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21 - Chapter 730

811 Chapters

제721화

정기석은 하지율이 불편해할 만한 화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이야기의 대부분은 하지율의 대회와 음악회와 관련한 것이었다.곧 점심시간이 되어 그들은 뷔페로 걸음을 옮겼다.정기석은 내내 쉬지 않고 컵과 젓가락을 챙기고, 물과 음료를 따라 주었다.그 모습에 고윤택은 그저 멍하니 눈만 크게 떴다.하지율과 정시온이 음식을 뜨러 간 사이, 정기석이 웃으며 물었다.“윤택아,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니?”고윤택은 시선을 옆으로 굴렸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눈에 투명하게 내비쳐지는 아이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정기석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아빠랑 엄마랑 밥 먹을 때마다, 두 사람을 챙기는 건 항상 엄마였지?”고윤택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네 엄마는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게 더 좋을까, 아니면 누가 네 엄마를 챙겨 주는 게 더 좋을까?”고윤택이 한참 생각하다가 작게 말했다.“음... 누가 챙겨 주는 거요.”다섯 살 아이도 이런 간단한 이치를 알고 있었다.정기석이 미소 지었다.“윤택아, 엄마가 아빠와 이혼한 뒤로 점점 더 멋지고 빛나 보인다는 걸 느끼지 않았니?”고윤택은 고개를 끄덕였다.정기석이 조용히 물었다.“그럼 예전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 중 하나만 고르라면, 어느 쪽이 더 좋아?”고윤택의 자그마한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예전의 엄마는 고윤택을 극진히 보살펴 주던 사람이어서 좋았다. 지금도 그렇게 고윤택을 대해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지금의 엄마는 조금 낯설지만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매력이 있었고 고윤택은 지금의 엄마도 좋았다.오랫동안 고민하던 고윤택이 소심하게 물었다.“둘 다 고르면 안 돼요?”정기석이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저었다.“안 돼. 하나만 골라야 해. 욕심부리면 안 돼.”고윤택이 다시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지금의 엄마요.”정기석은 그 대답을 듣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사람은 누구나 강한 사람을 동경한다. 어린아이는 더 단순하고 순수하게 강한 사람을 동경하는 것이다.고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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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고지후의 눈빛에 분노가 번졌다. 고지후는 하지율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마침 하지율이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고, 정기석이 재빨리 하지율을 붙잡아 세워 주었다.“고마워요.”몸을 곧추세우려는 순간, 거친 힘이 두 사람을 확 갈라놓았다.하지율은 놀라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러다가 미끄러운 조약돌을 밟아 또 넘어질 뻔했다.“지율 씨!”정기석이 다시 하지율을 잡아주려 손을 뻗었지만 다른 커다란 손이 하지율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하지율, 정기석. 지금 뭐 하는 겁니까.”정기석도 하지율의 다른 손목을 붙들었다. “고지후 씨, 손 놔요.”고지후의 목소리는 서리처럼 차가웠다.고지후는 또박또박 얘기했다.“손을 놓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죠.”갑자기 등장한 사람이 고지후라는 것을 확인한 하지율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지후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놔줘.”하지율이 팔을 뿌리치려 노력했지만, 고지후의 손은 아주 거칠고 단단해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하지율이 버둥거릴수록 고지후가 더욱 세게 하지율의 손목을 잡아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였다.정기석의 얼굴에도 어느새 한기가 서렸다.“고지후 씨, 지율 씨는 이미 당신이랑 이혼했어요. 그러니 지율 씨가 누구와 함께 있던지 당신이 상관할 자격이 없어요.”고지후가 차갑게 웃었다.“나한테 자격이 없다면 당신은 더욱 자격이 없죠.”말을 마친 고지후는 정기석을 무시한 채 하지율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정기석은 하지율의 손을 잡고 고지후의 앞길을 막았다.“고지후 씨, 지율 씨를 놔줘요. 지율 씨는 고지후 씨와 함께 가고 싶지 않으니까요.”고지후는 더욱 세게 하지율의 손목을 쥐면서 얘기했다.“나랑 가지 않으면 당신이랑 갈 것 같아요?”두 사람 다 하지율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하지율은 점점 식은땀이 났다.“손목이 아파...”정기석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가 창백해진 하지율의 표정을 보고 바로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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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고지후가 낮게 말했다.“그런 게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 난 그냥...”해명하려던 고지후는 말을 잇지 못해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미안해. 내 잘못이야.”하지율이 증오한다는 눈빛으로 고지후를 쏘아보았다.“고지후, 언제쯤이면 내 앞에 나타나서 귀찮게 굴지 않을 거야? 이혼으로도 부족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거야?”고지후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하지율, 넌 내가 그렇게까지 싫어?”하지율이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얘기했다.“이제 알았어? 지난 1년 내내, 당신이랑 임채아만 보면 역겨웠어.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혀.”하지율의 눈빛이 고지후의 마음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고지후 눈에 약간의 분노가 번졌다.“그럼 네가 좋아하는 건 누구야? 정기석? 그 남자 때문에, 남편이랑 애까지 버리고 이혼한 거야?”하지율은 예전의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고지후는 자기한테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거고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하지율은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누구 때문에 뭘 하든, 적어도 너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고지후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인정하는 거네?”하지율은 화를 내는 고지후의 표정을 보면서 가볍게 코웃음 쳤다.“왜 내가 바람이라도 피운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그래? 그렇게 화가 나? 난 적어도 당신과 이혼하기 전에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았어. 하지만 당신은 이혼하기 전에도 임채아랑 붙어먹고 있었지.”고지후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나는 채아랑 붙어먹지 않았어. 몇 번이나 해명했잖아. 나는 그저...”하지율은 듣기 싫다는 듯이 고지후의 말을 끊었다.“당신과 임채아는 평소에도 손을 잡고 포옹도 하고, 다 하잖아. 그러면서 붙어먹지 않았다고? 그럼 나랑 기석 씨가 안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겠네?”고지후는 작게 입술을 벌렸다.“아니야...”하지만 하지율은 그저 입꼬리만 올린 채 고지후를 바라보고 있었다.고지후는 불현듯 아까까지만 해도 고지후가 쓰러진 임채아를 안고 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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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하지율이 돌아설 때까지도, 고지후는 멍하니 서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예전의 고지후는 늘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였다. 지금은 하지율이 잠깐 화난 거라고. 임채아의 음악회만 끝나면 하지율을 달래서 다시 돌아오게 하면 된다고 말이다.무엇보다 둘 사이에는 고윤택이 있었다. 하지율이 고윤택을 얼마나 아끼는지 고지후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래서 고지후는 엄마가 아이를 버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지후는 확실히 임채아 때문에 하지율에게 진 빚이 많았다.한때 고지후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율은 고지후의 아내기에 부부는 한 몸이라고. 그러니 조금쯤 억울함을 감수해도 괜찮다고 말이다.임채아는 어디까지나 남이었기에 고지후는 차라리 하지율에게 빚을 좀 더 지는 한이 있어도 임채아에게는 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았다.임채아 문제가 끝나면, 그때 가서 하지율에게 보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지후는 터무니없이 자신했다. 고작 반년만 버티면 된다고 말이다.하지만 그게 습관이 되자, 하지율이 해 온 모든 양보는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고지후가 간신히 정신을 추스르고 하지율을 찾으러 갔을 때, 고지후는 정기석이 하지율의 손목을 살피는 장면을 목격했다.두 사람은 고지후가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 고지후는 정기석이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지율 씨, 미안해요. 방금 제가 아프게 했죠... 병원에 가서 한 번 확인할까요? 대회에 영향이 가면 안 되니까. 지금 지율 씨 손에는 작은 이상도 생겨서는 안 됩니다.”“괜찮아요.” 하지율의 목소리는 고지후를 대할 때와 달리 따스하고 차분했다. “뼈에는 이상 없어요.”정기석이 말했다. “그래도 손목에 멍이 들었는데요.”하지율이 답했다. “찰과상일 뿐이에요. 게다가, 이건 기석 씨가 만든 게 아니에요.”그때 정기석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손을 놓았다. 아까 하지율을 붙들었을 때 함부로 힘을 주지 않았다.정기석이 덧붙였다. “제가 이렇게 만든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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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고윤택은 하지율의 집에 온 게 처음이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신기했다.하지율은 고윤택이 쓸 방을 정성스레 정리해 주었다.아파트는 작은 편이 아니어서, 유소린과 정시온을 위해 비워 둔 방과 하지율의 방을 빼고도 빈방이 두 개나 남아 있었다.방 정리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니, 고윤택이 얌전히 소파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하지율이 다가가 물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 엄마가 해 줄까?”고윤택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엄마 손 다쳤잖아요. 오늘은 요리하지 말고, 그냥 배달 음식 시켜 먹어요.”그러더니 문득 떠오른 듯 덧붙였다.“엄마, 제가 드린 연고는 흉터도 옅게 해 주고, 붓기랑 멍도 빼 준대요.”고윤택은 하지율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성실하게 말했다.“엄마, 제가 발라 드릴게요.”하지율은 거절하지 않고 가방에서 고윤택이 준 연고를 꺼냈다.고윤택은 함우민이 알려 준 사용법을 떠올리며, 하지율의 팔 상처에 조심조심 연고를 펴 발랐다.은은한 향이 방 안 가득 번졌다.하지율은 예전에 단종건에게서 잠깐 한의학을 배운 터라, 한눈에 이 연고가 상당히 좋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이거, 너희 아빠가 준 거야?”고윤택이 고개를 저었다.“아빠가 준 건 아니고, 제가 직접 샀어요.”하지율은 더 묻지 않았다....고성 그룹, 대표이사실.함우민이 단진서의 근황을 보고했다.보고를 다 들은 고지후의 미간이 좁혀졌다.“단진서를 발가벗겨 길바닥에 내던졌다고?”함우민이 답했다.“그래. 우린 그냥 한 번 패기만 했는데, 따로 단진서를 노리는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야.”고지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단보현은 이 일을 우리의 짓으로 돌릴 가능성이 커.”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능욕하는 것이 더욱 잔인했다. 차라리 때려서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이 방법보다 더 나을 것이다. 함우민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넘겼다.“지후야, 이번 건은 물 샐 틈 없이 처리했어. 우리 쪽이란 걸 캐낼 수가 없을 거야. 게다가 단진서한테 원한을 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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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다음 날, 고지후는 또다시 하지율의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렸다.어젯밤, 고지후는 고윤택과 오늘 일정을 확인해 두었다. 하지율이 고윤택을 데리고 스포츠 클럽에 가서 사격 연습을 할 거라고.정시온은 데려가지 않고 둘이서만 움직일 계획이었다.재결합할 결심이 선 고지후로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지후는 야근으로 급한 업무를 정리해 두고 이른 시간부터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고지후는 고윤택에게도 이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아직 어린 고윤택은 비밀을 못 지키는 편이라 혹여나 입 밖으로 얘기해 하지율이 계획을 바꿀까 봐서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앞에서 큰 실루엣과 한 작은 실루엣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하지율과 고윤택이었다.고지후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길고 반듯한 실루엣이 뒤따라 나오는 게 보였다.고지후의 발걸음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하지율과 고윤택은 아직 고지후를 보지 못했다.고윤택이 뒤를 힐끗 보며 물었다.“화야 아저씨, 진짜 사격 잘해요?”남자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격이랑 다트는 닮은 점이 많아. 며칠 사이에 연습도 좀 했으니 큰 문제 없을 거야.”고윤택은 사격을 연습한 지 제법 됐다. 곧 고윤택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럼 나 화야 아저씨랑 대결할래요!”고윤택는 주용화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지난번 스포츠 클럽에서도 주용화가 하지율의 부적을 찾아 주고 고윤택을 데려다주었으니까 말이다.게다가 비라도 맞을까 걱정하면서 자기 겉옷을 벗어 덮어 주기까지 했다.고윤택은 정시온을 싫어했고, 따라서 정기석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주용화와는 많이 접촉한 것도 아닌데 유독 마음이 갔다.주용화가 대답했다.“좋아, 한번 붙어 보자. 다만... 봐주진 않을 거야.”고윤택은 더 신이 났다.“저 어른이 봐주는 건 사양이에요.”하지율도 주용화를 향해 말했다.“화야 씨, 오늘은 신세 좀 질 게요.”주용화가 웃었다.“하지율 씨의 맛있는 아침을 공짜로만 먹을 순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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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설마... 임채아 씨가 가족이라도 된다는 건가요?”주용화가 그렇게 말하며, 아직 멍하니 서 있던 고윤택을 자기 쪽으로 가만히 끌어당겼다.“윤택아, 오늘은 아빠가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네. 그러니 너는 아빠한테 화내지 마.”고윤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왜 아빠가 기분이 안 좋은지, 고윤택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주용화는 눈치가 빠르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남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도, 쓸데없이 부추기지도 않았다.임채아처럼 비웃음 섞인 말투로 슬그머니 불을 지피는 법도 없었다.그래서 고지후는 주용화를 못마땅해하면서도,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그렇다고 고지후가 주용화에게 호감을 느낀 건 아니다. 오히려 속이 깊고 계산이 철저한 사람이라고 여겼다.주용화는 맨날 점잖은 척하면서 몇 번이나 고지후를 엿 먹였다.고지후가 여전히 매섭게 받아쳤다.“여기서 가식 떨지 마요.”주용화가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지후 씨, 전 정말 윤택이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아이를 먼저 생각해요.”주용화는 곧 하지율을 바라봤다.“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고지후 씨가 저를 오해하신 것 같네요. 하지율 씨, 그럼... 저는 먼저 물러갈까요? 고지후 씨가 이렇게 아침부터 와 계신 걸 보니, 오늘 지율 씨랑 윤택이랑 같이 나가려고 하신 모양이네요. 이미 약속이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애초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주용화는 그렇게 말하고 고지후를 향해 얌전하게 웃었다.“괜히 세 식구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요.”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갈 필요 없어요. 약속한 적 없으니까요. 이중 누군가가 떠나야 한다면, 그건 화야 씨가 아닌 지후 씨죠.”말을 마친 하지율이 고윤택과 주용화를 향해 손짓했다.“같이 가요. 운전은 화야 씨가 하고요.”“네.” 주용화가 짧게 답했다.세 사람이 차로 향해 가려는 찰나, 주용화가 고지후 곁에서 활짝 웃으며 한마디 더 얹었다.“아, 그러니까, 오늘은 약속도 없이 오신 거군요? 고지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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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스포츠 클럽.고윤택과 주용화가 사격 대결을 시작했다.주용화는 약속했던 대로 정말로 봐주지 않았다.주용화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전부 10점이 나왔다.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다.처음에는 자신만만하던 고윤택도 주용화의 성적을 보고 그대로 입이 떡 벌어졌다.번마다 10점이라니. 고윤택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실력이었다.겨뤄 보기도 전에 졌다는 걸 스스로 알 정도였다.몇 발을 더 쏜 뒤, 주용화가 고개를 돌려 고윤택를 봤다.고윤택이 멍한 눈으로 주용화를 올려다보자, 주용화가 가볍게 웃었다.“방금 건 몸풀기였어. 아직 정식 시작도 안 했어.”“몸... 풀기?” 고윤택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주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난 어쨌든 어른이니까, 공평하게 하자. 네가 5미터 더 앞으로 서. 어때?”같은 거리라면 절대 못 이긴다는 걸 잘 아는 고윤택은 곧장 수긍했다.하지만 5미터를 내줬는데도, 주용화의 총알은 여전히 모두 10점을 기록했다.마지막에는 아예 가장 먼 거리까지 물러나서 쐈다.이 스포츠 클럽에서, 가장 먼 거리에서 서서 한 발도 빗나감 없이 모두 10점을 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윤택은 긴장한 눈빛으로 주용화의 동작 하나하나를 좇았다.예쁜 눈동자에 자신도 모르게 동경심이 스몄다.탕. 탕. 탕.몇 번의 총소리가 더 울렸고 고윤택이 환호하며 폴짝 뛰었다.“또 10점이에요! 화야 아저씨, 진짜 대박이에요! 정미 이모보다 더 잘 쏘는 거 같아요!”최장 거리에서 10점을 쏘는 건 연정미도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과장될 정도는 아니었다.연정미는 10점을 쏠 수 있지만 가끔 8점, 9점도 나온다.그때까지만 해도 고윤택은 연정미가 최고라 여겼다.그런데 주용화가 연정미보다 한 수 위였다.그 뒤로 고윤택이 무슨 종목을 제안하든, 주용화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보였다.심지어 익숙하지 않은 것도, 금세 요령을 찾아 잘 해낼 수 있었다.하지율은 유소린에게서 이미 화야는 운동 천재라는 말을 들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지만 막상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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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그리고 표적은 작은 동물들 몸에 붙어있었다.그 표적을 쏴야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살아 있는 것들은 계속 움직이고, 그것도 맨 뒷줄에 배치되어 있으니 난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그중 가장 어려운 표적은 맨 끝에 있는 고양이 한 마리였다.표적 스티커가 고양이 꼬리에 붙어 있어, 그걸 맞히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하지만 상품은 그에 걸맞게 아주 좋은 것이었다.유명 디자이너 로제가 디자인한 귀걸이로, 시가는 약 6억 정도였다.아직 그 상품을 가져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윤택은 살아 있는 표적의 난도를 잘 알았기에 주용화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화야 아저씨가 뭘 주셔도 다 좋아요.”주용화는 먼 곳의 상품들을 한 번 훑어보고, 잠깐 생각한 뒤 활을 당겼다.쉭.화살은 직선을 그리며 번개처럼 빠르게 뻗어 갔다.작은 동물은 위험을 직감하고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화살보다 느렸다.화살은 딱 표적 스티커를 정밀하게 관통했다.주변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고, 몇몇은 주용화에게 박수까지 보냈다.구경하던 또래 아이들도 고윤택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몇몇 남자아이들은 직접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너희 아빠 진짜 대단하다! 움직이는 동물도 맞히다니!”“맞아, 저런 아빠 있으면 좋겠다!”고윤택는 잠깐 멍해져 본능처럼 말했다. “이 사람은 내 아빠가 아...”말이 채 끝나기 전에, 또 다른 탄성이 관중석에서 터졌다.“세상에 1등 상품까지 맞혔어!”“와... 저 남자 정체가 뭐야? 제일 어려운 걸 다 맞히네. 프로야?”“...프로라도 한 번에는 힘들걸?”2층, 손형서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그 장면을 내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대단하네.” 손형서가 감탄했다. “정미야, 네 실력보다 더 뛰어난데?”연정미도 방금 전 장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나보다 훨씬 뛰어나.”그 사이, 직원이 명중 여부를 재확인한 뒤 로제 디자이너의 귀걸이를 주용화의 손에 건넸다.주용화는 주저 없이 그 상자를 하지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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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서, 하지율은 사양하지 않고 미소로 상자를 받아 들며 또렷이 말했다. “고마워요.”주용화에 고윤택의 대한 동경은 거기에서 더 짙어졌다. 고윤택은 주용화가 고지후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바로 그때, 인파가 자연스레 갈라지며 길이 열렸고, 연정미와 손형서가 걸어왔다.손형서의 시선은 처음부터 주용화의 얼굴에 고정됐다.손형서와 연정미가 진짜 절친이 된 건, 가치관이 닮았기 때문이다.둘 다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다만 연정미가 좋아하는 강함은 권력과 지위를 말하는 것이고 손형서가 사랑하는 강함은 내재적인 힘이었다.‘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네.’“화야 씨.” 손형서가 미소로 인사했다. “또 보네요.”주용화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손형서 씨, 안녕하세요.”손형서가 주용화의 얼굴을 잠시 응시했다. “방금 그 모습, 정말 멋있었어요.”주용화가 짧게 답했다. “감사합니다.”연정미가 고개를 돌려 하지율과 고윤택에게 인사했다. “지율아, 윤택아.”하지율은 가볍게 끄덕였고 고윤택은 총총걸음으로 연정미 앞으로 달려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미 이모! 여기 있었어요?”연정미가 고윤택 손에 든 자동차 모형을 보고 미소로 물었다.“윤택이는 사격 연습 얼마나 했어?”고윤택이 머쓱해하며 고개를 긁적였다.“많이 못 했어요. 화야 아저씨는 몇 번 연습만 했는데도 저보다 잘해요. 제가 너무 소질이 없나 봐요.”연정미가 티 나지 않게 화야를 스윽 훑어보고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 갔다.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멈칫한 연정미가 먼저 불렀다.“고지후 씨?”연정미는 오늘 이곳에 하지율과 화야, 그리고 고윤택만 왔다고 생각했다.고지후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고지후의 안색은 썩 좋지 않았다. 고지후는 말없이 직원에게서 활과 화살 세트를 건네받았다.고윤택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빠도 상 타려고 쏘는 거예요?”“응.”고지후가 짧게 대답하고, 주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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