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Bab 901 - Bab 910

1059 Bab

제901화

“하지율은 정미의 친여동생인데, 제가 어떻게 정미 동생한테 손을 대겠어요.”말은 그렇게 해도 연태훈과 연재영의 얼굴빛은 썩 좋지 않았다.연태훈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손형원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다. 안하무인 인데다가 연씨 가문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니까 말이다.연정미가 나섰다.“형원 오빠, 이번 일은 오빠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지율이한테 사과해요.”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손형원은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정미가 직접 말한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손형원이 하지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하지율 씨, 미안해요. 아까 많이 놀랐죠. 제가 장난이 좀 심해서요.”하지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연재영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손형원 씨, 이건 우리 연씨 가문의 일입니다. 그러니 외부인은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네요.”그리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또 말을 이었다.“정미를 봤으니 이제 가주세요.”손형원이 갑자기 연정미를 보러 찾아온 것만으로도 연태훈과 연재영은 꽤 놀랐다.하지만 이미 찾아온 사람을 내쫓을 수는 없었기에 안으로 들인 것이다.그런데 손형원이 총을 꺼내 들 줄이야.연정미도 옆에서 거들었다.“형원 오빠, 이만 돌아가요. 아버지와 오빠는 지율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요.”손형원은 더 매달리지 않았다.“그래, 돌아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만약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손형원이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훑었다.그리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그 사람이 누구든지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게 만약 네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야.”그 말에 연태훈과 연재영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손형원은 너무 강압적이다.그는 연정미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편이니까 말이다.그게 연정미의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그건 손형원이 얼마나 연정미를 특별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말을 마친 손형원은 바로 연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별장의 문이 닫힌 뒤 손형원은 바로 고개를 돌려 별장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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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연정미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피폐해졌는데, 하지율만 멀쩡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손형원은 하지율을 놀라게 만들고 못 볼 꼴을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앞으로 많은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을 만큼 말이다.하지만 하지율의 반응은 손형원의 예상을 벗어났다.하지율은 여러 남자보다 더 강했다.총 앞에서 이렇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건 다른 남자들도 못 할 일이었다.단보현의 목소리가 손형원의 생각을 끊었다.“그래? 그럼 그대로 기절해 버리기라도 한 거야?”단보현은 손형원의 수단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하지율 같은 여자가 손형원의 수단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손형원은 단보현과 달랐다.단보현은 단씨 가문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중시를 받으며 자연스레 존중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을 협박하거나 위협할 일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손형원은 달랐다. 손형원은 가주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하지 않은 짓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수단은 잔혹하기로 유명해서 단보현도 웬만하면 손형원을 건드리지 않는 편이었다.손형원은 손이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하지율이 손형원에게 밉보였으니,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단보현은 단종건 때문에 하지율을 건드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손형원이 하지율을 처리해 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하지율이 손형원 앞에서 바지를 적신 게 아니라면, 그럴 사이도 없이 기절한 것이 분명했다.단보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얼마나 대단한 여자인가 했는데, 지금 보니 아무것도 아니네. 그런데 감히 정미의 자리를 넘보다니.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하지만 단보현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손형원이 끊었다.“확실히 대단하긴 하더라고. 그러니 정미가 그 꼴이 났지.”단보현이 멍해서 물었다.“뭐라고?”손형원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총을 겨눴을 때 놀라지도 않고 전혀 물러서지도 않았어. 게다가 날 도발하기까지.”단보현은 본인의 귀를 의심했다.“잘못 이해한 거 아니야?”손형원은 종잡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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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국제 대회 시작도 전에 어디론가 숨겨버렸더군. 폐관 수련 같은 걸 하는 모양이야.”말이 폐관 수련이지, 사실은 고윤택을 보호하기 위함이다.폐관 수련은 그저 대외적으로 둘러댈 단어일 뿐.손형원이 차갑게 웃었다.“그럼 그렇지. 연정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거야.”단보현이 한숨을 내쉬었다.“손형원, 연정미는 그 아이를 꽤 좋아해. 만약 네가 그 아이한테 손을 댄다면 정미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단보현도 하지율을 쳐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이용하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다.그건 단씨 가문에서 커오면서 생긴 자그마한 양심이다.손형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정미가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쩔 수 없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말을 마친 손형원이 전화를 끊었다....연씨 가문에서 걸어 나올 때, 밖의 태양은 아주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었다.해빛이 너무 세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하지율은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고지후가 바로 하지율을 붙잡아주었다.“지율아.”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의 고지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지율을 쳐다보았다.“너 괜찮아?”손형원이 떠난 뒤, 두 사람도 얼마 있지 않고 저택을 떠났다.연태훈과 연재영은 고지후의 자백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손형원이 하지율을 향해 총을 겨누며 말하던 것을 보고 이 사건의 배후가 하지율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손형원의 행동이 오히려 하지율이 의심을 받지 않게 해준 것이다.하지율은 기다란 속눈썹을 들어 올려 고지후를 쳐다보았다.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본인을 부축하는 고지후의 손목을 꽉 잡았다.“지후 씨, 윤택이를 꼭 잘 지켜줘야 해. 절대로 손형원과 만나게 해서는 안 돼.”하지율은 손형원에게서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꼈다.고지후의 낮은 목소리는 마치 따뜻한 물결처럼 하지율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지율아, 걱정하지 마.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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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인데요?”설마 손형원 때문에?하지만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고지후는 아주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 진작 손형원 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었다.진태환이 얘기했다.“사실 고 대표님의 여동생인 고윤영 씨가 오늘 오전 고 대표님한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고 대표님은 고윤영 씨를 찾아가다가 매복해 있던 킬러한테 당해 큰 부상을 입으셨습니다.”거기까지 말한 진태환은 한숨을 내쉬었다.“킬러들은 일찌감치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고 대표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것이겠죠. 고윤영 씨는 그저 미끼일 뿐, 진짜 목표는 고 대표님이었다는 겁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지후가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건 예상밖의 일이다.진태환이 말을 이었다.“고 대표님이 쓰러지기전, 알려주신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지율 씨한테 전달해 드리기 위해 연락드린 겁니다.”하지율은 핸드폰을 꽉 잡고 물었다.“뭔데요?”“주변에 배신자가 있다고 하셨습니다.”하지율은 멍하니 있다가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함우민의 모습을 그렸다.함우민은 처음부터 하지율을 위해 소식을 빼돌렸고 임채아와 장하준의 함정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그 덕분에 임채아와 장하준은 많은 손해를 봤다.하지만 민성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도운 건 함우민이다.그러니 함우민은 의리를 지키는 편이라는 걸 알 수 있다.함우민은 고지후를 배신하고 고지후를 죽음으로 내몰 사람이 아니다.이윽고 진태환이 또 얘기했다.“하지율 씨, 고 대표님이 전에 얘기하셨습니다. 만약 고 대표님한테 문제가 생긴다면 고윤택 님의 양육권은 하지율 씨한테로 넘긴다고요. 이미 유언장을 받아놨기에 고 대표님의 재산은 모두 하지율 씨 것이 됩니다. 고성 그룹도 하지율 씨 명의로 넘어갈 겁니다. 고윤택 님의 양육비로요.”이건 유언과 다를 바가 없었다.하지율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지후 씨는 지금 무슨 상황... 설마...”진태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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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진태환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하지율이 괜히 밀어내거나 거절하지 않는 걸 보고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지금 고지후의 상태는 어떻게 될지 전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진태환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고 하지율을 설득할 시간은 전혀 없었다.막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하지율이 진태환을 불렀다.“진태환 씨,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진태환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하지율 씨, 걱정하지 마세요. 고 대표님 쪽에 어떤 정보가 들어오든 제가 가장 먼저 알려 드리겠습니다.”하지율은 병원으로 가겠다고 나서지 않았고, 진태환도 병원으로 오라고 권하지 않았다.고지후를 노리고 기습까지 감행한 자라면, 하지율을 노리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이런 판국에 하지율이 성급하게 움직이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S시, 병원 수술실 앞.고윤영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수술실 문 앞에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적막한 복도에 또각또각 발소리가 울렸다.고윤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단정하고 온화한 인상의 남자가 다가오는 걸 본 그녀의 텅 빈 눈동자에 순식간에 빛이 돌아왔다. 빠져나갔던 영혼이 그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한 사람의 표정이었다.“우민 오빠.”고윤영의 눈가와 콧등은 붉게 부어 있었다. 한참 운 흔적이 역력했다.고윤영이 온몸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우민 오빠, 우리 오빠가... 날 구하려다가 놈들한테 습격당했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상처도 너무 심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오빠가 요즘은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고, 밀폐된 공간에서 노는 건 삼가라고 몇 번이나 말해 줬는데, 내가 그 말을 안 듣고 몰래 놀러 나왔어요. 나한테 붙여준 사람도 억지로 떼어 내고... 오빠가 이미 여러 번 경고해 줬는데도 내가 못 참아서... 그래서 이런 일이 난 거예요.”함우민은 그런 고윤영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달래 주었다.“윤영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까지 자책하지 마. 따지고 보면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거기까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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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손형원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래, 맞아.”단보현이 경악했다.“너 진짜 미쳤어? S시에서 감히 고지후를 노려? 여기서 죽고 싶은 거야?”손형원은 별다른 감정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당했어.”“무슨 소리야?”“고지후 발목을 잡아서, 하지율을 도와줄 수 없게 만들려고 한 것뿐이지, 죽일 생각까진 없었어. 진짜 죽기라도 하면 나도 골치 아프거든. 그래서 진짜 실력 가진 놈 둘만 붙여서, 병원 신세 좀 지게 만들 생각이었어. 그런데 같이 섞여 들어간 놈들 중에, 내가 고용한 사람 말고도 셋이 더 있더라.”그 말을 듣던 단보현은 기색이 굳어졌다.“그런데 너, 어떻게 고지후 동선까지 손에 넣었어?”손형원이 대답했다.“이틀 전에 익명 메시지를 하나 받았어. 오늘 고지후가 어느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그냥 확인이나 해 보자는 마음으로 움직인 건데 진짜 거기 나타나더라고. 그래서 생각하는 거지. 이 정보를 흘린 사람이, 고지후 주변에 붙어 있는 인간일 수도 있다고 말이야.”고지후 같은 사람들의 동선은 철저하게 비공개다.괜히 직접 사람을 붙여 미행하려 들었다간, 금방 눈에 띄게 되어 있다.게다가 여기는 손형원의 영향력이 통하는 구역이 아니다.손형원이 자기 부하를 보내 고지후를 미행하게 만들면, 이 근방의 깡패들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게 마련이고, 그사이에 고지후 쪽 사람이 섞여 있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제 발로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될 것이다.손형원은 그런 멍청한 수를 쓸 인간이 아니었다.단보현은 단번에 손형원의 뜻을 깨달았다.“그러니까 이번 판은 네가 누명을 쓸 상황이라는 거네? 고지후가 어쩌면 네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손형원이 느긋하게 말했다.“들어 보니까 이번에 고지후가 꽤 크게 다쳤대. 당분간은 쉽게 못 일어날 거야.난 그사이에 하지율을 정리하고, 타이밍 봐서 Z국에서 빠져나가면 돼.”단보현이 물었다.“벌써 하지율을 어떻게 할지 계획했어?”“당연하지.”“어떻게?”손형원의 목소리에 싸늘한 웃음기가 스며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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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고지후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함우민에게 이런 부탁을 남겨 둔 건,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하지율이 물었다.“고지후 씨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함우민이 차분히 답했다.“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건 아니에요. 다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이번에 지후가 다섯을 상대로 버티면서 윤영이까지 구해 낸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것도 기적에 가깝죠.”하지율은 진태환이 했던 내부 배신자 이야기가 떠올라 잠시 흠칫했지만, 결국 그 부분은 함우민에게 꺼내지 않기로 했다....J시는 애초에 함우민의 구역이었다.고지후에게 사고가 난 이상, 하지율을 지키는 일은 자연스레 함우민의 몫이 됐다.혹여 하지율에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함우민은 거의 매일 하지율을 대회장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돌아왔고, 식사 자리에도 동행했다.장을 보러 나가든, 간단한 물건을 사러 나가든, 항상 일정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예전 화야가 곁에 붙어 있었던 시간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곁을 지키는 날들이 이어졌다.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하지율도 점점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우민 씨.” 하지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정기석 씨 쪽에서도 제 주변을 계속 지켜보고 있고, 걱정되시면 실력 좋은 여자 경호원만 더 붙여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우민 씨가 매일 직접 움직이실 필요는 없어요.”경호 인력의 보호는 정면에서 다가오는 공격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은밀한 계략까지 전부 막아 내지는 못한다.옛날의 황제와 대신들, 지금의 대통령과 총리들까지, 누구나 최고의 호위들을 대동하고 다니지만, 그래도 저격을 당할 사람은 당하고, 침입당할 때도 있다.24 시간 동안 곁에 붙여 둔다고 해도, 허점은 반드시 생긴다.하지율은 자신의 문제 때문에 함우민의 업무에 지장이 가는 것이 미안했다.그러자 함우민이 부드럽게 웃었다.“지율 씨,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당분간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다 정리해 놨어요. 이건 지후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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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하지율이 다시 거절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유소린이 재빨리 거들었다.“지율아, 나가서 좀 돌아다니자. 하루 종일 방에만 있으면 몸에도 안 좋아. 바람도 좀 쐬고, 햇빛도 좀 봐야지.”유소린은 원래 가만히 붙어 있질 못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며칠씩 실내에만 묶여 지내는 게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다.하지율은 설레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유소린의 표정을 보고는, 결국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일정은 전부 함우민이 짰다.하지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해서였다.J시는 관광지가 많은 도시였다. 함우민은 미리 연락을 돌려, 신원이 불분명한 인원의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게 했다.관광지마다 하지율 일행 말고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걷고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지율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유소린은 말할 것도 없었다. 눌러 두었던 흥이 한꺼번에 터져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며 완전히 신이 나 있었다.해 질 무렵, 세 사람은 충분히 돌아다닌 뒤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함우민이 예약해 둔 곳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홀 안은 연인들로 북적였다.하지율과 유소린, 함우민은 식사를 하던 중 한 커플의 공개 프러포즈 장면을 그대로 목격하게 됐다.로맨틱한 걸 유난히 좋아하는 유소린은 바로 흥분해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탰다.프러포즈가 끝난 뒤, 반지를 받은 여자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지율과 함우민을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하지율에게 내밀며 말했다.“두 분 정말 잘 어울려요. 남자 친구분이랑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하지율과 함우민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쌍이었다.말 그대로 남자는 단정하고 잘생겼고, 여자는 세련되고 예뻤으니,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커플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하지율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번졌다. 하지율이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런 사이가 아니고...”말을 다 잇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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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스쳐 지나가던 바로 그 순간, 함우민의 표정이 급격히 굳더니, 갑자기 하지율을 강하게 옆으로 밀쳐냈다.“지율 씨, 조심해요.”칼날이 번쩍이는 차가운 빛이 허공을 갈랐다. 그 궤적이 정확히 함우민의 팔을 스치며 살을 깊게 베었다.일격이 빗나가자, 호텔 직원 복장을 한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움직였다.손에 쥔 날카로운 칼을 치켜들고, 이번에는 그대로 하지율의 몸을 향해 들어왔다.함우민의 반응은 번개처럼 빨랐다.함우민은 몸을 틀어 앞으로 나가면서, 한 발로 그 남자를 강하게 걷어찼다.남자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타이밍을 놓친 후였다.그는 단번에 포기하고, 싸움을 끌 생각도 없다는 듯이 잽싸게 몸을 돌려 달아났다.함우민은 그 뒤를 쫓지 않았다.하지율한테서 함우민을 떼어내려는 유인책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유소린과 하지율은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창백한 얼굴로 함우민의 팔을 바라보았다.“우민 씨, 피가 너무 나요. 빨리 병원부터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함우민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지금은 병원에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혹시 병원에도 누가 숨어 있다면, 지금 내 상태로는 지율 씨랑 유소린 씨를 지키기 버거울 수 있어요.”유소린은 주위를 불안하게 훑어보았다. 당장이라도 다른 방향에서 누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잔뜩 긴장했다.“그럼, 정기석 씨 쪽 사람들을 부를까요? 가까이 붙어서 지켜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함우민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들은 숨어서 움직여야 해요. 그들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는 거고요. 나서서 우리 주변을 둘러싸면, 오히려 차로 들이받고 도주하는 식으로 덤빌 수 있어요.”유소린은 더 불안해졌다.“그럼... 그럼 우리 그냥 위로 올라갈까요? 방으로 피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함우민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까 봤잖아요. 호텔 직원으로 위장하고 여기까지 들어왔어요. 그 말은, 이 건물은 이미 뚫렸다는 뜻이에요. 지금 위층 객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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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하지율에게 쏠렸다.하지율도 순간 얼어붙었다.유소린은 함우민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웃으며 분위기를 정리했다.“보니까 함 대표님도 많이 피곤한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푹 쉬는 게 좋겠어요.”함우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집사를 불렀다.“하지율 씨랑 유소린 씨한테 방을 각각 하나씩 준비해 주세요.”집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방 정리가 끝난 뒤, 하지율은 유소린의 방을 찾았다.“소린아, 우리 이렇게 함우민 씨 집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하지율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유소린이 바로 받아쳤다.“네가 다치는 것보단 낫지. 게다가 나도 같이 있잖아, 뭐가 그렇게 불안해. 그리고 함우민 씨는 그런 구질구질한 사람 아니야. 이상하게 굴 사람도 아니고.”“그게 걱정인 건 아니고, 그냥... 이렇게까지 신세 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유소린은 하지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관계를 만들어 오해할 만한 상황을 싫어하고, 특히 남자와 엮이는 걸 피하고 싶어 한다는 걸 말이다.“알았어. 그럼 내가 가서 우민 씨한테 직접 말해 볼게.”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약 10분쯤 지났을까. 방문의 노크소리와 함께 유소린과 함우민이 들어왔다.“지율 씨.” 함우민이 부드럽게 물었다.“유소린 씨 말로는 여기서 지내기 불편하다고 하시던데, 혹시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나요?”“그런 건 아니고요.” 하지율이 고개를 저었다.“남의 집에 머무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요.”이혼 후 하지율은 줄곧 자기 집에서 지냈고 누군가의 집에 들어가 신세를 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함우민은 그 말을 듣고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일단 여기서 주무세요. 내일 제가 사람을 보내 호텔을 체크하게 하죠. 안전이 확인되면 그때 옮기셔도 늦지 않습니다.”그건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그럼... 오늘은 신세 좀 질게요.”하지율은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함우민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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