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영은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고지후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씨 가문의 영애라는 신분이, 고지후의 전처라는 꼬리표보다 못할 까닭이 없다.게다가 회사 주가가 빠지면 하지율에게도 득 될 게 없다.앞으로 하지율도 일부 지분을 받게 될 텐데, 연경 그룹 주가 하락은 곧 하지율의 손실로 이어진다.분노에 휩싸여 처음부터 하지율이 벌인 일이라 단정한 건, 연재영 자신이었다.어색한 기운을 거두기 위해 연재영은 일부러 태연한 척 물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눈길을 옆으로 흘기자, 거실 한편의 연태훈이 보였다.하지율을 오해한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그때의 연태훈도 같은 생각이었던 듯했다.하지율은 고지후를 흘끗 보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조용히 떠올랐다.예전에 임채아를 두둔하던 때처럼, 오늘의 고지후는 하지율을 감싸고 있었다.만약 아직 이혼 전이었다면, 하지율은 아마 눈물이 날 만큼 벅차올랐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기쁘지 않다고 해도, 이 순간 대신 나서 주는 일은 분명 고마운 일이었다.고지후가 여기까지 말해 준 이상, 굳이 앞에서 고지후의 말에 반기를 들며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다.문득, 정기석이 들려준 말이 머릿속에서 또렷해졌다.“지율 씨,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은 절대 남자 힘 안 빌린다고 하는데, 그런 말에 휩쓸리지 말아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인맥이 전혀 없는 경우가 과연 있나요? 인맥이 뭔지 아세요? 필요할 때 친척, 친구, 파트너, 그리고 주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문제를 푸는 힘이에요. 남 이야기는 접어 두고, 제 이야기부터 해 볼게요. 제가 오늘의 자리에 선 건 든든한 제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도 솔직히 가문의 힘을 쓴 거예요. 제 곁의 친구도 적지 않고, 저에게 호감을 보이며 결혼까지 생각하는 유능한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분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도움을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요. 다들 성인이고, 비즈니스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