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81 - Chapter 790

811 Chapters

제781화

“당신은 입만 열면 쓰레기 타령이네. 설마 본인이 쓰레기 노릇을 너무 잘해서, 여기 경험 전수하러 온 거야?”하지율은 자신을 향한 공격과 욕설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하지율 주변 사람을 모욕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했다.하지율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미친 사람을 보듯 하지율을 쳐다봤다.해리한테 감히 저렇게 말을 하다니?해리는 현성 대가의 제자이자, 이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해리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하지만 분노를 꾹 참고 비웃음을 흘리더니 얘기했다.“하지율, 강병주가 왜 나랑 내기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건...”강병주가 해리의 말을 잘랐다.“그만해!”해리가 비웃었다. “내가 말했지. 날 닥치게 만들려면 무릎 꿇고 빌라고. 그게 싫으면 네가 닥쳐. 내가 널 쉽게 짓밟은 게, 하이현이 패배자라는 증거 아니야?”강병주가 본능적으로 두 주먹을 움켜쥐고 붉어진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참다못한 강병주는 벌떡 일어섰다. “해리, 너...”하지율은 무언가 눈치챈 듯 강병주의 팔을 잡아 막았다.하지율이 차갑게 해리를 응시했다. “지금 내 엄마를 모욕한 거지?”해리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모욕이란 게 뭔데? 난 현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 여자는 10살짜리였던 나한테도 못 미쳤으면서, 너희 Z국에선 전설급 대우를 받았다며? 그러니 그쪽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만하지. 하이현은 원래부터 패배자, 말 그대로 루저야. 눈치가 있어서 일찍 죽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그런 인간이 세상 공기만 낭비했을걸...”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지율이 음료를 들어 해리의 얼굴에 끼얹어버렸다.그러자 해리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하지율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지금 당장 우리 엄마랑 선배한테 사과해.”“해리 선배, 괜찮아요?” 임채아가 급히 손수건을 내밀었다.해리는 얼굴에 묻은 끈적한 음료를 닦아내고 웃음을 터뜨리고 물었다.“네가 뭔데?”강병주의 표정이 굳었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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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앞선 공연은 금세 끝났다.출전자들은 본인들의 실력을 무난히 보여 줬고, 큰 실수도 없었다.해리는 아까 강병주와 하지율을 조롱하던 것처럼 앞선 무대들에 대해 시비를 걸진 않았다.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희망 정도는 남겨 둬야 하니까.곧 해리와 임채아 팀의 차례가 왔다.대회 전, 해리는 현성 대가에게 하지율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장담했었다.현성 대가와 레이나 등 사람들도 직접 관전하러 왔다.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저마다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듣자 하니, 오늘 임채아의 파트너가 현성 대가의 제자인 해리래. 현성 대가 제자 중에서 제일 잘 한다잖아.”“이건 반칙 아냐? 거의 심사 위원급이 왜 굳이 이런 대회에 나와?”“해리가 현성 대가의 마지막 제자인 임채아를 지원하러 왔다던데. 임채아가 현성 대가의 제자라고 해도, 그동안은 하지율에게 완전히 밀렸잖아. 반격도 못 하고.”“임채아가 불치병이라 실력을 다 못 낸다던데?”“아프면 대회에 안 나오면 되지. 대회에 나온 이상 아프다고 핑계 대면 안 되지.”“임채아가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라서 하지율에게 진다 해도, 둘 사이의 격차가 아주 큰 건 아니라는 뜻 아냐? 해리 같은 실력이라면 진작 하지율을 깔아뭉갰겠지.”“내가 보기엔 임채아가 최상이었어도 하지율을 상대로 쉽지 않았을 거야. 온라인에서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하지율 실력을 평가했는데, 강병주도 상대가 안 된다더라...”“현성 대가는 자기 제자가 하지율을 이길 수 있게 하려고 정말 무리했네. 해리까지 불러오다니.”“해리를 불렀다 해도, 그건 정정당당한 승리는 아니지.”“현성 대가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좀 별로잖아.”웅성거림이 이어졌고, 현성 대가가 앉아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이들까지 나왔다.그래도 해리가 버티고 있으니, 하지율이 져도 창피한 일은 아니라는 말도 돌았다.현성 대가는 그런 시선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경쟁에선 실력이 전부다. 임채아가 이기기만 하면 이런 말들은 저절로 사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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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해리 연주회 티켓은 돈 있어도 못 산다던데, 오늘 여기서 해리 무대를 보게 될 줄이야. 꿈만 같아!”“어쨌든 해리 연주 본 것만으로도 오늘 온 보람 있네!”“해리가 저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으니 오늘 하지율은 지겠네.”“해리한테 지는 건 그래도 자존심이 상할 정도는 아니지 않아?”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이어졌다.심사 위원들 얼굴에도 감탄과 존경이 가득했다. 그들은 심지어 만점인 100점을 줬다.백스테이지에서 강병주는 임채아와 해리의 무대를 보며 얼굴이 굳었다.“지율아, 우리가 지면 그 내기는... 내가 대신 감당할게.”해리 팀이 먼저 무대에 올라 만점을 받아 버린 탓에 뒤 순서인 강병주와 하지율의 부담은 더 커졌다.강병주도 안다. 자신의 실력은 하지율만 못하고, 해리와는 더 차이가 난다는 걸.혹시라도 하지율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하지율은 해리와 임채아의 연주를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놀라거나 불안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마치 방금 점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강병주의 말을 들은 하지율이 고개를 돌렸다.“우리가 진다고 누가 그래요?”강병주가 멈칫했다. “근데, 내 실력은 해리만 못 하잖아.”하지율이 말했다. “개인 실력만 따질 거면 왜 합주를 하겠어요.”강병주는 크게 심호흡했다.“알았어, 지율아. 걱정하지 마. 절대 네 발목 안 잡을게.”강병주는 많은 대회들에서 해리를 몇 번 더 만났지만, 매번 예외 없이 짓밟히듯 졌다.솔직히 말하면 해리는 강병주에게 작은 트라우마다.천재와 천재 사이에도 차이는 분명했다.무대 앞에선 사회자가 해리와 임채아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그 인터뷰는 평소보다 훨씬 길어졌다.둘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사회자와 심사 위원들은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그만큼 해리 같은 최정상급 인물을 직접 보는 건 드문 일이니까 말이다. 몇 년 사이 Z국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하이현 외에는 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사람이 없었다.하지율과 강병주가 무대에 올라섰다.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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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두 사람의 합주는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줬다.해리와 임채아의 팀처럼 한 사람의 기량으로만 무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었다.하지율과 강병주의 무대는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필요조차 없었다. 서로의 실력과 장점을 너무 잘 알아서, 억지로 맞추려 들지 않아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합주와 독주는 듣는 감각부터 다르다. 합주는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가려 곡을 더 듣기 좋고 매끈하게 만든다.사람들은 원래 해리 이야기로 떠들썩했지만, 두 사람의 연주가 시작하자마자 저마다 입을 다물고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솔직히 강병주와 하지율이라는 선남선녀 조합 자체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했다.호흡은 더없이 완벽해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빠져들게 만들었다.기교를 과시하지는 않았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이 있었다. 무대 앞 심사 위원들도 표정을 다잡고 온전히 귀를 기울였다.연주가 끝나자, 심사 위원들이 먼저 무심결에 박수를 쳤다.심사 위원 A가 말했다.“이렇게 완벽한 호흡은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심사 위원 B도 덧붙였다.“합주 파트를 다시 편곡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부분 편곡은 누가 한 건가요?”“지율이가 했습니다.”심사 위원 C도 이어서 얘기했다.“대단해요, 정말 대단합니다!”심사 위원 D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게 진짜 합주죠.”심사 위원 D의 말에 다른 이들이 동시에 멈칫했다.이건 합주다. 그런데 어쩌다 해리의 기교에만 취해 있었던 걸까?해리의 기량이 뛰어나고 연주가 완벽한 건 사실이지만, 개인전이 아니라 합주전이기에 두 사람의 호흡을 봐야 한다.평가의 핵심은 사실 임채아 쪽이었다. 방금 전의 합주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해리가 전부 맡았다.그렇다면 임채아는... 임채아는 어떤 연주를 했었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 생각에 이르자, 심사 위원들은 부끄럽고 마음이 켕겼다.여긴 연주회가 아니라 대회다. 그런데 사적인 감정만으로 임채아 팀에 만점을 줘 버렸다.완성도만 따지면, 하지율 팀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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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하지율 팀이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는 따로 있었다.“하지율, 진짜 너무 대단하네. 해리랑 같은 급인 거야?”“현성 대가가 일부러 해리를 불러 임채아를 받쳐 준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둘 다 만점이라고 해도 결국 임채아는 하지율을 못 이긴 거야.”“현성 대가는 무슨 생각일까? 임채아랑 하지율 사이에서, 하필 임채아를 제자로 받다니.”“그러게. 실력, 외모, 기품, 재능. 다 봐도 하지율이랑 비교가 안 되잖아?”심사 위원이 말했다. “우리는 공정, 공평의 원칙으로 채점했습니다. 이번은 팀전이고, 하지율 씨와 강병주 씨는 호흡이 뛰어나고 각 구간 처리도 아주 완벽했어요. 이의가 있으면 이번 현장 영상을 세계적인 심사 위원에게 제출해 검증받아도 좋습니다.”현성 대가 일행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업계 최정상인 그들도, 심사 위원이 편파적이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하지율 팀의 호흡은 정말 환상적이었다.사회자가 앞서 무대에 올랐던 팀들을 다시 불러 점수와 총점을 발표했다.해리의 표정은 싸늘했다. 동점은 해리가 원하던 결말이 아니었다.사회자가 마이크를 쥐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2위는 임채아 씨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1위는...”“잠깐.”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사회자가 멈칫하며 해리를 바라봤다.“해리 씨,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해리가 한 걸음 나서며 크게 말했다. “방금 백스테이지에서, 나와 하지율이 이 경기의 승패에 내기를 걸었습니다. 그러니 이 경기는 동점일 수 없고, 반드시 승부를 가려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심사 위원들께 승자를 한 팀으로 정해 달라 요청하겠습니다.”강병주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비열한 놈.”해리는 내기 사실을 공개해 버리며 하지율을 구석으로 몰았다. 하지율이 내기에서 지면, 이 업계를 떠나, 영원히 바이올린을 켤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리려는 생각이었다.사회자도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다. “내기요? 어떤 내기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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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그렇게 말한 해리는 심사 위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기는커녕, 자기 멋대로 핸드폰 영상을 재생해 버렸다.생중계를 보고 있는 네티즌이든, 현장에 앉아 있는 관객이든, 이런 대회의 뒷얘기와 가십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다.카메라도 알아서 움직여 해리의 핸드폰 화면을 바짝 당겨 클로즈업으로 잡아 주었다.강병주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난 해리가 정말 이 정도로 뻔뻔할 줄은 몰랐어.”해리는 자기가 강병주를 모욕하고, 하지율의 어머니인 하이현을 헐뜯던 장면은 몽땅 편집해서 잘라냈다.내기를 약속한 부분만 교묘하게 남긴 것이다.두 사람이 건 내기의 조건은 표면적으로 보면 막상막하다.하지율이 낸 조건은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고, 반대로 해리가 낸 조건은 하지율이 앞으로 다시는 바이올린을 켜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매우 가혹한 내용이었다.언뜻 보면 하지율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존엄이 때로 목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그렇기에 실제로는 두 조건의 무게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지금 해리는 모든 현장 관객을 마주한 채,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이 영상을 틀고 있었다.심사 위원단이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으면, 이 소동은 결코 매듭지을 수가 없다.하지율은 갓 떠오른 신예에 불과하고, 해리는 업계의 최정상급 인물이다.이런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영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그때 노련하고 유연한 한 심사 위원이 입을 열었다.“해리 씨의 개인적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방금 연주도 사실상 완벽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경기는 팀전이고, 평가의 초점은 개인의 기량이 아닌 두 사람의 호흡에 있습니다. 하지율 씨와 강병주 씨의 호흡에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만약 저희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세요. 그 지점은 즉시 재평가하겠습니다.”심사 위원은 문제를 해리에게 공처럼 던졌다.그 말을 들은 해리의 표정이 굳었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전문가인 해리도 하지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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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해리가 거만하다고? 해리는 원래 그럴만한 실력이 있으니까 거만한 거지. 진짜 능력 있으면 당당히 해리를 이겨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봐. 능력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대지 말고. 천재가 조금 잘난 체하는 게 대체 무슨 잘못이야?”“맞아, 내가 천재였어도 분명히 거만했을 거야!”사람들의 태도는 엇갈렸지만, 해리의 기량 자체를 폄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지율이 해리를 이길 거라고 믿는 이도 사실상 없었다.강병주가 낮게 말했다. “지율아, 받아들이지 마. 우리 내기는 이미 끝났고, 넌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야.”이때를 놓치지 않고 해리가 비웃었다. “하지율, 네 어머니랑 선배의 복수를 해야지. 뭐야, 여기서 겁먹은 거야? 하지율, 넌 네 어머니의 배짱의 반의반도 없어. 그러니 아직도 신인인 거야.”강병주가 차갑게 받아쳤다. “스승님과 같은 시대를 산 선배로서 후배에게 대놓고 도전을 걸어? 부끄럽지도 않냐?”해리가 빈정거리듯 웃었다. “강병주, 음악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어. 나보다 한참 윗세대의 선배들이 내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도 나는 그 사람들이 선배라는 이유로 대결을 피한 적이 한 번도 없어.”해리는 말을 잠시 끊더니 톤을 낮춰 못을 박았다.“실력이 모자란 사람만이 이런저런 조건을 핑계로 대지.”강병주가 더 말하려 하자, 하지율이 강병주의 팔을 잡아 막았다.하지율이 해리를 똑바로 보았다. “애초에 우리 둘의 내기였으니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겠지?”해리는 한 박자 늦게 그 말속의 뜻을 알아차렸다.“나랑 1대 1로 붙겠다고?” 해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하고 강병주가 한 팀으로 달려들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을 텐데? 내 쪽에는 발목 잡는 사람이 하나 끼어 있으니까. 그런데 너 혼자서 나를 이길 수 있겠어?”임채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해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을 대놓고 짐 취급하다니.결국 임채아가 이들 중 가장 약하다고 증명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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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유소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야를 바라보며 물었다. “움직여요? 뭘요?”주용화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담담히 대답했다. “당연히 해리의 손을 못 쓰게 만들어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오늘의 추가 대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유소린이 멍하니 되뇌었다.“해리의 손을 망가뜨려서... 그러면 해리가 아예 경기에 나갈 수 없게 만들겠다는 뜻인가요?”주용화가 미간을 올리며 되물었다.“그럼 설마 정말로 다시는 바이올린을 켤 수 없게 만들자는 그 사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란 말인가요?”유소린이 고개를 저었다. “지율이가 이 대결을 승낙한 이상, 분명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을 거예요. 다만... 화야 씨...”유소린은 묘한 눈빛으로 화야를 위아래로 살폈다. “어떻게 그런 발상까지 했어요? 해리의 손을 망가뜨린다니...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주용화가 낮게 말했다. “해리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하지율 씨의 커리어를 파괴하려는 거죠. 그건 곧 손을 못 쓰게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해리가 하지율 씨의 손을 망치려 든다면, 우리가 해리가 바이올린을 잡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뜻밖에도 유소린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자신들과 대화를 엿듣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목소리를 낮췄다.“해리는 어쨌든 유명 인물이에요. 경기 전에 손을 다치게 하는 일 따위를 벌였다가는 우리가 가장 의심받을 거예요. 게다가 지율이는 곧 연주회를 열 계획이니까, 쓸데없이 피를 보는 일은 피해야 해요. 더군다나...”유소린은 무대 위의 하지율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지율이의 컨디션과 실력은 지금 정점에 가까워요. 해리에게 결코 밀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대회 직전까지 단종건 어르신의 정성스러운 치료와 관리 덕분에 하지율의 손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훌륭한 의사를 가깝게 두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다만... 유소린은 화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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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안 돼, 제발요! 하지율은 얼굴도 예쁘고 실력까지 있는데, 앞으로 다시는 바이올린을 못 켠다면...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까운 비극이잖아요!”“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해리의 곡만은 뽑히지 않게 해 주세요!”온라인 채팅창이 들끓는 가운데, 사회자가 천천히 추첨함에 손을 집어넣고 접혀 있던 종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그리고 종이에 적힌 곡명을 본 순간 사회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뽑힌 것은 다름 아닌 ‘눈빛’이었다.‘눈빛’은 ‘바람의 노래’보다도 더 어려운 곡으로, 이른바 ‘극악 3부작’ 가운데서도 가장 어렵기로 손 꼽히는 작품이었다.하지율이 적어 낸 두 곡을 추첨하지 못했을 뿐만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눈빛’을 추첨하게 되다니.이번에는 정말로 하지율이 위험했다.사회자는 당장이라도 종이를 찢어 다시 뽑고 싶었지만 수많은 시선이 꽂힌 자리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그는 잿빛이 된 표정으로 종이를 높이 들어 보이며 발표했다. “하지율 씨와 해리 씨가 연주할 곡은 ‘눈빛’입니다.”조용하던 홀은 한순간에 떠들썩해졌다.해리를 욕하는 소리와 하지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에 더해 실력까지 갖춘 천재 하지율이 이런 운명을 맞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하아... 해리는 역시 천재 파괴자야. 이렇게 떠오르는 신예가 여기서 지는 별이 된다니.”해리는 추첨 결과를 확인하더니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하지율을 바라봤다.“하지율, 안됐군. 네가 적어 낸 두 곡이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나저나 ‘눈빛’을 연주해 본 적은 있나? 공정하게 하자고. 내가 먼저 연주할 테니 넌 그동안 악보를 눈과 귀에 익히며 감을 잡아. 물론...”해리는 잠시 멈추고, 얄밉게 웃었다. “두 번 망신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항복해도 좋아. 네가 나한테 진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거나 비웃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 무릎 꿇고 개 짖는 소리까지 내라고는 안 할 테니까. 넌 그저 약속만 지키면 돼.”하지율은 해리를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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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해리의 연주는 곧바로 시작되었다.업계에서 손꼽히는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만큼, 해리의 인성에 대해선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력만큼은 그 누구도 쉬이 의심할 수가 없다.무엇보다 해리는, 악명 높은 ‘눈빛’을 제힘으로 혼자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드문 연주자 중 한 명이다.해리는 3년에 한 번꼴로 연주회를 열고 그때마다 티켓은 매번 전석 매진이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제값만 내고 사기 어려워, 인맥을 총동원해야 한 장 구할까 말까 한다.해리의 공연장을 채우는 관객은 하나같이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들이 많다.해리의 오만하고 안하무인인 성격도 그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다. 해리는 연주회를 통해 많은 인맥을 쌓았다.그런 해리의 연주를, 오늘은 대회 입장권 한 장으로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관객들 마음이 들뜨지 않을 리가 없다.여기저기서 핸드폰 플래시 번쩍였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꼭 기록해 두려 했다. 훗날 지인들 앞에서 두고두고 자랑할 거리이기도 하니까.게다가 지금 해리가 연주하려는 곡은 평범한 곡이 아닌 ‘눈빛’이다!이 곡을 흠잡을 곳 없이 완주하려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큰 집중력과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그래서 해리도 연주회에서 이런 난도의 곡은 보통 한 곡만 한다. 여러 곡을 무리하게 연주했다가는 집중력 저하로 작은 실수가 잇따르기 쉬우니까 말이다.지금도 온라인에는 해리가 과거에 연주한 극악 난이도의 곡 영상들이 돌아다니는데, 그중 몇몇은 아예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정도로 정석이었다.그만큼 해리의 테크닉은 아주 훌륭했다.어느새 해리의 연주가 끝났다.사람들은 그동안 숨조차 고르지 못한 채, 해리의 날 선 테크닉과 무대 장악력에 빠졌다.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점수를 조정할 여지를 보려던 심사 위원들의 얼굴에도 서서히 절망이 드리웠다.해리는 정말 너무 강했다.이대로라면 하지율은 정말 이 바닥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그런 불길한 예감이 객석을 스쳤다.무대에 사회자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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