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41 - Chapter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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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1화

“밖에 나가 일하면 얼마나 좋아. 내 손으로 돈도 벌고, 남자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느니 뭐니 하며 비웃지도 못하니까.”고윤택은 하지율이 고윤택을 위해 끓여 주던 약선이며, 따로 챙겨 주던 음식들을 떠올렸다.그리고 작게 말했다.“엄마, 미안해요.”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채소는 다 골랐으니까, 과자 코너 가서 네가 좋아하는 거 좀 고르자.”그들은 다시 과자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고지후는 내내 뒤를 따랐다.이건 고지후에게 묘한 체험이었다.예전의 고지후는 여자와 쇼핑을 함께하는 걸 시간 낭비, 귀찮은 일로 여겼다.그런데 지금은 전혀 번거롭지 않았고 오히려 하지율과 함께 장을 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장을 다 본 뒤 그들은 마트를 떠났다.주용화는 둘을 아파트 앞까지 태워다 주었다.하지율이 말했다.“화야 씨, 오늘 고생했어요. 일찍 들어가서 쉬어요.”하지율은 주용화한테 집으로 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권하지 않았다.고지후에게 뭐라고 할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주용화도 길게 붙잡지 않았다.“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하지율 씨.”주용화는 곧바로 떠났다.주용화 떠나자 고지후가 드디어 둘 앞으로 걸어왔다.“윤택아.”고윤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아빠, 아직 안 가셨어요?”고지후는 하지율이 든 장바구니를 보며 말했다.“내가 들어 줄게.”하지율은 몇 걸음 물러서며 고지후의 손을 피했다.“필요 없어. 고마워.”고지후가 하지율을 보며 말했다.“네 손은 바이올린을 켜는 손이야. 너무 무거운 건 들지 마.”하지율이 대꾸했다.“5년 동안 난 매일 이렇게 살아왔어. 손에 아무 일도 없었고. 내 손은 그렇게까지 여린 손이 아니거든. 이런 거 좀 든다고 다치진 않아.”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하지율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지후 씨는 임채아 짐이나 들어 줘. 나는 괜찮으니까 말이야.”고윤택도 옆에서 거들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엄마랑 같이 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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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장하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말했다.“지후야, 걱정하지 마. 나 다시는 하지율을 건드리지 않을 거니까!”고지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그 얘기가 아니라.”장하준이 물었다.“그럼 뭔데?”몇 초간 침묵하던 고지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남은 시간 동안 네가 채아를 제대로 돌봐 줘.”장하준이 멍해졌다.“난 계속 채아를 잘 돌봐줬...”장하준이 거기서 뚝 끊더니 그제야 고지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눈치챘다. 장하준이 조급하게 물었다.“지후야, 무슨 뜻이야? 설마 너, 더는 채아를 안 챙겨주겠다는 거야?!”고지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채아에게 진 빚은 이미 다 갚았어. 채아 때문에 이혼을 했고 2천억도 내놨지. 해 줄 만큼 했고 은혜도 다 갚았다고 생각해. 장하준, 너도 알다시피 윤택이는 엄마가 꼭 필요해. 채아 문제로 더는 하지율과 틀어지고 싶지 않아. 네가 채아를 맡아 준다면, 바로 네 아버지와 얘기해서 너를 후계자로 만들어 줄게. 네가 못 하겠다면...”고지후가 장하준을 똑바로 보며 덧붙였다.“솔직히 네가 채아를 책임져 주면 마음은 놓이겠지. 하지만 네가 아니어도 방법은 있어.”말속의 뜻을 알아차린 장하준이 굳어버렸다.“지후야, 너 혹시...”고지후는 임채아가 하지율을 모함했고, 하지율의 납치와 입원이 다 사실이었다는 걸 안 뒤로, 임채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처음부터 고지후는 하지율과 이혼할 생각이 없었다.임채아의 병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동의했더라도, 곧 재결합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하지율은 고지후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원인부터 정리해야 한다.임채아에게 좋은 남자를 찾아 주는 쪽으로 말이다.고지후가 이어 말했다.“장하준, 잘 생각해. 네가 싫다고 해도 하겠다는 사람은 있으니까.”이건 반쯤 협박이었다.장하준이 임채아를 좋아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그럼에도 고지후는 질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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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고윤택은 집으로 돌아갈 때도 주용화를 향한 아쉬움을 드러냈다.하지율 집에 머무는 며칠 동안 고윤택은 매일 오전 주용화를 찾아가 오전 내내 함께 놀았다.고윤택에게 주용화는 동화 속에서나 보던 무엇이든 해내는 마법사였다.고윤택이 원하는 건 뭐든 못 하는 게 없었다.함께 놀다 보니 식사 때도 고윤택은 주용화를 하지율의 집으로 초대했고, 하지율은 마다하지 않고 주용화를 정성껏 대접했다.고윤택 집으로 돌아간 뒤, 하지율은 다시 대회 준비로 바빴다.개인전에서 하지율은 거침이 없는 실력으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임채아는 비록 하지율에게 한 번 패했지만, 이후의 경기에서는 전부 승리했다.온라인 인기투표에서는 임채아가 부동의 1위로 정점을 유지했다.신체적 한계를 딛고 음악을 계속하는 이미지로서, 임채아는 화제의 중심이었다.게다가 점수도 낮지 않았다.사람들은 임채아가 전성기 얼마나 실력이 뛰어났을지 무섭다며 임채아를 치켜세웠다.심지어 우승 유력 후보로 포장되며 하지율보다 더욱 높은 인기를 끌었다.유소린은 인상을 찌푸렸다.“뭐야, 임채아 실력이 모자란 걸 아픈 탓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네 우승이 주워 먹은 거라고 하네. 우승이 그렇게 쉽게 주워 먹을 수 있는 건 줄 알아? 게다가 음악회 티켓도 다 팔렸대. 3분 만에 전부 다 말이야.”하지율이 미소 지었다.“소린아, 돈 좀 써서 임채아 쪽의 화제를 더 키워.”유소린의 눈이 동그래졌다.“임채아의 인기를 더 키우자고? 그러다 네가 우승하고도 준우승인 임채아보다 주목도 낮으면 어쩌려고?”유소린과 강병주는 이미 이번 출전자들의 전력 평가를 이미 끝난 상태다. 임채아는 아마 쉽게 2등을 할 것이다.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소린아, 그거 알아? 높은 곳에 있을수록 그 추락이 더 아프다는 거. 음악회 티켓과 라이브 방송 수치도 다 문제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유소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채아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야 뻔하지. 눈 감아도 티 날 정도야.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 음악회의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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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하지율은 말을 멈추더니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아픈 척하는 거 말이에요. 그게 임채아가 스스로 준비한 연극인지, 아니면 장하준이 생각해 준 어리석은 잔꾀인지 모르겠어요.”유소린이 고개를 갸웃했다.“그게 왜 독한 거야? 임채아가 아픈 척해서 동정을 끌어내지 못했으면, 너랑 고지후가 이혼까지 안 갔을 수도 있잖아.”하지율이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건 우리 결혼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야. 임채아는 그냥 도화선이었을 뿐이고. 임채아가 없었어도, 나랑 고지후는 언젠가 다른 문제로 이혼했을 거야.”유소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맞네. 그럼 왜 임채아의 이미지 설정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거야?”하지율이 유소린을 바라봤다.“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나니까. 마치 머리 위에 매달린 칼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거지. 거짓말로 목적을 이뤄도, 진실이 밝혀지는 날에는 또 어떻게 마무리할 건데? 게다가 임채아가 밀고 있는 이미지는 가련하고 착한 이미지잖아. 그냥 아픈 척하는 것도 아니고 죽을병, 불치병에 걸렸다고 하니...”하지율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는 모르겠어. 임채아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설정을 택했는지. 결국 안 죽으면 그 거짓말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지?”유소린은 하지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 다른 병도 아니고 불치병이라니. 차라리 우울증이니 정신과 진단서 같은 거로 가는 게 불치병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하지율이 말했다.“못 봤어? 임채아는 매번 스스로 막다른 길을 선택해. 그러니 임채아가 인기투표를 조작하는 걸 그냥 내버려둬. 우리는 조용히 임채아가 몰락하는 걸 지켜보면 돼.”유소린이 물었다.“그런데 끝까지 안 들통나고, 그 덕에 꽃길을 걷게 되면?”하지율은 바이올린 ‘무명’을 정갈히 집어넣으며 말했다.“다른 사람을 평생 속일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 능력이지.”그 말을 들은 주용화의 눈빛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율의 말을 들은 유소린의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다.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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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TV 화면에서 흘러나온 빛이 단진서의 얼굴을 비추었다. 단진서는 화면 속 인터뷰를 받는 여자를 노려보며,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하지율,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독주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합주 경기가 이어진다.합주는 팀 호흡과 합을 시험하는 종목이다.국제 대회에는 팀전이 존재하니 출전자들의 개인플레이만으론 안 된다.그래서 합주가 전체 점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합주 파트너는 추첨으로 정한다.하지율의 파트너는 스무 살 안팎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초아였다. 재능이 있고 감각이 좋았지만 지금 실력으로는 최종 결승에 오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주용화가 운전대를 잡고 하지율을 경기장으로 데려갔다.조수석의 하지율은 눈을 감고 홀로 컨디션 조절을 했다.이번 라운드는 하지율에게 어렵지 않은 과제였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게다가 임채아는 더러운 수단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말이다.차 안은 아주 고요했다.문득 주용화가 말을 꺼냈다.“하지율 씨, 오늘은 합주잖아요. 파트너 실력이 부족하면 하지율 씨 점수가 깎이진 않나요?”하지율은 의자에 몸을 기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그렇진 않아요. 합주는 팀원의 호흡을 보는 종목이니까요. 출전자마다 기량 편차가 있는데 순수한 실력으로만 평가할 거라면 합주를 따로 볼 이유가 없죠.”“그렇군요.”바로 그때 도로 위를 달리던 주용화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하지율 씨,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하지율이 번뜩 눈을 떴다. “무슨 일인데요?”주용화가 백미러를 흘깃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뒤에 차들이 붙었어요.”하지율이 몸을 틀어 뒤를 보니 정체불명의 차량 몇 대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따라붙고 있었다.주용화는 속도를 유지하며 차분히 말했다.“상대는 아직 우리가 눈치챘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들켰다 싶으면 양쪽에서 끼어들어 올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율 씨, 어떻게 할까요?”지금 이 길은 대회장으로 가기 위해서 꼭 거쳐 가야 하는 길이었다.하지율이 고민하다가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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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경연 현장.유소린과 강병주가 사방을 둘러보며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지율이는 왜 아직 안 왔죠?”강병주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지율이랑 화야 씨한테 전화했는데, 계속 안 받아.”유소린이 더 걱정스레 말했다. “지율이가 곧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도 안 오면... 실격패 처리될 수도 있어요.”강병주가 낮게 답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야. 오늘은 팀전이라서, 지율이가 오지 않으면 파트너까지 같이 피해 보겠지.”유소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최근 하지율의 온라인 인기는 톱스타에 견줄 만큼 높아졌다. 하지율이 아무 이유 없이 경연을 빠지면 악플과 비난이 빗발칠 것이다.하지만 사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여론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하지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걱정되었다. 오늘 유소린은 공연장 측과의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하지율과 동행하지 못했다. 강병주는 작업실에서 바로 출발했고, 하지율은 주용화와 아파트에서 출발했다. 동선이 전부 달랐기에, 하지율 쪽에 무슨 변수가 생겼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시간이 빠르게 흘렀다.앞 조가 끝나고, 하지율이 속한 조의 순서가 되었다.그러나 무대에 오른 사람은 전초아 혼자뿐이었다.사람들은 처음엔 하지율이 마지막에 성대하게 등장하려는 연출인 줄로 여겼다. 하지율의 인기와 실력, 그리고 존재감이면 대회 측에서 관심을 끌 만한 장치 하나쯤 마련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니까.하지만 몇 분을 더 기다려도 하지율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명이 켜지지도, 음악이 울리지도 않았다. 무대 위에는 전초아만이 어색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하지율의 등장을 기다리던 관객들이 마침내 눈치를 챘다.“이게 무슨 일이야? 하지율, 설마 안 온 거야?”“혹시 아픈 건가? 아파서 못 나오면 정말 안타까운데.”“아픈 건 아닐걸. 아프다면 대회 측이 벌써 무대에 올라와서 공지했겠지.”“전초아는 어떡해. 하지율 때문에 같이 피해 보겠네.”웅성거림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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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생각만 해도 임채아는 가슴이 요동쳤다....주용화의 운전 실력은 하지율이 상상하던 차원을 훌쩍 넘어섰다.다 처리하고 가겠다고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주용화의 운전 실력에 그들을 협공하던 차들이 서로 들이받으며 얽혀 엎어졌다.몇몇 차는 폭발되어 불길까지 치솟았다.주용화의 뛰어난 운전이 대부분을 떨쳐냈지만, 상대는 애초에 목숨을 노리고 온 자들이라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하지율이 타고 있던 차는 금세 망가졌고, 주용화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입었다.추격자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나서야 하지율은 겨우 숨을 돌렸다.그런데 마지막 충돌에서 주용화는 하지율이 충격을 받지 않게 하려고 핸들을 자기 쪽으로 꺾었다.쿵. 두 사람의 차가 허공에서 몇 번을 돌더니 끝내 뒤집힌 채로 땅에 처박혔다.하지율의 차는 개조가 되어 있어 성능이 나쁘지 않았고 화야의 운전 실력도 탁월했다.그래서 차체가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하지율은 여기저기 가벼운 찰과상 말고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하지만 주용화는 운전석에 그대로 쓰러진 채 의식을 잃었다.방금 전의 충격으로 주용화의 팔은 유리 파편에 베였고, 새하얀 셔츠는 피로 물들었다.볼과 이마에도 긁힌 자국이 남았다.하지율이 다급히 주용화를 불렀다.“화야 씨, 화야 씨! 얼른 정신 차리세요!”하지만 주용화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공기에는 휘발유 특유의 매캐한 냄새와 불타는 냄새가 진동했다.하지율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설마... 차에 불이 붙은 건가?’하지율은 급히 안전벨트를 풀고 비틀거리며 차에서 빠져나왔다.아니나 다를까 휘발유가 새고 있었고 차 뒤쪽에서는 불이 이글거렸다.불이 붙은 것이다.이대로면 오래가지 않아 폭발할 수도 있다!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지율은 곧장 주용화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그의 안전벨트를 풀려 했다.그러나 운전석 좌석이 변형되어 안전벨트가 끼어버렸다.아무리 힘을 써도 화야를 끌어낼 수가 없었다.연기는 점점 더 짙어지고, 주변의 열기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이마에서 흘러내린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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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주용화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불길 속에서 안전벨트를 자르느라 몰두한 하지율의 옆얼굴을 바라보던 주용화는 잠깐 멍해졌다.주변의 불꽃은 점점 더 거세졌고 하지율은 매캐한 연기에 연달아 기침을 했다.그때 주용화가 불쑥 입을 열었다.“그만둬요. 지금 안 가면, 같이 죽을 거예요.”불빛에 비친 주용화의 얼굴은 유난히 처연하고 잘생겼다. 방금 큰 교통사고를 겪은 사람으로서 보여야 할 초라함이 조금도 없었다.하지율은 손을 잠깐 멈췄다가 곧장 다시 움직였다.“말하지 마세요. 시간 낭비니까. 집중력 흐트러지게 하지 마요.”하지만 집중이 흐트러진 쪽은 하지율이 아니라 주용화였다.불길은 눈에 띄게 크게 번졌고, 하지율의 손놀림은 더 다급해졌다. 초조한 탓에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손에 난 상처는 움직일수록 더 벌어져 피가 계속 새어 나왔다.하지만 그럼에도 하지율은 주저하지 않았다. 주용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여기서 함께 죽겠다는 기세였다.그러다가 안전벨트가 툭 하고 끊어졌다.하지율은 순간 멍해져서 굳어버린 채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벨트 풀렸어요.” 주용화가 구겨진 차 문을 밀어젖혔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얼른 가요. 곧 폭발할지도 몰라요.”두 사람이 5미터 쯤 달려 나갔을 때, 등 뒤에서 땅을 울릴 듯한 굉음이 터졌다.불이 붙은 차가 폭발한 것이다.하지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뒤늦게 공포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호흡이 흐트러졌다.30 초만 더 늦었어도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하지율은 주용화를 그나마 안전한 곳까지 부축해 옮기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잠깐 숨을 고른 뒤에서야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았다.하얀 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가늠조차 어려웠다.두 사람의 핸드폰은 차 안에 그대로 남아있어 구조 요청을 할 방법이 없다.게다가 이 길은 몹시 외진 길이라 아무리 기다려도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기가 막막했다.하지율이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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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주용화는 일부러 거기 갇힌 척했다. 하지율이 자기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가는지, 그 반응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주용화는 그때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구해줄지 말지 결정했을 것이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마 구하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주용화는 남을 도와주며 사는 타입이 아니니까.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주용화의 몸 상태는 서서히 나빠졌다.그래도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자기 팔자가 그리 질긴 게 아니었다는 증거가 될까?혹은 우연히라도 살아남게 된다면, 정말 팔자가 질긴 것일까?”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흘려보내던 중, 세 사람의 실루엣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주용화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율이 낯선 중년 남자 두 명을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이분은 제 친구예요.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시면, 감사의 뜻으로 인당 2천만 원씩 드릴게요.”사람을 병원에 옮겨 주는 일로 2천만 원을 받는다면, 1초라도 망설일 수가 없었다.두 남자의 태도는 순식간에 공손해졌다.한 남자가 말했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요.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다른 남자도 연거푸 맞장구쳤다. “신호를 좀 위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환자부터 먼저 모시고 가죠.”하지율은 한참을 길에서 차를 잡다가 겨우 애쓴 끝에 두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다.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입을 떼자마자 바로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불렀다.두 남자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하지율이 증거 영상을 찍어두라고 하자 그제야 안심했다.그중 체격 좋은 남자가 주용화를 업어 차에 실었다.하지율도 함께 타려는데, 주용화가 문득 무엇을 떠올린 듯 말했다.“지율 씨, 두 분이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면 돼요. 지율 씨는 얼른 대회장으로 가요. 지금 출발하면 시간이 될지도 몰라요.”하지율이 핏기 없는 주용화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대회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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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하지율이 잠깐 멍했지만 곧 주용화가 무슨 뜻으로 물었는지 눈치챘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질문은... 수술 끝나고 나왔을 때 대답할게요.”“좋아요.” 주용화는 짧게 대답하고 눈을 감았다.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복도 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다가왔다.하지율은 유소린이 도착한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또렷이 다른 실루엣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기석 씨?” 하지율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오셨어요?”핸드폰은 차 안에 두고 내려 유소린에게만 겨우 연락했을 뿐, 정기석에게는 알리지 못했다.그런데도 정기석이 유소린보다 먼저 도착했다. 혹시 유소린이 정기석에게 연락을 했던 걸까.정기석의 잘생긴 얼굴에 무거운 표정이 어려있었다.“지율 씨, 다친 데는요? 괜찮아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살짝 긁힌 정도예요.”정기석의 시선이 베인 손가락으로 내려가더니 바로 눈빛이 변했다.“손을 다치셨네요. 바로 소독하고 처치해야 해요.”그제야 하지율은 생명처럼 아끼던 손이 화야를 구하는 동안 유리 파편에 베였다는 걸 떠올렸다. 하지율은 잠시 망설였다.정기석은 그런 하지율을 보며 하지율의 생각을 읽었다.“지율 씨, 여기는 제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세요. 화야 씨 쪽은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하지율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석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사이, 유소린과 강병주도 병원에 도착했다.유소린은 하지율 곁에서 약을 바르는 걸 도왔고, 강병주는 수술실 앞에 남아 정기석과 함께 화야의 수술 관련 절차를 챙겼다.유소린을 보자 하지율이 물었다. “화야 씨 상태는 어때? 생명에는 지장은 없어?”유소린은 막 위층 수술실에서 내려오던 참이었다.“생명에는 지장 없어. 다만 출혈이 많고, 충격 때문에 장기가 좀 상했대.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대.”“다행이다... 생명에 지장 없다니 그걸로 됐어.” 하지율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유소린의 시선이 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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