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Kabanata 331 - Kabanata 340

510 Kabanata

제331화

임서율은 생사라는 것이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임규한이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곁을 지켜주는 것뿐이었다.“아, 맞다.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말씀하세요.”조현우가 대답했다.“제가 여기 있는 걸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임서율은 조현우가 이 일을 함부로 떠벌릴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문제는 그가 하도원과 아는 사이라는 점이었다.그녀는 아직 하도원에게 계약 하나를 빚지고 있었고 그는 원래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그가 자신이 그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엇보다 그 성격상 절대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그녀는 지금 이곳 사람들과 그 어떤 인연도 맺고 싶지 않았다.임규한이 생명의 위기를 맞지 않았다면 돌아올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이곳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 인생에서 끝맺음이 된 곳이었다. 사람이든, 일이든 모두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조현우는 잠시 멈칫했다. 사실 처음 임서율을 봤을 때 가장 먼저 하도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사실 형은 이 몇 년 동안 계속 서율 씨를 찾고 있었어요. 정말 알릴 생각이 없어요?”임서율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그 말은 하 대표님의 불면증을 아직 못 고치셨다는 거네요.”그 말에 조현우는 피식 웃었다.“그러게요. 제가 치료한 사람도 꽤 많지만 이상하게 그 불면증은 도저히 낫질 않네요.”“그런데 서율 씨는 형의 특효약이죠.”임서율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에요, 제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겠어요. 그냥 우연일 뿐이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병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누군지 맞혀봐, 방금 내가 누구를 봤게?]임서율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임규한은 조금 전 의사의 응급조치 덕분에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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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임규한은 손을 내저었다.“그런 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집에 가면 금고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서 가져오면 된다.”“네, 지금 다녀올게요.”임서율은 임씨 가문의 저택 앞에 서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곳을 바라보았다.가슴속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설마 다시 이곳으로 발을 들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언젠가 임규한이 세상을 떠난 뒤에, 잠깐 들르기는 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굴을 드러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그렇지만 괜찮았다. 임규한과 관련된 일을 마무리하면 다시 이곳을 떠날 것이다.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발을 내디뎌 안으로 들어갔다.안에 있던 고용인들은 임서율을 보자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한명은 청소하려고 대야를 들고 가다가 그녀를 보자 손이 덜컥 떨리며 대야를 떨어뜨렸다.“귀... 귀신이야!”다른 이들도 놀라 비명을 지르며 거실 쪽으로 달아났다.정설아는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상황에 얼굴이 굳어졌다.“대낮에 왜 이 난리야! 무슨 귀신을 봤다고!”임서율이 거실에 서 있는 걸 본 정설아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지만 눈빛에는 노골적인 적의가 깃들었다.그녀는 마치 집안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 오만하게 말했다.“임서율, 넌 이제 우리 집안 딸도 아닌데 여긴 왜 온 거야?”“아빠가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셔서요. 걱정 마세요, 챙기고 나면 바로 나갈 거예요.”그 말을 마친 임서율이 계단 쪽으로 발을 옮기려는 순간, 정설아가 길을 가로막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임서율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변했고 목소리마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아빠 물건만 챙기고 간다니까요. 비켜주세요.”“네 아버지 물건이라면 나랑 유나가 챙기면 돼. 너처럼 임씨 가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끼어들 필요 없어.”이때 임유나가 2층에서 내려왔다.“맞아, 임서율. 성이 임씨라고 해도 이제 우리랑 아무 관계 없잖아. 게다가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도 없어서 다들 네가 죽은 줄 알았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돌아온 거야?”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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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고용인은 비틀거리며 달려 들어와 알렸다.세 사람 모두 순간 얼어붙었다.임서율은 가슴이 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은 듯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하도원이 어쩌다 갑자기 임씨 가문에 온 거지? 혹시 조현우가 그에게 말한 건가?그를 마주할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임서율은 하도원에게 죄책감이 있었다.그를 이용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아무 말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까.아마 하도원이 그동안 자신을 찾은 이유는 결국 그 일을 따지고 싶어서일 것이다.운성에서 그를 가지고 논 사람이 과연 또 있을까.그때는 정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감히 그를 건드린 거였다.그때 정설아가 제일 빨리 반응했다. 그녀는 다급히 손을 흔들며 고용인에게 소리쳤다.“뭐 하고 서 있어! 얼른 막아!”정설아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만약 하도원이 임서율을 본다면 임유나는 더 이상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뭐죠, 임씨 가문은 손님을 이렇게 대접합니까?”고용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이미 거실을 가득 메웠다.임서율은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다리가 납덩이처럼 굳어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손끝은 깊게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하도원은 깔끔한 회색 양복 차림에 곧게 서 있었다. 얇은 금테 안경 너머의 검은 눈동자에는 파도가 이는 듯한 깊은 기운이 숨어 있어 감히 마주보기 힘들었다.몇 년 만에 보는 그는 조금 더 야윈 듯 보였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예전에도 차갑던 눈빛이 이제는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그 눈빛을 마주하면 한겨울 칼바람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임서율 대신 정설아를 바라봤다.정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도원아, 오해야. 우리가 왜 너를 환영하지 않겠어. 다만 요즘 집안일이 많아 손님 맞기가 어려웠을 뿐이야.”하도원은 손을 들어 짙은 눈썹을 가볍게 만지고는 임서율이 서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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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기다릴 수 있다는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잠시 멍해졌다. 하도원이 여기에 왜 온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정설아가 임서율을 노려보며 말했다.“임서율, 꼭 이렇게 해야겠니? 경고하는데, 지금 너는 남의 집에 무단침입한 거야. 내가 당장 경찰 불러서 잡아가게 할 수도 있어!”하지만 임서율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비웃는 눈빛으로 정설아를 흘겨봤다.“그럼 불러봐요. 과연 경찰이 당신들을 잡아갈지, 나를 잡아갈지 한번 보죠. 5년 전 일을 내가 다시 떠올리게 해줄까요?”정설아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그게 무슨 뜻이야?”“5년 전, 누가 사람을 매수해 병원에서 내게 약물을 주입하고 죽이려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리고 왜 당신들이 보낸 그 사람이 나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도 말이에요.”임서율의 차갑고 날 선 시선이 칼날처럼 정설아와 임유나를 스쳐 지나갔다.그 한마디는 두 사람의 숨통을 정통으로 겨누었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었다.임유나가 급히 외쳤다.“그건 나랑 상관없어! 임서율, 함부로 모함하지 마!”그 말에 임서율의 눈빛이 단숨에 매서워졌다.“그래? 모함인지 아닌지는, 그때 너희가 보낸 사람 불러서 물어보면 되겠네.”정설아와 임유나는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굳어섰다.임서율은 정설아를 밀쳐내고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고 이번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하도원은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마치 제 집인 양 태연했다.손가락 마디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임유나와 정설아를 훑어보는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임서율은 금고를 열어 임규한이 원하던 물건을 빠짐없이 챙겼다.그 동작은 매끄럽고 단호했으며, 하도원이 왜 임씨 가문에 온 것인지 따질 틈조차 주지 않았다.막 떠나려는 순간, 임유나가 그녀 손에 들린 서류를 보고는 달려와 팔을 움켜잡더니 눈물을 터뜨렸다.“언니, 그동안 임씨 가문엔 눈길도 주지 않고 운성을 떠나더니, 왜 이제 와서 내 평온한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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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임서율은 눈빛에 경계심을 가득 담은 채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목소리엔 한층 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하 대표님, 이게 무슨 뜻이죠? 설마 대표님도 절 막으시려는 건가요?”하도원은 길고 가느다란 눈매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눈꼬리를 천천히 올렸다.“집안 일은 끝났으니, 이제 우리 일부터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순간, 임서율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심장이 불쑥 죄어드는 듯한 압박이 밀려왔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도원을 마주한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걸.게다가 아직 그에게 설명해야 할 일도 남아 있었다.‘그래, 어차피 걸린 거 피하지 말고 맞서야지.’“좋아요. 대신, 저 좀 나가게 도와주세요.”정설아와 임유나의 살벌한 눈빛을 보아하니 순순히 놓아줄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하도원의 시선은 깊고 어두웠다. 겉으로는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압박이 도사리고 있었다.“임서율 씨, 또 날 이용하려는 겁니까?”그 한마디에 그녀는 등골이 오싹했고 알 수 없는 불안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이미 한 번 이용했다고 생각하시잖아요. 한 번 더 한다고 달라질 건 없죠. 도와주실 건지 말 건지 대표님 마음대로 하세요.”하도원의 눈매가 한층 날카로워졌고 목소리에도 냉기가 번졌다.“만약 내가 안 도와주면?”임서율은 오히려 장난기 어린 눈빛을 띠며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우리 얘기는 당분간 결론 못 내겠네요.”그녀의 태연한 태도에 하도원은 피식 웃었다.“이제 아예 날 붙잡고 늘어지겠다는 거네요?”“대표님, 부탁드릴게요.”잠시 후, 하도원이 몸을 일으키며 손을 내밀었다.이를 본 임유나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하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그는 몸을 돌려 정설아에게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회사에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그리고 임서율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니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녀는 곧 눈치를 채고 그의 뒤를 따라 발을 옮겼다.그 순간, 임유나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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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말을 마치고 하도원은 임서율의 손목을 붙잡아 데리고 나가려 했다.이를 본 정설아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내놓기 싫다면 우리도 더는 가만있지 않을 거야!”정설아가 손을 휘젓자 고용인들이 순식간에 둘러쌌다.하지만 하도원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훑으며 비웃듯 말했다.“임씨 가문이 정말 저와 맞서겠다는 겁니까?”이 말을 듣자, 임유나의 마음에도 두려움이 스쳤다.지금 운성에서 재호그룹은 명실상부한 1위였고 특히 하도원은 몇 년 전부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해외를 자주 드나들며 사업 전부를 국제 무대와 연결시켰다.그 기세는 운성 전체가 느낄 정도로 대단했다.이전에도 경쟁자인 성운그룹은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예 몇 거리 차이로 뒤처진 수준이었다.임유나는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정설아의 팔을 잡고 낮게 속삭였다.“엄마, 그냥 보내요. 설령 유언장이 있다 해도 절차가 필요하고 임서율은 임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잖아요. 법적으로 가면 판사가 가문의 재산을 남한테 줄 리 없어요.”정설아는 여전히 망설였다.“하지만 네 아버지가 우리가 유언장을 조작하도록 압박한 걸 알잖아. 그게 걱정돼.”“괜찮아요. 병실엔 CCTV도 없고 증거도 없어요. 게다가 아빠는 이제 막 깨어나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니까 혹시 잘못 기억했다고 하면 그만이에요.”“하지만 지금 하 대표랑 정면으로 부딪히면...”정설아의 눈빛 속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렇다, 하도원과 싸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오늘 임서율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어차피 그들이 얻을 건 없었다.정설아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오늘은 내가 도원이 네 체면을 봐주는 걸로 할게.”고용인들도 곧 물러섰다.하도원과 임서율이 떠난 뒤, 정설아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발을 꽝 하고 굴렀고 눈빛엔 독기가 가득했다.“임서율 정말 화근이야. 떠날 거면 그냥 떠나지, 왜 다시 돌아온 거야!”임유나 역시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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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임서율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역시 하도원이 이렇게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쨌든 그녀가 그를 속인 건 사실이었으니, 차라리 잘 이야기해서 풀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무구하고 또렷한 눈빛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키 190이 넘는 하도원은 그녀를 마치 병아리라도 들듯이 한 손에 들고 있었다.임서율은 조심스러운 협상 어투로 말했다.“하 대표님, 이렇게 하죠. 위약금, 제가 전부 드릴게요. 그냥 애초에 계약이 없었던 걸로 하면 어떨까요?”하도원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제 돈이 좀 생겼나 보네요?”“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든 잘못은 제 쪽이니까요.”하도원의 성격상 정면으로 맞서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걸 임서율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직 잘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하도원은 그제야 그녀를 내려놓고 느릿하게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봤다.“난 서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죠. 여기서 얘기하긴 귀찮네요.”“무슨 뜻이에요?”그는 턱짓으로 자신의 차 쪽을 가리켰다.“타요.”임서율은 곧장 임규한 쪽 상황이 떠올라 망설였다.“그런데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하지만 하도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차 쪽으로 걸어갔다.임서율은 그제야 알았다. 이 남자는 절대로 시간을 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걸.그는 이미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하도원에게선 묵직한 압박감이 밀려왔다.마치 ‘이 차, 오늘 네가 타든 안 타든 선택지는 하나’라는 분위기였다.임서율은 잠시 고민하다 휴대폰 시간을 흘끗 보고 결국 차에 올라탔다.안전벨트를 막 맨 순간, 차가 마치 폭주하듯 튀어나갔다. 순간적인 가속에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가 다시 등받이에 세게 부딪혔다.임서율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하도원을 돌아봤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그는 아무 말 없이 오히려 액셀을 더 깊게 밟았는데 그 얼굴은 마치 지옥에서 걸어나온 사신처럼 싸늘했다.임서율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차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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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그거 보세요. 소용없는 거 뻔히 아는데 옆에서 소리만 질러서 대표님 집중까지 흐트러뜨리면 제 목숨이 더 빨리 날아가겠죠.”임서율은 더는 체면도 신경 쓰지 않고 바닥에 털썩 기대앉았다.“게다가 대표님이야 지금 뭐든 가진 분이잖아요. 대표님도 죽는 걸 안 두려워하는데, 제가 겁낼 이유가 있나요?”하도원이 살짝 허리를 굽혀 차갑고 단단한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억지로 시선이 맞닿았다.임서율의 또렷한 눈매 속에는 장난기 어린 빛이 번뜩였고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예전 그 얼굴이지만 다섯 해 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지금의 그녀는 마치 깨어난 사자처럼 자신의 무기를 쓸 줄 아는 존재 같았다.그는 시선을 내리깔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거친 손가락으로 턱선을 느릿하게 쓸었다. 그의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무심했다.“위약금 내고 이 일을 끝내고 싶다는 거예요?”“맞아요. 그 계약에 위약금 조항이 있는 거 알고 있어요. 원래 금액 그대로 드릴게요. 그냥 우리가 그 계약 안 한 걸로 하죠.”임서율은 하도원이 직접 그 얘기를 꺼내자 혹시 협상의 여지가 있나 기대했다.하지만 하도원은 턱을 놓으며 가볍게 혀를 찼다.“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방금까지 펴져 있던 임서율의 미간이 단번에 찌푸려졌다.“그게 무슨 뜻이에요?”하도원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휘어졌다. 그 압박감에 공기가 한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다.“아직도 모르겠어요? 이 계약은 당신이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내 허락이 있어야 끝나는 거죠.”그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스쳤지만 임서율은 오히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서늘해졌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주문처럼 귓속에서 맴돌았다.임서율은 눈빛을 매섭게 세우며 올려다봤다.“저랑 원한도 없으면서 굳이 이 종이 한 장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하도원은 아파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겉으로는 태평스러워 보였지만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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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그녀는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이런 황량한 곳에선 사람 그림자조차 보기 힘들었다. 걸어서 시내까지 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해 질 때까지 간다 해도 임규한이 기다려줄 리 없었다.하도원은 원한을 반드시 갚는 성격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자신에게 쌓인 감정이 적지 않을 터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으로 끝냈을 일일 테지만 그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사실은 몰아붙이는 사람이었다. 계약 건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는 자신을 속이는 일을 극도로 싫어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하도원은 하늘이 내린 총아이자, 운성을 쥐락펴락하는 절대 권력자였고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그런 사람을 감히 속일 자가 어디 있겠는가.하물며 그게 여자라면 더더욱.임서율은 발길을 돌리다 차에 그대로 꽂힌 채 빠지지 않은 열쇠를 발견했다. 순간 머릿속을 번쩍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원이 깜빡한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당장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도망칠 수 없다면 맞서야 했다. 임서율은 곧장 차 문을 열고 올라탔고 굉음과 함께 차는 아파트 정문을 빠져나갔다.그 시각, 하도원은 소파에 앉아 미간을 짚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묘한 피로가 묻어났다. 발치에 누워 있던 개가 코로 그를 스치듯 훑더니 무언가를 알아챈 듯 발을 비비며 파고들었다.그 기척에 눈을 뜬 하도원은 개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고 묵직하게 중얼거렸다.“그 사람이 돌아왔어.”개가 소파로 폴짝 뛰어올라 그의 손을 냄새 맡더니 혀로 핥았다. 하도원은 잠시 멈칫하다 의외라는 듯 눈썹을 올렸다.“아직도 기억해?”개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그는 옅게 웃고는 다시 몸을 소파에 기댔고 곧 고른 숨결과 함께 목젖이 오르내렸다. 왼손 끝에는 아직 다 타지 않은 담배꽁초가 매달려 있었다.그 시선은 천장을 향했고 속눈썹은 눈꺼풀 아래로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만약 임규한이 시한부가 아니었다면 그 무심한 여자는 여전히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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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진승윤은 더는 말대꾸할 수 없었다.“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전화를 끊으려는데, 하도원이 한마디를 더 얹었다.“그리고 임서율. 그 여자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도 알아봐.”순간, 진승윤이 굳었다.“대표님, 임서율 씨가 돌아왔어요?”“응.”놀람이 고스란히 그의 얼굴에 번졌다.“그럼 살아 있었군요!”하도원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가서 알아보라니까, 왜 이렇게 말이 많아.”“네. 그럼 며칠 뒤에 B국 가는 건요?”원래 하도원이 직접 가서 협력 건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바뀐 듯해 조심스럽게 물었다.잠시 말이 없던 하도원이 대답했다.“B국 쪽 상황이 요즘 좋지 않아. 들으니까 거기 협력사 놈들이 우리 몰래 다른 회사랑도 접촉 중이래. 괜히 계약했다가 나중에 말썽 생길 수 있으니 일단 보류해.”진승윤은 입을 가리고 슬며시 웃었다.역시나였다.그는 전화를 끊고 차를 처리하러 갔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견인된 뒤였기에 벌금만 내고 돌아서야 했다. CCTV를 확인하고서야 범인이 임서율임을 알았다.“이야...”그는 혀를 찼다. 몇 년 만에 보니 임서율은 간이 더 커졌다. 하도원 차를 몰고 간 것도 모자라, 대로 한복판에 버려두다니, 운성에서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임서율은 정말 겁도 없었다.이 사건은 금세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도원은 어쩔 수 없이 회사로 복귀해 수습에 나섰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한밤중이었다.하도원 정도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교통 방해를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물며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인터넷은 순식간에 들끓었다.[와, 멋있긴 한데 그래도 교통 질서는 지켜야지.][남신이 당한 것 같은데? 아무리 거만해도 대놓고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우진 않을 텐데.][이런 짓 할 사람은 한종서밖에 없지.][그건 진짜 미친놈이잖아!][예전에 우리 남신이랑 레이싱하다가 들이받혔다잖아. 저 미친놈 손볼 사람은 우리 남신밖에 없어.][근데 이번 건은 이해가 안 가네. 일단 재호그룹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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