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수 있다는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잠시 멍해졌다. 하도원이 여기에 왜 온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정설아가 임서율을 노려보며 말했다.“임서율, 꼭 이렇게 해야겠니? 경고하는데, 지금 너는 남의 집에 무단침입한 거야. 내가 당장 경찰 불러서 잡아가게 할 수도 있어!”하지만 임서율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비웃는 눈빛으로 정설아를 흘겨봤다.“그럼 불러봐요. 과연 경찰이 당신들을 잡아갈지, 나를 잡아갈지 한번 보죠. 5년 전 일을 내가 다시 떠올리게 해줄까요?”정설아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그게 무슨 뜻이야?”“5년 전, 누가 사람을 매수해 병원에서 내게 약물을 주입하고 죽이려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리고 왜 당신들이 보낸 그 사람이 나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도 말이에요.”임서율의 차갑고 날 선 시선이 칼날처럼 정설아와 임유나를 스쳐 지나갔다.그 한마디는 두 사람의 숨통을 정통으로 겨누었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었다.임유나가 급히 외쳤다.“그건 나랑 상관없어! 임서율, 함부로 모함하지 마!”그 말에 임서율의 눈빛이 단숨에 매서워졌다.“그래? 모함인지 아닌지는, 그때 너희가 보낸 사람 불러서 물어보면 되겠네.”정설아와 임유나는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굳어섰다.임서율은 정설아를 밀쳐내고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고 이번에는 그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하도원은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마치 제 집인 양 태연했다.손가락 마디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임유나와 정설아를 훑어보는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임서율은 금고를 열어 임규한이 원하던 물건을 빠짐없이 챙겼다.그 동작은 매끄럽고 단호했으며, 하도원이 왜 임씨 가문에 온 것인지 따질 틈조차 주지 않았다.막 떠나려는 순간, 임유나가 그녀 손에 들린 서류를 보고는 달려와 팔을 움켜잡더니 눈물을 터뜨렸다.“언니, 그동안 임씨 가문엔 눈길도 주지 않고 운성을 떠나더니, 왜 이제 와서 내 평온한 생활을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