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우민에게 이런 부탁을 남겨 둔 건,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하지율이 물었다.“고지후 씨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함우민이 차분히 답했다.“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건 아니에요. 다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이번에 지후가 다섯을 상대로 버티면서 윤영이까지 구해 낸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것도 기적에 가깝죠.”하지율은 진태환이 했던 내부 배신자 이야기가 떠올라 잠시 흠칫했지만, 결국 그 부분은 함우민에게 꺼내지 않기로 했다....J시는 애초에 함우민의 구역이었다.고지후에게 사고가 난 이상, 하지율을 지키는 일은 자연스레 함우민의 몫이 됐다.혹여 하지율에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함우민은 거의 매일 하지율을 대회장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돌아왔고, 식사 자리에도 동행했다.장을 보러 나가든, 간단한 물건을 사러 나가든, 항상 일정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예전 화야가 곁에 붙어 있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곁을 지키는 날들이 이어졌다.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하지율도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우민 씨.” 하지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정기석 씨 쪽에서도 제 주변을 계속 지켜보고 있고, 걱정되시면 실력 좋은 여자 경호원만 더 붙여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우민 씨가 매일 직접 움직이실 필요는 없어요.”경호 인력의 보호는 정면에서 다가오는 공격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은밀한 계략까지 전부 막아 내지는 못한다.옛날의 황제와 대신들, 지금의 대통령과 총리들까지, 누구나 최고의 호위들을 대동하고 다니지만, 그래도 저격을 당할 사람은 당하고, 침입당할 때도 있다.24 시간 동안 곁에 붙여 둔다고 해도, 허점은 반드시 생긴다.하지율은 자신의 문제 때문에 함우민의 업무에 지장이 가는 것이 미안했다.그러자 함우민이 부드럽게 웃었다.“지율 씨,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당분간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다 정리해 놨어요. 이건 지후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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