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뜻은 명확했다. 양지우를 도와주기 싫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지우 일을 이용해 회사 사람들에게 자기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은 거겠지.’임서율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해해요. 팀장직에 오르고 나니 전에는 괜찮았던 것도 신경 쓰이곤 하죠. 그런데 수진 씨, 내가 오늘 이상한 얘기를 하나 들었어요.”“무슨 얘기요?”“정운 그룹과 계약할 때 수진 씨가 내가 작성한 기획안을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이 일이 직원들에게 알려지면 수진 씨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지금 타이밍에 지우를 다시 불러들이는데 팀장으로서의 아량도 보이고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임서율은 말만 부드럽게 했지 거의 협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라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자기가 한 짓이 있었으니까.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만만이던 강수진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져버렸다. 귀도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도 피하는 것이 창피한 줄은 아는 듯했다.잠시 후, 마음을 다잡은 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율 씨가 직접 찾아와 부탁하는데 여기서 제가 계속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아니겠네요. 대표님이 제 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말은 해볼게요.”임서율은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그럼 더 시간 안 뺏을 테니까 마저 일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강수진은 홀로 남겨진 후, 이를 꽉 깨물며 책상 위에 있던 서류들을 전부 바닥에 던져버렸다.사무실을 나온 임서율은 아까 한 소리 들었던 직원에게 필요한 데이터 자료를 건네주었다.직원은 코가 빨개져서는 몇 번이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임서율은 자료를 건네준 후 곧바로 회사를 나왔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아마 내일모레쯤이면 다시 출근하러 올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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