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화는 일부러 거기 갇힌 척했다. 하지율이 자기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가는지, 그 반응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주용화는 그때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구해줄지 말지 결정했을 것이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마 구하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주용화는 남을 도와주며 사는 타입이 아니니까.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주용화의 몸 상태는 서서히 나빠졌다.그래도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자기 팔자가 그리 질긴 게 아니었다는 증거가 될까?혹은 우연히라도 살아남게 된다면, 정말 팔자가 질긴 것일까?”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흘려보내던 중, 세 사람의 실루엣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주용화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율이 낯선 중년 남자 두 명을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이분은 제 친구예요.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시면, 감사의 뜻으로 인당 2천만 원씩 드릴게요.”사람을 병원에 옮겨 주는 일로 2천만 원을 받는다면, 1초라도 망설일 수가 없었다.두 남자의 태도는 순식간에 공손해졌다.한 남자가 말했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요.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다른 남자도 연거푸 맞장구쳤다. “신호를 좀 위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환자부터 먼저 모시고 가죠.”하지율은 한참을 길에서 차를 잡다가 겨우 애쓴 끝에 두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다.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입을 떼자마자 바로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불렀다.두 남자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하지율이 증거 영상을 찍어두라고 하자 그제야 안심했다.그중 체격 좋은 남자가 주용화를 업어 차에 실었다.하지율도 함께 타려는데, 주용화가 문득 무엇을 떠올린 듯 말했다.“지율 씨, 두 분이 저를 병원에 데려다주면 돼요. 지율 씨는 얼른 대회장으로 가요. 지금 출발하면 시간이 될지도 몰라요.”하지율이 핏기 없는 주용화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대회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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