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211 - Bab 220

221 Bab

제211화

임서율은 하도원의 답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꼭 저런 표현을 써야 해?’‘몰래 침대에 올라갔다는 게 말이야 뭐야...’하도원은 뭔가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임서율도 미세한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선 그대로 굳어버렸다.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양지우의 전화인 걸 보고선 망설임 없이 받았다.“무슨 일이야?”“큰일 났어. 너 어젯밤 내내 하 대표님이랑 같이 있었지?”임서율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응. 어떻게 알았어?”“나뿐만 아니라 지금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어젯밤에 하 대표님이랑 같이 술 마셨지? 대표님이 다쳐서 경찰까지 왔고 네가 밤새 병원에서 간호했다며?”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말에 임서율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머릿속에는 단 세글자만 맴돌았다.‘X됐다.’임서율이 대답하지 않자 양지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제발 휴대폰 좀 보면서 살아. 아참, 그리고 이틀 정도는 회사에 안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아. 밖에 기자들이 잔뜩 깔렸어. 절대 찍혀서는 안 돼. 찍히는 순간 차주헌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서율은 그제야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타이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차씨 가문 며느리, 재호 그룹 대표와 밀회하다? 불륜인가?]한껏 과장된 기사 내용에 임서율은 기자들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기자로만 있기엔 아까운 실력이네. 이런 재능이면 웹소설 작가가 적성인데...’그때 차주헌이 전화를 걸어왔다.임서율은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고는 처음으로 전화를 받는 게 두려워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 시각 하도원은 병실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에는 기자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임서율도 따라가 보더니 기절할 뻔했다.“기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요.”하도원은 진승윤에게 전화를 걸더니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문 앞에 있는 기자들 처리해.”“대표님, 지금 운성의 모든 언론사에서 몰려들었습니다.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하도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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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설명할 게 없어요.”사실 차주헌은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애매모호하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다만 지금의 상황이 그의 추측을 확증해 줄 뿐이었다.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발악해 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하도원은 담배를 피우며 턱을 만지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로 임서율을 흘겨보았다.“서율 씨한테 이런 화끈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임서율은 그저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도원은 담배를 끄고 임서율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따라와요.”임서율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밖에 기자들이 잔뜩 깔려있는데 어딜 가려고요?”“따라오기 싫으면 말고요. 솔직히 스캔들 터져도 난 손해 볼 게 없어요.”하도원은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반면 임서율은 일이 커지질 원치 않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난처한 상황이지만 어디까지나 기자들의 추측에 불과했다.만약 기자들이 하도원과 같은 병원, 같은 병실에 있었다는 걸 입증한다면 그들의 추측은 확신으로 변해 임서율을 폭발시킬 도화선이 될 것이다.그 후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그러니 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도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갈게요.”하도원은 임서율을 데리고 여러 진료실을 지나 신경과로 향했다.안에서는 의자가 환자를 진료 중이었으나 하도원은 문을 열더니 말없이 임서율을 밀어 넣었다.임서율은 난처한 표정으로 하도원에게 속삭였다.“이렇게 마음대로 들어가도 괜찮아요?”그러자 하도원은 개의치 않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싫으면 기자들한테 직접 우리 관계에 대해 해명해요. 과연 그 사람들이 서율 씨의 말을 믿어줄까요?”임서율은 말문이 막혔다.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건 소귀에 경 읽기와 다름없다. 그들은 제멋대로 생각하고 기사를 쓰는 게 일상이니 이곳에 온 것도 단지 자신들의 추측을 확인하고 확증하기 위함이다.그렇게 해야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니 다들 특종에 눈이 먼 것이다.의사의 얼굴을 확인한 임서율은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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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사이즈가 맞을지 모르겠네요.”“괜찮아요.”지금 사이즈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조현우가 휴게실을 가리키자 임서율은 서둘러 들어가 간호사복으로 갈아입었고 사이즈가 조금 크긴 했지만 나름 입을 만했다.하도원은 조현우에게 임서율을 맡기며 말했다.“기자들에게 들키는 순간 넌 의사를 그만둬야 할 거야.”그러자 조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사업 범위가 이렇게까지 넓었나? 병원에도 손을 대고 있는 거야?”하도원은 고개를 돌려 조현우를 흘끗 보았다.“이 병원의 최대 주주가 나야. 무슨 뜻인지 알지?”조현우는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못 들은 거로 해.”조현우는 임서율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서율 씨, 이쪽으로 따라오세요.”임서율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절 기억하세요?”“물론이죠. 도원 형이 남의 일에 관심을 보인 건 서율 씨가 처음이거든요.”곧바로 하도원의 경고가 이어졌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조현우는 입을 닫고 웃음만 지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임서율은 조현우를 따라 나갔고 하도원은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막 자리에 앉자마자 문이 열리며 차주헌과 강수진, 그리고 그 뒤를 따른 일행이 우르르 들어왔다.차주헌은 문을 열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훑었다.아무리 찾아도 임서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하도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임서율 지금 어디 있어요?”하도원은 그 말을 듣더니 꼬았던 다리를 풀며 피식 비웃었다.“차 대표님, 정신이 나갔어요? 병원에서 왜 그쪽 아내를 찾아요.”“아니면 애인과 놀다가 문득 아내가 생각났나?”하도원은 필터링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으며 누구에게도 체면을 주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차주헌은 표정이 굳더니 한참 후에야 허리를 펴며 말을 이었다.“기사에 나왔잖아요. 어젯밤 싸움이 났다면서요? 하 대표님이 다쳐서 병원에 실려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차주헌은 자신이 하도원의 함정에 정확히 걸려들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하도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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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차주헌은 자신이 하도원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의견 대립을 원치 않았다.직접 임서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병실 어디에서도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이때 강수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화장실을 좀 사용해도 될까요?”“마음대로 하세요.”비록 막지는 않지만 차주헌과 강수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속셈이 눈에 뻔했다.하도원의 옆을 지나던 강수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진짜 포스가 장난 아니네.’‘하여튼 임서율은 한심하다니까? 하도원 같은 남자가 이혼녀를 진심으로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냥 놀고 버리는 건데. 쯧쯧.’화장실에 들어간 강수진은 여기저기 살펴보고선 밖으로 나오며 차주헌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때마침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강수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주헌아, 기자들이 올라온 것 같아.”병원 곳곳에 기자들이 가득하니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 마지못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일단 열어.”임서율이 없으면 이들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강수진이 문을 열자 기자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와 차주헌과 하도원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차주헌 대표님, 하도원 대표님과 사모님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모님이 밤새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는데 대표님께선 걱정도 안 하셨나요?”“설마 사모님이 귀가하지 않은 걸 모르고 계셨나요? 두 분의 스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비록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왔지만 막상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니 표정이 굳어지며 이마에 핏대가 서렸다.입을 꾹 다물고 있는 차주헌과 달리 하도원은 마치 구경 온 듯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며 고개를 들었다.“기자님들, 생각보다 많이 한가하시네요? 남의 사생활을 캐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경계하듯 하도원을 바라봤다.존재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몇몇 기자들은 벌써 물러날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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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게다가 제 아내는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책임자입니다. 제가 시간이 없을 때 하도원 대표님과 업무적인 만남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기자들은 다시 마이크를 들이밀며 질문을 이어갔다.“업무 회의를 하는 건데 왜 굳이 늦은 밤에 바에서 만난 거죠?”차주헌은 이 말을 듣고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제 아내가 하도원 대표님과 업무상 교류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에서 만난 여성은 대표님의 여자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차주헌은 오는 길에 사진을 여러 번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옆모습이나 뒷모습이었고 임서율의 얼굴이 찍힌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하도원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가능성도 있으니 기자들은 차주헌의 답에 일시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사진 속 여성이 임서율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도원의 얼굴은 선명히 나왔지만 여성의 얼굴은 거의 찍히지 않았다.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차주헌의 말에 어떻게 반박할지 머리를 굴렸다.이때 하도원이 담배를 끄더니 긴 다리로 성큼성큼 기자들 앞으로 다가갔다.그의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눈빛은 기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기자님들은 정말 제 사생활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다음에 여자 친구랑 키스할 때 미리 연락드릴게요. 좋은 앵글에서 찍어줘요.”“아니면 요즘 보도할 기삿거리가 없어서 한가하신가? 제가 실업률을 좀 높여드릴까요? 그럼 할 일이 생길 텐데.”하도원은 누구에게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고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겉보기에는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도원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경고라는 걸 눈치챘다.기자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슬그머니 물러났다.차주헌이 자신이 기자들에게 긴 설명을 하는 것보다 하도원의 두 마디 위협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불편했다.하도원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느릿느릿 걸었고 차주헌 옆을 지날 때 일부러 비꼬는듯한 눈길을 던졌다.“차 대표님, 거짓말을 아주 태연하게 하시네요? 놀랐어요.”“어떻게 여자 친구라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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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기사 내용을 떠올리다가 미간을 찌푸린 임서율은 마음속에 무거운 돌이 있는 듯 불편했다.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조현우는 근처 카페를 찾아 임서율과 함께 창자 자리에 앉은 후 점원에게 주문했다.“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임서율도 따라 말했다.“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세요.”조현우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시간을 살폈고 창밖을 바라보던 임서율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대표님이 기자들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특히 하도원의 비서로부터 차주헌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더욱 불안해졌다.그러자 조현우가 피식 웃었다.“아직 형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네요. 마음만 먹으면 운성의 모든 기자가 달려들어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임서율은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항상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기에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하도원과 달리 차주헌은 무슨 일이든 앞뒤를 재며 행동하는 스타일이고 자신에게 큰 버팀목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 감히 하도원처럼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다.이런 생각을 하니 하도원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임서율은 호기심에 물었다.“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가요? 건강해 보이는데 수면 장애가 있다는 게 조금 의외였어요.”임서율의 눈에 비친 하도원은 항상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기에 수면 부족처럼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지난번에 잘 자지 않았는가?조현우는 생각에 잠겼다.“형한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가족에게 감금을 당했어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가혹한 체벌을 자주 받았거든요.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였어요.”“어린 시절의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에요. 혹시 어머니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나요? 아마 잘 알고 계실 텐데.”임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엄마는 늘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고 하셨지, 다른 이야기를 별로 해주지 않으셨어요.”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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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임서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병원 근처에 이렇게 맛있는 커피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예전에도 이 근처를 몇 번 들렀지만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곳이라 이 정도 퀄리티의 커피를 마실 수 있을 줄은 몰랐다.조현우는 농담을 던졌다.“그런 말 들어보셨어요? 골목 가게들은 아무 재료나 막 써서 맛이 좋다고요.”임서율은 정말 그런 것 같아 웃음을 터뜨렸다.이때 조현우는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여기.”임서율은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하도원이 걸어오고 있었다.하도원처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는 어디를 가나 주목받기 마련이기에 아니나 다를까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저 남자 너무 잘생겼어.”“저 포스와 분위기, 딱 봐도 부티가 나잖아. 저런 사람이 내 이상형인데.”“이렇게 눈 호강할 수 있는 남자는 오랜만이네.”“갑자기 남자 친구랑 너무 비교되네. 엄청 못생겼거든.”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임서율은 당장이라도 자리를 옮기고 싶은 심정이었다.하도원이 자리에 앉는 순간 그들 역시 주목을 받을 게 분명하기에 이런 분위기가 너무 싫었던 임서율은 그가 앉자마자 말했다.“자리 옮길까요?”하도원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편안하게 의자에 기댔다.“왜 옮겨요? 전 여기 괜찮은데요?”임서율은 허리를 바짝 세우고 하도원에게 조용히 말했다.“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대표님을 쳐다보는게 안 느껴져요? 안 그래도 기자들이 난리인 상황에 여기까지 찾아오면 어쩌려고요.”하도원은 입을 가리고 기침하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런 건 익숙해져야죠. 어딜가나 이런 상황일 텐데 매번 그렇게 눈치 보면서 피해야겠어요?”“내가 남들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남들이 나한테 익숙해지도록 해야죠.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임서율은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을 배려하는데 써왔기에 그 말을 듣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밖에서는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때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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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하도원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서율은 벌써 문밖으로 뛰쳐나갔다.이를 본 조현우가 물었다.“형, 같이 안 가도 돼?”하도원은 다리를 꼬고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조현우를 쳐바돴다.“내가 같이 가면 차씨 가문 사람들이 산 채로 죽일걸? 그래도 괜찮아?”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긴 하네. 형이랑 차씨 가문의 관계를 생각하면 불편한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만약 형이 정말로 서율 씨랑 연인 사이가 된다면 차씨 가문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일걸?”하도원은 눈썹을 살짝 올리면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연인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어차피 우린 남매도 아닌데 뭘.”조현우는 그 말을 듣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서율 씨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조현우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건 살아있는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까지 깨울 정도의 스케일이다.정작 당사자인 하도원은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한마디 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긴장해? 설마 네 딸을 나한테 시집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주현우는 코웃음을 쳤다.“눈에 들어오긴 하고? 서율 씨만큼 예뻤으면 내가 이런 고민이나 했겠어?”처음 딸을 데리고 하도원을 찾아갔던 그날이 떠오른 주현우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갓 스무 살이 된 딸은 하도원한테 첫눈에 반해버렸고 아무리 훌륭한 남자를 소개해 줘도 성에 안차 매일 집에서 하도원과 연애하겠다며 떼쓰는 통에 진절머리가 났다.“네 딸도 못생긴 편은 아니잖아. 너보다 훨씬 낫지.”“그 커피 서율 씨가 마시던거야...”조현우는 어리둥절해했다.‘내가 아는 형은 결벽증이 있는데?’다른 사람이 사용한 컵은 물론이고 남이 마시던 커피에 입을 대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하도원은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었다.하도원은 그 말을 듣고서야 컵을 살펴보았다.컵 가장자리에 오렌지컬러의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었고 은은한 과일 향이 느껴졌다.그는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그러고는 컵에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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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이혜정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 그러게 딸 교육을 똑바로 했다면 하도원이랑 어울렸겠어요?”임규한은 두 손을 등 뒤로 놓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무슨 말을 하시든 제 딸과 하도원은 결백할 겁니다. 전 서율이를 믿습니다.”그러자 이혜정은 팔짱을 끼고 말을 이었다.“보아하니 이번 일을 덮어주려는 모양이네요. 뭐가 됐든 전 반드시 이혼시킬 겁니다. 차씨 가문 대대로 이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어요. 도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남의 집안에 폐를 끼칩니까.”이때 임태규가 입을 열었다.“사돈, 이번 일은 확실히 우리 손녀의 잘못이오. 교육을 잘못시킨 내 탓일세.”“하지만 중요하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어떻게 두 가문의 체면을 챙기면서 문제를 해결할지 생각하는 거 아니겠소?”이혜정은 문제 해결에는 큰 관심이 없는듯했다.“어르신, 사진까지 찍혔는데 지금 와서 어떻게 해결하시겠다는 거죠? 임씨 가문에서는 이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셔야 해요. 아시죠?”이혜정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임규한 불쾌함을 드러내며 애써 고개를 돌렸지만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다.“내 딸이라는 증거 있어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어떻게 서율이라고 단정 짓는 겁니까? 다른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명확한 진상이 밝혀지기 인정 못 합니다.”“무슨 말을 하시든 저는 제 딸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습니다.”문 앞에서 이 말을 들은 임서율은 가슴이 따뜻해졌다.모두가 의심할 때 오직 아버지만은 끝까지 그녀를 믿어줬다.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임태규와 같은 생각할 게 뻔하다. 조신하지 못하고 밖에서 하도원과 어울려 임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린 임서율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혜정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핸드백을 들고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다른 건 관심 없습니다. 서율이가 하도원을 만난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곧 밝혀지겠죠. 어차피 지금 모든 책임은 임씨 가문에 있는 게 아닌가요? 반드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내놓으셔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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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임규한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연약한 임서율이 혼자 감당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미 돌아온 이상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임서율은 이혜정 앞으로 다가갔다.“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저와 대표님은 단지 업무상 동료 관계일 뿐이고 평범한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이혜정은 줄곧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 임서율이 듣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 쳐다보지도 않으려는 태도였다.그녀는 임서율의 해명을 단 한마디도 믿지 않았고 오히려 품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사인해.”임서율은 이혼 서류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혜정은 임서율의 청각장애를 이유로 차씨 가문에 맞지 않는다며 싫어했고 게다가 몇 년 전 임씨 가문의 진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반감은 더욱 커졌다.하지만 지금 사인하면 차주헌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을 보여줄 수 없게 되니 임서율은 절대 사인할 수 없었다.하여 단호하게 거절했다.“이혼하지 않을 겁니다. 어머님이 정말 저와 주헌의 이혼을 원하신다면 주헌이부터 설득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주헌이가 동의한다면 저도 이의 없습니다.”이혜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니?”임서율은 등을 곧게 펴고 또박또박 답했다.“협박이 아니라 단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이혜정의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차주헌이 이혼에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혼자 이혼 서류를 챙겨오지 않았을 것이다.상황을 지켜보던 임태규가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탁자 위의 컵을 내리쳤다.“임서율. 시어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임씨 가문의 체면을 다 깎아 먹고 있네. 한심하다 한심해.”예전이라면 최소한 키워준 정과 은혜를 생각하여 억울해도 꾹 참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며 깨달은 건 임서율이 잘못했든 아니든 임태규는 결코 그녀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심지어 옳은 일을 했을 때조차도 나무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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