 하지율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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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원래 유소린과 강병주는 약간 미련이 남아 있었다.그들은 하지율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힘을 합쳐 200억을 마련해 하지율의 답답한 속을 좀 풀어 주자고도 했었다.하지만 그림 한 점에 600억을 쓰겠다니.그건 호구 소리도 아까운, 무모한 짓이다.차라리 단보현 쪽이 600억을 쏟아부어 이 그림을 낙찰받게 만드는 편이야말로 진짜 속이 시원했다.모두가 이제 곧 망치 소리가 떨어지겠구나 싶던 바로 그때, 객석 한쪽 구석에서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가 회장을 갈랐다.“1000억!”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패를 든 남자 쪽으로 꽂혔다.스무 살 언저리로 보이는 평범한 청년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면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사회자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정말... 잘못 부르신 게 아니십니까?”청년이 미소를 지었다. “저희 선생님께서 이 그림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 오라고 하셨습니다.”그리고 단보현이 있는 방향을 향해 물었다.“단보현 씨, 더 호가하실 건가요?”단보현은 연정미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을 수 있었다.어차피 부족한 게 돈은 아니었으니까.다만 600억은 이미 한계였다.그림 한 점에 1000억 이상을 지르다니.그렇게까지 미쳐있지는 않았다.단보현은 가격을 더 올릴 생각이 없었다. “그쪽 ‘선생님’께서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양보하겠습니다.”그 정도 액수를 던져 그림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뒷배경은 결코 단씨 가문에 못지않을 터였다.단보현이 물었다. “실례지만, 그 ‘선생님’이 누구신지 여쭤도 될까요?”청년은 미소만 남기고 공손히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신분을 밝히기 곤란한 분입니다.”그리하여, 하지율의 ‘밤의 빛깔’은 정체를 숨긴 누군가에게 1000억이라는 값으로 낙찰되었다.뒤이어 수장 가치가 높아 보이는 고화 몇 점이 더 나왔으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그 미스터리한 남자에게 쏠려 있었다.낙찰가도 하나같이 시시했고, 경매는 묘한 기류 속에서 막을 내렸다.문을 나서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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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단종건은 문책은커녕, 단성훈한테 하지율에게 사과하라고까지 했다.이로 보아, 하지율이 얼마나 든든한 힘을 등에 업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그들은 함께 단보현의 차에 올랐다.차가 떠나기 전, 단보현이 연정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연정미가 손형서를 보며 말했다. “형서야, 우리 아빠가 너 못 본 지 오래되었다고 보고 싶어 하셔. 우리 집에서 지내다 갈래?”손형서는 마다하지 않았다. “좋아.”차가 천천히 출발했다.조수석에 앉은 단성훈은 잠시 전 그 의문의 낙찰자를 떠올리며 물었다. “삼촌, 그 그림 가져간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몰라.”단성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요. 그런 큰돈을 들여서 그 그림을 사 가다니, 나중에 분명 후회할걸요.”연정미가 말했다. “돈이 넘치는 쪽이라면, 그 정도 돈은 취미생활에 쓰는 용돈일 수도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길 거야.”연정미 역시 그 그림을 무척 좋아했고, 200억까지는 낼 수 있었다.물론 작은 돈은 아니지만 살짝 속이 쓰리긴 해도, 감당 못 할 액수는 아니었다.아쉬운 건, 그동안 모아 둔 저축이 고작 그 정도라는 점뿐이었다.아버지나 오빠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으니, 거기까지가 한계였다.그 그림은 연정미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오래 품어 온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은 한 번도 연정미의 마음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기회가 된다면, 정말로 summer를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다.하지만 summer는 너무나도 신비로웠다.오랫동안 수소문했지만 끝내 아무 소식도 잡히지 않았다.신비로운 사람을 떠올리다 보니, 또 다른 얼굴이 스쳤다.연정미가 물었다. “성훈아, 지난번에 부탁한 레이싱 신 X 말이야, 소식 있어?”“레이싱 신 X?” 단보현은 비록 프로 무대에서는 물러났지만, 한가할 때면 레이싱을 여전히 챙겨 봤다.그래서 연정미의 물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누군데?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단성훈이 곧바로 말했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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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손형서가 호기심 가득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이 얘기를 꺼내자, 단성훈 눈빛에도 약간의 흥분과 동경이 비쳤다.“X가 두 쪽 팀 사이를 그대로 가르며 지나갔어. 차들 중 누구도 X의 차 옆면조차 스치지 못했지! 가장 놀라운 게 뭔지 알아? 성휘재가 쫓아갔는데, 끝내 따라잡지 못했대!”손형서와 연정미는 절친이고, 연정미가 레이서라서 손형서도 레이싱을 좀 안다.손형서가 놀랐다. “성휘재가 프로 레이싱 일인자 아니야? 그 사람이 못 이기는 상대가 있어?”옆자리의 연정미가 설명했다. “정식적인 개인전이면 성휘재가 꼭 X에게 질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런데 개인전하고 팀전은 달라. 팀전은 팀 합을 맞춰야 하고,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 순위별로 점수를 합산해. 그래서 성휘재라도 처음부터 단독 질주만 할 수는 없고, 팀과 합을 맞춰야 해.”단합정신이 없는 사람은 팀전에 어울리지 않는다.단성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정미 말이 맞아. 순수한 기술로만 보면 X는 성휘재 상대가 아니야. 경기의 흐름이 깨지자마자 성휘재가 바로 추격에 들어갔거든. 꽤 뒤처져 있었는데도 운전 실력이 워낙 탄탄해서 X가 도망을 못 갔어. 거의 따라잡히려던 순간 X가 시내로 파고들었지.”손형서가 이야기에 빨려 들었다. “그다음은?”단성훈이 말했다. “X는 운전 기술은 성휘재에 못 미치지만 두뇌 회전이 아주 빨라. 주변 차량과 지형을 이용해서 성휘재를 떨어냈어. 이 몇 해 동안 성휘재는 거의 무패였고, 누구한테도 진 적이 없지. 상대가 지형 이점을 활용했다고 해도 객관적 변수가 뭐가 됐든, 진 건 진 거야. 그래서 성휘재가 속이 안 풀려서 X에 대한 정보를 사방으로 캐기 시작했어.그 결과...”이번에는 단보현도 못 참고 입을 열었다. “숨은 고수였어?”단보현 역시 객관적 이유가 뭐든 패배는 패배라는 관점을 인정한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 법이니까.단성훈이 한숨을 쉬었다. “고수는커녕, 운전 막 배운 초보 같았대.”“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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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하지율, 잠깐만.”하지율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야?”고지후가 말했다. “잠시 시간 괜찮아? 같이 윤택이 데리러 갈래?”하지율이 되물었다. “혼자서는 못 가?”고지후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아버님께서 윤택이를 데려가신 지 꽤 됐어. 매번 데리러 가면, 연 선생님이 항상 좀 더 기다리라고만 하셔.”하지율은 비웃음 섞인 어조였다. “고지후, 스스로 말해 봐. 대체 몇 번이나 윤택이를 잃어버렸는지 기억은 해? 평소에 그렇게 아이를 대충 돌보는 거야?”고지후가 말했다. “오해야. 이번엔 내가 아이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연태훈 선생님이 고씨 가문 자택에 오셔서 며칠 윤택이를 돌보겠다고 하셨고, 어머니가 허락해서 데려가신 거야.”최혜은은 예전부터 연씨 집안과 인연을 맺고 싶어 했다. 이제 연태훈이 고윤택의 외할아버지라는 걸 알자, 며칠 보내는 건 당연하고, 아예 연씨 가문에 넘겨도 된다는 식이었다.하지율도 최혜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연태훈의 성정 또한 누구보다 잘 알았다.연태훈이 고윤택을 데려와 연씨 가문에서 지내게 하려 한다면, 쉽게 내보낼 리 없다는 것쯤은 뻔했다.고지후가 데려오지 못한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하지율이 말했다. “알겠어.”고지후가 물었다. “네가 나한테 올래?”하지율은 고지후 차를 타고 싶지 않았다.차 안에 보기만 해도 불편한 장하준이나 임채아가 타고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임채아와 연씨 가문은 같은 단지에 살아, 길도 완전히 겹쳤다.하지율이 말했다. “지후 씨가 나한테 와.”임채아나 장하준이 함께 오면 거절하면 그만이었다.고지후는 잠깐 고요해지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전화를 끊고 하지율은 옆에 서 있던 유소린과 주용화에게 말했다. “먼저 윤택이 데리러 가야 해서, 둘은 못 바래다줄 것 같아.”그리고 강병주를 보았다. “선배, 두 사람 좀 부탁해요.”“그래.”하지율은 일행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떠나기 전, 정기석이 하지율을 향해 말했다. “지율 씨,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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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하지율이 약간 놀란 눈으로 고지후를 힐끗 보았다. “이것도 알아?”고지후가 말했다. “젊었을 때 몇 번 레이싱을 했어.”레이싱은 언제나 남자들에게 가장 큰 취미였다. 다른 건 끼어들지 못했다.하지율이 알기로, 연씨 가문의 세 형제 모두 레이싱을 탈 줄 알았다.예전에 연태훈의 서재에서 젊은 시절 레이싱 대회 우승 트로피와 사진도 본 적이 있었다.연씨 가문 저택에는, 연태훈의 차들이 마치 매장처럼 줄지어 있었고, 그 수량이 과하다고 생각될 만큼 많았다.연재영, 연상진, 연상준의 차 역시 전시장 같은 규모였다.연정미의 차는 그들보다 수는 적었지만, 장비와 세팅은 언제나 최상급이었다.연씨 가문 사람들은 연태훈의 레이싱 사랑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했다.하지율은 예전에는 자신이 레이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잠깐 배워 본 뒤로는 결국 그 유전자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바이올린과 레이싱 중에 고르라면, 하지율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여전히 바이올린이었다.고지후의 대답을 들은 하지율은 더 묻지 않았다.그런데 평소 말수가 적던 고지후가 이례적으로 말을 이어 갔다. “너도 레이싱을 알아?”하지율이 말했다. “조금은 알아.”고지후는 비가 오던 날, 하지율의 차가 시동이 꺼졌을 때, 하지율이 보닛을 열고 엔진을 살폈던 장면을 떠올렸다.처음에는 그저 겉만 슬쩍 보는 줄로만 알았다. 제대로 볼 줄 모를 수도 있다고 여겼다.하지만 지금 보니, 하지율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능숙했다.고지후가 시선을 돌려 하지율을 바라보았다.창밖 가로등 불빛이 얼룩처럼 흔들렸다.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드러난 단정한 옆얼굴이,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다.바로 이 순간, 곁에 앉은 사람이 낯선 사람인 것만 같았다.여러 외국어를 구사하고, 바이올린을 켜고, 레이싱까지 할 줄 알고...아직 고지후가 알지 못하는 면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왔다. 고지후는 하지율에게 호기심과 뜻밖의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다.마치 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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