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351 - Chapter 360

510 Chapters

제351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도망친 게 틀림없어. 일찌감치 이혼 서류 준비한 걸 보면 모르겠어? 아주 오래전부터 이혼을 원했다는 증거잖아.”“이혼 서류는 서율 씨가 이혼을 원했다는 것만 입증하잖아. 그리고 그때 당시 차 대표님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는데 어떻게 도망칠 수 있겠어.”“대표님 진짜 너무 하지 않냐? 어떻게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지?”“좀 조용히 해. 들으면 어쩌려고.”차주헌은 손가락으로 펜을 돌리며 이를 꽉 악물고 있었다. 그의 검고 어두운 눈은 마치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초상집이 따로 없는 사무실 분위기에 밖에 있는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이때 이재우가 문 앞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들어가요.”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만 살필 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그러자 이재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금 이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대표님의 중요한 업무가 지연됐다면 책임질 수 있으세요?”그 말에 직원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깨닫고 빠르게 사무실로 들어가 차주헌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대표님, 서광 측에서 저희 회사의 입찰 자격을 취소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재호 그룹이 먼저 차지할 것 같습니다.”“그리고 체인 호텔에서는 대표님의 사생활 관련 루머가 호텔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계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따르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입니다.”“네오 팩토리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박살 났다고 하네요. 지금 그쪽 고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말도 아니라고 합니다.”차주헌은 차가운 시선으로 다른 직원들을 노려보더니 마치 지옥에서 온 염라대왕처럼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는 왜 왔어?”남은 직원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이쪽과 비슷한 문제입니다. 협력사 컴플레인이 미친 듯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일부 회사는 계약 취소 및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어느새 이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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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차주헌은 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내가 그런 말을 했었어?”회계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억이 안 나시나요? 강 팀장님께 직접 물어보시면 자세한 상황까지 생각날 수 있을 겁니다.”차주헌은 강수진이 투자한 프로젝트를 한번 훑어보더니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이런 곳에는 도대체 왜 투자했지?’만약 차주헌이 사전에 이 프로젝트를 봤더라면 투자는커녕 흥미조차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그냥 돈을 허공에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차씨 가문의 돈이 많아 보였나? 그래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차주헌은 짜증 난 듯 말했다.“강수진이 투자한 건 당장 전부 철수시켜.”“알겠습니다.”이때 이재우가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왔다.“대표님, 지금 로비에 몰린 사람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오겠다고 난리입니다. 보안팀도 버거워하는 상황이니 어서 대책을 세우는 게 좋을듯 싶습니다.”차주헌은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왜 이렇게 하나같이 무능하냐. 기자 몇 명도 못 막아? 경찰 불러.”“경찰은...”이재우는 말을 더듬었고 차주헌은 싫증 난 듯 그를 흘겨보았다.“또 뭐. 빨리 말해.”“대표님께서 몇 년 전 서율 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고 합니다.”“뭐라고? 언제 연락 왔어?”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던 차주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몇 분 전이요. 누가 신고한 건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밝혀지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씨 가문 사람일까?”차주헌은 임씨 가문 외에 누가 임서율을 위해 나설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이재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제 생각엔 임씨 가문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임규한 씨가 서율 씨에게 재산 일부를 남기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그것 때문에 내부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답니다.”차주헌은 사건이 터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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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양지우였나? 그분이 신고했습니다. 예전에 이 회사 직원이었다고 하더군요. 실종된 분과는 아주 긴밀한 사이인 거로 보입니다.”치주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꽉 악물었다.‘양지우...’경찰은 계속 말을 이었다.“아무튼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 합니다.”그러자 차주헌은 난처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보시다시피 지금 회사에 제가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많은 일이 쌓여 있는데 어떻게 자리를 비우겠습니까.”“그럼 어쩔 수 없이 실례를 끼치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경찰관 두 명은 강제로 차주헌을 붙잡아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협조하겠습니다. 이것 좀 놔주세요.”경찰관은 그제야 차주헌을 놓아주었다.곧이어 그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차주헌을 발견한 사람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쓰레기. 나쁜 놈. 어떻게 우리를 감쪽같이 속여? 역겨워죽겠네.”“그러니까. 회사 대표라는 인간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이런 인성 파탄자랑 누가 같이 일하겠어.”“아내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이용하다니... 어쩜 이렇게 악랄할 수가 있지?”“예전에 사랑꾼인 척 연기했잖아. 그렇게 잘해주더니만 다 계획이 있었네. 어우, 역겨워.”“운성에서 나가라!”“운성에서 나가!”잠깐 사이에 성운 그룹 빌딩에서 시위 소리가 터져 나왔다.몇몇 감정이 앞선 사람들은 손에 든 계란과 생수병을 차주헌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통제 불능인 상태로 치달았다.누군가 차주헌을 향해 책을 던졌는데 마침 책 모서리가 그의 이마를 강타하며 피부를 할퀴었고 곧바로 작은 상처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차주헌의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 그들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느껴 폭발 직전이었으나 결국 참아냈다. 수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인인 그가 공개적으로 화를 내면 안된다.경찰을 사력을 다해 차주헌을 사람들로부터 빼냈다.경찰차에 오르려던 순간, 차주헌은 멀리 코너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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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임서율이 돌아온 게 맞는지 빨리 확인해 봐.”이재우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변호사 보내줘. 최대한 빨리 나가야 하니까.”“네.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이재우의 말에 차주헌은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는 예전과 동일하게 진술을 이어갔다.임서율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양지우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율아,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끝냈어. 차주헌은 경찰서에 끌려갔고 당분간은 악플에 시달려서 힘들 거야. 속이 다 후련하네.”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끝까지 널 이용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화가나. 양심은 개나 줘버린 건가?”임서율은 손에 들린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그 안에서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힘든 날들을 보낼 거야. 그리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달라진 성운 그룹을 보게 되는 거지.”양지우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임서율을 칭찬했다.“역시 똑똑해. 네가 성운 그룹의 회계팀을 매수하지 않았다면 차주헌은 강수진이 회사 돈으로 쓸데없는 프로젝트에 투자한 걸 평생 몰랐을걸?”눈이 반짝인 임서율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항상 강수진을 감싸줬잖아. 이번에는 어떻게 지켜줄지 궁금하네.”양지우는 복수의 칼날을 가는 임서율을 보며 마음속으로 존경과 흐뭇함을 느꼈다.그녀는 부러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임서율을 바라봤다.“서율아, 비록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난 지금의 너도 좋아. 그동안 어디에 있었어? 안 좋은 일 겪은 건 아니지?”“나는...”임서율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나중에 시간 있을 때 천천히 말해줄게.”“차주헌한테는 언제 밝힐 거야? 계속 이렇게 숨어지낼 수 있을까? 차주헌이 오늘 널 봤다며.”양지우는 기대가 되었다. 만약 차주헌과 강수진이 임서율이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고, 더 이상 예전의 쫄보 임서율이 아닌 걸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임서율의 눈빛은 싸늘했다.“곧 밝힐 거야. 하지만 그전에 엿 좀 먹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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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임서율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하도원이 입을 열었다는 건 그녀를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사실 하도원처럼 머리 좋은 여우는 분명히 숨어 지내며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그저께 일부러 차를 길 한가운데 세워두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지만 하도원같은 사람이 쉽게 그녀를 놓아줄 리 없었다.지난 몇 년간 전국을 돌며 여러 회사와 협상하고 회사를 키우는 듯 보였지만 어쩌면 임서율이 계약만 한 채 사라지고 그를 이용하고 놀려댄 것에 대한 분풀이일지도 모른다.모든 이가 우러러보는 천하의 하도원이 임서율의 손에 놀아났으니 반드시 되갚아야 할 판이다.임서율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애써 침착하려 노력했고 평소보다 한껏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뭐죠?”하도원은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긴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손으로 루빅스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막 잠에서 깬 듯한 얼굴에는 나른한 기운이 감돌았다.“서율 씨는 똑똑하니까 잘 알 거라고 믿어요.”임서율은 눈을 질끈 감았다.“저녁 몇 시에 집에 가실 거예요?”“7시 이후론 계속 집에 있어요.”“알겠어요. 그럼 저녁 7시에 찾아뵐게요.”임서율은 하도원의 성격을 매우 잘 알았다. 말로는 7시 이후에 집에 있는다고 하지만 막상 10시, 11시에 찾아가면 바로 피해자 코스프레하며 차 회장이 계속 닦달해 어쩔 수 없이 차주헌을 빼냈다며 얘기할 게 틀림없다.기회를 줄 때 바로 잡지 않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게 하도원이라는 사람이다.뚜두뚜두...곧이어 귓가에 차가운 통화 종료음이 울렸다.임서율은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고 양지우는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서율아, 왜 그래?”“하도원을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 걸 그랬어. 이제는 떨쳐내지도 못하네.”양지우가 말했다.“그거 알아? 하 대표님 몇 년간 단 한 번도 연애를 하지 않았대.”임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그 사람이 연애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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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임서율은 마음속으로 어떠한 결심을 내린 듯 의미심장하게 양지우를 바라봤다.“지우야, 앞으로의 일은 너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 내가 회사를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 말이야.”양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나만 믿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다 알아서 할게.”임서율은 양지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최근에 일자리도 못 찾고 집안 사정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집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양지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임서율을 바라봤다.“너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미리 얘기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마.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야. 나 신경 쓰지 말라고.”비록 떠날 때 아무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양지우는 임서율에게 분명히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믿어줬다.임서율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됐어.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먼저 간다.”그 말을 끝으로 임서율은 가방에서 현금 한 뭉치를 꺼내 양지우의 품에 쑥 넣은 후 급히 자리를 떴다.“서율...”양지우가 부르려 했을 때 임서율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손을 흔들고 있었다....같은 시각 강수진은 집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걸어 다녔다. 그 이유는 차주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어쩔 수 없이 이혜정에게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혜정이 도착했다.강수진은 이혜정의 손을 잡으며 여전히 순수하고 불쌍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이혜정은 강수진을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수진아, 네가 회사 돈으로 제멋대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지금 회사 자금이 해외 프로젝트에 묶여있는 건 알지? 다른 협력사에서 계약 취소하고 배상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거야? 대책은 있니?”강수진은 이혜정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눈시울을 붉히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떻게 저를 탓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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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강수진은 자신이 임서율을 봤다는 사실을 이혜정에게 말했다.이를 들은 이혜정은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두려움에 휩싸인 듯 입술까지 덜덜 떨었다.“네 말은... 임서율이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5년 전에 분명히 사라졌잖아.”“이렇게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강수진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다시 말을 이었다.“생각해 보세요. 만약 서율 씨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주헌이가 왜 5년 전 사건으로 다시 경찰서에 잡혀갔겠어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경찰서에 갇혀 있으면 회사는 어쩌려고요.”“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서율 씨밖에 없어요.”순간 당황한 이혜정은 방금까지의 오만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그...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5년 전에 주헌이가 이혼 서류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다른 남자랑 도망갔다고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걸 알았다면 임서율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강수진은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이혜정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다가가서 달랬다.“서율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닐 거예요. 정말 주헌한테 복수하려 했다면 지금까지 기다렸을까요? 일단 먼저 주헌이를 어떻게 빼낼지 생각해 봐야 해요. 경찰서에서 지내는 건 힘들 거예요”“실은 제가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하 대표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어요.”하도원은 차씨 가문에서 금기시하면서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존재다.차씨 가문에 진짜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하도원이 나서서 도와줄 수밖에 없다.강수진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혜정에게 물었다.“하 대표님이 어디에 사는지 아세요?”이혜정은 그 말에 경계심을 품고 강수진을 바라봤다.“무슨 생각이야?”강수진은 가볍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제가 직접 대표님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려고요.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주헌이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런 게 아니라면 대표님의 능력으로는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혜정도 강수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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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방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떠났으면 그냥 조용히 살지 왜 다시 돌아온 거야.”강수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임유나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죽이지 못한 건 그렇다고 쳐, 이젠 살아서 돌아오게 만들어?”강수진은 자신이 투자한 프로젝트들을 갑자기 차주헌에게 들킨 게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괜찮았다. 어쨌든 한 가족이니 하도원이 경찰서에 갇혀 있는 차주헌을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강수진은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씻고선 정성스럽게 메이크업했다. 그녀는 거울 속 비친 귀엽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잔뜩 심취했다.“아무리 하도원이라도 이 순진무구한 눈빛 앞에서 무너지기 마련이야.”...저녁 7시, 임서율은 차 안에서 변호사와 마지막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변호사님, 정말 승소할 수 있을까요?”“걱정하지 마세요. 전 남편분이 계약 위반으로 사람을 내쫓은 건 명백합니다. 집을 되찾지 못해도 위약금은 반드시 받을 수 있을 겁니다.”임서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고하셨습니다.”그러고선 차주헌에 관한 일도 처리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누군가 빼내지 않는 이상 일주일은 갇혀 있어야 할 것 같았다.5년 전 실종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 아무리 변호사가 나선다 해도 쉽게 풀려나기는 어렵다. 여론이 차주헌을 놓아주지 않을 테고 경찰들도 대중의 뜻을 거스를 순 없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하도원의 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7시였다. 하루 종일 일만 한 임서율은 속이 쓰라릴 정도로 배가 고팠다.‘음식이라도 사 올 걸...’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익숙한 도어락을 보며 문득 하도원이 이 오랜 시간 동안 비밀번호를 바꿨을지 궁금해졌다.그렇게 임서율은 기억을 더듬어 비밀번호를 눌렀다. 예전 그 비밀번호가 그녀의 생일과 매우 비슷하여 아직도 또렷이 기억났다.띠리릭.뜻밖에도 정말로 문이 열렸다.‘뭐지? 비밀번호를 한 번도 안 바꾼 거야? 의외로 한결같은 면이 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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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임서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죽었다고요? 말도 안 돼... 엄청 건강했었잖아요.”하도원은 한숨을 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상사병에 걸렸어요. 서율 씨가 사라진 후로 밥을 안 먹었거든요. 산채로 굶어 죽은 셈이죠.”임서율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리가 어질했다.“그럼... 그동안 대표님은 뭐 하셨어요?”하도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마음의 병이 가장 고치기 힘들다는 말 못 들어봤어요? 안 먹겠다고 버티는데 뭘 어쩌겠어요.”“그렇다고 방치는 건 아니죠. 굶어 죽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에요?”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어릴 때 트라우마로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율이는 유독 순하고 사람 마음을 잘 알아주는 녀석이라 정이 갔다.그 영향인지 임서율은 외국에서 ‘누렁이’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누렁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미신을 믿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했고 누렁이는 재물을 타는 생김새 때문에 버려졌다고 한다.사랑받다가 버려진 게 어떤 느낌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임서율이 누렁이의 두 번째 주인이 되었다.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때로는 인간의 탈은 쓴 짐승만도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된다.주변에서 하나같이 말렸지만 임서율은 재물을 탄다는 말을 믿지 않고 고집스럽게 강아지를 입양했다.어쩌면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 강아지를 키운다고 해서 재물이 탈 리는 없지만 강아지를 버리는 건 반드시 벌을 받을 거라고.율이의 죽음을 슬퍼하던 임서율의 귓가에 어디선가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무언가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소파 위로 뛰어오르더니 하도원을 보며 짖어댔다.하도원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됐어. 장난이잖아. 진짜로 죽은 것도 아닌데 왜 이래.”하도원은 주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누구 있는지 봐봐.”율이는 고개를 돌려 주방을 쳐다보더니 임서율을 보자마자 곧장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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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임서율은 요리 세 가지와 국 하나를 준비했다. 최근 매운 음식에 꽂혀 닭볶음과 매운 오징어찜 그리고 하도원이 좋아하는 제육 볶음을 만들었다.식탁에 음식을 내놓았을 때 하도원은 꽤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임서율은 그가 제육 볶음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걸 알고 있었다.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앉으려는 순간 발밑에 무언가 굴러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율이가 미친 듯이 거실을 날뛰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툭 쳐서 물을 잔뜩 쏟았다.그러다가 날아다니는 모기를 발견한 듯 식탁 쪽으로 돌진했고 임서율은 반응할 틈도 없이 달려드는 율이에 부딪혔다.허약한 체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라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는 순간 하도원이 재빠르게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기려 했다.그런데 율이가 또 어디선가 튀어나와 하도원을 들이받았다. 순간 하도원도 중심을 못 잡고 임서율과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임서율의 머리를 감싼 하도원은 팔이 그대로 바닥에 부딪혔고 ‘딱’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밀려왔다.분명 골절이 난 모양이었다.임서율은 등이 너무 아팠고 머리는 가벼운 충격만 느꼈다. 그런데 곧이어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무언가 깨달은 듯 머릿속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하도원을 밀어내려 했지만 하도원이 꿈쩍도 하지 않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왜 이래. 대체 무슨 생각이지...’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였다. 하도원의 키스에 몸이 나른해진 임서율은 내쉬는 숨마저 뜨거웠다.두 사람의 몸은 빈틈없이 붙어있었고 하도원의 큰 손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입었다. 임서율은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상태였다.천천히 눈을 뜨자 하도원의 속눈썹 아래 드리운 짙은 그림자가 보였다. 하도원이 눈을 감고 있어서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하도원의 키스 스킬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이건 임서율 마음속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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