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헛소리하지 마요. 내가 왜 여자 친구를 사귀겠어요?”고지후는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하지율을 흘깃 쳐다봤다.하지율은 정시온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느라 정기석의 도발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정기석이 비꼬는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는 눈빛을 보냈다.“여자 친구가 없다면, 이 립스틱은 대체 누구 거죠? 동행하는 어떤 여사친의 것인가요?”“정기석 씨.” 고지후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갑게 떨어졌다. “계속 헛소리할 거면 내 차에서 내려요.”정기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알았어요, 알았어. 더는 안 할게요.”그때 고지후의 핸드폰이 울렸다.고지후는 발신인을 힐끗 보고는 미간을 좁히고 곧장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5분쯤 지나 전화가 다시 울렸고 고지후는 받지도 않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렸다.대략 10분의 정적 뒤, 화면이 또 켜졌다.정기석이 물었다.“고지후 씨, 왜 전화를 안 받으시죠?”고지후는 퉁명스러웠다.“운전 중이어서 안 받는 겁니다.”“제가 대신 받아 드릴까요?” 정기석이 부드럽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고지후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혹시 급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안 받으면 곤란할 텐데요.”고지후는 전방만 응시한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당신하고는 상관없어요. 정기석 씨는 남의 일에 참견하는 습관을 좀 고쳐야겠네요.”정기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을 뿐, 더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윤택의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앞좌석에서 운전하던 고지후는 그 소리를 듣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고윤택은 말릴 새도 없이 전화받아 버렸다.“채아 이모.”수화기 너머로, 임채아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렀다.“윤택아, 지금 아빠랑 같이 있어?”고윤택은 운전 중인 고지후를 힐끗 보고서 또박또박 대답했다.“네, 같이 있어요. 아빠는 운전 중이에요.”“어디 가는 길이야?”“놀이공원이요.”임채아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었다.“어느 놀이공원? 이모가 거기로 갈게.”고윤택은 잠깐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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