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361 - Chapter 370

510 Chapters

제361화

임서율의 눈빛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하도원은 팔을 주무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지금 머릿속에 있는 이상한 생각은 버려요. 저 사람한테 관심 없으니까.”임서율은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그렇죠? 대표님이 저런 여자를 좋아할 정도로 안목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하도원은 피식 웃더니 임서율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럼 어떤 사람을 좋아해야 안목이 탁월 난 거죠?”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귀를 스쳤다. 저도 모르게 몸이 떨린 임서율은 고개를 들었고 마침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있는 하도원과 눈이 마주쳤다.방금 전의 신체 접촉 때문인지 임서율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줄곧 차갑게만 느껴지던 하도원의 눈빛마저도 뭔가 그윽하게 다가온달까?임서율은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밀어냈다.“대표님, 선은 지켜주시죠.”하도원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서율을 바라봤다.“키스할 때는 점잖은 척 안 하더니.”임서율은 그의 말에 심장이 또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이때 강수진이 다시 문밖에서 소리쳤다.“대표님, 그럼 들어갈게요.”임서율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온몸이 경계 태세로 들어가더니 본능적으로 하도원을 바라봤다.“아무 관계도 없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집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거죠?”하도원의 검은 눈동자에 당혹스러움이 스치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모른다고 하면 믿어줄래요?”“아니요.”임서율은 순간 자신이 하도원을 지나치게 믿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지난 5년간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임서율은 알지 못했고 그동안 하도원과 강수진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걸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하도원은 평소에도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집 비밀번호를 아무에게나 알려주는 행동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차씨 가문과 이미 화해한 걸까?’임서율의 눈빛에 경계심이 스쳤고 본능적으로 하도원과 거리를 벌렸다.하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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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제육볶음은 예전에 강혜수가 해주던 음식이고 하도원은 그 맛을 찾고 있었다.그리고 임서율은 바로 그 강혜수의 딸이다. 그러니 이 사실은 강수진으로 하여금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했다.강수진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었다.“대표님, 오늘 집에 손님이 오셨나 봐요? 방해가 된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그런데 그 손님이 서율 씨는 아니겠죠?”하도원은 강수진과 시간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벗어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치며 다리를 꼬고 싸늘한 눈빛으로 강수진을 노려봤다.“내가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 할 말 있으면 빨리하고 없으면 꺼져요.”강수진도 하도원의 성격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간신히 유지하던 미소마저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라 주먹을 불끈 쥐며 애써 감정을 가다듬었다.“대표님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어머님께 들었어요. 주헌이를 빼내달라고 부탁한 거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망설이시는 이유라도 있을까요?”임서율은 위층 방 안에서 귀를 쫑긋 세웠지만 대화 내용이 선명히 들리지 않았다.다만 강수진이 차주헌의 일로 찾아왔다는 것만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하도원이 차주헌의 일에 개입한다면 임서율이 이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그 말인즉 지금껏 쌓아온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다.하도원이 바닥의 물기를 닦는 동안 강수진은 얼어붙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앉으라는 말이 없으니 맘 편히 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강수진은 날이 잔뜩 선 하도원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고 하도원은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내 일에 참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강수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전 그런 뜻이 아니에요. 주헌이는 대표님의 가족이잖아요. 외부인 때문에 우리 가족 간의 관계를 해치는건...”하도원은 비웃으며 말을 끊었다.“차씨 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참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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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옷장 안에 숨은 임서율은 심장이 튀어나올 듯 미친 듯이 뛰었고 하도원의 정장 재킷을 꽉 움켜쥔 채 숨을 죽였다.옷장 문이 살짝 열린 순간 방 안에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수진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떴고 옷장 안의 임서율은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하도원 대체 무슨 생각이야?’‘일부러 강수진이 날 찾도록 내버려둔 거야?’강수진은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강 팀장님, 지금 당장 회사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주분들께서 팀장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강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인데?”“팀장님께서 독단적으로 투자한 프로젝트 관련된 사항입니다. 협력사들로부터 배상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강수진은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강수진은 다시 옷장을 바라보며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하도원이 들어왔다. 그는 옷장 앞에 서 있는 강수진을 보고선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우리 집 화장실이 옷장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강수진은 하도원이 일부러 조롱하는 것임을 깨닫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거두었다.“대표님 옷장이 참 튼튼해 보여서요. 마침 저희도 새 옷장을 사려던 참이었거든요.”하도원은 말없이 팔짱을 낀 채 옷장에 기대었고 순간 범접할 수 없는 싸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등골이 오싹해진 강수진은 더 머무르다간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꼬리를 낮췄다.“아까 말씀드린 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우린 특별한 사이잖아요. 신중히 고려해 주세요.”그 말을 끝으로 강수진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1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옷장에서 나온 임서율은 답답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손으로 부채질하며 숨을 고르더니 방문을 열고 강수진이 정말로 떠난 게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그러고는 바로 하도원에게 달려들어 따졌다.“왜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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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서율 씨, 그런 심문하는 눈빛으로 날 보지 마요.”하도원의 낮은 목소리에는 은은한 분노가 감돌았고 임서율은 자신의 날카로운 질문이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렸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항상 다른 사람을 심문하는 입장이었던 하도원이 반대로 추궁을 받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을게 당연하다.임서율은 명확한 답을 듣고 싶었지만 눈앞의 이 호랑이를 자극하는 순간 오히려 모든 기회를 잃을 것임을 알고 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눈빛은 5년 전의 평온함 대신 차가움이 깃들어 있었다.“욕실과 옷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젖은 옷은 갈아입는 게 좋을 것 같아서...”하도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차 대표에 관한 일이에요?”임서율은 숨기지 않았다.“네.”하도원은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그녀에게 맞춰보았다.“체구가 작으니까 바지는 필요 없겠죠?”하도원의 셔츠는 그녀에게 원피스가 될 정도였다.작은 키를 눈앞에서 디스당한 임서율은 입술을 깨물며 셔츠를 받았다.“네.”욕실로 들어간 임서율은 샤워 타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도원이 심한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분명히 새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맘 편히 사용했다.하도원은 입고 있던 옷을 벗은 후 깨끗한 거로 갈아입었다. 그러고선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며 임서율이 있는 욕실을 응시했다.몇 년 못 본 사이에 임서율은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방금 전에 추궁하는 눈빛에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무게감이 담겨 있었다.물론 하도원에겐 큰 타격감이 없지만 5년 전의 순한 양이 가시 돋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훨씬 흥미로웠다.한편으로는 임서율이 어떤 방법으로 협상할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욕실에서 샤워를 마친 임서율은 하도원의 셔츠를 입었다. 오늘 잠깐 빌려입는것뿐이니 별다른 생각이 없었으나 갈아입은 순간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큰 셔츠는 임서율을 그대로 감싸버렸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길이는 매혹적인 분위기 풍겼다.이대로 나가면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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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임서율은 셔츠를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았고 하도원은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물었다.“마실래요?”“사양할게요.”하도원과의 협상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는 그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단호하게 거절했다.임서율이 말했다.“대표님과 강수진이 어떤 관계인지 관심 없어요. 제가 부탁하려는 건 딱 하나에요. 차주헌을 빼내는 거에 대표님이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하도원이 차주헌을 돕는 순간 임서율의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밖으로 나온 차주헌은 제일 먼저 임서율을 추적할 테고 아무리 흔적은 숨겨도 뭔가 실마리라도 찾아낼 게 틀림없다.며칠만 더 있으면 계획이 성공할 참이기에 절대 아무런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하도원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 여유롭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왜 서율 씨를 도와줘야 하죠?”그는 손에 든 루빅스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느릿하게 말했다.“원칙적으로 난 차 대표랑 한 편이어야 맞거든요. 어쨌든 서율 씨도 날 속였으니까.”임서율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고의가 아니었어요.”“변명은 듣기 싫어요. 그냥 날 속이고 이용한 후에 감쪽같이 사려져 버린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었어요.”하도원은 몸을 임서율에게 기울더니 점잖은 태도로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날 속이고 떠난 사람이랑 제대로 계산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인지한 임서율은 곧바로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제가 지키지 못했던 건 보상할 거예요. 오늘부터 매일 밤 찾아와서 잠들게 해줄게요. 그리고 위약금도 내일 대표님 계좌로 전액 입금할게요.”하도원은 그녀를 몇초 간 바라보고는 다시 의자에 기대었다.“그건 당연한 거죠. 협상 조건으로 쳐주기는 힘든데요?”임서율은 화가 나서 목까지 빨개졌다. 하도원과의 협상은 그 어떤 까다로운 업체와의 거래보다 백배는 어려웠다. 동시에 하도원과 협력하는 회사들이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임서율은 주먹을 불끈 쥐고 감정을 컨트롤했다.“그럼 뭘 원하는데요?”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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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강수진이 별장 비밀번호 어떻게 알아냈는지 조사해 봐.”“알겠습니다.”“그리고 내일 당장 업체 불러서 도어락 교체해. 강수진이 만졌어. 더러워.”진승윤은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 시각 하도원 별장에서 나온 강수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임서율이 그곳에 없었을까?만약 임서율이 하도원과 연결되어 있다면 상황이 꽤나 복잡하게 흘러갈지도 모른다.임서율이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는 생각에 강수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나 병원에서 임서율을 본 이후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늘 임서율의 영혼에 괴롭히는 꿈을 꾸었고 눈을 뜰때마다 이마에는 식은땀으로 가득했다.상상만으로도 심장 박동이 빨라진 강수진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고 지금 당장 임서율을 처리하지 않으면 정말 어느 날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성운 그룹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회사에서 시위하던 사람은 경비와 경찰에 의해 해산된 상태였다. 하지만 시민의 분노가 너무 컸기에 경찰 측에서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성운 그룹에 인력을 배치해 두었다. 저녁 늦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늘 경찰 인력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덕분에 강수진은 안전하게 회사에 들어왔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자 주변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저 사람 강 팀장 맞지?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회사에 온 거지?”“그거 알아요? 이번에 아주 큰 사고를 쳤대요. 회사 공금을 건드려서 윗선에서 지금 난리예요.”“들었어. 배상금을 내놓아야 하는데 강 팀장이 투자한 돈이랑 맞먹는 금액이라며? 이번에 메꾸지 못하면 강 팀장이 잡혀가는 거 아니야?”“글쎄요? 그건 차 대표님한테 달려있지 않을까요?”듣기만 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강수진은 서둘러 회의실로 향했다.안에서는 이미 주주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그러게 제가 처음부터 강수진 씨를 팀장으로 임명하는 걸 반대했잖아요. 강 팀장이 회사에 어떤 이익을 창출했는지 한번 봐봐요.”“그리고 서율 씨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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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강수진은 떳떳한 듯 완강하게 버티며 차가운 표정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싫다면 어쩌시려고요? 당신들이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착각하나 본데 여긴 주헌의 회사예요. 누가 보면 주주들이 이 회사 주인인 줄 알겠네.”주주들은 강수진의 오만한 태도를 가장 못마땅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순종적인 모습이었는데 지금 보니 전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였다.하지만 이제는 주주들도 더 이상 강수진을 봐주지 않았다.“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곧 회사 법무팀의 연락을 받게 될 거예요. 우리가 강 팀장을 고소할 생각이거든요. 돈 갚을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이 정도 돈 때문에 감옥에 가고 싶진 않겠죠?”강수진은 주주들이 차주헌의 체면까지 무시할 줄은 몰랐는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심지어 그들은 경찰에 신고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주주들은 강수진이 말이 없자 옆에 있는 비서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고소장 작성해서 강 팀장 메일로 발송해.”강수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나 차 대표 부인이에요.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잖아요.”“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니까 이러잖아요. 지금 회사의 생사가 강 팀장이 투자한 그 돈에 달려있다고요. 강 팀장이 돈을 못 내놓는다고 하면 우리까지 큰 곤란에 빠지게 돼요.”“맞아요. 진행하던 해외 프로젝트가 홀딩 된 마당에 추가 투자까지 없으면 간신히 얻은 이 기회가 다른 데로 넘어갈 거예요. 그럼 우린 어쩌라고요?”강수진은 그제야 이해했다.“그래서 지금 날 방패막이로 삼아 여러분의 살길을 찾는 거네요? 정말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좋은 주주들이네요.”주주들은 비꼬는 말투로 답했다.“강 팀장이 투자한 프로젝트가 적자니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임 팀장이 아직 있었다면...”강수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됐어요.”평소 순수하고 온화한 모습만 보이던 그녀가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말하니 주주들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강수진은 테이블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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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강수진은 심수련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지금 우리 집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할 말이 있어요.”심수련은 곧바로 답했다.“그래.”전화를 끊자마자 강수진은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양지우는 임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율아, 역시 네 예상대로 강수진이 걸려들었어. 지금 택시를 타고 가고 있어.”임서율은 양지우에게 말했다.“너도 따라가.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양지우는 임서율의 지시를 듣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아직도 나한테 말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더 있는 거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대충이라고 알려줄 수 있잖아. 네가 이러는 게 너무 불안해.”임서율은 부드럽게 양지우를 달랬다.“지우야, 걱정하지 마. 네가 성운 그룹에서 받은 모욕과 나 때문에 겪은 조롱, 불공평한 대우까지 모두 하나씩 갚아줄게.”임서율이 이번에 돌아온 건 임규한의 일뿐만 아니라 그녀가 없던 5년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바로잡기 위함도 있었다.차주헌과 강수진의 치졸하고 비겁한 행동들이 열받아 좀처럼 본노를 삭이기 어려웠다.해외에 있어 보고 듣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제 다 알게 된 이상 이대로 둘 수 없었다.양지우는 그 말을 듣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마워. 그동안 겪었던 모든 서러움이 너의 그 한마디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아. 나 이제 정말 괜찮아. 굳이 날 위해 이런 위험을 시도할 필요는 없어. 진짜 걱정돼서 그래.”임서율처럼 왜소한 여자가 차주헌의 재력과 가문을 맞선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차주헌에게는 성운 그룹뿐만 아니라 더 큰 차씨 가문이 지켜주고 있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차진만이 결코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하지만 임서율은 이미 결심을 내린 모양이다. 앞날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으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알았어. 걱정은 그만하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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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강수진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방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녀는 웃으며 심수련의 손을 잡았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어떻게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불륜녀겠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건 다 루머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다 양지우라는 여자 때문이에요. 서율 씨랑 친했던 분인데 뒤에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다니거든요.”심수련은 그 말을 듣고서야 긴장했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수진아, 우리 집이 가난한 건 맞지만 절대 가문의 풍기를 문란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심수련과 이런 얘기를 나눌 여유조차 없었던 강수진은 마음속에 천 마리의 개미가 기어다니는 듯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알겠어요. 엄마, 혹시 수중에 돈 좀 있으세요?”“응. 얼마나 필요해?”심수련이 모은 돈은 전부 강수진이 몰래 준 것이었고 사정에 따라 때로는 많이 때로는 적게 주곤 했다.병원 약값과 생활비 외에는 특별히 쓰는 곳이 없었기에 모으는 게 어렵지 않았다.강수진은 손가락 하나를 폈다.“1억이요.”심수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1억?”생각지 못한 반응에 강수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없어요?”“그 돈이 있을 리가 없지. 4천만 원 정도밖에 없어. 얼마 전에 네 사촌 동생이 결혼한다고 4천 빌려 갔거든.”강수진이 집을 비운 동안 이웃과 친척들이 심수련을 돌봐줬으니 그들이 어려움을 겪자 당연히 발 벗고 도움을 주려 했다.안 그래도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마저도 친척한테 빌려줬다는 말에 강수진은 표정이 돌변했다.“엄마. 왜 나한테 말 한마디도 없이 돈을 빌려줘요?”심수련이 허둥대며 물었다.“엄마는 네가 갑자기 돈이 필요할 줄 몰랐지... 주헌이는? 차씨 가문에 이 정도 돈은 문제도 아니지 않니? 일단 주헌한테 말해봐. 정 안되면 네 사촌 동생이 갚을 때까지만 기다려. 갚으면 바로 보내줄게.”강수진은 걱정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요. 이모네 집안 형편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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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어차피 당신들은 인간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나도 더 이상 눈치 살피며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돼서요.”“봤죠? 만약 갑이 을에게 이사를 요구하거나 임대료를 인상하는 등 어떠한 이유로든 계약을 파기할 경우 2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확히 적혀 있어요.”강수진은 2억이라는 금액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하지만 곧바로 나서서 반박했다.“그래서요? 저랑 계약한 것도 아니잖아요. 계약 체결한 사람을 찾아가서 직접 따지세요.”양지수는 강수진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한 듯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융통성이 없으니 법적 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겠네요.”양지우가 옆으로 몸을 살짝 피하자 곧이어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강수진 씨, 안녕하세요. 저는 양지우 씨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입니다. 남편분이 체결한 계약서는 오늘 길에 살펴봤습니다. 현재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겠네요. 첫째, 양지우 씨가 이 집에 다시 입주해 계약을 이어가는 것. 둘째, 2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양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를 보였다.“이행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강수진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 말을 끝으로 양지우는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떴다.강수진은 손에 든 계약서 복사본을 바라보며 이성을 잃었다. 세상이 무너진 듯 오로지 분노와 증오만이 남았고 이 계약서는 강수진이 집을 팔 권리조차 없다는 걸 의미했다.‘이제 돈은 어떻게 구해야 하지?’‘아니, 이건 분명히 양지우 저 멍청한 여자가 혼자 계획한 일이 아냐. 정말로 계약서의 허점을 잡을 줄 알았다면 5년 전 진작에 소송했겠지.’‘절대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거라고.’강수진은 이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귀여운 목소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싸늘함만 맴돌았다.“조사해 봤어? 아직 살아있는 게 맞지?”“최근 운성에서 서율 씨의 활동 흔적이 포착되긴 했습니다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이런 정보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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