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는 임채아가 예의 없이 멀뚱히 연정미만 바라보자 부드럽게 불렀다.“채아야?”임채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놀란 감정을 애써 숨긴 채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연정미 씨, 안녕하세요.”연정미는 그 무례함을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임채아 씨, 만나서 반가워요.”몇 마디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모두 각자 자리에 앉았다.임채아와 연정미가 모두 바이올리니스트다 보니 공통 화제가 적지 않았고 두 사람의 대화는 제법 유쾌하게 이어졌다.임채아는 속으로 약간 놀랐다. 연정미는 A대 출신은 아니지만 바이올린 실력이 높았고 식견도 상당히 높았다.음악에 대한 조예는 임채아보다 더욱 깊은 것 같았다.역시 명문가의 교육은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그럼에도 임채아는 연정미에게 질투심이 아니라 부러움만 느꼈다.격차가 너무 컸으니까 말이다.외모, 기품, 학력, 소질.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연정미가 압도적으로 우세였다.역시 명문가 아가씨 중에서 제일이라는 명성은 과장이 아니었다.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이어졌다.식사의 끝 무렵 고지후가 문득 입을 열었다.“연정미 씨,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연정미가 미소로 응했다.“지후 씨, 너무 사양하지 마세요. 전에 도움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제가 돕는 게 당연하죠.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돕겠어요.”고지후가 말했다.“연재영 씨가 심다희 씨와 약혼을 논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3개월 뒤에 채아가 음악회를 여는데, 그 특별 게스트로 심다희 씨를 모시고 싶습니다. 정미 씨가 한 말씀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그동안 고지후는 연씨 가문에 도움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 이 일을 언급한 건 바로 연정미에게 은혜를 갚으라는 뜻과 다를 바가 없었다.연정미는 곧장 승낙하지 않고 몇 초 동안 잠시 생각에 잠겼다.임채아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잠시 후, 연정미가 말했다.“우리 큰오빠가 심다희 씨와 약혼을 추진 중인 건 맞아요. 지금도 자세한 사항을 조율하고 있고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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