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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Author: 초향
그렇게 말한 해리는 심사 위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기는커녕, 자기 멋대로 핸드폰 영상을 재생해 버렸다.

생중계를 보고 있는 네티즌이든, 현장에 앉아 있는 관객이든, 이런 대회의 뒷얘기와 가십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다.

카메라도 알아서 움직여 해리의 핸드폰 화면을 바짝 당겨 클로즈업으로 잡아 주었다.

강병주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난 해리가 정말 이 정도로 뻔뻔할 줄은 몰랐어.”

해리는 자기가 강병주를 모욕하고, 하지율의 어머니인 하이현을 헐뜯던 장면은 몽땅 편집해서 잘라냈다.

내기를 약속한 부분만 교묘하게 남긴 것이다.

두 사람이 건 내기의 조건은 표면적으로 보면 막상막하다.

하지율이 낸 조건은 상대를 모욕하는 것이고, 반대로 해리가 낸 조건은 하지율이 앞으로 다시는 바이올린을 켜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매우 가혹한 내용이었다.

언뜻 보면 하지율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존엄이 때로 목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두 조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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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정미만 빼고 나머지는 평소대로 처리해.”구 사장의 목소리가 방 안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런 곳까지 흘러들어오는 인간들 가운데 완전히 깨끗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리하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연정미 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가면 아래, 구 사장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그 여자는 너무 위험해.”그는 천천히 소파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지금도 몇몇 가문이 전부 혈안이 돼서 찾고 있잖아.”손끝이 리듬감 있게 팔걸이를 두드렸다.“죽여버리자니 괜히 원한만 사게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쉽게 풀어주면 결국 그놈들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지.”구 사장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계속 우리 쪽에 두는 것도 별로고.”삼각지대에서 오랫동안 굴러먹었지만 이렇게 처리하기 까다로운 경우는 처음이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구 사장이 문득 손가락을 튕겼다.“아!”가면 아래에서 구 사장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소씨 가문 형제 쪽으로 보내.”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저 정도 얼굴이면 그 형제들 취향에도 맞겠네.”비서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소씨 가문 형제는 삼각지대 안에서도 악명 높은 ‘미친 형제들’이었다.애초에 이곳 자체가 정상적인 인간이 살아남기 힘든 곳이었지만, 그 두 형제는 그중에서도 특히 선을 넘는 인간들이었다.어릴 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환경 속에서 자라난 탓인지, 하는 짓에는 거의 바닥이라는 게 없었다.지금은 삼각지대에서도 손꼽히는 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잔혹하고 뒤틀린 취향만큼은 여전했다.그 형제들이 가장 즐기는 건 이른바 ‘미녀와 맹수’라는 놀이였다.소씨 가문 저택 뒤편에는 온갖 여자들이 가둬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청순한 타입부터 이목구비가 화려한 타입까지, 형제 취향에 맞는 여자들이 종류별로 모여 있다고 했다.두 형제는 어릴 때부터 서로만 믿고 살아왔고 훗날 성공하면 모든 걸 함께 나누자고 약속했다고 했다.돈도, 권력도, 여자도 전부.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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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불리 먼저 나섰던 여자는 양팔이 붙잡힌 채 그대로 끌려 나갔다.비명은 점점 처절해졌다.듣고 있는 사람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다.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누구 하나 감히 구 사장의 결정을 거스르지 못했다.이곳에서 밖으로 내던져진다는 건, 오히려 더 끔찍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뜻이었으니까.강지연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구 사장님,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들 상태가 꽤 괜찮은데... 어떻게 정리할까요?”구 사장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면 아래 드러난 눈동자는 여전히 음습하고 기괴했다.“마침 3일 뒤가 여기 창립 기념 파티잖아.”그는 여자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말했다.“애들 상태도 나쁘지 않고.”가면 아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날 쓰지.”강지연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알겠습니다, 구 사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구 사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돌려 룸 밖으로 걸어 나갔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남겨진 여자들은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조금 전 상황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 듯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방금 끌려 나간 여자와 자신들이 종이 한 장 차이였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안서현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조금 전 연정미가 붙잡지 않았더라면 자신 역시 같은 꼴이 됐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정미야...”안서현이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연정미가 문 쪽만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안서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연정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까 그 남자...”그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뭔가 좀 이상했어.”“그 남자?”안서현이 목소리를 낮췄다.“구 사장 말하는 거야?”연정미가 곧바로 안서현을 바라봤다.“너 그 사람 알아?”“응.”안서현도 주변을 살피며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삼각지대 얘기는 예전에 아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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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율 씨, 지율 씨, 진짜 적당히 좀 해라. 하지율 씨는 그렇게 착하고 깨끗한 사람이고, 우리 소현이는 네 눈에 이해타산만 따지는 계산적인 여자처럼 보인다는 거냐?”주용화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남시온을 한 번 바라봤다.“우리 셋이 알고 지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로 어떤 인간인지 다 알고 있잖아. 소현 씨가 지율 씨보다 착하지 않은 건 사실 아니야? 굳이 비교하자면 소현 씨는 지율 씨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현실적이지. 때로는 잔인한 수단을 쓸 만큼.”진소현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졌다.남시온의 눈빛은 서리라도 낀 것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더 이성적이고 현실적? 결국 계산적인 여자라는 거 아니야? 때로는 잔인한 수를 쓸 만큼? 그냥 소현이가 더 독하고 잔인하다는 말로 들리는데?”주용화는 웃으면서 천천히 박수까지 쳤다.“역시 내 말을 잘 알아듣는다니까. 괜히 오래 본 사이가 아니네.”남시온은 차갑게 비웃었다.“너라고 다를 것 같냐? 하지율 씨 앞에서는 사람 좋은 척하고 있지만, 네 안에 흐르는 피는 진작 새까맣게 썩었어. 하지율이 네 진짜 얼굴 알게 되면... 그때도 계속 네 옆에 있을 것 같아?”남시온은 정말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 상태였다.진소현이 옆에서 붙잡고 있지 않았으면 진작 주용화 멱살부터 잡으러 갔을 정도로 속이 뒤집혔다.‘저 자식은 보면 볼수록 사람 속 뒤집는 데는 천재라니까. 꼴 보기 싫은데 그렇다고 쉽게 죽여버릴 수도 없고.’남시온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도대체 소현이는 저런 놈 어디가 좋다는 거야.’하지만 주용화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굳이 지율 씨한테 들킬 필요가 있나? 평생 모르게 하면 되는 거지.”시간을 확인한 주용화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이 상황 언제까지 맞춰줘야 하냐? 끝났으면 이만 가봐도 될까?”진소현은 남시온이 입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괜찮습니다. 용화 씨 먼저 가보세요.”주용화는 두 사람을 한 번씩 훑어보듯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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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진소현이 다급하게 남시온의 말을 끊었다.“그 일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언급하지 마.”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용화 씨는 나한테 빚진 거 없어. 전부 내가 원해서 한 일이었으니까.”남시온은 비웃듯 차갑게 말했다.“저 자식은 나한테 했던 약속 중 단 하나도 지키지 않았어.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 아무 죄책감도 없이 자기 입으로 했던 맹세까지 전부 없던 일처럼 덮어버려도 되는 거야?”진소현은 고개를 저었다. 표정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피로감과 무력함이 스쳐 지나갔다.“그건 전부 내가 선택한 일이야. 용화 씨와는 상관없어.”진소현은 남시온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오빠는 그 일 때문에 용화 씨한테 화풀이하면 안 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면, 그 결과 역시 내가 감당하는 게 맞는 거잖아.”남시온은 이를 악문 채 말했다.“하지만 그 일로 가장 크게 상처받은 건 너였어.”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안타까움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용화 주변 사람들까지 전부 널 오해하고 있잖아...”하지만 진소현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그것도 내가 감수하기로 한 일이야.”그녀는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금 우리 셋 다 결국 원하는 건 얻었어. 각자 목표도 이뤘고 새로운 삶도 살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마.”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빠도 이제 앞만 보고 살아.”남시온은 말없이 진소현을 바라봤다.언제나 그렇듯 진소현은 지나치게 이성적이었고 지나치게 냉정했다.하지만 남시온은 알고 있었다. 그 차분함과 냉정함이 진짜 본모습이 아니라는 걸.무너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보호막에 불과하다는 걸.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어릴 때부터 진소현은 늘 그랬다.남시온이 진소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주용화보다 훨씬 전이었다.당시 남시온은 진소현네 집에 맡겨져 지내던 아이였다. 진소현과 마찬가지로 가문 안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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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전까지 단검이 얼굴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도 남시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더 느긋한 표정으로 웃기까지 했다.“왜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어? 난 그냥 사실 몇 마디 전달했을 뿐인데.”어둠 속에 서 있던 주용화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지금까지는 소현 씨 얼굴 봐서 살려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는군.”주용화는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놈들이 널 못 죽였다고 해서 내가 못 죽인다는 뜻은 아니지. 마침 시간도 났겠다. 이번엔 내가 직접 처리해도 되겠군.”남시온은 그 말을 듣고도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우리 둘 다 같은 스승 밑에서 자랐잖아. 내가 너보다 약한 건 인정하는데, 적어도 도망쳐서 목숨 부지하는 데는 자신 있거든.”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부러 더 신경을 긁어댔다.“어쩌지? 네가 건 2조 현상금도 휴지 조각이랑 다를 바 없게 됐네?”하지만 주용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서재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다리를 느슨하게 꼰 채 남시온을 바라봤다.“그 멍청한 것들이 널 못 죽인 거랑, 내가 널 안 죽인 건 전혀 다른 문제야. 예전엔 바빠서 너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뿐. 내가 정말 마음만 먹었으면 네가 지금까지 멀쩡히 살아 있었을 것 같아?”남시온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코웃음을 쳤다.“웃기네. 내가 그렇게 오래 네 목숨 노리고 사람 풀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더니, 그 여자가 좀 다쳤다고 바로 전 세계를 뒤져가며 날 찾더라. 주용화, 너 원래 이렇게까지 사랑에 미친 인간은 아니었잖아.”주용화가 비웃듯 대꾸했다.“그 말은 네 입에서 나올 소린 아닌 것 같은데. 너야말로 사랑에 미친 게 아니었으면 남의 일에 그렇게까지 끼어들 이유도 없었겠지. 진소현 씨가 그렇게 안쓰러우면 차라리 네가 직접 데려가서 결혼하든가.”남시온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주용화는 그 반응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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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후가 깨어나면 저 여자는 진작 그림자도 안 보일 거야!”함우민이 말렸다.“지후가 응급실로 들어가기 전에 말했어. 자기가 깨어나면 처리하겠다고. 하준아, 홧김에 일 저지르지 말고 지후 말 들어.”장하준은 하지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 여자가 지후를 죽일 뻔했어. 지후는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여기서 눈엣가시처럼 있는 것보다 빨리 감옥에 보내서 거기서 지내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줘야지!”최근 몇 달간 하지율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장하준은 빈틈을 전혀 찾지 못했다.그래서 분노로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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