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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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유소린도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하지율이 정말 그 사람을 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지율이 그림을 배운 적이 있으니 혹시 알려나 싶은 마음이었다.예상을 깨고 하지율이 말했다. “알지.”모두의 시선이 하지율에게로 쏠렸다. Aurora의 정체는 정기석조차 몰랐던 부분이었다.유소린이 들떠서 물었다.“지율아, 너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알아? 혹시 Aurora랑 같이 그림 배운 거야?”하지율이 유소린을 바라봤다. “Aurora는...”하지율이 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이 하지율을 쳐다보았다.이윽고 하지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Aurora는 연정미의 영어 이름이야.”정기석은 그 말을 듣고 연정미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연정미였군요?”의외이면서도 따지고 보면 납득되는 사실이었다. 연정미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명문가 아가씨들은 서예나 회화가 기본 소양이었다. 어떤 이는 꽃꽂이나 현대 무용까지 익힌다. 만약 회사 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라면 경영 공부까지 더하곤 한다.들떴던 유소린은 찬물을 맞은 듯 싸해졌다. “아... 그랬구나.”유소린은 더는 뭐라 말하진 않았다. 연씨 가문 안에서 연정미는 먼저 나서서 하지율을 괴롭힌 적이 거의 없었고 겉으로는 서로 예의를 지켜 왔다. 그래도 화해는 애초에 불가능한 구도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연정미의 생모가 아니었다면, 하지율의 어머니가 그 오랜 시간 동안 가문을 떠나 살 일도 없었으니까.하지율의 어머니가 연태훈이나 연정미를 용서할 수 있었다면 죽기 전에는 연태훈과 마지막 인사를 했을 것이다. 연정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하지율은 그걸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연태훈의 거짓말 때문에, 하지율의 신분이 난처한 상태가 되었다.연정미가 스스로 본인이 진정한 사생아라고 밝히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의 관계는 진전이 있을 수 없다. 연정미가 그럴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불가능이다. 만약 연정미가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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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유소린은 고지후의 이 어이없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지후 뭐야? 연정미 그림까지 입찰하겠다는 거야? 언제 그렇게 친해졌다고?”유소린은 불평불만 하더니 다른 생각이 든 것인지 이어서 얘기했다.“설마... 연정미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하지율과 유소린은 서로 뭐든 털어놓는 사이다. 그래서 고지후가 하지율의 신분을 안다는 걸 유소린도 알고 있다.하지율의 얼굴에 잠시 떠올랐던 놀람이 가라앉았다. “지난번에, 특급 게스트 건으로 연정미 도움을 받으려고 연락했잖아. 이번엔... 그냥 개인적인 신세 갚으려는 걸 수도 있어.”유소린이 코웃음을 쳤다. “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네.”입찰 경쟁자가 붙는다고 해도 단성훈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워했다. 누군가 호가를 올린다는 건 연정미의 그림이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뜻이니까.단성훈이 자연스럽게 20억을 불렀다.고지후는 24억까지 올렸다.두 사람의 호가에 장내의 상당수 바이어들이 슬그머니 물러섰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이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몇십억이면 고대 서화도 살 수 있다. Aurora가 아무리 뛰어나도 골동품만큼의 컬렉션 가치는 없었다.물론 Aurora를 진짜로 좋아하고 이번 그림에 마음이 동한 구매자도 있었다.호가가 30억에 이르자 고지후와 단성훈은 더 올리지 않았다.사회자가 활짝 웃었다. “Aurora의 플로럴 오션은 도현준 씨가 30억에 낙찰받으셨습니다! 모두 축하해 주세요!”연정미의 작품이 끝난 뒤에도 고대 서화 몇 점이 잇달아 나왔다.다만 명인의 작품이 아닐 경우 최종 낙찰가는 20억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고 다 연정미의 그림보다 낙찰가가 낮았다.이를 지켜보던 유소린이 중얼거렸다.“뭐야, 연정미의 플로럴 오션, 딱 봐도 몇십억 값어치까진 아닌데? 결국 고지후랑 단성훈이 가격 올려 준 거 아냐? 산 사람만 손해 봤네.”약 한 시간이 흐른 뒤, 경매는 휴식 시간을 가졌다.오래 앉아 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리에서 일어나 공기를 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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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어깨는 넓고 다리는 길었으며 체구 또한 듬직했다.걸음걸이에서 저절로 풍겨 나오는 압박감은 마치 칼집에 든 날카로운 칼 같았다.하지율의 눈매가 가볍게 흔들렸다.단보현.단종건이 소개해 준 맞선 상대로, 단씨 가문의 명맥을 이을 사람.겉모습만 봐도 확실히 위압과 위엄이 있었다.하지율은 예의로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먼저 인사할 생각은 없었다.단보현이 사진을 본 적 없을 수도 있으니, 성급히 말을 건네는 건 너무 무례하니까 말이다.하지율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남자가 갑자기 불러 세웠다.“하지율 씨.”하지율이 우뚝 멈춰서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저를 아세요?”단보현이 하지율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고지후의 전 아내이자 고윤택의 어머니, 그리고 연태훈의 딸.”남자를 바라보는 하지율의 눈빛이 서서히 식어버렸다.왜인지, 머릿속에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한 조각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그 시절, 단성훈이 의도적으로 다가왔을 때, 잠깐 단성훈의 가족 이야기를 들어준 적 있었다.단성훈이 그랬다.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삼촌이라고.단보현이라는 삼촌은 뭐든 못 하는 게 없다고.단성훈의 꿈은 레이서가 되는 것이었고, 그 운전 또한 삼촌한테서 배웠다고 했다.그리고 툭 내뱉듯 한마디 덧붙였다. 삼촌이 연정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하지율이 이유를 묻자 단성훈은 슬쩍 화제를 돌리며 레이싱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하지율은 레이싱에 별 관심도 없었고 운전 실력도 그럭저럭이었디.그런데도 단성훈이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해 보라며, 자신이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성화였다.정을 거절하지 못한 하지율은 결국 수락했다.그 뒤로 단성훈은 자주 하지율을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레이싱 트랙으로 갔다.처음엔 운전 실력이 서툴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온갖 비웃음을 샀다.단성훈이 매번 친구들을 꾸짖었지만, 남의 입은 막을 수 없었다.그들은 단성훈 앞에선 조용했지만, 단성훈이 없는 자리에서 조롱을 이어갔다.“단성훈이 어떻게 너 같은 여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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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예선만 막 통과하고 본선 시작 전에, 그 일이 터졌다.연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하지율은 그 대회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애초에 단성훈 때문에 레이싱을 배운 거였다.단성훈이 보여 준 모든 호의가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단성훈이 좋아하는 건 다시 손대고 싶지 않았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초보였던 자신을 대회에 끌어들인 건, 창피 주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그 기억은 대충 6, 7년 전의 일이다하지율은 오래전에 잊고 지낸 일이 눈앞의 남자를 보자, 문득 또렷이 떠올랐다.차갑게 물었다. “단보현 씨, 무슨 일이죠?”단보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를 알아요?”“단보현 씨는 절 알아도 되고, 저는 단보현 씨를 알면 안 되나요?”한 번 마주쳤을 뿐이지만 이미 단보현에 대한 인상은 최악이었다.처음 보는 사이,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대놓고 상대의 신분을 읊는 건 예의가 아니다.게다가 들먹인 내용은 다 의미심장했다. 고지후의 전 아내, 재혼자라는 것.고윤택의 엄마, 이미 아이가 있다는 것.연태훈의 딸, 아무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첫 만남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이었다.여자의 표정이 싸늘해지는 걸 본 단보현은, 하지율이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걸 눈치챘다.‘꽤 영리하군. 단성훈이 당한 것도 이해가 가네.’단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무슨 꿍꿍이로 아버지를 파고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씨 가문은 당신 손바닥 위에서 굴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주변에 힘 있는 인맥 좀 안다고 배짱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경고하죠.”단보현이 잠시 말을 끊고 하지율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연정미와 거리를 둬요. 어설픈 수작 부리지 말고. 아무리 연태훈의 친딸이라고 해도 선을 넘으면 봐주지 않을 겁니다.”하지율은 알겠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또 연정미의 호구였군요.”단보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뭐라고요?”하지율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맑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틀렸나요? 연정미의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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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하지율의 고통을 눈치챘는지, 단보현의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걸렸다.그는 사냥감이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었다.하지율은 다른 손을 들어 단보현의 얼굴을 확 내리쳤다.하지만 단보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그 손을 붙잡았다.하지율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눈앞의 남자가 만만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아마 전문적으로 운동을 해 온 사람 같았다.하단을 노려 발길질을 하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발목이 움직이기 직전 단보현의 구두가 먼저 하지율의 발등을 짓눌렀다.하지율은 일반인으로, 무술 같은 건 익힌 바 없다.선천적인 체력도, 후천적인 능력도 단보현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단보현은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듯한 표정으로 하지율을 내려다봤다.“놓아줘요? 빌어 봐요. 빌면 놓아 줄게요.”눈앞의 단보현은 단성훈 옆에 들러붙어 있던 파렴치한 무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약자 괴롭히며 우월감이나 얻는 족속.예전에는 단성훈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만 생각했다.사실은 유유상종이었던 것이다.아니면 애초에 단성훈이 친구들을 시켜서, 일부러 하지율을 깎아내리게 만들고 자존감까지 흔들게 했던 걸지도.단성훈이 단보현을 존경한다더니.윗물이 썩어서 아랫물도 썩은 것이었다.하지율은 오히려 웃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성추행이야! 경매장에 변태가 있어요! 다들 와서 이 변태 좀 잡아 주세요!”고급스러운 경매장에 울려 퍼진 외침은 기묘할 만큼 날카로웠다.주변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우르르 이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단보현은 하지율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곤 전혀 예상 못 한 듯 멍해졌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가 단보현을 훅 밀쳐 버렸다.하지율의 손을 압박하고 발등을 짓누르던 힘이 드디어 사라졌다.“하, 하지율 씨, 괜찮아요?” 맑은 음색이 귓가에 흘렀다.하지율이 고개를 들었다. 깔끔한 선으로 그려진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화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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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화병이 단보현의 몸에 부딪친 뒤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쨍그랑!깨진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큰 소동에 사람들이 시선을 모았다.마침 하지율을 찾으러 나오던 함우민이 그 장면을 보고 급히 다가왔다.“지율 씨, 무슨 일 있었어요?”주용화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들어 함우민을 바라봤다. 기억 속의 함우민은 아까 고지후와 함께 온 사람이었다.유소린이 단보현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지율이를 성추행했어요!”단보현을 보는 함우민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단보현 씨, 여성에게 이렇게 하시는 건 너무 실례 아닙니까?”단보현이 얼굴의 물방울을 훑어 닦았다. 어둠 가득한 눈매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단보현이 입을 열고 비아냥거렸다.“애 딸린 재혼녀를 성추행했다? 그걸 누가 믿어?”유소린이 바로 발끈했다.“어휴, 누굴 깔보는 거야? 돌싱이면 뭐? 지율이가 예쁜 게 거짓말이 돼? 변태가 그런 거 따져가며 변태짓 해? 정말 발정 나면 돼지라도 껴안고 뽀뽀하더라. 우리 지율이는 젊고 예쁘니까, 돌싱에 애가 있어도 데려가겠다는 남자가 줄을 섰거든? 혹시 고백했다가 퇴짜 맞고 열 받아서, 헛소문 퍼뜨려서 지율이 자신감 꺾고 가스라이팅 해서 데려가 볼 생각이었지? 너같이 저급한 남자는 꿈도 꾸지 마. 지율이가 누구랑 결혼할 지는 몰라도 절대 너는 아니야.”그럴듯한 말에 구경꾼들이 하지율을 훑어보며 가만히 수긍했다.하지율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워 아이를 낳은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말 그대로, 이런 미모면 돌싱에 자녀가 있어도 청혼자는 넘칠 터.사람들 단보현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겉모습은 번드르르한데, 하는 꼴은 왜 저래?”“저 아가씨가 인기 많으니 질투해서 분풀이 하나 보지?”“아까 보니까 진짜로 손목을 꽉 잡고 안 놓더만... 낯짝도 두껍지.”어릴 적부터 천재나 남신 소리만 들어왔던 단보현은 항상 동경과 찬사의 시선을 받아왔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취급을 당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차가워진 단보현의 눈빛에 유소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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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하지율이 제 손목을 꼭 눌러 보았다. 멍이 한 바퀴 진하게 올라왔지만 뼈까지 다치진 않은 듯했다. “저 사람... 위험해.” 하지율은 멀어져 가는 단보현의 등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단성훈이랑은 달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유소린은 방금 전 그 남자가 자길 한번 훑어보던 눈빛을 떠올리자 등골이 싸늘해졌다. “지율아... 단종건 어르신한테 말해 놓을까?”“기석 씨가 말해 줬어. 단종건 어르신은 지금도 존경은 받지만 이미 사업에서는 손을 뗐대. 이제 권력을 쥐고 있는 건 단보현이야. 아무리 어르신이 움직여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거야.” 하지율이 잠깐 숨을 고르고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어르신이 날 위해 한 것도 이미 충분해. 정말로 자기 아들을 상대로 싸우라고 할 순 없지.”유소린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단씨 가문은 왜 그 어르신 빼고 죄다 글러 먹은 거야.”그때 함우민이 나직이 말했다. “지율 씨,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는 S시예요. 단보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제가 지율 씨를 다치게 두지 않겠습니다.”하지율이 함우민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고마워요, 우민 씨.”함우민은 속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가 힘을 뺐다. “지후랑 하준이를 봐서라도 지율 씨가 이런 일을 당하게 둘 순 없죠. 그런데, 지율 씨는 왜 이 경매장에 온 거예요?”“갖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어서요.”“공교롭네요. 저도 꼭 사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거든요.” 함우민이 눈빛을 스치듯 굴리며 미소 지었다.셋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정기석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까 이쪽이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 있었나요?”“전 먼저 갈게요.” 함우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매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뒤뜰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곧 쉰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새어 나왔다. “네가 전화를 다 하네. 내가 뭘 하면 되지?”함우민의 눈이 어둑한 빛을 띠었다. “단보현 차를 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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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함우민이 다시 경매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경매가 이미 재개되고 있었다.장하준이 함우민을 보자마자 방금 들은 소문을 신나게 풀어놨다.“우민아, 너 그거 아냐? 단씨 가문 후계자 단보현, 완전 변태래! 아까 사람들 떠드는 거 살짝 들었는데, 어떤 여자한테 성추핸을 했다나 뭐라나... 세상에. 생긴 거 보고 사람 믿으면 안 된다더니. 너 아까 잠깐 나갔다가 왔다며? 그 현장 봤어?”고회진, 임채아, 장하준 셋은 조금 전에 정원 쪽에 나가 있었다가 방금 경매장으로 돌아와 주변의 수군거림만 들은 참이었다.함우민이 아주 잠깐 멈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대충은 봤어.”“오, 역시! 얼른 말해 봐. 그 단보현이 얼마나 변태였는데? 그리고 그 여자, 예쁘긴 했냐?”“여자는 사람들에 가려져서 얼굴을 제대로 못 봤고.” 함우민이 속눈썹을 내리깔아 눈빛을 숨겼다. “단보현은...”함우민은 고의로 말을 흐려 장하준의 궁금증을 잔뜩 달궜다. 장하준 같은 타입은 입이 무거운 편이 아니라, 이런 얘길 알게 되면 반드시 술자리에서 가십거리로 풀어댈 것이다. 그 무리의 친구들도 입이 가벼운 건 매한가지. 한 달도 안 돼 상류층에는 단보현 얘기가 쫙 퍼질 거다. 함우민이 생각을 굴리는 사이, 장하준은 못 참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야야야, 빨리 말하라니까. 도대체 얼마나 변태야? 서른이 훌쩍 넘었는데 여친도 한번 없었다며. 예전부터 연정미 좋아한다고 쫓아다녔다더니, 그건 핑계고 사실은 그냥 변태 아니냐?”“...”함우민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장하준은 이미 상상을 끝냈다.“대충은 맞아.” 함우민이 짧게 대답했다.“아직도 중요한 걸 말 안 했잖아! 구체적으로 뭐가 변태냐고. 설마... 바지라도 내렸냐?” 장하준이 소름 돋은 듯 팔을 문질렀다. “말이 돼? 여기저기 CCTV인데 찍히면 끝장인데?”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손바닥을 쳤다. “아, 설마 노출증? 세상에, 그런 유형들 있대잖아!”“...”말을 아끼는 것이 장하준에게늨 상상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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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확실히 좀 의외였다.장하준이 단보현 쪽을 힐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단보현은 어디 간 거야? 경매 다시 시작했는데 왜 아직도 안 와?” 함우민은 아까 단보현의 옷이 물에 흠뻑 젖어 있던 걸 떠올렸다. “아마 옷 갈아입으러 갔을걸.”“뭐? 옷을 갈아입으러?!” 장하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남을 성추행해 놓고 옷부터 갈아입었다고? 설마...”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그는 미묘한 표정이 됐다.“혹시 바지가 더러워졌나? 헐! 멀쩡한 사람 같아 보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저급할 수가 있어! 아 진짜, 이제 그 인간 못 보겠다!”“우민아, 네가 아까 말했잖아. 그 정도로 얻어맞고도 안 가고 기억하겠다고 했다며... 설마 맞는 걸 좋아하는 거 아냐?”장하준의 말은 점점 과장이 더해졌다.그 옆에 앉은 사람들도 그가 마치 현장을 본 양 떠드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몇몇은 참지 못하고 속삭였다.“그 단보현, 진짜 그런 사람이었어? 역겹다...”“내 친구 딸이 그 사람 좋아한다던데, 안 되겠다. 이건 꼭 알려야 해. 이런 나쁜 남자한테 빠지면 어쩌라고.”“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너무 오버 아닌가?”“하지만 그게 스릴이잖아!”단보현이 옷을 갈아입고 경매장으로 돌아왔을 때였다.원래 평소 같으면 살갑게 말을 붙이던 사람들이 그를 보자마자 이상하리만치 입을 다물었다.공기가 잠깐 차갑게 굳었다.단보현은 미간을 좁혔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진 아직 몰랐다: 그래도 늘 시선 받는 데 익숙한 그는 태연히 자리에 앉았다.바로 옆의 연정미, 손형서, 단성훈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그들도 방금 전 소문을 들은 참이었다.단보현이 자리에 앉자, 단성훈이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삼촌, 아까 무슨 일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전부 삼촌 얘기하고 있던데.”단보현은 단성훈의 기묘한 낯빛을 보고, 조금 전 자신을 훑던 군중의 시선까지 떠올리며 얼굴을 굳혔다.“무슨 소리를 하던데?”“그게... 삼촌보고 맞는 걸 좋아하는 변태라고...” 단성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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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연정미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손형서가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예전에 다들 농담으로 성훈이가 정미의 약혼자라고 했었는데 하지율은 성훈이랑 같이 자버렸잖아. 지금은 보현 오빠랑 맞선 보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성추행 소동까지 냈네.”그녀가 장난스레 덧붙였다. “보현 오빠가 하지율과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될 판이야.”연정미는 단보현을 바라봤다.“오빠, 지율이는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어르신이 하지율을 두둔하시고, 또 오빠의 맞선까지 주선하신 걸 보면, 그만큼 하지율을 인정하신 거겠죠.”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사실 지율이에게도 장점이 많아요.”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성훈이 코웃음을 쳤다.“시골에서 자라다가 어떤 운으로 A대에 들어갔는지도 모를 애가, 무슨 장점이 있다 그래? 정미야, 지금 하지율 주변에 붙어 있는 사람들만 봐도 하지율 야망이 얼마나 큰 건지 보이잖아.”손형서는 놀란 눈을 했다. “하지율이 A대 졸업생이야?”단성훈은 시큰둥했다. “아마 운이 좋아서 붙었겠지 뭐.”연정미가 말했다.“A대는 운으로 붙을 수 있는 학교가 아니야.”단성훈은 그녀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정미야, 넌 하지율을 동생처럼 보지만, 그쪽은 너를 언니로 안 봐...”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연정미가 부드럽게 가로막았다.“됐어, 그 얘긴 여기까지만 하자.”연정미는 뒤에서 남 험담하기를 원치 않았다. “내가 지율이랑 각별하진 않아도, 원수인 것도 아니야. 어쨌든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잠시 망설이던 연정미가 단보현을 바라봤다.“오빠, 먼저 지율을 알아보시는 건...”단보현이 말을 끊었다. 깊은 눈빛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너 말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연정미는 살짝 멈칫했다.옆의 단성훈과 손형서는 동시에 서로를 보고, 곧 모르는 척 시선을 거뒀다.“오빠.” 연정미는 단호했다. “저한테 오빠는 정말 친오빠 같은 사람이에요.”이 말은 여러 번 했던 말이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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