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헌은 한순간 임서율의 눈빛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냉기를 본 것 같았다.하지만 다시 바라보니 여전히 그녀는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차주헌은 피곤해서 잘못 본 건가 싶었다.임서율은 그의 손을 홱 뿌리치며 말했다.“나 피곤해. 잘 거야.”임서율은 문신을 지운 이유를 차주헌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다만, 운성시를 떠날 때가 되면 그 이유에 대해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임서율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차주헌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막상 입을 열지는 못했다.서재로 다시 돌아온 그는 방문을 닫고 소파에 몸을 뉘었다. 흐릿한 조명이 준수하면서도 우수에 찬 그의 얼굴을 비춰 주었다.그가 알고 있는 임서율은 절대 변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 좋아하는 것은 끝까지 좋아했고 마음이 바뀌는 일 따위는 절대 없었다.‘그렇다면...’차주헌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혹시 무언가를 눈치챈 건가?'차주헌은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강수진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임서율은 몇 마디 질문만 던질 뿐 화를 내거나 토라지지 않았고, 차주헌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러니 미심쩍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확신할 방법이 없었다.차주헌 때문에 잠이 깬 임서율은 복잡한 마음으로 침대에서 뒤척였다.그녀는 차주헌 때문에 붉게 달아오른 자기 손목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조금 지나자, 빨갛던 손목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임서율은 내일 하도원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잠을 청했다.언제 잠들었는지 눈을 뜨자 시계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부랴부랴 일어난 그녀는 급히 세면실로 달려가 세수를 마치고 하도원에게 문자를 보냈다.[하 대표님, 점심은 어디서 먹는 게 좋을까요?]하도원은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고, 문자에는 그녀를 놀리는 듯한 어조가 배어 있었다.[돈이 남아돌면 아주 불편한가 봐요? 꼭 써야 속이 후련하겠어요?]임서율은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돈을 못 써서 불편한 게 아니라, 이 일을 해결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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