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11 - Chapter 720

811 Chapters

제711화

고지후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헛소리하지 마요. 내가 왜 여자 친구를 사귀겠어요?”고지후는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하지율을 흘깃 쳐다봤다.하지율은 정시온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느라 정기석의 도발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정기석이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여자 친구가 없다면, 이 립스틱은 대체 누구 거죠? 동행하는 어떤 여사친의 것인가요?”“정기석 씨.” 고지후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갑게 떨어졌다. “계속 헛소리할 거면 내 차에서 내려요.”정기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알았어요, 알았어. 더는 안 할게요.”그때 고지후의 핸드폰이 울렸다.고지후는 발신인을 힐끗 보고는 미간을 좁히고 곧장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5분쯤 지나 전화가 다시 울렸고 고지후는 받지도 않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렸다.대략 10분의 정적 뒤, 화면이 또 켜졌다.정기석이 물었다.“고지후 씨, 왜 전화를 안 받으시죠?”고지후는 퉁명스러웠다.“운전 중이어서 안 받는 겁니다.”“제가 대신 받아 드릴까요?” 정기석이 부드럽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고지후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혹시 급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안 받으면 곤란할 텐데요.”고지후는 전방만 응시한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당신하고는 상관없어요. 정기석 씨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습관을 좀 고쳐야겠네요.”정기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을 뿐, 더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윤택의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앞좌석에서 운전하던 고지후는 그 소리를 듣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고윤택은 말릴 새도 없이 전화받아 버렸다.“채아 이모.”수화기 너머로, 임채아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렀다.“윤택아, 지금 아빠랑 같이 있어?”고윤택은 운전 중인 고지후를 힐끗 보고서 또박또박 대답했다.“네, 같이 있어요. 아빠는 운전 중이에요.”“어디 가는 길이야?”“놀이공원이요.”임채아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었다.“어느 놀이공원? 이모가 거기로 갈게.”고윤택은 잠깐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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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그럼 예전에 윤택이를 자주 데려갔던 그 놀이공원으로 가요. 임채아 씨도 오고 싶으면 오세요.”운전대를 잡은 고지후의 손가락에 힘이 꽉 들어갔다.임채아와는 고윤택을 데리고 온 적이 몇 번 있지만, 하지율과는 단 한 번도 함께 온 적이 없었다.임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네, 도착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전화를 끊자 차 안은 잠시 고요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시온이 먼저 화제를 꺼내 하지율과 이야기를 이어 갔다.고지후와 정기석은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놀이공원에 도착하니 임채아가 벌써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아마 처음부터 합류할 작정이었던 것 같았다.고윤택은 립스틱을 임채아에게 건넸다.“채아 이모, 여기 이모 립스틱이요.”임채아가 멋쩍게 웃었다.“내가 너무 덤벙대서 그래. 맨날 빠뜨리고 다녀.”정기석이 건조하게 덧붙였다.“임채아 씨가 고지후 씨 차를 안 타면, 이런 일은 없겠죠.”임채아가 웃어넘겼다.“정기석 씨, 농담도 잘하시네요.”거기까지 가볍게 주고받고 두 사람은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임채아까지 합류하자 마치 두 가족이 함께 나들이 나온 듯한 그림이 됐다.잘생긴 남녀에 귀여운 아이들이라, 지나가던 사람들 시선이 절로 몰렸다. 수군거림도 뒤따랐다.“저 두 아이 진짜 예쁘다. 저렇게 잘생긴 아이들은 처음 봐.”“부모님들이 워낙 선남선녀잖아.”“저 차가운 분위기의 남자랑 아이는, 딱 봐도 부자네. 정말 판박이야.”“다른 아이는 아빠랑은... 그리 닮진 않았네. 그래도 아버님도 완전 잘생겼다. 내 취향이야!”“근데 두 여자 중에 누가 엄마인지는 모르겠네.”하지율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서 있으니, 누구의 엄마인지 헷갈릴 만했다.반면 임채아가 고지후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오해를 하게 했다.임채아가 고지후에게 물었다.“지후야, 다음 대회가 3일 뒤 시작이야. 시간 되면 보러 올래?”고지후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날에는 계약 관련한 일정이 있어서, 어렵겠어.”임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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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정기석이 멀찍이 서 있는 두 사람을 흘끗 보곤 가볍게 웃었다.“저 둘 사이에서 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게다가 회전목마는 아직 안 타 봐서, 어떤 느낌인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정기석의 시선을 눈치챈 하지율이 담담히 말했다.“임채아 씨는 몸이 안 좋아서, 회전목마 같은 건 아마 못 탈 거예요. 어지럼증이 심하거든요. 예전에 윤택이를 공원에 데려갔을 때, 윤택이가 꼭 타고 싶다고 해서 임채아 씨가 같이 탔다가 그대로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어요. 그 일로 윤택이는 지후 씨한테 한 소리 듣기도 했고요.”그때 고지후는 업무 중이라 함께 있지 못했다.하지만 임채아가 실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회의를 멈추고 곧장 달려왔다.그리고 그 일로 하지율을 탓했다.아이인 고윤택이 모를 수 있어도, 성인이 하지율이 말렸어야 한다고.왜 임채아를 데리고 그렇게 위험한 기구를 타냐고 했다.그 말을 떠올리면, 하지율은 지금도 어이가 없고 억울했다.고윤택이 임채아의 병을 모를 수 있어도, 임채아 본인만큼은 스스로의 상태를 알지 않겠는가.못 타는 거라면 미리 말했어야 했다.정기석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지율 씨, 그 사람 곁에서... 참 많이 참고 지냈네요.”하지율이 씁쓸하게 웃었다.“지금 돌아보면 정말 화병이 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예요. 꾹꾹 참기만 했으니까.”비웃음 섞인 농담에 정기석도 피식 웃었다.정기석의 눈동자에는 평소의 장난기가 사라지고 낯선 진지함이 어려 있었다.“나는 내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참을 수 없어요. 특히 내 여자라면 더더욱. 지율 씨, 세상 모든 남자가 고지후 씨 같진 않아요.”정기석의 동공에 비친 건 오직 하지율뿐이었다.고지후는 임채아 때문에 조금 늦게 올라왔다.그리고 하지율과 정기석이 호박 마차 좌석에 마주 앉은 채 서로를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옆에 서 있는 고지후도 정기석의 눈빛에 담긴 하지율을 향한 사랑을 알 수 있을 정도인데, 그 눈빛을 바로 마주보는 하지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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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마침 그때, 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지후는 직원에게 막혀 더 들어오지 못했다.정기석은 그런 고지후를 보더니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약 올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화제를 돌려 하지율과 대화를 이어 갔다. 하지율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회전목마에서 내린 뒤, 고윤택과 정시온은 들뜬 얼굴로 다음 놀이기구를 찾기 시작했다.정기석은 고지후 곁에 들러붙어 있는 임채아를 힐끗 보고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얘기했다.“시온아, 너 예전부터 바이킹 타 보고 싶다고 그랬지? 우리 바이킹 타 볼까?”정시온은 먼저 하지율의 뜻을 물었다.“지율 이모도 같이 타요?”하지율은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고윤택을 돌아보았다.“윤택아, 싫으면 아래에서 기다려도...”하지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고윤택이 말을 끊었다.“저도 타고 싶어요!”“그럼 같이 가자.”하지율이 고윤택을 한 번 쳐다보더니 함께 걸음을 옮겼다.예전에는 임채아를 배려하느라 놀러 나와도 안전하고 느린 기구만 골라 탔다.그런데도 임채아는 번번이 몸져누웠다.하지율은 고지후에게 묻지도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그대로 바이킹 쪽으로 향했다.고지후는 내내 하지율을 주시하고 있었다. 더는 하지율과 정기석이 자연스레 가까워지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지후는 두 사람이 움직이자 곧장 뒤따랐다.“바이킹 타러 가는 거야?”“네.”하지율은 대꾸할 생각도 없어 보였고, 고윤택이 대신 대답했다.바이킹 입구에 이르자 고지후가 고윤택 뒤를 따라 올라가려 했는데, 뒤에서 임채아가 소매를 붙잡았다.“지후야, 너도 갈 거야?”고지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응.”임채아는 흔들리는 바이킹을 힐끗 보고 낮게 말했다.“지후야, 나는 몸이 허약해서 이런 위험한 건 못 탈 것 같아.”임채아는 본인이 만들어온 이미지를 잊지 않았다.고지후가 임채아를 묘한 눈길로 보더니 말했다.“못 타면 아래서 기다려.”임채아가 굳어버린 채 멍하니 물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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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그 말만 남긴 고윤택은 임채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고윤택과 정시온은 여전히 하지율 양옆을 지켰다.정기석은 정시온 옆에, 뒤따라온 고지후는 고윤택 옆에 앉았다.그때 하얀 실루엣이 고지후 옆자리에 살포시 앉았다.고지후가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왜 왔어? 네 몸 상태로는 이런 거 못 타는 거 아니었나?”임채아가 나긋하게 말했다.“요즘은 많이 좋아졌어. 게다가 윤택이가 운동 안 하면 오히려 몸이 상한다고 했어. 바이킹은 한 번도 안 타 봤으니 이번에 시험 삼아 타 보려고.”임채아의 말은 책임을 고윤택에게로 돌리는 말이었다.안전요원이 모두의 안전벨트를 확인한 뒤 운행을 시작했다.흔들림의 폭도 크지 않았고 속도도 느려서 어지럽거나 메스꺼울 정도는 아니었다.이런 놀이기구는 고윤택에게도 처음이라, 고윤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탄성을 뱉었다.정시온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 순간만큼은 두 아이가 또래답게 순수한 모습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다.그런데 막 중간쯤에 이르렀을까.이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지러워... 지후야, 나 토할 것 같아... 나 또 병이 도진 건가?”한순간 밝은 분위기가 산산이 깨졌다.하지율을 포함한 다른 승객들까지 놀란 눈으로 임채아를 돌아봤다.임채아는 심장 쪽을 꽉 움켜쥐고, 핏기 없는 얼굴로 고통을 참는 표정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기색이었다.주변의 승객들이 덩달아 웅성거렸다.“세상에... 저 사람 왜 저래?”“설마 심장질환이 있는 건가?!”“그런 병이 있는데 이런 걸 타? 목숨이 두 개라도 되나?”“여기 사람이 위험해요!”“빨리 멈춰요. 여기서 진짜 사고 나면 앞으로 놀이공원은 쳐다도 못 보겠네.”바이킹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비명과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안전요원이 사정을 파악하곤 급히 정지 신호를 넣었다.놀이기구가 서서히 멈추자, 승객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예상 못 했다는 듯, 고지후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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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임채아에게 놀이공원 장소를 알려준 것은 하지율이었다.그러니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율은 살짝 웃으며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원래 우리랑 같이 올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지금이라도 떠나보내는 게 맞죠.”하지율은 일부러 임채아에게 이 장소를 알려준 것이었다. 임채아가 반드시 한바탕 소란을 피울 게 뻔했으니까.그래서 차라리 임채아가 고지후를 데려갔으면 했다.정기석은 ‘우리’에 고윤택이 포함되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지율 씨, 해적선을 더 탈까요, 아니면 다른 걸 탈까요?”하지율이 주변을 둘러보고 정시온에게 물었다.“시온아, 범퍼카 탈래?”정시온은 싫어하던 사람들이 곧 떠날 거라는 걸 알아서인지, 표정이 더 환해졌다.“좋아요! 타고 싶어요!”하지율은 정시온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럼 가 보자.”세 사람이 막 자리를 뜨려는 순간, 눈썰미 좋은 고윤택이 하지율의 움직임을 먼저 알아차렸다.“엄마, 어디 가요?”하지율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채아 이모가 병원에 가야 하잖아. 넌 아빠랑 같이 가. 엄마는 안 갈 거야.”고윤택은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고윤택이 하지율과 놀기 위해서 찾아온 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겨우 잡은 기회를 임채아가 병원에 간다는 이유로 놓쳐야 한다니.고윤택은 자신이 아플 때 병원에 있어 준 사람이 누구였는지 떠올렸다.임채아는 한 번도 밤새 고윤택을 지켜 준 적이 없었다. 낮에 가끔 들렀다가도 매번 몸이 안 좋다며 먼저 떠났다.그런 고윤택의 곁을 항상 지킨 건 하지율이었다.그렇다면 하지율과 함께 있는 게 임채아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그 생각에 고윤택은 마음을 굳혔다.고윤택은 임채아를 부축하려던 고지후를 올려다봤다.“아빠, 아빠가 채아 이모랑 병원에 가요. 나는 여기 남아서 엄마랑 있을 거예요.”고지후는 잠깐 멍해졌다가 그제야 하지율과 정기석 일행을 떠올렸다.하지율은 정시온의 손을 잡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고지후가 임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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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맞아, 애는 아직 어리니까 안 간다고 해도, 어른이 왜 아내를 혼자 두려고 하는 거예요?”“겉모습은 번듯한데 마음은 차갑기 그지없네.”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꾸짖음에 고지후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고지후는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이 사람은 내 아내가 아닙니다.”그 말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아내가 아니라면서 왜 끌어안고 있어요?”“그러게요. 아내도 아니면서 왜 덜컥 안는 거예요?”“아까 그 아이, 당신 아들이죠? 애가 저만큼 큰 걸 보니 결혼한 지도 꽤 됐을 텐데, 이 아가씨가 아내가 아니라면 그럼 바람피우는 거예요?”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에 고지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당혹감이 치밀었다.어떻게 관계를 이렇게까지 오해할 수 있지?고지후는 본능처럼 하지율을 바라보았다. 하지율만큼은 다른 사람들처럼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시선을 느낀 하지율도 고지후를 보았다.“지후 씨, 임채아 씨를 병원에 데려가. 어찌 됐든 약한 여자를 혼자 두는 건 좋지 않으니까. 게다가 임채아 씨가 우리 중에 누구를 믿겠어? 결국 의지할 사람은 지후 씨잖아.”고지후가 무심결에 내뱉었다. “네가 나랑 같이 가...”하지율이 그런 고지후의 말을 잘랐다.“하지만 나와 임채아 씨 사이가 그럴 만큼 가깝진 않으니 거절할게. 임채아 씨는 지후 씨를 찾아온 거야. 지금 임채아 씨한테 문제가 생겼는데, 직접 데려가지도 않고 우리 같은 남한테 맡기겠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그게 말이 되냐고.”주변에서 비난이 비처럼 쏟아졌다.“말도 안 돼! 정말 어이없는 사람이네?”“자기 아내도 안 챙기는 걸 보니 평소에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 것 같네.”“아내라고 인정도 안 하는 걸 보니 싱글인 척하면서 예쁜 아가씨들 꼬시려는 게 분명해.”사람들의 싸늘한 눈길 속에 구급차가 도착했다.고윤택도 말했다. “아빠, 다녀와요.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엄마랑 잘 있을게요.”“...”결국 비난 속에서, 고지후는 어쩔 수 없이 구급차에 올랐다.타기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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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고지후가 말했다. “윤택이가 아직 놀이공원에 있어. 데리러 가야 해.”말로는 윤택이를 찾으러 간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에 둔 사람은 하지율이었다.임채아가 가엾은 표정으로 매달렸다. “지후야, 정말 날 여기 혼자 두고 가려는 거야?”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짜증만 치밀었다.고지후는 짜증을 꾹 누르고 담담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 혼자 안 둘 거야. 하준이를 불러 놨어.”말이 떨어지자마자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하준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왔다. “채아야, 또 입원한 거야? 요즘은 상태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임채아는 몰래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하지율을 위해 고지후가 장하준까지 불러왔다니.‘언제부터 고지후가 하지율을 이렇게 졸졸 따라다닌 거지?’역시 남자에겐 얻지 못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이는 법이다.임채아가 서운한 눈길로 고지후를 흘겼다. “오늘 윤택이 따라 놀이공원에 갔다가 내가 내 몸 상태를 과대평가하는 바람에 놀이기구를 타다가 병이 도졌어.”고지후는 임채아를 쳐다보지 않은 채 장하준에게 말했다. “윤택이는 아직 놀이공원에 있어. 내가 데리러 갈 테니, 넌 여기서 채아 좀 돌봐줘.”딱히 할 일 없던 장하준은 원래도 임채아와 수다나 떨 생각이었다. 장하준은 손을 내저으며 얘기했다.“다녀와, 여기에는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정작 고지후가 왜 고윤택을 놀이공원에 두고 왔는지는 생각도 못 했다.임채아가 고지후를 붙들어 세우려는 찰나, 장하준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채아야, 단진서 건, 지후가 얘기했어?”“하지율 씨 손을 다치게 한 그 일?” 지난 모임에서 이미 들은 바가 있었다.“그거 말고.” 장하준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낮게 속삭였다. “지후가 보복할 생각이더라. 함우민이랑 계획 짜면서 날 일부러 내보냈어. 끝나고 물어봐도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임채아는 그 사건에 관심이 없었다. “그게 왜?”이 일을 주용화에게도 말해 봤지만, 주용화는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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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런데 이미 이 소문이 이 바닥에 다 퍼졌어. 뭐 커밍아웃이니, 당한 거라느니 말이 많긴 해.”임채아는 개의치 않아 하다가 장하준의 말을 듣고 놀라서 굳어버렸다.“뭐라고? 단진서가...”장하준은 재밌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다 벗겨진 채로 길에 던져졌대.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이 사진이랑 영상을 많이 찍어서 인터넷에 나체 사진이 가득해. 내가 봤을 때, 이제 단진서는 끝장이야.”임채아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이 일... 지후가 한 거야?”장하준은 확신에 차 있었다.“지난번에 우민이랑 단진서한테 복수할 계획 짜던 거, 너도 봤잖아. 근데 지후가 이렇게까지 독하게 나올 줄은 몰랐네. 뭐, 난 맘에 들어. 단보현 그 변태 자식도 알몸 사진이 찍혀봐야 하는데. 그러면 후계자 자격도 박탈이지.”임채아도 놀라서 굳어버렸다.“이건 지후 스타일 같지 않은데... 지후가 아닐 수도 있지 않아?”장하준은 단호했다.“지후가 아니면 누가 해? 하지율? 말도 안 돼. 하지율한테 그 정도 능력은 없어.”주용화가 하지율의 곁에 있었기에 임채아는 이 짓이 하지율이 한 짓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하지율은 그저 단진서의 손을 작살냈을 뿐이다. 그것도 분쇄성골절로 말이다.게다가 하지율이 직접 단진서를 때린 것도 아니라 뭐라고 하기는 어려웠다.한참 지나서 임채아가 얘기했다.“지후도 너무 과한 거 아니야...”남자로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온라인의 소문은 단보현이 초기에 바로 없애려고 했지만 여긴 결국 Z국이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그리 빠르지 못했다.모조리 내리기 전에 사진과 영상은 이미 사적인 커뮤니티에서 퍼졌고 단씨 가문과 앙금이 있던 사람들은 큰돈을 주고서라도 원본을 사 모았다.좋은 소식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나쁜 소식은 천 리를 간다.심지어 누군가는 일부러 비행기표까지 끊어 S시로 날아와, 단진서 코앞에서 조롱을 퍼부으며 희롱했다.“어이, 단진서, 몸매 괜찮네? 유흥업소 에이스로도 충분하겠어!”“단씨 가문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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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하지율 이름에 단보현은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왜 또 그 여자야? 너랑 그 여자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단진서는 하지율과 얽힌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밝혔다.그 말을 다 들은 단보현이 낮게 말했다.“네가 그 여자의 손을 망가뜨릴 뻔했으니 너한테 복수할 동기는 충분하지.”단보현은 더 길게 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진서가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았다.어차피 하지율이 먼저 남의 일에 끼어들었으니 손을 못 쓰게 됐어도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었다.“하지만...” 단보현이 덧붙였다. “그 여자가 이런 짓을 꾸밀 힘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단진서 쪽에 금지 물품까지 심어 넣고, 하룻밤을 가두고 기절시켜 발가벗긴 채 길바닥으로 내던지는 건, 겉으로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단진서의 목소리가 낮고 어두워졌다.“하지만 그 여자가 못 한다고, 그 주변 사람들까지 못 한다는 건 아니죠. 게다가 여긴 S시니까, 정기석, 고지후, 장하준 모두 의심스러워요.”단보현이 대답했다. “이미 사람 붙여 조사 중이야. 다만 여긴 S시니 저 셋이 한 짓이라면 꼬리를 남기지 않을 확률이 높아. 특히 고지후의 일 처리는 깔끔하니까.”그때 단성훈이 조사 결과를 들고 들어오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단보현이 물었다.“결과가 나왔어요. 증거는 없지만, 모든 정황이 고지후 쪽을 가리켜요...” 단성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고지후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치졸해졌죠?”단성훈도 고지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지후의 수단은 독하긴 해도 이렇게 비열하지는 않았다.단진서를 가두고 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발가벗겨나 길바닥에 내던진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단보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오늘의 고씨 가문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고지후 덕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단보현이 단진서를 향해 머뭇거리다 물었다.“단진서, 혹시... 진짜로 당한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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