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761 - Chapter 770

811 Chapters

제761화

“지율아, 네 여론, 단진서 때문에 아예 잠잠해졌어. 국내 라이브 송출은 진작 멈췄지만 우회해서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니까? 전부 화면 녹화 떠서 온라인에 다시 돌리고 있어. 심지어 친절하게 다들 공유까지 하고... 지금 인터넷에 단진서의 노출 사진이 넘쳐나.”유소린은 고소해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여기도 정화 작업은 돌아가는데, 누가 일부러 방해하는 건지, 속도가 엄청 느려.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봤어. 단진서 이번에는 진짜 끝이야!”여론을 누르는 속도로만 따지면, 고성 그룹이 이쪽 업계 1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지후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기사와 영상은 대중의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고지후는 상황을 안 뒤 그냥 내버려두었고, 그 덕에 단진서의 추문은 삽시간에 인터넷을 뒤덮었다.고성 그룹.비서 진태환이 보고서를 들고 들어왔을 때, 막 도착한 함우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우민 님.”함우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태환은 조사 자료를 고지후에게 건네고 물러났다.서류를 넘길수록 고지후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갔다.“단진서, 버릇은 정말 죽어도 못 고치네. 지난번에 한 번 당했으면 얌전해져야지, 어떻게 감히 지율 씨를 다시 노려?”함우민이 곁눈질하며 물었다. “지후야, 이번 사건... 정말 네가 한 일 아니야?”고지후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너까지 속이겠어?”함우민이 급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오해하지 마. 그냥... 지율 씨가 교통사고 난 지 얼마 안 돼서, 단진서 건이 바로 전 세계로 터졌잖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서 네가 지율 씨 대신 복수해 준 건가 싶었지.”고지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내 사람들을 보냈을 땐, 단진서가 이미 S시를 떠나 종적을 감췄어. 그리고...”고지후는 말을 잠시 멈췄다.고지후는 그렇게까지 저열한 방식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지금 단진서의 꼴이 통쾌하긴 해도 고지후는 이렇게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르는 편이 아니었다.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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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함우민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야? 그 사람이 했다고? 말이 돼?”고지후의 검은 눈동자가 더 짙어졌다. “지율이랑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화야야. 상처도 하지율보다 더 심하고. 화야를 제외하고는 이렇게까지 할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함우민은 기억을 더듬었다.언제나 화야가 눈에 거슬리긴 했어도 화야를 진지하게 신경 써 본 적은 없었다. 잘생긴 얼굴 하나로 눈에 띄는 사람이었지만, 하지율 주변엔 그런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다.함우민은 하지율이 화야 같은 유형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게다가 하지율을 몇 번 만나본 결과, 하지율은 새 연애를 시작할 생각 없고 커리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함우민은 하지율이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벌써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둔 건 아닐 거다.함우민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많았고 순서대로 처리해야 했다. 그럼에도 화야는 그 대기 순번에 들지도 못했다.“왜 하필 그 사람이야? 동기는 있을지 몰라도 그럴 능력은 없어 보이는데. 그 사람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니야?”고지후의 표정은 밤바람처럼 서늘했다.“그 사람의 정체를 도무지 캐낼 수가 없어. 그 사실부터 문제야. 만약 화야가 의도적으로 신분을 숨기고 조사하지 못하게 한 거라면... 단진서를 저렇게 만들 능력이 있고도 남았지.”함우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왜 지율 씨 곁에서 비서 일을 해? 설마... 지율 씨를 몰래 짝사랑이라도 한다는 거야?”그렇게 말한 함우민은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생각했다.하지율의 매력 문제는 아니었다.다만, 만약 화야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신분을 드러내고 당당히 구애하는 편이, 하지율에게 얹혀사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사람은 보통 본인보다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그러니 하지율이 어떻게 비서 따위를 좋아하겠는가.고지후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얘기했다. “나도 몰라.”고지후는 화야에 대해 잘 몰랐다.화야가 다른 의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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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우리 대신 복수까지 해 줬으니, 우리가 굳이 손 더럽힐 필요도 없지.”예전에 차연지가 하지율더러 손대지 말라고 했던 것도, 하지율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남들이 꼬투리 잡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하지율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왠지 모르게 이번 일이 자신과 얽혀 있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들었다.누가 했을까? 고지후인가?그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유소린이 말했다. “내가 열어 볼게.”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선 세 사람을 보고 유소린이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예요?”문 앞에 선 건 다름 아닌 고지후, 함우민, 그리고 임채아였다.함우민은 그렇다 쳐도, 고지후와 임채아는 대체 무슨 일로 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함우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율 씨가 손을 다치셨다고 들어서요. 안부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하지율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라 유소린도 무작정 막지는 못했고, 세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하지율은 소파에 앉아 악보를 보고 있었다.화야는 핸드폰 게임을 하다, 사람들이 들어오자 눈썹을 가볍게 올렸다.“하지율 씨를 찾으러 오신 건가요?”하지율은 병원에서 화야를 돌보고 있었다. 다만 남녀 단둘이 한 방에 있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기에 평소에도 유소린도 같이 곁을 지키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하지율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고지후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자꾸 판을 벌이고 번거로운 일을 가져오는 고지후를 보면 짜증부터 치밀었다.지금은 화야가 요양 중이라, 하지율이 먼저 일어섰다.“할 말이 있으면 나가서 해.”그런데 고지후는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화야 씨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요.”화야에게?하지율이 화야를 바라보자, 화야가 미소를 띠었다. “뭔데요? 고지후 씨.”고지후는 주용화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단진서 건, 당신이 한 일입니까?”화야가 입을 떼기도 전에, 유소린이 비웃음을 터뜨렸다.“저기요, 난 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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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단진서는 이 일을 하지율의 탓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또 복수를 계획한 것이다.아무래도 이런 모욕은, 남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게다가 단진서처럼 명문가에서 자란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하지율은 화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유소린은 그 말을 듣고 고지후를 향한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유소린은 고지후를 쳐다보면서 비웃으며 얘기했다.“고지후 씨, 지율이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굳이 그렇게 연기할 필요 없어요. 지율이를 위해 복수를 하려는 건지, 지율이한테 복수하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고지후 씨가 한 짓 때문에 단진서가 지율이한테 복수하려고 해요. 만약 고지후 씨가 제멋대로 복수하지 않았다면 지율이는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예요.”고지후가 제멋대로 단진서에게 복수한 것 때문에 유소린은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하지율을 위해 복수한 것이라면, 지금 벌어진 일도 고지후가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하고, 하지율한테 덮어씌우는 건 복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는 일이다.고지구하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얘기했잖아요. 나는 사람을 시켜 단진서를 패게 했을 뿐, 발가벗긴 적은 없습니다! 나는 내가 한 짓을 숨기지 않아요.”고지후는 본인이 단진서를 팼다는 흔적을 숨기지 않았다.그래서 조금만 조사해 보면 고지후가 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지후는 단진서의 복수가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흔적을 남겨둔 건 단진서가 하지율에게 복수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단진서가 여전히 하지율을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유소린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고지후를 쳐다보았다.‘책임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네!’결국 모든 책임을 하지율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유소린은 이미 머릿속으로 고지후를 어떻게 죽여야 할지 상상하고 있었다.유소린이 뭐라고 하려던 때 하지율이 끼어들었다.“소린아, 됐어.”이미 일어난 일을 따져봤자 의미가 없었다.하지율은 고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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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임채아는 슬그머니 주용화를 훑어보았다.다들 주용화의 말을 농담처럼 흘려듣지만 임채아는 안다. 주용화가 인정하는 일이라면, 그건 절대 거짓일 리가 없다는걸.이번 일도 주용화가 한 게 분명했다.임채아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주용화가 이런 큰 상처를 입고도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 오히려 이상하니까.고지후가 차갑게 주용화를 바라봤다.“그래서, 인정하는 건가요?”주용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인정 못 할 거야 없죠.”고지후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화야 씨가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줄은 몰랐네요. 그럼 이 김에 이 일 말고 뒤에서 또 뭘 했는지도 말해봐요.”주용화는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음... 잠깐만 생각해 볼게요.”주용화는 무언가 떠오른 듯, 임채아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가볍게 미소 지었다.임채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고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됐다.주용화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고지후 씨의 절친인 임채아 씨와는 사실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임채아 씨는 우연히 제 구원자가 되어주었죠. 그래서 제가 많은 일을 도왔습니다. 의사를 매수해 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도 제가 해준 일이고요. 지난번 납치 사건도, 임채아 씨가 판단이 미흡해서요. 안 그랬으면 고지후 씨한테 바로 들통났을 거예요. 뒷수습은 제가 했어요. 얼마 전에는 연주회 티켓도 다 사들이고, 인기투표 데이터도 조작해 줬죠. 너무 격차가 벌어지면 보기가 안 좋으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일부러 지율 씨 곁에 머물렀던 것도 사실 임채아 씨를 도와 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었습니다.”임채아는 혼이 쏙 빠질 만큼 놀랐다.임채아는 요즘 한동안 고지후를 보지 못했다.만날 약속을 잡아도 고지후는 일 때문에 바쁘다며 계속 거절했다.그래서 아예 고지후가 있는 회사로 찾아왔다.회사로 막 들어서는 순간, 임채아는 함우민과 고지후가 함께 나오는 걸 봤다. 두 사람이 하지율과 화야를 병원에 보러 간다는 것을 안 임채아가 아무리 좋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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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임채아는 거의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함우민 역시 다르지 않았다.다들 머릿속이 복잡했기에 누구도 서로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고지후의 표정은 잔뜩 어두워졌다.이번 일을 겪고 난 뒤, 하지율은 화야를 더 신뢰하게 됐다.아예 화야에게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고지후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단진서 사건이 화야와 얽혀 있다는 강한 직감을 떨칠 수 없었다.게다가 얼마 전 주용화가 한 그 말도...고지후는 미간을 좁히며 아무렇지 않은 척 임채아를 흘끗 보았다.임채아의 동공은 이리저리 흔들렸다.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불안이 눈빛에 번졌다.혹시 임채아와 주용화가... 정말 아는 사인가?만약 정말 그렇고, 주용화가 줄곧 임채아를 도와왔다면, 왜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에 냈을까?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하지율이 믿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지후 역시 믿기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한 주용화의 의도를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주용화는 임채아의 검사 결과를 조작해 줬다고까지 했다.고지후는 단종건 어르신과 하지율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그렇다면 임채아의 병은 대체 진짜일까, 가짜일까?의심이 점점 커졌지만, 고지후는 임채아를 캐묻지 않았다.대신 진태환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라고 맡기기로 했다....단진서를 둘러싼 소동은 마침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집으로 돌아온 단진서는 온몸에서 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그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몸은 제멋대로였어도 정신은 또렷했다.단진서는 본인이 모욕당하던 과정을 다 기억하고 있었고 상대가 라이브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똑똑.방문이 두드려졌지만 단진서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저 침대에 누운 채 텅 빈 눈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지금의 단진서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단보현과 단성훈이 들어왔다.멍한 단진서의 모습을 보고, 단보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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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단성훈이 뭐라 말하려다, 단보현의 차가운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단성훈은 표정이 몇 번 바뀌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단진서는 머릿속이 복잡해 둘의 이상한 기류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핏발 선 눈에는 증오가 번쩍였고, 두 주먹을 꼭 쥔 채 이를 갈았다.“하지율, 내가 죽더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단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야, 일단 푹 쉬어. 내일 사람 보내서 너를 휴양지로 보낼게.”그러나 단진서는 듣지 못한 듯, 한 곳만 멍하니 노려보았다.눈에 서린 원한은, 보는 이까지 등골이 서늘하게 만들었다.단보현이 돌아섰고, 단성훈도 그 뒤를 따랐다.“삼촌.” 단성훈이 다급히 불렀다. “이건 분명 하지율이 아니잖아요, 왜...”“주씨 가문의 가주, 그 사람은 건드릴 수 없어.” 단보현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설령 복수에 성공한다 해도 단씨 가문에 이득이 될 게 없다. 진서에게는 분노를 쏟을 표적이 필요해. 하지율이... 가장 적합한 상대겠지.”단성훈은 선뜻 인정하지 못했다.“하지만...”단보현이 눈을 흘겼다.“성훈아, 네가 왜 진서한테 밀려서 회사 임원이 될 수 없는지 알아? 쓸데없는 정이 너무 많아서 그래. 적에게 관대하면, 결국 자기한테 불리한 법이야. 아니면, 아직도 하지율과 화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단성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단성훈과 단진서, 그리고 단보현은 이미 하지율과 틀어질 대로 틀어져 화해할 수 없다.그렇다 해도, 하지율이 하지 않은 일을 하지울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옳은 일일까?이건 평범한 원한이 아니다. 목숨이 걸려있는 원한이다.게다가 단진서는 가족이다. 가족을 내세워 하지율과 싸우게 만드는 게 정말 옳은 일인지... 단성훈은 머릿속이 복잡했다.단보현이 덧붙였다.“더구나 연정미와 하지율은 사이가 틀어졌지. 하지율과 진서를 맞붙게 만들어 두면, 하지율은 연정미를 건드릴 여유가 없어. 일거양득 아닌가?”연정미의 이름이 나오자, 단성훈의 표정이 누그러졌다.단성훈은 조용히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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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이윽고 다른 아홉 명의 선수들이 온라인에서 사퇴서를 냈다.하지율이 기권하지 않으면 본인들이 전원 기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율 혼자만 남겨 무조건 1등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식이었다.소식을 본 유소린은 분통이 터졌다.“지율아, 저 사람들이 대회 주최 측을 압박해서 너를 내보내려 하네. 무슨 생각하는지 눈에 훤하다, 훤해!”선수들은 서로의 진짜 실력을 제일 잘 안다.그래서 하지율이 진짜 실력자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깎아내린다.마치 하지율이 사라지면 자기들한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하지율은 여전히 담담했다.“대회 측은 뭐래?”“아직 타협하지 않았어.” 유소린이 말했다. “선수들 하나하나 설득 중이야. 우리한테도 기죽지 말고 버티라고 했어. 이번 건은 우리 책임이 아니고, 우리가 떠안을 일도 아니래.”하지율은 그 말에 약간 감동을 받았다.“나는 제작진이 여론이랑 참가자 압박 때문에 날 제명할 줄 알았는데.”유소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예전에는 비리가 그렇게 심했어도, 저렇게까지 하진 않았거든. 지금은 네 실력이 워낙 세서, 해외 선수까지 깔아뭉갤 수 있다는 게 보이니까, 죄다 난리야.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나. 죄다 우리보고 나가래. 지금 대회 측은 우리 쪽 선수들 사이에 외국에 매수된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 이렇게 판이 한쪽으로 기우는 건 누가 일부러 조작하는 게 분명하다고 말이야. 네 실력이 어떤지, 시청자는 몰라도 제작진은 잘 아니까. 지율아, 제작진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휘둘리지 마.”하지율이 물었다.“전초아가 퍼뜨린 거짓말에 대한 증거 수집은?”“다 모았지.” 유소린이 웃었다. “타이밍만 맞으면 바로 터뜨릴 수 있어.”“좋아, 그럼 그렇게 가자.” 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화야가 물었다.“지율 씨, 예전에는 이 대회에 꼭 나가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처럼 여론 압박이 큰데, 왜 계속 나가려는 거예요?”“대회 측이 날 포기하지 않는데, 내가 포기할 이유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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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하지만 약을 쓰는 건, 평생을 의술에 몸 담근 단종건을 따라갈 수 없었다.하지율이 말했다.“어르신이 며칠 전에 해외로 진료 보러 나가셨는데, 제가 연락드렸어요. 내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와서 화야 씨 치료해 주신대요.”주용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율이 손에 든 연고를 뚜껑 열었다.은은한 한약 향이 병실 가득 퍼졌다.유소린이 감탄했다.“향 좋다. 윤택이가 정말 철 들었네.”하지율이 미소를 띠고 화야에게 연고를 발라주려 했다.그때 화야가 눈을 번뜩이며 하지율의 손에 든 연고를 쳐다보았다.“지율 씨, 그 연고... 잠깐 저한테 보여주실래요?”하지율이 잠시 눈썹을 까딱하더니 연고를 건넸다.주용화는 먼저 향을 맡아 보고, 손끝에 살짝 묻혀 조심스럽게 비벼 보았다.화야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유소린이 조심스레 물었다.“화야 씨, 왜 그래요? 약에 문제 있어요?”“조금요.” 화야가 대답했다.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물었다.“어떤 문제요? 설마... 독이에요?”‘설마 이 약, 임채아가 윤택이한테 준 건가? 거기다 무슨 독이라도 넣은 건가?’여러 번 더 확인한 뒤, 주용화가 고개를 들었다.“독이라고 부르긴 애매해요. 상처 지혈하고 회복 돕는 데는 분명 효능이 있어요. 다만,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데 들어간 성분이 있어요. 그 성분은 흉터를 남길 수 있습니다.”화야는 연고를 다시 하지율에게 건네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얘기했다.“그 성분이 없어도, 약효에는 문제가 없는데 말이에요.”유소린이 멍해졌다.“독은 아니라고 했죠? 대체 그걸 왜 넣지? 지율이한테 흉터 남기려고? 아니면... 윤택이가 직접 만들면서 성분을 잘못 넣은 걸까요?”“그건 모르죠.” 주용화가 담담히 말했다. “믿기 어렵다면, 어르신이 왔을 때 판단을 부탁드려도 돼요.”하지율은 손안의 연고를 내려다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유소린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주용화를 보았다.“화야 씨, 의술도 알아요?”“조금이요. 특히 독 성분을 가려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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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단종건이 물었다.“이 연고, 어디서 난 거냐?”하지율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윤택이가 줬어요.”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윤택이도 좋은 마음에 준 거였을 거다. 누군가에게 속은 거지.”하지율이 어르신을 바라봤다.“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이 연고의 성분 배합은 아주 까다로워. 쓰인 약재와 성분도 다 실력 있는 사람이 다룰 수 있는 것들이지. 그러니 실수로 잘못된 성분을 넣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단종건이 얘기했다.하지율은 바로 단종건 어르신의 뜻을 알아챘다.이 연고에 ‘실수로’ 더 들어간 그 성분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목적은 흉을 남기게 하려는 것이다.고윤택이 그럴 리는 없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사람은 임채아였다.단종건이 덧붙였다.“다행히 오래 바르진 않았구나. 오래 썼다면 흉이 자리 잡아서, 나중엔 없애기 힘들었을 거야. 그땐 수술로 지워야 해.”“알겠습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하지율이 대답했다.“이 연고는 당분간 쓰지 마라. 내가 돌아가서 네게 따로 만들어 주마.”어르신은 하지율의 손을 다시 살펴보더니 말했다.“소린이가 그러던데, 다음 주에 대회 나간다지? 대회를 순조롭게 마칠 수 있게 만들어 주마.”하지율의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하지율은 직접 단종건을 병원 문 앞까지 배웅했다.멀어지는 단종건의 등을 바라보던 하지율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어르신, 단진서 씨 일은... 저와 상관없어요.”혹시라도 단종건이 오해할까 걱정스러웠다.단씨 가문 사람들과는 사이가 틀어졌지만, 단종건은 한 번도 하지율을 뭐라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늘 도와줬다.단종건은 알겠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네가 아니라는 거 안다. 네 성격에 그런 짓 못 한다. 단진서는...”단종건의 표정은 담담했다.“내 나이에 의술로 사람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생사이별을 수도 없이 봤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정말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하지율은 안심했다.하지율은 곧장 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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