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헌은 막 경찰서에서 나온 참이었다.이틀 동안 거기서 어떻게 지냈는지,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았고 면도조차 못 한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었다.평소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처참하다 못해 초라한 몰골이었다. 그런데도 임서율에게 그는 낯설기만 했다.가슴속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고 한 발 물러난 듯한 표정뿐이었다.임서율이 사라진 뒤, 차주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애초에 떠날 때부터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각오로 사라졌으니까.하지만 단 한 장의 이혼 합의서가 뜻밖의 재앙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차주헌이 나서서 임서율을 지목하자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마치 걱정이라도 되는 듯 임서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언니, 언니랑 형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예전엔 그렇게 금슬 좋더니,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그 말은 겉보기엔 별것 아닌 듯했지만 임서율에겐 은밀하게 심어진 시한폭탄 같았다.임서율은 임유나가 이렇게 재빠르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이 한 마디로 판세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었고 주변은 금세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옛날에 차 대표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운성시에 모르는 사람 없었잖아.”“그런데 이혼한 것도 모자라, 하 대표랑 한종서랑 스캔들까지 터졌으니, 이거야말로 차씨 가문에 먹칠이지.”“됐네, 더 말할 필요 있나. 누가 옳고 그른지 뻔히 보이는데.”그때, 보안 직원들이 들어왔고 몇 명이 임서율을 둘러싸며 말했다.“임서율 씨,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임서율은 입술을 곧게 다물었다. 창피하고 불리한 상황임에도 그녀의 눈빛 속엔 조금도 두려움이 없었고 또렷한 이목구비 위로 드리운 건 오직 차가운 무심함뿐이었다.그녀가 침묵하는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차주헌이 이렇게까지 사실을 뒤집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순간, 그녀의 눈빛이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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