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31 - Chapter 740

811 Chapters

제731화

“저 남자도 만만치 않네. 양궁 실력 장난 아니다.”“1등 상품이 여러 개였다면, 저 사람도 가져갔겠어.”“아까 그 꼬마가 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던데... 진짜 어려 보이고 예쁘다. 애 낳은 티가 전혀 안 나. 그냥 보면 미혼인 줄 알겠어.”“게다가 저 두 훈남이 다 선물을 저 여자에게 주네. 부럽다, 진짜.”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말은 많았지만, 대다수는 아이도 있으니 하지율과 고지후가 부부라 여겼다.하지율은 고지후가 내민 선물을 보더니, 예의는 갖추되 차갑게 선을 그으며 말했다.“고마워. 근데 필요 없어. 윤택이한테 줘.”그 말에 고지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하지율은 주용화가 건넨 선물은 받았으면서 고지후의 선물은 거절했다.고지후와 하지율이 부부인 걸 아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고지후의 체면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듯 말이다.고지후의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분노가 치밀었다.단지 체면이 상해서가 아니었다. 하지율 마음속에서 정체도 모르는 화야가 고지후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고지후를 더 화나게 했다.고지후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연정미가 먼저 부드럽게 끼어들었다.“윤택아, 오늘 엄마가 상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손이 모자라겠다. 얼른 엄마 도와서 들어드려.”아이들은 선물을 가장 좋아한다. 고윤택은 연정미의 말을 듣고 즉시 달려와 받아 주었다.“네, 제가 엄마 거 먼저 들고 있을게요.”하지율은 연정미를 잠깐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손형서는 먼저 주용화를 한껏 치켜세우며 칭찬하더니 곧바로 제안했다.“화야 씨, 이따가 시간 있으면 기마로 겨뤄볼래요?”주용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미안해요, 손형서 씨. 저는 여기 일하러 온 거지, 놀러 온 게 아니라서요.”손형서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가, 곧 옆의 하지율을 의식한 듯 환히 웃었다.“하지율 씨, 화야 씨를 잠깐만 빌려 가도 괜찮을까요?”하지율은 주용화의 태도만 보고도, 그가 손형서와 불필요한 접점을 만들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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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주용화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좀 무서워요.”고지후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내려앉았다.“패기 있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별거 아니네요.”주용화는 멘탈이 강철만큼 단단했다. 그래서 그 조롱에도 전혀 뻘쭘해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대결이면 이기고 지는 사람이 있고, 그러면 보통 조건이 따라오죠. 저는 함부로 수락할 수 없어요. 괜히 덥석 물었다가 제가 못 감당할 조건이라면, 스스로 함정을 파는 셈이잖아요. 저는 고지후 씨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질 여유도 많지 않아요.”고지후가 말했다.“조건은 간단해요.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거예요.”고지후는 주용화를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했다.“당신이 지면, Z국을 떠나요. 그리고 앞으로 하지율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말아요.”주용화가 물었다.“그럼 제가 이기면요?”고지후는 담담했다.“조건은 마음대로 걸어요.”주용화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고지후 씨, 하지율 씨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고지후 씨의 소유물? 아니면 내기판에 올릴 말? 이런 조건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하지율 씨에 대한 실례 아닌가요? 하지율 씨 의사는 물어보셨어요?”그 말을 들은 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자신이 반드시 이길 거라 믿는 건가? ‘아니면 화야가 무슨 조건을 걸어도 자기가 다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방금 전 고지후의 양궁 실력을 떠올리자, 하지율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고지후도 양궁에 상당히 능했다. 화야와 용호상박인 수준이었다.‘우린 5년 동안 부부였는데, 고지후가 날 몰랐던 것처럼, 나도 고지후를 몰랐던 걸까.’하지율의 가슴 속에서 씁쓸한 냉소가 번졌다.고지후는 늘 일만 파고들었고, 자신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을 하지율과 나눠 본 적이 없었다.이런 곳에 데려온 적은 더욱 없었다.주용화가 말했다.“죄송해요. 거절할게요. 비겁하다 하셔도 좋고, 담이 없다 하셔도 좋아요. 하지율 씨가 허락하기 전에는 고지후 씨랑 겨룰 생각 없어요.”주용화가 깔끔하게 얘기했다. 하지율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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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주용화는 폰을 들어 고지후가 있는 쪽을 향해 한 장 찍었다.이내 그 사진을 임채아에게 전송하며 문구를 붙였다.[난 여기까지밖에 못 도와줄 것 같네.]임채아는 거의 즉답했다.[금방 갈게요.]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감사 인사 하나를 덧붙였다.[주용화 씨, 고마워요.]주용화는 물 네 병을 들고 느긋하게 돌아갔다.다시 돌아와 보니, 연정미가 하지율 맞은편 의자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테이블에는 연정미가 막 가져온 음료 네 병이 놓여 있었다.귀가 밝은 주용화는 어렴풋이 연정미의 말을 들었다.“잘 생각해 봐. 네가 돌아오면, 아버지가 연경 그룹 지분 10%를 내주신대.”하지율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주용화가 돌아오는 것을 발견하고 짧게 정리했다.“네, 생각해 볼게요.”연정미가 일어서며 말했다.“그럼 난 먼저 가볼게.”연정미가 주용화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건네고 막 떠나려는데, 주용화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롭게 수그러들었다.“연정미 씨, 잠깐만요.”요즘 들어 둘은 몇 번 마주쳤지만, 딱 인사만 하는 사이라서 길게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주용화가 갑자기 붙잡자, 연정미도 약간 의아했다.“화야 씨, 무슨 일이세요?”주용화의 시선이 연정미의 귀걸이에 멈췄다.“실례지만, 그 귀걸이 어디서 난 거예요?”연정미는 무심코 귓불을 만지며 고개를 갸웃했다.“제 귀걸이가... 뭐가 특별한가요?”주용화는 바로 답하지 않고, 정중히 부탁했다.“잠깐만 빌려서 자세히 봐도 될까요?”이 요청은 꽤 무례해 보일 수도 있었다. 평소 공손하고 거리 지키는 화야의 태도와는 다소 어긋나 보였다.하지율은 주용화를 힐끗 보았지만, 굳이 말리진 않았다.연정미는 강한 사람을 선호한다. 주용화가 연정미의 취향과는 조금 달라도 그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나름 평범한 강자라 할 만했기 때문이다.연정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연정미가 귀걸이를 빼서 건네자, 주용화는 귀걸이를 유심히 살폈다. 손에 닿는 감촉이 매끈하고 따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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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주용화가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조금 눈에 익어서요.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하지율이 물었다.“기억 좀 돌아왔어요?”주용화가 몇 초 조용히 있더니 대답했다.“가끔 뒤죽박죽인 장면들을 꿈에서 보긴 해요. 근데 그 장면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아요.”하지율이 말했다.“그것도 좋은 출발이에요. 회복 조짐은 있는 거니까, 서두르지 마요. 한 번 기억이 풀리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턴 금방 돌아올 거예요.”몇 마디를 주고받을 때, 저쪽에서 고윤택에게 양궁 자세를 가르치던 고지후가, 주용화가 다시 돌아온 걸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지후는 고윤택에게 말했다.“윤택아, 너 먼저 혼자 연습해. 이따가 다른 것도 가르쳐 줄게.”“네.” 고윤택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지후가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하지율은 고지후를 보자마자 표정이 곧바로 굳었다.결혼한 5년 동안 둘이서 밖에 나온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그런데 이혼하고 나서는 바쁘지도 않은지, 일이 있든 없든 툭하면 하지율 앞에 나타난다.주용화는 고지후가 다가오는 걸 보더니 눈치 있게 말했다.“하지율 씨, 전 먼저 윤택이랑 활 쏘고 올게요.”“네, 다녀와요.”주용화가 자리를 뜨자, 하지율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지후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그때 음료수 한 병이 눈앞으로 불쑥 내밀어졌다.고개를 들자 뚜껑을 미리 따놓은 병을 든 고지후의 손이 보였다.고지후가 하지율을 보며 말했다.“물 좀 마셔.”하지율이 담담히 대답했다.“필요 없어. 고마워.”고지후는 하지율 맞은편에 앉았다.“이렇게까지 차갑게 대해야 해?”하지율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그런데 내가 왜 너한테 다정해야 하지?”고지후가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고윤택 쪽에서 감탄과 박수가 터졌다.“화야 아저씨 진짜 대단해요!”하지율의 시선이 그쪽으로 흘러갔다. 주용화는 활에 화살 세 대를 한꺼번에 걸어 놓고 있었다.손가락이 툭하고 활을 놓자 세 발의 화살이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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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임채아가 활짝 웃으며 기쁜 얼굴로 다가왔다.“지후야, 너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여기에 온 거야? 윤택이 사격 연습 같이 보러 온 거야?”고지후는 시큰둥하게 한마디 건넸다.“응.”더 붙일 말은 없다는 태도였다.가까이 와서야 임채아는 하지율을 발견한 것처럼 나긋하게 인사했다.“하지율 씨.”그리고 스스럼없이 고지후 옆자리에 앉았다.임채아는 고지후의 냉담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쉴 새 없이 꺼냈다.처음에는 고지후도 어쩌다 한두 마디 받아 주었으나, 끝내 표정은 점점 더 싸늘해졌고 거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임채아는 그런 기류를 못 느낀 척 옛날이야기를 꺼냈다.“지후야, 우리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기억 안 나? 너 그때 내 바이올린 연주를 진짜 좋아했잖아. 만날 때마다 연주해 달라고 하고. 그때 내가 장난으로 넌 내 개인 음악회의 첫 관객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네가 고백하던 날, 기억나지? 네가 말을 너무 빙빙 돌려서 해서 난 처음에 눈치도 못 챘다니까. 나중에 몇몇 남자애들이 나를 괴롭힐 때 네가 나서서 내 남자 친구라고 얘기했잖아. 그러지 않았다면 난 우리가 사귀는 것도 몰랐을 거야.”임채아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예전의 고지후는 그런 말을 들어도 별생각이 없었고, 가끔은 함께 회상해 주기도 했다.하지만 지금의 고지후는 이유 모를 짜증만 치밀었다.고지후는 무심코 하지율을 훑어봤다.하지율은 담담한 얼굴로 듣고 있었고, 짜증이나 피곤은커녕 오히려 흥미로워하는 눈빛을 드러냈다.고지후는 주먹을 꽉 쥐고 얇은 입술을 꾹 닫았다.결국 고지후는 참지 못하고 임채아의 말을 잘랐다.“됐어.” 그 목소리는 차갑고 낮았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야. 그만하자.”임채아의 미소가 약간 굳었다.“지후야, 다른 뜻은 없어. 그냥 그때가 제일 아무 근심도 없던 때라서...”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채아는 사실 고지후와 자신이 연애할 때의 디테일을 낱낱이 풀어놓고 싶었다.한편으로는 고지후에게 지난 감정을 떠올리게 하려는 생각이었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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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임채아가 고지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고지후의 낯빛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임채아를 보는 시선마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하지율은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어 갔다.“두 분이 처음 손잡은 건 언제예요? 누가 먼저 누구 손을 잡았죠? 사귀기로 한 뒤에 첫 데이트는 어디서 했어요? 서로를 위해 로맨틱한 깜짝이벤트 같은 건 준비해 본 적 있어요?”하지율은 마치 기자가 된 듯, 끊임없이 물었다.임채아는 하지율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고지후 주변 공기가 점점 더 차갑게 얼어붙는 걸 느꼈다.어느새 임채아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지율, 일부러 그러는 거지?’하지율이 만약 감정적으로 굴었다면, 사람들이 하지율을 속 좁다고 했을 것이다.그런데 하지율은 정반대로 질문을 쏟아내며 고지후가 임채아에게 불만을 가지도록 만들고 있었다.고지후가 임채아를 싫어하게 하려는 의도적인 태도였다.임채아가 더듬거렸다.“예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하지율이 바로 반박했다.“근데 처음 만났을 때 얘기는 아주 잘 기억하시잖아요. 그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을 유독 못 기억한다는 게 좀 이상하네요.”그리고 의미심장하게 고지후를 슬쩍 보았다.“저는 임채아 씨가 고지후를 깊이 사랑한다고 줄곧 생각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잊지 않겠다고 한 것들은 다 말뿐 아닌가 싶어서요.”임채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디.기억난다고 하면 하지율이 끝까지 캐물을 것이고, 모른다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며 비꼬일 터다. 무엇을 말해도 답이 없는 판이었다.하지율의 신경을 긁기는커녕, 오히려 임채아만 못난 꼴을 보이게 되었다.임채아는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얼굴 근육이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윤택이한테 가서 인사 좀 하고 올게요. 이따가 다시 얘기해요.”임채아는 일단 이 상황을 피하기로 했다.하지율은 태평하게 말했다.“그래요. 이따가 오시면 그 이야기 마저 들어 볼게요.”고지후 쪽은 지금 당장 화가 풀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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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그런데 고윤택마저 임채아한테 물러나 달라고 한 것이다.임채아는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는 곳마다 미움만 사는 기분이었다.내내 말이 없던 주용화가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임채아 씨, 혹시 계실 곳이 마땅치 않으면 2층 라운지에서 잠깐 쉬고 오세요. 연정미 씨하고 손형서 씨도 거기에 계시니까, 가서 인사라도 하셔도 되고요.”연정미와 손형서라니?사실 임채아는 줄곧 두 사람과 인맥을 쌓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게다가 주용화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하지율과 연정미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하지율은 연정미의 약혼자를 빼앗아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만약 연정미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임채아의 가슴이 후끈 달아올랐다.역시 주용화는 든든한 조력자였다. 장하준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알려 줘서 고마워요. 그럼 먼저 다녀올게요.”임채아는 바로 2층 라운지로 향했다. 그러자 한 구석 소파에 연정미와 손형서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임채아가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연정미 씨, 손형서 씨, 안녕하세요.”연정미가 시선만 돌려 말했다.“임채아 씨, 우연이네요.”임채아가 웃음을 띠고 물었다.“두 분도 여기에 놀러 오신 거예요? 아, 윤택이는 이미 만나셨어요?”연정미가 짧게 답했다.“네.”연정미는 형식상 대화는 받았지만, 앉으라고 권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손형서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말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연정미의 차가운 거리감을 느꼈지만 임채아는 꺼리지 않았다.임채아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연정미 씨,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자리 좀 옮겨서 따로 이야기해도 될까요?”손형서는 그 말을 듣고서야 임채아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였다.연정미의 표정은 변함없었다.“여기서 말씀하세요. 형서랑 저는 뭐든 서로 다 얘기하는 사이예요. 굳이 비밀로 하실 필요 없어요.”그러자 임채아는 더 고집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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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임채아는 문득 떠올렸다. 조금 전 주용화가 임채아더러 연정미를 찾아가 보라 했던 걸 말이다.그 말은 곧 주용화도 연정미의 귀걸이를 봤다는 뜻 아닐까?‘날 떠보는 건가? 아니면 무언가를 알아낸 건가?’하지만 설령 주용화가 봤다 한들, 그 귀걸이가 연정미가 잃어버린 바로 그 귀걸이라는 보장은 없다.세상에는 비슷한 물건이 너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채아의 가슴 한구석이 너무 불안했다.연정미도... 바이올린을 켠다.혹시 똑같은 귀걸이를 두 쌍 갖고 있는 건 아닐까?임채아가 입을 열었다.“그 귀걸이요, 예전에 누가 낀 걸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은 걸 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날 연정미 씨가 낀 걸 보고 사고 싶다고 했던 거고요.”연정미는 임채아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임채아가 솔직히 털어놓을 리 없다는 것도 알았다.연정미가 임채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번 더 물었다.“방금 하지율 씨 곁에 있던 화야 씨도 제 귀걸이를 보고 그날의 임채아 씨와 같은 반응을 보였어요. 임채아 씨, 그분하고 아는 사이인가요?”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낸 임채아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미소 지었다.“몇 번 본 적은 있어요. 아는 사이라면 아는 사이고요. 다만 귀걸이 얘기는 잘 모르겠네요.”연정미는 임채아의 표정을 여러 번 훑어보더니, 별다른 이상이 없자 어깨를 기울이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임채아 씨가 말한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건지 들어볼까요?”귀걸이 얘기로 경계심을 세웠던 임채아가 다시 경계심을 풀었다.“그럼 수락하신 건가요?”연정미가 대꾸했다.“일단 들어 보고 결정할게요. 어디까지나 지율이는 내 여동생이에요. 지율이 목숨을 해치는 일 같은 건 안 해요.”임채아가 말을 이었다.“연정미 씨가 그간 하지율 씨와 교류가 적어서 잘 모르실 수 있는데요, 하지율 씨는 좀... 묘한 구석이 있어요. 연씨 가문의 딸이 아니어도, 지금 하지율 씨 주변에는 권세 있고 도와줄 사람이 이미 여럿 있죠.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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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잘은 모르겠어. 아마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그런 진부한 오해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꼭 약점을 드러낼 테니까. 먼저 평정심이 깨지는 쪽이 지는 거야. 우린 조용히 기다리면 돼.”...임채아가 다시 내려왔을 때, 주용화는 고윤택과 승마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주용화의 승마 실력은 손형서보다도 한 수, 아니 몇 수 위였다.그런 주용화를 바라보는 고윤택의 눈에서 동경이 흘러넘쳤다.그 모습을 본 임채아는 속이 서늘해졌다.임채아는 예전에 많은 공을 들여서야 고윤택의 호감을 겨우 얻었다.그런데 주용화는 고윤택과 몇 번 만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고윤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게다가 조금 전 주용화가 일부러 임채아에게 연정미를 만나고 오라고 한 건 무슨 뜻일까?떠보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는 말일까.임채아는 주용화 앞에서만큼은 잔머리를 굴리지 않았다.임채아는 주용화에게 직접 물어 보고 싶었다.하지만 주용화는 내내 고윤택 곁에 붙어 있어 물어볼 틈이 없었다.임채아의 불안은 점점 커졌고, 고지후를 찾아가는 건 아예 신경 밖으로 밀려났다.고지후는 언제든 붙잡을 수 있다.하지만 주용화의 손을 놓치면 그건 오른팔 하나를 자르는 일, 아니, 양팔을 다 잘라내는 셈이다.주용화가 위험한 사람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준 실질적 도움도 사실이었다.주용화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채아의 병세를 이렇게 오래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하지율은 임채아가 고지후를 찾아오지 않고 오히려 고윤택 쪽을 주시하는 것을 발견했다.하지율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지후 씨 첫사랑이 이제는 마음을 옮기려나 보네.”하지율의 눈에는 임채아가 내내 주용화를 의식하는 게 훤히 비쳤다.목적이 뭔지는... 딱 잘라 알 수 없었다.하지만 평소의 임채아 성격으로 놓고 보면 그저 남자 한 명을 더 꼬시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지후도 그 장면을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고지후는 줄곧 화야를 하지율 곁에서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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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임채아는 끝내 고지후를 찾아오지 않았다. 마음은 이미 딴 데고 가 있었으니까 말이다.그렇다고 해서 임채아를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스포츠 클럽을 나온 뒤, 하지율은 고지후가 또 달라붙을까 봐 다른 데 들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가는 길에 마트를 들러 하지율이 장을 봤다.비서인 주용화도 당연하다는 듯 함께 내렸다.고지후는 내내 그들의 차를 뒤따라왔고, 그들이 마트로 들어가자 함께 따라 들어갔다.스포츠 클럽에서 나올 때, 임채아가 고지후 차를 얻어 타려 했지만, 고지후는 단호히 거절했다.평소라면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매달릴 임채아는, 오늘은 더 우기지 않고 혼자 떠났다.마트 안.고지후는 카트를 밀며 채소를 고르는 하지율을 보았다.주용화는 하지율 옆에 들러붙지 않고 고윤택과 나란히 뒤쪽에서 걸었다.고윤택은 신나서 주용화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대단해요!” ,“정말이에요?” 같은 감탄을 연달아 터뜨렸다.늘 고지후 앞에서 보여주던 어른스러운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자기 아들이 다른 남자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광경을 마주하자, 고지후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올라왔다.처음 겪는 감정이었다.예전의 고지후는 하지율을 속 좁고 질투심 많은 사람이라 여겼다. 아이에게 잘해 주는 사람도 질투한다고 말이다.그런데 지금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그때 하지율이 느꼈을 감정이 비로소 이해되었다.게다가 하지율은 그때의 고지후와 임채아처럼 하하호호 웃고 노는 것도 아니었다.만약 하지율이 그때의 고지후처럼 굴었다면 고지후는 이미 달려들어 두 사람을 떼어놓았을 것이다.고지후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뜨며 숨을 골랐다.이제야 깨달았다.고지후는 임채아 문제로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는걸.고지후는 굳이 세 사람에게 다가가 방해하지는 않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다녔다.하지율은 꼼꼼히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고지후의 각도에서 보이는 건 하얗고 매끈한 하지율의 얼굴뿐이었다.유리창 너머로 햇빛이 기울어 하지율의 얼굴을 스치는 모습은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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