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는 그 말에 잠시 놀랐다.그도 잘 알고 있었다. 차주헌이 겉으로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보였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하지만 이제 와서 설령 임서율이 돌아온다 한들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다시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지금은 우선 회사로 가셔서 프로젝트부터 처리하셔야 합니다. 주주들이 이미 난리 치고 있어요.”“그래.”차주헌은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주먹을 꽉 쥔 채, 핸들 위를 거칠게 내려쳤다.사람이든 귀신이든,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그가 회사 빌딩 앞에 도착했을 때, 맞은편 22층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진승윤이 서류를 들고 와 하도원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요청하신 자료는 확보했습니다만 정보가 완전하진 않습니다. 누군가 서율 씨 뒤에서 철저히 입막음을 하는 것 같습니다.”하도원은 시선을 거두며, 뚜렷한 마디가 드러나는 손가락으로 손목시계를 스쳤다.그리고는 입가에 담배를 물고 낮게 중얼거렸다.“아마 영상은 직접 흘린 거겠지. 예전엔 내가 너무 얕봤어. 이렇게 크게 판을 벌려놓을 줄이야. 언제 얼굴을 내밀지나 보자고.”진승윤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말을 이었다.“오늘 병원 앞에서 임서율 씨가 양지우 씨와 마주쳤습니다. 아마 양지우 씨가 예전 일을 전한 것 같습니다.”하도원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그러니 움직이기 시작한 거군. 강 선생님 딸답네.”사실 그는 예전부터 느꼈다. 임서율의 얌전한 모습은 결코 그녀 본래의 성정이 아니라고.“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지.”진승윤이 되물었다.“그럼 그동안은 다 연기였단 말씀이십니까?”하도원은 5년 전, 임서율이 차주헌과 강수진의 관계를 알았을 때의 표정을 떠올렸다.겉으론 무심한 듯, 이미 배신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를 악물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게 언제부터 세운 계획인지, 그는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그는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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