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만 막 통과하고 본선 시작 전에, 그 일이 터졌다.연씨 가문에서 쫓겨난 뒤, 하지율은 그 대회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애초에 단성훈 때문에 레이싱을 배운 거였다.단성훈이 보여 준 모든 호의가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단성훈이 좋아하는 건 다시 손대고 싶지 않았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초보였던 자신을 대회에 끌어들인 건, 창피 주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그 기억은 대충 6, 7년 전의 일이다하지율은 오래전에 잊고 지낸 일이 눈앞의 남자를 보자, 문득 또렷이 떠올랐다.차갑게 물었다. “단보현 씨, 무슨 일이죠?”단보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를 알아요?”“단보현 씨는 절 알아도 되고, 저는 단보현 씨를 알면 안 되나요?”한 번 마주쳤을 뿐이지만 이미 단보현에 대한 인상은 최악이었다.처음 보는 사이,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대놓고 상대의 신분을 읊는 건 예의가 아니다.게다가 들먹인 내용은 다 의미심장했다. 고지후의 전 아내, 재혼자라는 것.고윤택의 엄마, 이미 아이가 있다는 것.연태훈의 딸, 아무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첫 만남부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이었다.여자의 표정이 싸늘해지는 걸 본 단보현은, 하지율이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걸 눈치챘다.‘꽤 영리하군. 단성훈이 당한 것도 이해가 가네.’단보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무슨 꿍꿍이로 아버지를 파고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씨 가문은 당신 손바닥 위에서 굴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주변에 힘 있는 인맥 좀 안다고 배짱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경고하죠.”단보현이 잠시 말을 끊고 하지율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연정미와 거리를 둬요. 어설픈 수작 부리지 말고. 아무리 연태훈의 친딸이라고 해도 선을 넘으면 봐주지 않을 겁니다.”하지율은 알겠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또 연정미의 호구였군요.”단보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뭐라고요?”하지율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맑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틀렸나요? 연정미의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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