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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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하지만 하도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지난번 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정말 섹시하고 아름다워서, 여자인 임서율조차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여자인데 어느 남자인들 마다할 수 있을까?어쩌면 하도원이 몰래 그 여자랑 만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허리를 곧게 펴고 있던 하도원은 임서율이 상처를 다 처리한 것을 확인하더니 옆에 놓여있던 옷을 입으며 말했다.“임서율 씨가 싫다고는 안 했는데요.”그의 뜬금없는 농담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임서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그럴 자격도 없으시죠.”하도원은 마디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양복 재킷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또 모르죠.”임서율은 지금 하도원에게 빨리 밥을 해줘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기분이 좋은 틈을 기회 삼아 원하는 것을 말하려던 참이었다.그녀는 옷을 툭툭 털며 일어섰다.“냉장고에 음식 자료들이 좀 있어요?”“있어요.”하도원은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도우미 아주머니가 매일 재료를 사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았다.그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먹지는 않지만 사기를 좋아했고 냉장고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다.임서율이 냉장고 문을 열자, 역시나 안에는 재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그녀는 그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다.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서율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도원은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뒷모습을 찍어 친한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하도원이 보낸 사진을 본 배성빈은 갑자기 놀란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잠깐, 이 여자 누구야? 왠지 좀 익숙한데?]곽현호 역시 문자를 보냈다.[와, 이거 우리 도원 형이 보낸 거야? 진짜 백 년에 한 번 보내는 문자가 여자 사진이라니.]주재훈 역시 느낌표와 함께 문자를 보냈다.[헐! 이거 그 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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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임서율이 주방에서 음식을 다 해서 내오기까지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그녀는 한 번도 요리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특히, 임서율은 갑자기 제육 볶음을 만드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봄과 동시에 어머니가 만들었던 맛의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임서율의 어머니가 제일 자신 있어 하던 요리가 바로 제육 볶음이었는데 하도원이 원하는 맛을 내지 못한다면, 이 식사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임서율은 긴장한 마음을 안고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은 뒤 소파에 앉아 여전히 휴대폰에 빠져있는 하도원을 돌아보았다.그녀는 그의 뒤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식사 하시죠.”하도원은 타자하던 손을 멈추고 식탁 위에 놓여있는, 나름 풍성하게 차려진 점심을 바라보았다.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난 하도원은 임서율의 앞으로 다가가 긴 팔을 소파 팔걸이에 기댄 채 그녀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임서율 씨, 나는 왜 잔뜩 차려진 음식을 보니 임서율 씨한테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죠?”임서율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두근거렸다.그녀는 뻣뻣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무슨 소리예요. 하 대표님이 오아시스 프로젝트 경영권만 따주신다면, 그걸로 제 소원은 다 이뤄지는 거예요.”하도원은 더 묻지 않고 몸을 곧게 펴며 시선을 돌린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러면 식사 하죠.”곧이어 임서율은 하도원 뒤를 따라 식탁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하도원이 방금 한 그 말은 이미 그녀의 모든 길을 막아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이제 와서 다시 도움을 요청하면 화를 낼까?’불안한 마음을 안고 식탁 앞에 앉은 임서율은 상황을 봐가며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감정을 추슬렀다.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제육 볶음을 집어 하도원의 밥공기에 올려주며 말했다.“맛 한번 보세요. 엄마가 한 거랑 똑같다는 장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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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날 위해 만든 거 아니었어요? 못 먹게 하려는 건 무슨 심보에요?”임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짐짓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그래요? 저는 하 대표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죠.”하도원은 젓가락을 들어 다른 반찬을 집어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임서율 씨가 무슨 속셈인지 내 눈에는 다 보여요.”임서율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중얼거렸다.“뭔 상관이에요. 효과만 있으면 됐지.”하도원은 꽤 입맛에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예전에 먹었던 맛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70% 정도는 비슷했다.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무심한 듯 물었다.“차주헌한테도 요리해 준 적 있어요?”“당연히 해줬죠. 그런 걸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으세요?”과거 차주헌한테 헌신했던 자신의 행동을 떠올린 임서율은 스스로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하도원은 컵을 내려놓고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그럼 그를 위해 요리를 배운 적도 있고?”임서율은 매우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전에 차주헌이 한동안 위가 안 좋았을 때 외부 음식은 잘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죽을 만들어 줬어요. 처음엔 맛이 이상했는데 여기저기 레시피도 찾아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니 괜찮아졌죠. 아침 5시에 일어나 죽을 쑤고, 차주헌이 좋아하는 반찬도 만들어 주고.”임서율의 말에 하도원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임서율 씨가 그렇게까지 누구를 잘 보살펴 주는지는 몰랐네요. 하지만 강수진은 그렇게 애쓸 필요도 없겠죠. 그냥 애교 섞인 콧소리로 이름만 부르면 되니까.”하도원의 말에 임서율은 다시 한번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어 마음이 심란해졌다.차주헌은 절대 강수진에게 새벽 5시에 일어나 죽을 쑤라고는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그런 그녀에게 하도원의 말은 매번 비수처럼 마음에 박혔고, 결국 비참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임서율은 머릿속으로 만약 하도원에게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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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임서율의 말에 하도원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아첨이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연기가 너무 지나친데 차주헌한테 좀 배우고 오세요.”머리에 얼음물을 끼얹는 듯한 하도원의 말에, 임서율은 입가에 맺힌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꽤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그걸 알아차리는 하도원 때문에 할 말이 없어진 임서율은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그렇게 티 났나? 됐어. 어차피 하도원은 협박도 아부도 통하지 않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하 대표님,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요.”하도원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팔꿈치를 식탁에 기대 턱을 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가늘게 뜬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서려 있었다.“드디어 여우의 꼬리를 드러내는 건가요?”임서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알고 있었어요?”하도원은 물끄러미 임서율의 눈을 응시했다.살짝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은 약간의 촉촉함을 머금고 있어 애잔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임서율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빛이 마치 사람을 홀리는 여우처럼 무심코 누군가를 유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하도원은 가볍게 기침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도 말했지만, 임서율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다 보여요. 투명한 유리알처럼.”‘투명하다'라는 말에 임서율은 문득 예전에 하도원이 그녀를 한번 쓱 훑어보고는 옷 사이즈는 물론 속옷 사이즈까지 맞춘 일이 떠올랐다.‘진짜 무서운 사람이구나.’임서율은 갑자기 방금까지 자신의 모든 행동이 하도원 앞에서 그저 어리석은 광대 짓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하도원은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임서율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임서율은 그한테 놀아났다는 생각에 굴욕감이 솟구쳐 올랐다.젓가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얼굴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러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제가 바보처럼 하도원 씨를 즐겁게 해주는 걸 모른척하면서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어요?”하도원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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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됐어. 내가 다시 생각해 볼게.]양지우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그런데 아무리 다루기 어려운 남자라도 남자는 남자일 뿐이야. 영웅도 미인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는데 네 얼굴이면 충분히 가능해.]양지우의 황당한 문자에 임서율은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주방으로 다가오는 하도원의 발소리에 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음식을 먹는 척했다.하도원은 갑자기 정교한 디저트를 그녀 앞으로 밀어놓으며 말했다.“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대요.”임서율은 눈앞의 놓인 예쁜 딸기 케이크를 바라보더니 하도원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매주고 떡 준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하도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달래주려는 거잖아요. 이럴 게 뻔한데도 모르겠어요?”‘달래준다'라는 하도원의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은 임서율은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그런 거 안 어울리니까 하지 마시죠. 더 무서워요.”무엇보다 달콤한 목소리가 아닌, 딱딱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으니 오히려 안 먹으면 큰일 날 거라는 협박처럼 들려왔다.하도원은 의자를 끌어당겨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왜요? 차주헌은 잘 달래주나 봐요? 하긴, 잘 달래주니까 그렇게까지 속일 수 있었겠죠.”임서율은 반박할 말이 없어 주먹만 꽉 쥐었다. 하도원의 말은 듣기 싫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사실이었다.그녀는 포크를 들어 딸기 케이크 조금 떠서 입에 넣었다.달콤함과 함께 약간의 신맛이 입안 가득 퍼지자, 임서율은 정말로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디저트는 확실히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임서율은 두어 입 먹고 마음을 진정된 후 고개를 들어 하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하 대표님, 이 부탁이 조금 무례할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하도원은 두세 마디 한 번에 부탁을 섞으며 진지한 표정을 하는 임서율의 모습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무례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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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하지만 하 대표님도 분명히 해명이 필요하지 않나요? 결혼한 여자와의 스캔들은 하 대표님의 명성에도 큰 타격일 텐데요.”임서율의 말에 하도원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그녀는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명한 눈썹뼈 아래로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다림질이 선명하게 박힌 정장 바지가 다리를 꼬는 동작과 함께 살짝 올라가며, 핸드메이드 구두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깊게 팬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봤다면, 명성 따위 나한테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요.”명성과 체면을 중요시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면, 그는 아마 상업계의 노련한 여우들한테 이미 조각조각 뜯겼을 수도 있었다.임서율은 갑자기 강렬한 패배감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하도원은 정말 그녀가 평생 만난 사람 중 가장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그는 마치 단단한 철근처럼 어떤 방법을 써도 조금의 동요조차 없었다.임서율은 계속 이렇게 강하게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하도원의 성격상 그녀가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그는 더 강하게 그녀를 맞받아칠 것만 같았다.임서율은 솔직하게 물었다.“제가 뭘 하면 도와주시겠어요?”하도원은 다리를 떨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임서율 씨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겠죠.”하도원이 원하는 것이 양지우가 아까 말했던 그거라고 생각한 임서율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임서율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하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의자에서 일어나 하도원 앞으로 다가갔다.그러고는 천천히 자기 블라우스 리본을 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추를 풀자, 하얀 피부와 함께 가녀린 몸매가 드러나며 우아한 쇄골 라인이 보였다.임서율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것 같았지만, 하도원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그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듯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임서율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손이 블라우스의 세 번째 단추에 닿자, 안에 있던 검은색 속옷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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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하도원의 손가락 끝이 임서율이 풀어놓은 단추에 닿았다.피부를 스치는 그의 손길에 임서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스킨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임서율이 눈을 내리깔자, 하도원이 하나씩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다시 채우고 있었다.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하도원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무... 무슨 뜻이에요?”하도원은 임서율을 흘겨보았다.평소의 나른함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뼛속까지 파고드는 살얼음 같은 냉랭함이 감돌았다.“임서율 씨는 지금 뭐 하자는 건데요?”하도원의 반문에, 임서율은 머리가 멍해졌다.“저... 제 뜻은, 만약 제가 유부녀라는 점이 걸리지 않는다면...”“아, 임서율 씨도 본인이 유부녀라는 사실은 알고 있네요?”머릿속이 뒤죽박죽 해진 임서율은 미간을 찡그렸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하도원이라는 남자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임서율은 더듬거리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도원 씨는 돈도, 권력도 다 갖추셨으니,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고...”하도원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허리를 굽혀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았다.피로감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귀를 저릿하게 했다.“그러니까 임서율 씨는 내가 여자한테 굶주린 놈으로 보인다는 말이에요?”임서율은 그제야 자신이 또 실언했음을 깨달았다.“그런 뜻이 아니에요.”하도원 같은 남자에게 여자가 부족할 리 없었다.솔직히 말해 그녀가 자신을 스스로 내놓는다 해도 하도원이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었다.하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방으로 차가운 기운을 발산했고, 임서율은 강력한 압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임서율 씨 어머니께서 만약 자기 딸이 이 지경까지 타락한 걸 안다면, 관 뚜껑을 열고 당장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요?”눈빛이 흔들리던 임서율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하도원의 말은 정말 칼날처럼 항상 사람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찾아내 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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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알았어요. 금방 타 드릴게요.”임서율이 주방으로 들어가서야 하도원은 긴장을 풀었다.그 순간, 율이가 갑자기 짖으며 하도원에게 달려들었다.피할 새가 없었던 하도원은 율이한테 중요한 부위를 밟혔고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등을 구부리며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손으로 감싼 채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짖고 있는 율이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날 병신으로 만들 생각이야? 내일 당장 보신탕 끓여 버리는 수가 있어!”그의 말을 알아들은 율이는 겁에 질려 머리를 움츠렸다.하도원은 한참 뒤 겨우 불편함을 추슬렀다. 그는 율이가 왜 갑자기 자신을 향해 짖었는지 알 것 같았다.지금까지 율이는 하도원 한테서 생리적 반응을 본 적이 없었다.필경 하도원 주변에는 여자란 존재조차 없었으니 당연한 거였다.하지만 방금 임서율의 행동에 그도 남자인지라 반응이 올 수밖에 없었고, 율이는 아마 그의 몸속에 무슨 괴물이라도 있는 줄로 착각한 듯했다.하도원은 자신이 절제력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미간을 문질렀다.주방에서 커피를 타고 있던 임서율은 아까 아무 반응도 없던 하도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전에 약에 취했을 때는 분명히 반응이 있었는데.’이런 건 양지우하고만 상의할 수 있었다.양지우는 임서율의 문자를 보고 급히 답장했다.[네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하 대표님이 반응 하나 없었다고? 설마 동성애자 아닐까?]동성애자라는 단어에 임서율은 적잖이 놀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았다.‘하도원이 동성애자일 리가 없잖아.’양지우가 또다시 문자를 보내왔다.[그게 아니라면 딱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어. 좀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만.]뇌가 굳어버린 것 같았던 임서율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뭔데?]양지우는 한숨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네가 하 대표님의 취향이 아닌가 봐.]결론은 하도원의 눈에 임서율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 앞에서, 특히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여자 앞에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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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하도원은 아까와 달리 많이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도와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임서율의 눈이 반짝였다.“말씀해 보세요.”하도원이 도와주겠다면 그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한가지 계약하죠. 앞으로 일 년 동안 내 최면사이자 매니저로 일하는 거예요. 커피 타는 일까지 포함해서요.”임서율에게 하도원이 제기한 일은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일주일도 견디기 힘든데 일 년이라니 너무 막막했다.그렇다고 지금 하도원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하도원의 성격상 이 정도의 조건도 충분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임서율이 망설이자, 하도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작은 조건도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왜요? 차주헌이 알게 될까 봐 겁나요?”임서율은 곧 떠날 예정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지금 계약서에 서명한다 해도, 결국 공허한 약속에 불과했다.그녀는 하도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순간, 하도원의 검은 눈동자가 확 어두워졌다.그는 커피잔을 탁자에 탁 내려놓았고 쨍그랑하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그래요? 차씨 가문 사모님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내가 한 제안은 없었던 걸로 해요.”하도원의 말에 마음이 급해진 임서율은 허둥지둥 변명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하도원이 다시 한번 되물었다.“확실히 할 수 있어요?”“네, 할 수 있어요.”임서율은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하도원만 도와준다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었고, 어차피 이곳을 떠난다면 하도원도 자신을 찾을 수 없을 테니 그 뒤의 일은 어떻게든 될 거로 생각했다.하도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서재 책상 위에 있는 계약서를 가져와서 서명해요. 계약은 오늘 밤부터 적용되는 거예요.”“뭐라고요?”임서율은 완전히 멍해졌다. 하도원은 이미 모든 걸 예측하였다는 뜻이었다.그녀가 계획하기도 전에,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하도원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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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시간이 늦지 않았다면, 임서율은 당장이라도 시작하고 싶었다.“안심해요. 계획이 다 있으니까.”임서율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지금 빨리 가야만 양지우의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아니면,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그래요. 오늘 밤을 잊지 말고.”하도원은 느긋한 말투로 계약을 상기시켰다.잠시 멈칫하던 임서율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무언가에 치마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숙여보니 율이가 자신의 치마를 물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임서율은 율이의 얼굴을 보고는 외강내유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겉모습은 강하고 사나워 보이지만, 속은 정 반대라는 단어.그러고 보면 반려견은 주인을 닮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임서율은 하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것 좀 놔주라고 말해 줄래요?”하도원은 임서율의 치마를 물고 있는 자기 반려견을 보며 턱을 살짝 치켜들고 말했다.“율이가 가지 말라는 건데 내가 뭘 어떡해요? 직접 말해 봐요.”임서율의 입꼬리가 떨려왔다.“율이가 내 말을 알아들어요?”하도원은 느긋하게 잡지를 집어 들며 태연하게 말했다.“사람 말은 대부분 알아들으니까 임서율 씨의 말도 알아듣겠죠.”임서율은 허리를 살짝 굽혀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날카로운 송곳니와 헐떡이는 혀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공손하게 타협을 시도했다.“내 치마 좀 놓아줄래?”율이는 꼬리를 두 번 흔들었지만 물고 있는 치마를 놓지는 않았다. 분명히 놓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임서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나한테 집착하는 거죠?”하도원은 턱을 쓰다듬으며 불확실한 태도로 말했다.“아마... 수컷이어서?”임서율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런 이유도 있어요?”하도원이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율이야, 이리 와!”임서율은 항상 ‘율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하도원이 자기를 부르는 것 같았다.예전에 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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