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지율이 아직도 그 일 때문에 기분 나빠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하지율, 단성훈 일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태훈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연재영의 말을 끊었다.“재영아, 지난 일은 지난 일로 두자. 더는 꺼내지 마라.”연태훈은 온화한 사람처럼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그리고 하지율을 향해 말했다.“넌 네 엄마를 똑 닮아서 고집이 세. 됐다, 서서 얘기하지 말고 일단 앉자.”하지율이 고윤택 옆에 앉았다.“윤택아, 괜찮아?”겁에 질려있던 고윤택은 이제 마음을 놓은 듯했다.“엄마, 전 괜찮아요. 또 나쁜 사람 만난 줄 알았어요...”고윤택이 잠시 멈칫하더니 연정미를 보았다.“다행히 정미 이모가 돌아오셔서, 설명해 주셨어요.”고윤택은 예쁜 눈동자를 반짝이며 하지율을 바라봤다.“엄마, 이분들이 정말 제 친척이에요?”하지율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혈연은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하지율은 연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고, 연씨 가문 사람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고윤택한테서 선택의 권리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 뭐라 답할지 망설이던 하지율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그때 내내 말이 없던 연정미가 입을 열었다.“지후 씨, 지난번에 뵈었을 때 이 일을 말하지 못해 죄송해요.”고지후가 하지율을 한 번 바라보았다. 왜 연정미가 말을 아꼈는지 짐작이 갔다.“괜찮습니다.”지난번 자리에서 헤어진 뒤 고윤택은 연정미가 건넨 선물을 열어 보았다. 최소 억대였다.연정미가 돈이 모자란 사람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값비싼 선물이었다.그때 고지후는 그저 예전에 도와준 인연 때문에 고윤택에게 후한 선물을 준 거라 여겼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고윤택을 만나 보고 싶어서 자리를 주선한 듯했다.연태훈이 말했다.“지율아, 아빠도 알아. 내가 미리 말도 하지 않고 윤택이를 데려온 건 예의가 아니지. 하지만 내가 고씨 가문에서 이렇게 쉽게 아이를 데려갈 수 있었다는 건 고씨 가문에서 아이를 중요하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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