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41 - Bab 50

209 Bab

제41화

“네, 이제는 들려요.”어차피 며칠밖에 안 남았기에 이제는 청력이 돌아온 걸 차주헌이 알게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잘 되셨네요. 축하해요.”“고마워요. 그래서 신입은 기억해요?”“네, 웬 여성분이 찾아와서 자기는 성운에 막 입사한 새로운 총괄 팀장이라고 했어요. 임 팀장님은 다른 급한 일 때문에 자기가 대신 왔다고 하던데요?”임서율은 그 말에 헛웃음이 다 튀어나왔다.‘새로운 총괄 팀장이라고? 그게 과연 그냥 해본 말 일까, 아니면 차주헌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걸까?’만약 차주헌의 뜻이었다면 양지우는 그저 재수 없게 걸린 총알받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즉, 그날 강수진을 건드리지 않았어도 양지우는 조만간 그 자리를 내놓게 될 거였다는 뜻이었다.임서율은 문득 강수진이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차주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수진이 다른 회사로 이적할 때를 대비해 그럴싸한 경력을 만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만약 차주헌이 정말 강수진에게 프로젝트를 넘길 생각이었다면 양지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농락당한 것뿐이다.“신입이 들고 간 기획안은 어땠나요? 대표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던가요?”“기획안은 임 팀장님께서 전에 대표님께 보여줬던 그 기획안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대표님도 계약하신 거고요.”임서율은 그 말에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벼랑 아래로 등 떠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욱신거리고 또 울렁거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그녀가 해당 기획안을 작성했을 때 하필이면 노트북이 고장 나 수리를 맡길 동안 차주헌의 노트북을 썼었다.그리고 완성한 뒤에는 단지 복사만 하고 삭제를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그 기획안을 차주헌이 강수진에게 넘겼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가 그 기획안을 들고 정운 그룹에 가게 했다.이렇게도 지극정성인 남자가 또 있을까?차주헌은 나에게 말할 타이밍이 수도 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입을 닫고 있었다.‘아무리 감정이 식었다고 해도 그렇지 엄연히 내가 만든 건데 그걸 나한테 말도 없이 강수진한테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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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힘들게 수화할 필요 없어요. 입을 보면 대개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물론 복잡한 말은 아직 힘들지만요.”임서율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강수진은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사람들 입을 보고 알아들을 수 있는 거면 대표님도 말로만 해도 되지 않나요? 그런데 왜 대표님은 계속 말도 하고 수화도 하는 거예요?”“알고 싶어요?”“뭐... 궁금하긴 하네요.”임서율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차주헌은 내가 자기 때문에 청력을 잃게 된 그다음 날부터 수화를 배우러 갔어요. 주헌이야 나를 위해 수화를 배울 수 있다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사람들 입 모양을 보면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주헌이한테 얘기했더니 자기는 그래도 수화를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입 모양만 보는 건 힘들 거라면서. 그래서 그 뒤로도 주헌이는 늘 나한테 말도 하고 수화도 해주고 있어요.”강수진은 얘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표정을 굳혔다. 그러고는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지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요?”“지우 일 때문에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강수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더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건 제가 아니라 대표님이랑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양지우 씨가 대표님 앞에서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한 거, 설마 서율 씨 뜻은 아니죠?”강수진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갑자기 싱긋 웃었다.그리고 임서율은 그런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아주 잠깐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고는 똑같이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요. 수진 씨는 주헌이가 직접 회사에 데려온 사람이잖아요. 지우가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수진 씨를 찾아온 건 뭐가 됐든 수진 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당사자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지우한테는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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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강수진의 뜻은 명확했다. 양지우를 도와주기 싫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지우 일을 이용해 회사 사람들에게 자기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은 거겠지.’임서율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해해요. 팀장직에 오르고 나니 전에는 괜찮았던 것도 신경 쓰이곤 하죠. 그런데 수진 씨, 내가 오늘 이상한 얘기를 하나 들었어요.”“무슨 얘기요?”“정운 그룹과 계약할 때 수진 씨가 내가 작성한 기획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이 일이 직원들에게 알려지면 수진 씨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지금 타이밍에 지우를 다시 불러들이는데 팀장으로서의 아량도 보이고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임서율은 말만 부드럽게 했지 거의 협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라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자기가 한 짓이 있었으니까.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만만이던 강수진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져버렸다. 귀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도 피하는 것이 창피한 줄은 아는 듯했다.잠시 후, 마음을 다잡은 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율 씨가 직접 찾아와 부탁하는데 여기서 제가 계속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아니겠네요. 대표님이 제 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말은 해볼게요.”임서율은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그럼 더 시간 안 뺏을 테니까 마저 일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강수진은 홀로 남겨진 후, 이를 꽉 깨물며 책상 위에 있던 서류들을 전부 바닥에 던져버렸다.사무실을 나온 임서율은 아까 한 소리 들었던 직원에게 필요한 데이터 자료를 건네주었다.직원은 코가 빨개져서는 몇 번이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임서율은 자료를 건네준 후 곧바로 회사를 나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아마 내일모레쯤이면 다시 출근하러 올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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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임서율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시간 확인부터 했다.“이 시간에 부른다고?”위치를 보니 외곽에 있는 개인 별장이었다.임서율은 하도원과 손을 잡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으로는 그를 경계하는 편이었다. 그야 매번 그녀만 보면 장난감이라도 본 것처럼 놀려대고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또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기는 싫었기에 그녀는 출발하기 전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오아시스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하는 거 맞죠?]답장은 꽤 빨리 왔다.[그럼 연애하자고 불렀을까 봐?]메시지를 본 임서율은 질색하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이 인간은 말투 좀 고칠 수 없나? 그리고 왜 은근슬쩍 반말이야!”임서율은 투덜거리며 발을 두어 번 굴렀다. 하도원과 대화를 나누면 꼭 이렇게 열 받는 일이 생긴다.임서율은 택시를 잡은 후 기사에게 하도원이 보낸 위치를 얘기했다.3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임서율은 별장 외관을 훑어보며 하도원과 자신의 어머니가 아는 사이여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지금쯤 신종 납치인 건 아닌가 하며 덜덜 떨었을 테니까.다만 인적이 드문 곳에 집을 지은 걸 보니 확실히 하도원 다웠다.임서율은 열린 문을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방에서 늑대개가 뛰쳐나왔고 깜짝 놀란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늑대개는 그녀를 훑어보더니 서서히 다가와 냄새를 맡았다.임서율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그때 편한 옷차림의 하도원이 옆쪽에 있는 방에서 나왔다. 머리에 물기가 아직 맺혀있는 것을 보니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온 것 같았다.평소와 달리 그는 조금 나른해 보이기도 하고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임서율은 지금 완전히 패닉 상태라 그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하 대표님...”그녀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강아지를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하도원의 강아지는 워낙 덩치가 큰 늑대개라 상당히 무서웠다.“이리 와.”하도원이 머리를 탈탈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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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헥헥대는 소리와 다리에 그대로 느껴지는 늑대개의 두상에 임서율은 소름이 다 끼쳤다.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도원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그의 옷을 꽉 잡으며 말했다.“하 대표님...”‘저 개 좀 어떻게 해봐, 빨리!’하도원은 겁먹은 그녀를 보면서도 여유롭게 말을 내뱉었다.“그저 만져달라고 애교 떠는 것뿐입니다.”“나를 물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싹 다 잊어버린 건지 임서율은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하도원을 바라보았다.이에 하도원은 손에 들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소파에 등을 기댔다.“얘가 고기를 좋아하기는 하죠.”그의 무심한 말에 임서율은 온몸을 잔뜩 웅크린 채 소파 등받이에 딱 달라붙었다.하도원은 그런 그녀를 한번 보더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사람 고기를 먹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요?”임서율도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게 느껴질지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개가 너무 무서웠으니까.그녀는 이렇게 된 거 빨리 얘기를 끝내고 가는 게 낫겠다며 본론을 꺼냈다.“프로젝트 얘기나 빨리하죠. 지난번에 보여줬던 기획안은 어떠셨어요?”“크게 문제 될 건 없었어요. 그런데 그걸 차 대표가 정말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해요?”하도원은 피곤한지 연신 미간을 주물렀다.“알아봐도 상관없어요. 하 대표님이 프로젝트를 뺏어오는 순간 성운 그룹에서 퇴사할 거니까요.”그 말에 하도원이 시선을 보냈다.“퇴사?”“네, 그러니까 다른 건 고려하지 말아 주세요. 모든 건 다 제가 책임져요.”임서율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아예 끝장을 볼 생각인가 보네요.”하도원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어린애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임서율은 생각도 깊고 상당히 이성적이었다.또한 이것으로 그녀가 차주헌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증명되기도 했다.임서율은 하도원에게 사생활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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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임서율은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역시 하도원은 이상한 사람이 맞다. 아니,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임서율은 달리 받아칠 말이 없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하도원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늑대개도 주인의 시선을 따라 임서율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성운 그룹.강수진과 함께 양지우의 일에 관해 얘기를 마친 차주헌은 미팅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마침 한종서와 마주쳐버렸다.언제나 세상이 다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던 한종서였는데 어쩐지 오늘은 기가 한풀 꺾여 보였다.차주헌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는 문득 그가 하도원과 임서율이 함께 있다는 전화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그래서 망설임 없이 그에게로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한종서, 경고하는데 다시는 서율이 곁에 얼쩡거리지 마. 만약 다음에 또 지난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가만 안 둬!”한종서는 오냐오냐하며 자란 케이스라 세상 무서운 게 없었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늘 집안에서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해줬으니까.그래서일까, 차주헌의 위협적인 말에도 그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등신 같긴. 야, 넌 나한테 감사해야지 않냐? 내가 아니었으면 네 와이프가 하도원과 놀아난 것도 몰랐을 거 아니야.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직접 현장을 덮쳐본 소감이 어때? 와이프가 다른 남자 밑에 깔린 걸 보니 어땠냐고.”한종서는 일부러 저질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차주헌의 성질을 긁어댔다.평소 이성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듣는 차주헌이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닌 건지 거의 죽일 듯한 표정으로 한종서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말해봐.”그대로 한종서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릴 듯한 기세였다.하지만 한종서는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건들거렸다.“차주헌, 생각 잘해. 여기서 네가 나 건드리면 나는 바로 너희 회사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 들일 거야. 거금이 갑자기 빠지면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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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하도원이 가져오라고 한 건 다름 아닌 임서율의 기획안이었다.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수치를 가리키며 문제가 되는 점을 얘기했다.“지금 이 수치를 보여주면 원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할 겁니다. 프로젝트 경영권을 뺏어오기 위해서는 성운보다 더 낮은 가격을 내놔야 해요.”그 말에 임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제가 여러 번 계산해서 도출해낸 수치예요. 가격을 여기서 더 낮게 잡을 수는 없어요.”“그걸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임서율 씨는 나한테 뭐 해줄 겁니까?”하도원이 펜을 굴리며 물었다.“밥 살게요.”밥 사는 것 말고는 마땅히 해줄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았다.‘잠깐만, 그런데 이 남자는 내가 기획안까지 가져다 바쳤는데 그건 생각을 안 하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만 바랐는데?’임서율은 차마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입만 살짝 삐죽였다.아무리 억울한 게 있어도 결과적으로 하도원이 아니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계획이라 뭐라 할 수가 없었다.하도원은 몸을 등받이에 기대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그러면 청운각으로 가죠. 거기서 사요.”‘청운각이라고?!’임서율이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청운각은 일 인당 최소 2백만 원은 하는 매우 비싼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자고 한 것이다.만약 하도원이 이름 있는 사업가가 아니었으면 임서율은 아마 진지하게 의심해봤을 것이다. 그가 정말 돈이 없다고 말이다.하도원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더니 눈썹을 꿈틀거렸다.“왜요, 나한테 돈 쓰기 싫어요?”임서율은 마음을 다잡으며 스스로에게 세뇌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프로젝트를 빼앗아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감사해야 한다고.“알겠어요. 대신 일주일 안으로 사고 싶은데 괜찮아요?”그녀의 말에 하도원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그렇게도 나랑 빨리 식사하고 싶어요?”“...아니요. 일주일 뒤에는 조금 바빠질 예정이라서요.”“그래요, 그럼. 시간 되는 대로 문자 보낼게요.”임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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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무서운 게 아니라 지금 마주치면 이상한 오해가 생길까 봐 그러죠.”임서율은 이리저리 몸을 숨겨보다가 문득 계단을 쳐다보았다.“저 위층으로 가 있을게요!”그녀는 하도원의 동의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급히 계단을 올라갔다.하도원도 딱히 제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환히 웃을 뿐이었다.“꼭 우리가 불륜이라도 한 것 같네요.”그 말에 임서율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긴박함이긴 했다.실제로 차주헌은 그녀와 하도원의 사이를 의심하기도 했었으니까.그러니 만약 지금 이대로 하도원의 집에 있는 게 발각되면 아주 큰 오해를 살 게 분명했다.차주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2층 방문이 닫혔다.그는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봤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에 그게 누구였는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분명히 여자였다.‘하도원 연애하나? 아니 그런데, 하면 하는 거지 뭘 저렇게 숨어?’차주헌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한편 하도원은 차주헌의 등장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차주헌 대표가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죠?”차주헌은 성이 잔뜩 난 채로 들어왔다가 하도원이 더 성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서열에서 밀린 사람처럼 마른기침을 했다.“크흠, 한종서가 서율이한테 약 먹었을 때 왜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죠?”하도원은 커피잔을 집어 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주헌을 훑었다.“지금 나를 추궁하는 겁니까?”차주헌은 그의 눈빛에 움찔했지만 확실히 알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물러서지 않았다.“지금 쓸데없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래서 확실히 알아야겠습니다. 그날 두 사람 사이에... 그러니까...”그때 하도원이 커피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두 사람밖에 없었던 터라 유난히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그리고 분위기도 삽시간에 가라앉았다.하도원은 천천히 등을 기대더니 차주헌이 미처 꺼내지 못한 말을 대신 해주었다.“그러니까 차주헌 대표는 지금 나랑 임서율 씨가 그날 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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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차주헌은 하도원을 똑바로 바라본 채 점점 표정을 굳혔다.“하 대표님은 서율이 건드리면 안 됩니다. 이유는 잘 아시잖아요.”“그 말은 한종서 해결하고 와서 다시 해. 그리고 너랑 관련된 일들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게 좋을 거야. 너도 내가 어르신한테 얘기하는 건 싫을 테니까.”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하도원의 미간은 점점 더 짙어졌고 이제는 슬슬 눈빛도 무섭게 변해갔다.차주헌은 하도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대치하고 있어봤자 손해 보는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그래서 이만 돌아가려는데 하도원이 갑자기 말을 건네왔다.“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하지 마. 나는 임자 있는 여자 안 건드려.”차주헌의 얼굴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자기 입으로 얘기한다는 건 임서율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현관문이 닫히고 차주헌의 차량이 별장을 빠져나갔다.하도원은 시선을 거두어들인 후 굳게 닫혀있는 2층 방을 보며 말했다.“무서운 놈 갔으니 이만 나오죠?”임서율은 그 말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조금 얼어붙은 몸을 이끌며 아래로 내려왔다.“다 들었습니까?”“네.”임서율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가 넘치던 여자가 차주헌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말라비틀어진 채소가 되어버렸다. 그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하도원은 짧게 혀를 찼다.“쯧. 이거야 원, 차라리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편이 더 나았겠네.”그러면 더러운 말은 듣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임서율은 차주헌이 그날 일로 하도원을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갑자기 온 걸 보면 우연히 한종서라도 만났다가 무슨 얘기를 들은 게 분명했다.‘그러데 하도원은 왜 찾아온 거지? 약을 탄 건 한종서였는데? 추궁을 해도 한종서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임서율은 이해가 안 되는 얼굴로 가만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차주헌이 한종서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건 그녀가 강수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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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하도원은 엄지를 내밀며 장하다는 눈빛을 보냈다.“좋네요. 일평생 쓰레기 컬렉터 노릇은 안 하겠어요.”딱히 문제 될 건 없는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하도원이 하니 놀리는 것 같았다.지금도 슬쩍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 더더욱 그런 것 같았다.‘됐다, 됐어. 이 인간은 원래부터 이런 인간이었잖아.’임서율은 손을 휘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그런데 발을 드는 순간 무언가가 뒤에서 잡아당기며 그녀를 못 가게 제지했다.뒤를 돌아보니 하도원의 강아지가 그녀의 치마를 문 채로 힘을 꽉 주고 있었다.생각보다 더 강한 힘에 놀란 것도 잠시, 임서율은 당황한 얼굴로 하도원을 바라보았다.“얘 왜 이러는 거예요?”“뭐... 보내고 싶지 않은가 보죠.”하도원이 고개를 까딱하며 웃었다.강아지는 무서운 눈길을 보내던 아까와 달리 촉촉한 눈망울로 임서율을 바라보았다. 그 덕에 다행히 무섭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치마를 뺄 수가 없었다.결국 임서율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도원을 바라보았다.“얘 좀 가라고 하면 안 돼요?”하도원은 팔짱을 낀 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어쩐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얘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 세게 물 거예요. 이럴 때는 차분히 얘기하면서 달래는 수밖에 없어요.”“차분히 얘기하면서 달래야 한다고요...?”임서율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뭘 어떻게 달래요?”“다음에 맛있는 거 사 가지고 올 테니 놔달라고 해봐요.”‘다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올 일이 없는데?’임서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허리를 살짝 굽혔다. 그러고는 최대한 다정한 말투로 강아지에게 얘기했다.“이거 좀 놔주면 안 될까? 내가 다음에 맛있는 거 잔뜩 사서 올게. 소시지나 음... 육포 같은 거.”못 알아들은 것인지 강아지는 계속해서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신나게 꼬리를 흔들어댔다.이에 임서율은 아주 잠깐 사실은 자신을 먹이로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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