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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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이재우는 이 질문에 당황한 듯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이런 건 제게 묻지 않으셔도 답을 아실 텐데요... 그럼 전 처리할 일이 많아서 이만 끊겠습니다.”이재우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강수진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안색이 돌변했고 휴대폰을 움켜쥔 손에는 핏줄이 불거져 올라왔다.이를 본 심수련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너 요즘 주헌이랑 무슨 일 있어? 임서율이라는 여자가 돌아오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주헌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잖아.”강수진은 더 이상 설명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아무리 설명해도 심수련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 애초에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지금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돈을 주는 거예요.”심수련이 지금까지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건 모두 강수진 덕분이었다. 그리고 딸이 위기에 처했는데 가만히 있을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심수련은 곧장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항상 카드를 지니고 다녔어. 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강수진은 쉽게 돈을 내어주는 심수련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이 돈 반드시 돌려줄게요.”“응. 엄마는 항상 널 믿어.”강수진은 카드를 쥔 채 급히 밖으로 나갔다.같은 시각, 마침 임서율을 만난 양지우는 강수진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받을까 말까?”“당연히 받아야지. 벌써 준비됐을 거야.”임서율은 강수진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대한 확신이 있는 듯 눈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소송을 받는 상황인 데다가 회사 사정도 좋지 않고 집 계약 문제까지 시끄러워졌으니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는 신세다.차주헌은 경찰서에서 꼼짝 못 하는 상황이고 설령 나온다 한들 회사 일로 정신없을 것이다. 비록 강수진이 체결한 집 계약서는 아니지만 부부는 한 몸이니 차주헌이 망하면 강수진도 끝장나는 법이다.양지우는 임서율과 눈빛을 주고받고선 통화 버튼을 눌렀다.“수진 씨, 생각보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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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이렇게까지 도와주니 벌써 마음이 든든해.”“내일 해성 그룹에서 아버지 재산 분할 문제로 주주총회가 열릴 거야. 그러니 집 문제는 반드시 서둘러 해결해야 해.”양지우가 곧바로 답했다.“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어. 차주헌 쪽 상황을 좀 살펴봐 줘. 너무 빨리 풀려날 까봐 걱정이야.”하도원이 차주헌을 빼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라고 차씨 가문에서 나름의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하도원에게 부탁했던 건 차주헌의 구속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했던 마음뿐이었다.양지우는 흔쾌히 답했다.“알았어. 지금 바로 알아볼게.”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낯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프로젝트 제출은 끝났어?”“이미 제출했으니까 안심해요. 기획안은 전부 요청하신 대로 수정했으니 문제없을 거예요.”“응. 이번이 관건이야.”프로젝트 기획안은 임서율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수정한 것이었고 차주헌보다 먼저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자금줄을 끊어버리면 성운 그룹은 곧바로 위기에 빠질 것이다.임서율이 전화를 끊은 후 양지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서율아, 방금 누구랑 통화했어?”“한때... 날 해치려던 사람이랄까?”임서율은 이렇게 설명하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양지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다시 한번 생각해 봐. 한번 널 해치려 했던 사람은 언제든 다시 해칠 수 있어. 어쩌면 지금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같이 일을 해.”“괜찮아.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일을 맡겼지.”양지우는 현재의 임서율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임서율이 이미 다 생각해 본 것이라 더 이상의 충고는 필요 없었다....차주헌은 경찰서에서 변호사를 만났다.“아무리 늦어도 내일입니다.”그제야 차주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보낸 이틀은 하루가 일 년 같았고 이 모든 것은 그가 한때 사랑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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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차주헌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급히 물었다.“임씨 가문에 최근 별다른 소식 없었어?”이재우가 답했다.“내일 임씨 가문에서 주주총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재산 분할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합니다.”차주헌은 턱을 쓰다듬으며 평소보다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임서율이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거야. 변호사한테 서두르라고 전달해.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해.”“알겠습니다.”이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해외 프로젝트는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도 강조했잖아. 빨리 진행해야 된다고. 회사 자금으로라도 일단 메꾸라고 했는데 도대체 그동안 뭐 했어.”“사모님이 회사 자금을 일부 투자에 사용하는 바람에 현재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이마에 핏대가 서며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진 차주헌은 주먹을 꽉 쥐고 탁자를 내리쳤다.“돈 지금 당장 돌려놓으라고 해. 대형 프로젝트를 망쳐놓고 지금 어디서 뭘 하는 거야.”“안 그래도 주주들이 돈 메꿔놓으라고 닦달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모님은 이틀째 집 매각에 전념 중입니다. 혹시 양지우 씨에게 임대했던 집의 계약 조건을 기억하시나요? 현재 계약 위반을 내세우며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답니다.”“대표님은 구속 중이라 사모님이 대신 협의하고 있습니다. 양지우 씨가 제시한 조건은 계약 이행 혹은 2억 원의 위약금 지불이었습니다.”차주헌은 이를 악물었다.“임서율이야. 틀림없어. 양지우가 이런 머리를 쓸 정도는 아니거든. 뒤에서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해.”이재우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대표님, 보고할 사항은 전부 전달드렸습니다. 전 처리할 일이 남아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다음날.해성 그룹 회의실에서는 주주들과 임유나, 정설아가 열띤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정설아는 아련한 표정으로 주주들에게 호소했다.“여러분 모두 해성 그룹의 살아있는 전설이잖아요. 임씨 가문의 핏줄도 아닌 임서율이 재산을 가로채는 걸 정말 지켜보고만 있을 겁니까? 우리 집사람은 중병에 걸려 이제 정신도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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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주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좋습니다.”“임서율 씨가 도착했습니다.”이 말에 회의실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임서율은 하이힐을 신고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 검은색 정장 안으로 실크 소재의 붉은 원피스가 종아리까지 흘러내렸고 베이지색 하이힐은 가녀린 발목을 돋보이게 했다.살짝 웨이브 진 머리카락과 하얀 귓불에 걸린 금색 귀걸이는 임서율의 화사함을 한껏 더해줬다.애초에 외모가 뛰어났기에 약간의 화장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았다.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회의실에 들어선 임유나는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회의실을 훑어보았다.그러자 주주들은 무언가에 압도당한 것처럼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수군거렸다.“차 대표랑 이혼한 그 서율 양이 맞죠? 몇 년 전에 봤을 때랑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요.”“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죠? 더 이상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삼촌이라고 부르던 꼬맹이가 아니에요.”“눈빛 봤어요? 누가 보면 사냥감을 노리는 줄 알겠어요. 눈이 마주쳤는데 등골이 어찌나 오싹하던지.”“오늘은 힘든 싸움이 되겠네요.”임서율은 안으로 들어와 몇몇 주주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그 후 가볍게 의자를 끌어와서 앉더니 여유롭게 등받이에 기댔다. 손에는 서류와 펜을 들고 있었는데 회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구경하러 온 듯한 태도로 손가락 사이에 펜을 끼고 빙빙 돌렸다.주주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수군거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저런 태도로 회의에 임하겠다는 건가요?”“어쩜 이렇게 무례할 수가.”“너무 무책임하네요.”이를 본 임유나가 앞으로 나서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언니보다 나이가 많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사람들이 임씨 가문을 버릇없는 집안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해.”그 말을 들은 임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조롱으로 가득했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경멸의 눈빛을 드러냈다.“무례했다는 뜻이야? 난 들어오면서 분명히 인사했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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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주주들이 잇따라 비난을 퍼부었다.“욕심도 정도껏 해야죠. 지금껏 키워진 임씨 가문에 미안하지도 않아요? 사모님께서도 친딸처럼 길러주셨는데 뒤통수를 쳐도 유분수지.”“정말 사악하네. 회장님 지금도 병상에 누워계시죠? 어쩌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예 모를 수도 있겠네요. 아픈 회장님을 돌보기는커녕 5년 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돈만 노리고 나타나다니 참 어이가 없네요.”“서율 양, 회사 창립 멤버로서 충고 한마디만 할게요. 체면이라도 지키고 싶으면 일 절만 하세요. 우리가 나중에 증거를 꺼내면 분명히 자존심이 상할 거예요. 이렇게 배려해 줄 때 그만하시죠.”“서로 예의를 지킬 때 물러서는 게 서율 양에게도 좋을 겁니다.”임서율은 당황하기는커녕 다리를 꼬고 전보다 더욱 도도한 눈빛으로 회의실을 둘러봤다.“여러분이 이렇게 절 내쫓고 싶어 하는지 몰랐네요. 그럼 오늘 한번 내기를 해볼까요? 이 회의실에서 누가 먼저 떠나게 될지, 누가 더 체면을 구기게 될지?”아무것도 모르는 주주들은 흔쾌히 승낙했다.“좋습니다. 세상에 윤리도덕이 아직 존재한다는 걸 몸소 느낄 겁니다. 회사 지분은 단 1%로도 차지할 수 없을 거예요.”“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당당한 거죠? 가진 패가 있으면 얼른 내놓으시죠.”솔직히 임서율도 큰 확신이 없었다. 임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니 원칙적으로 재산 상속이 불가능했지만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보니 임규한이 지분을 양도한다면 현재 신분으로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사실 그녀는 역겨운 임유나와 정설아에게 한방을 먹이고 싶었을 뿐 지분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을 위한 싸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임규한을 위한 싸움에 가까웠다.임서율은 임규한의 유언장 원본을 꺼냈다.“이건 유언장 원본입니다. 누군가 손을 댈지도 모르니 여러분께는 일부러 사본을 배포했어요. 아버지의 필체는 다들 잘 아시죠?”주주들은 유언장을 확인하자마자 항의가 터져 나왔다.“이건 분명 회장님을 협박해 만든 위조 유언장이 틀림없어요.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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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목소리는 다소 힘이 없었고 숨이 가쁘게 이어지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임서율은 두 팔을 가볍게 끌어안은 채, 비웃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이 유언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임유나의 얼굴에 잠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반쯤 죽어가는 듯한 임규한이 그 위태로운 몸으로도 끝내 자리에 앉아 임서율을 위해 녹음 증언을 남길 줄은.혈연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사람을 위해 친딸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이게 과연 아버지로서 할 짓인가?정설아는 임유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무너져 가는 걸 눈치챘다. 감정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그녀는 황급히 임유나의 손을 꼭 쥐고는 마음을 다잡으라는 듯 힘을 실었다. 만약 임유나가 이 자리에서 무너진다면 오늘 이 판은 완전히 끝장이었다.임유나는 옆의 정설아를 흘끗 바라보고서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언니, 우리 그만하자. 이러다간 남 웃음거리만 돼. 그 유언장이 아빠가 직접 쓰신 거라고 했으니 그렇다 치자. 해성 그룹 전부를 가져가도 나는 아무 말 안 할게.”정설아는 안쓰럽다는 듯 임유나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래, 서율아. 네가 비록 임씨 가문의 친딸은 아니지만 이만큼이나 대접받고 살았잖아. 그런데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면 어떡하니.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너보다 윗사람들이야. 부디 체면은 지켜야 하지 않겠니.”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가족인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거니...”말을 마치자 정설아는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쏟았다.그 모습을 본 주주들은 순식간에 의분에 차서 임서율을 성토하기 시작했다.“임서율, 돈 때문에 네 동생이랑 새엄마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천벌 받을 줄 알아!”“그러니까 차 대표가 너랑 그리 오래 살다가도 결국 이혼한 거 아니겠어? 이제는 네가 좀 돌아봐야지.”“나 들었어. 얼마 전에도 차 대표가 경찰서에 불려갔다던데. 너 같은 사람을 두고 남편 잡아먹는 팔자라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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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차주헌은 막 경찰서에서 나온 참이었다.이틀 동안 거기서 어떻게 지냈는지,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았고 면도조차 못 한 수염이 거칠게 자라 있었다.평소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처참하다 못해 초라한 몰골이었다. 그런데도 임서율에게 그는 낯설기만 했다.가슴속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담담하고 한 발 물러난 듯한 표정뿐이었다.임서율이 사라진 뒤, 차주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애초에 떠날 때부터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각오로 사라졌으니까.하지만 단 한 장의 이혼 합의서가 뜻밖의 재앙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임유나는 차주헌이 나서서 임서율을 지목하자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마치 걱정이라도 되는 듯 임서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언니, 언니랑 형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예전엔 그렇게 금슬 좋더니,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그 말은 겉보기엔 별것 아닌 듯했지만 임서율에겐 은밀하게 심어진 시한폭탄 같았다.임서율은 임유나가 이렇게 재빠르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이 한 마디로 판세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었고 주변은 금세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옛날에 차 대표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운성시에 모르는 사람 없었잖아.”“그런데 이혼한 것도 모자라, 하 대표랑 한종서랑 스캔들까지 터졌으니, 이거야말로 차씨 가문에 먹칠이지.”“됐네, 더 말할 필요 있나. 누가 옳고 그른지 뻔히 보이는데.”그때, 보안 직원들이 들어왔고 몇 명이 임서율을 둘러싸며 말했다.“임서율 씨, 죄송하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임서율은 입술을 곧게 다물었다. 창피하고 불리한 상황임에도 그녀의 눈빛 속엔 조금도 두려움이 없었고 또렷한 이목구비 위로 드리운 건 오직 차가운 무심함뿐이었다.그녀가 침묵하는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차주헌이 이렇게까지 사실을 뒤집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순간, 그녀의 눈빛이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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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하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그녀의 옷차림도 과거와 전혀 달랐다. 이제는 한층 성숙하고 세련된 분위기였고 눈빛 속의 날카로움과 자신감이 마치 황금빛 테두리처럼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차주헌이 몸을 살짝 숙였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가까워졌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가 흘렀다.“서율아, 이 몇 년 동안 참 치밀하게 날 속였더라.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 네가 다시 나와 함께하겠다고만 하면 방금 한 말은 모두 없던 일로 해줄게.”임서율의 눈빛에서 순간 빛이 사라졌다. 심장이 세게 조여들었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차주헌을 흘끗 훑어봤다.“차주헌, 네 아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데 그런 말이 나와?”그는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이혼은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 그때 네가 갑자기 떠나지만 않았어도 난 회사 문제에, 너의 부재로 인한 차씨 가문의 혼란까지 떠맡지 않아도 됐을 거야.”그의 목소리는 마치 억울함과 애절함이 뒤섞인 듯했지만 임서율의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자신이 떠난 것을 더더욱 다행스럽게 여겼다.그녀는 역겨운 듯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차주헌, 연기 좀 그만해. 이러다 너도 그게 진짜라고 믿겠어.”그는 표정을 굳히더니 차갑고 거만한 그녀의 얼굴을 잠시 훑으며 물었다.“그러니까 싫어?”임서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네가 원하는 건 내가 네 첩이 되는 거야?”“그렇게 말하지 마. 넌 지금 혼자잖아. 아무도 네 편이 아니고. 예전 일은 묻지 않을게. 우린 그래도 몇 년을 함께 했잖아. 부부 사이의 정이 있지.”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뒤에 서 있는 강수진을 바라봤다. 강수진의 시선은 마치 임서율을 꿰뚫을 듯 강렬했다.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통쾌해졌다. 예전엔 그녀가 저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었다.이제 상황이 바뀌자 강수진이 오히려 인내심을 유지하지 못했다.정말이지, 세월은 돌고 돈다.그녀는 과거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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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차주헌이 임서율을 곁눈질로 흘겨보며 비웃듯 말했다.“뭐야, 벌써 겁먹은 거야?”임유나는 차주헌이 정말로 임서율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믿은 듯, 일부러 친절한 척 걸어와 말했다.“언니, 그냥 인정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이잖아. 비록 아까 언니가 먼저 예의 없이 말했어도 다들 이해해 줄 거야.”정설아도 거들었다.“그래, 서율아. 우리 한 식구잖아. 괜히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그녀는 곧장 보안요원 둘에게 눈짓을 했다.“보안팀 여러분, 서율이를 먼저 밖으로 데려가요.”보안요원 둘이 양옆에 서서 임서율의 팔을 붙잡았다.“서율 씨, 실례하겠습니다.”곧 회의실 밖으로 끌려나가게 생기자 임서율이 몸부림쳤다.“놔! 차주헌, 진짜 증거가 있으면 당장 꺼내 봐!”그때 강수진이 앞으로 나서거니 순진무구한 얼굴로 선심 쓰듯 말했다.“서율 씨, 예전에 주헌이 속이고 운성시에서 사라진 건 그렇다 쳐도 지금 이렇게 갑자기 돌아왔으면 우리한테 한마디는 해야죠. 게다가 아버님께서 위독한 상황에 맞춰서 돌아왔으니 의도가 없다고 해도 믿기 힘들어요. 물론, 저희는 서율 씨를 믿어요.”그녀는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훑어봤다.“문제는 여기 있는 주주분들은 서율 씨를 안 믿는다는 거예요. 본인을 위해서라도 괜히 이 일에 휘말리지 말고 우리랑 같이 가요.”말을 마치자 강수진은 임서율의 팔을 붙잡고 데리고 나가려 했다.그때 이미 회의실 문 앞에는 회사 직원들이 구경하러 몰려들어 있었는데 이 광경을 보고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강수진을 험담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오히려 그녀를 두둔하기 시작했다.“이렇게 보니까 강수진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같네.”“임서율이랑 차주헌은 이미 이혼했는데 그래도 친구처럼 챙기네. 이런 상황에서도 도와주려고 하잖아.”“나 전에 들었는데 어떤 남자가 재혼했는데, 현 부인이 전 부인이랑 자매처럼 지내더래. 둘이 같이 사업해서 해외 진출까지 했다더라.”“진짜? 그러면 남편 유무는 별로 상관없을 듯.”“맞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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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서율 씨, 나... 나도 그냥 서율 씨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같이 가고 싶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사납게 굴 필요는 없잖아요?”강수진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하자 회의실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억울한 피해자라고 믿어버렸다.아까 임서율이 보여준 강한 기세를 모두가 똑똑히 봤으니 말이다.“저건 완전 막 가자는 거네. 임서율, 너무 설치는 거 아니야? 여기가 자기 회사인 줄 아나?”“아까도 동생이랑 계모한테 버릇없이 굴더니, 이젠 공개석상에서 차 대표 부인까지 괴롭히네.”“아, 알겠다. 자기가 그 자리 못 차지하니까 질투하는 거네.”“그렇지, 가지지 못했으니 부숴버리는 거지! 차 대표가 새로 맞이한 부인이 저렇게 이해심 깊을 걸 보니 속이 뒤틀렸나 보네.”이 말들을 들은 양지우의 속에서 불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참다못해 바깥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당신들이 뭘 안다고 그래요! 잘못한 건 서율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에요! 그때 차 대표가...”“지우 씨, 저도 지우 씨가 서율 씨랑 친한 거 알아요. 그렇다고 우리를 모함하면 안 되죠.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다면 말씀만 하세요. 고칠게요.”강수진은 훌쩍거리면서도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눈가의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내며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만큼 나약한 목소리를 냈다.양지우는 이 뻔뻔한 거짓말에 치가 떨렸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당신, 당신 헛소리 하지마!”임서율은 그런 양지우의 손을 잡아 내리더니 여유롭게 걸음을 옮겨 강수진 앞에 섰다.원래부터 키가 큰 임서율은 강수진을 내려다보았는데 그 시선 속엔 노골적인 경멸이 섞여 있었다.그 눈빛을 마주하자 강수진은 속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썩은 생선이라도 보는 듯한 그 시선에 목덜미가 저릿하며 무심결에 고개마저 움츠러들었다.“뭐 하려는 거예요?”“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 당신 수법은 여전히 서투네요. 강수진 씨, 우리 사이의 일은 나중에 천천히 정산하죠. 오늘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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