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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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우리 너무 오래 못했잖아.”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살짝 움직였다.“얼른 자. 나 피곤해.”그녀는 컨디션이 안 좋은 걸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건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차주헌은 그녀의 거절에 욕구가 확 식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목소리도 괜히 차갑게 흘러나왔다.“알겠어. 나 담배 좀 피우고 올게.”차주헌은 결국 침대에서 내려와 베란다로 나갔다.임서율은 그의 기분을 철저하게 무시하며 다시 자세를 고치고 눈을 감았다.다음날.임서율은 10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옷을 갈아입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차주헌이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그는 말하는 게 귀찮은지 수화만 했다.내용은 접대 때문에 술을 너무 마셔서 속이 너무 쓰리다고 죽을 끓여달라는 것이었다.임서율은 문득 어젯밤 위가 아프다는 데도 억지로 커피를 권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커피 때문에 밤새 불편하고 위가 쓰렸는데 그건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으면서 자기 위 아픈 건 알아달라는 게 너무나도 우습고 역겨웠다.“성묘하러도 가야 하는데 빨리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죽은 가는 길에 사서 먹어.”차주헌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밖에서 파는 죽은 맛이 없단 말이야. 시간 아직 괜찮아. 오후에 반차도 이미 냈고. 그러니까 해줘. 응?”임서율은 욕설을 내뱉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표정 변화 없이 시계만 바라보았다.“나 지금 회사로 가봐야 해. 이제 팀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많거든. 지금 우리 팀 상사는 수진 씨잖아. 수진 씨가 잘못하면 우리도 함께 책임을 지게 될 거야. 그리고 너도 그랬잖아. 수진 씨는 국내 업무가 서툴다고, 그래서 많이 도와주라고.”나는 차주헌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의 지시에 맞춰 잘 따르는 중이니 할 말이 없을 게 분명했다.아니나 다를까, 차주헌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어트리더니 발걸음을 옮겼다.“알았어. 그럼 빨리 회사로 가봐.”“응.”임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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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임서율은 그간의 서러움을 전부 어머니에게 토해냈다. 아직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임서율은 묘비 앞에 주저앉은 채 어머니의 이름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이대로 무너질 것 같았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엄마, 왜 나 두고 먼저 갔어... 나 지금 엄마 필요하단 말이야. 나도... 나만의 든든한 아군이 필요하단 말이야...”“사랑이라는 게 원래 이래? 원래 이렇게 덧없는 거야...? 나만 보겠다고 했던 사람이 어떻게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가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그녀가 묻고 싶은 건 애초에 차주헌은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강수진만 사랑했고 그녀는 단지 대체품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진실이 뭐가 됐든 그들 사이는 이미 변질해 버렸고 두 번 다시 좋았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임서율은 울분을 다 토해내고 나서야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시간 반이나 지나있었다. 금방 오겠다고 한 차주헌은 1시간 반이 다 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그가 오든 안 오든 임서율에게는 중요치 않았다.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던 그때, 양지유가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돈은 전해줬어.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폐를 끼친 건 나잖아. 당연한 거야.]하도원과 직접 컨택할 수 있는 사람은 물어볼 것도 없이 엘리트일 게 분명했다. 만약 하도원이 주변을 하나하나 조사해보면 반드시 걸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커리어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 업계에서 일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그러니 임서율은 당연히 그 사람을 도와야 했다.임서율은 SNS를 훑어보다가 강수진이 올린 게시물을 발견했다.첫 번째 사진은 죽을 끓이는 사진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식탁에 앉아 누군가와 죽을 함께 먹는 사진이었다.상대방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임서율은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차주헌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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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임서율은 집으로 가자마자 원피스를 전부 다 불태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수진이 자신의 원피스를 입고 차주헌과 안방에서 사랑을 나눌 걸 생각하면 속이 다 뒤집히고 울렁거렸다.전화는 어느샌가 끊어져 있었다.임서율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전화가 연결됐던 건 강수진이나 차주헌 중에 누군가가 실수로 받아서인 것 같다.만약 이따 통화 기록이 찍힌 걸 보면 내가 청각장애인이라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2분 정도 흘렀을 때 차주헌이 문자를 보내왔다.[전화했었어? 문자로 하지.]차주헌은 역시 대표 같은 자리에 있을 게 아니라 배우가 되었어야 했다.임서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답장을 보냈다.[늦네. 안 올 거야?][당연히 가야지. 어머니 기일인데. 그런데 아직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어. 풍하 그룹 책임자가 갑자기 협력 건에 관해 얘기하자고 하는 바람에 1시간은 더 걸려야 될 것 같아.]성의 없는 변명이었다.[그럼 오지 마. 회사 일에만 신경 써. 네가 엄마 생각해주는 거, 엄마도 다 알고 있을 테니까.][정말 미안해... 내년에는 내가 더 신경 쓸게.]임서율은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그래, 어차피 이제는 며칠 안 남았잖아. 그때까지만 참아.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차주헌의 빌어먹을 연기를 안 봐도 돼.’임서율은 휴대폰을 집어넣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앞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눈이 마주쳤다.“하도원...?”하도원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손에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여서인지 그는 평소보다 더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임서율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매년 어머니의 기일마다 그녀가 다녀간 전후로 묘비 위에 국화꽃이 놓여 있었던 것이 떠올렸다.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생전 알고 지낸 사람이 많지 않아 가족 외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임서율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하도원은 어느새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꽃다발을 내려놓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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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사실 하도원과 연이 있는 건 임서율의 어머니지 임서율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의 그녀는 어머니의 요구대로 학업에만 열중하느라 다른 것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래서 지금도 하도원이라는 이름보다는 ‘하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더 편했고 [HDW] 라는 이니셜을 봐도 하도원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하지만 매년 꽃다발을 보내는 사람이기도 하고 하도원을 보고서도 떠올리지 못했던 건 그녀가 무례했던 게 맞기에 임서율은 순순히 사과했다.“죄송해요.”하도원은 별다른 대꾸 없이 계단 위에 털썩 앉았다.오늘은 유독 햇볕이 따스한 날이었다.하도원은 담배를 꺼내려다가 금연 구역이라는 것을 깨닫고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차 대표는 같이 안 왔습니까?”임서율은 그 말에 빈정거리며 답했다.“차주헌은 지금쯤 애인이랑 깨를 볶고 있겠죠.”하도원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다.“차 대표가 임서율 씨의 팀장직을 앗아갔다면서요? 그리고 그걸 강수진 씨한테 줬고.”“네, 하지만 상관없어요. 오아시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면 일반 사원이든 팀장이든 다 똑같거든요.”임서율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엄마가 처음부터 참여해 있던 프로젝트였어요. 오아시스라는 이름도 엄마가 지었고요. 그런데 제대로 시작해 보기도 전에 돌아가셨어요. 엄마 마지막 유언이 내 손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거여서 정말 그것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는 부질없게 됐어요.”설마 강수진 때문에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게 될 줄은 임서율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하도원은 고개를 위로 쳐들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설득할 게 아니라 남편과 조금 더 얘기를 해보지 그래요?”그 말에 임서율이 피식 웃었다. 무척이나 쓸쓸하고 외로운 미소였다.“제가 차주헌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대표님도 남자니까 아실 거 아니에요. 한번 변한 마음이 고작 몇 마디로 돌아올 리 없다는 거.”“몇 마디로 안 되면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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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어차피 임서율은 곧 완전히 자취를 감출 거라 회사 사람들이 뭐라 떠들건 그녀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임서율 씨 어머니를 봐서 수락한 거니까 어머니한테 감사해야 할 거예요.”하도원은 말을 마친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임서율은 가려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그럼 세부사항에 관해서는 내일 찾아뵙고 다시 말씀드릴게요.”그 말에 하도원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나랑 스캔들 나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났습니까? 아니면 내일 기자들까지 싹 다 불러모아서 임서율 씨가 나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전부 다 얘기할까요?”“...”‘이 인간은 세상 모든 여자가 다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보지?’임서율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연락 기다릴게요. 만나는 시간과 장소도 하 대표님이 정하는 거로 하세요.”하도원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말이 통해서 다행이네요.”임서율은 그의 뒤통수가 뚫릴 정도로 힘껏 째려보았다.하도원은 정말 보면 볼수록 피곤한 남자였다. 자기 일정에 맞추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굳이 열 받는 말투로 신경을 한번 긁어대니까.하지만 뭐가 됐든 마음을 바꿔준 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인 건 이번 프로젝트 이후로는 하도원과 엮일 일이 없다는 것이다.만약 계속 봐야 하는 사이였으면 분명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받았을 것이다.묘원에서 나온 후 하도원은 곧장 자기 차량으로 다가갔다.임서율은 택시를 잡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아무리 불러도 콜을 받는 택시가 없었다.이제까지는 늘 차주헌과 함께 차로 왔어서 인적 드문 곳에서 택시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낄 기회가 없었다.임서율은 조용히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하도원을 바라보았다.보통 남자들은 여자 혼자 서 있으면 먼저 다가와 타라고 할 텐데 하도원은 냉혈한이라 그런지 이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결국 임서율은 먼저 차량 쪽으로 다가갔다.“대표님, 택시가 안 잡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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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어떨 것 같은데요?”하도원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이에 임서율은 속으로 혀를 차며 알아내려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정말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한들 하도원이 쉽게 얘기해줄 리가 없었으니까.게다가 그녀는 어차피 곧 떠날 몸이기에 차주헌에게 따로 비밀이 있었다고 해도 이제는 간섭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됐어요. 알고 싶지 않아요.”하도원은 손목시계를 한번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타요. 이건 빚으로 달아둘게요. 다음에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게 뭐든 꼭 도와줘요.”임서율은 하도원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그는 회사 일도 사생활도 완벽하게 컨트롤 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임서율은 아주 나중에서야 자신은 하도원이라는 인간을 몰라도 한참을 몰랐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조수석에 오르려고 차 문을 당긴 임서율은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또 당했나 싶어 그를 째려보았다.하지만 하도원이 먼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이 차는 명령어를 말해야 열립니다.”임서율은 그 말에 잘 빠진 차체를 훑어보다 그제야 해당 차량이 전 세계에 단 2대 밖에 없는 희귀 차량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나머지 한 대는 한종서가 가지고 있으며 듣기로 집안 어르신 인맥까지 동원해 힘겹게 얻은 차라고 했다.한종서가 어떤 사람인지는 둘째 치고 그는 집안에서 꽤 예쁨 받는 존재였다. 아마 한종서가 원하면 그 집 어르신은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을 것이다.차주헌도 당시 똑같은 차를 원하긴 했었지만 그가 알아봤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즉, 하도원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임서율은 괜히 민망해져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그, 그럼 뭐라고 해야 해요?”“남편, 문 좀 열어줘.”하도원이 장난기 하나 없는 얼굴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또 나 놀리는 거예요?”임서율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내가 임서율 씨를 왜 놀립니까? 회의가 잡혀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하는데 말 안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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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귀신이야 뭐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임서율은 마른 침을 한번 삼키더니 다시 쓸데없이 입을 놀렸다.“지난번에 봤던 여성분은 왜 거절하셨어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되게 좋던데.”그녀의 말에 하도원이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임서율 씨 말대로라면 나는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면 다 곁에 둬야겠네요? 내가 무슨 쓰레기 수집가입니까?”“솔직히 남자들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여성분이었잖아요. 그런 분도 성에 안 차는 거면 대표님은 대체 어떤 스타일의 여성분을 좋아하시는 거예요?”하도원은 임서율을 한번 쳐다보더니 조금 전과 달리 나른한 말투로 물었다.“내 취향이 궁금해요? 왜요, 한번 꼬셔보려고?”“못 들은 거로 하세요.”임서율은 그를 한번 째려본 후 입을 꾹 닫았다.잠시 후.하도원의 차량이 성운 그룹 앞에 멈춰 섰다.“고마워요. 덕분에 시간 낭비 없이 잘 도착했어요.”임서율은 인사를 건넨 후 차에서 내렸다.하도원은 그런 그녀에게 손을 휘휘 젓더니 곧바로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성운 그룹 로비.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임서율은 휴대폰을 훑어보다 한종서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한씨 가문의 한종서 씨가 어두운 방에 갇힌 채 강제로 약물을 투여 당했다고 합니다. 주민의 신고로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되어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생식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차씨 가문 차주헌 씨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임서율은 약물 소개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해당 약물은 지난번 한종서가 그녀에게 먹였던 바로 그 약물이었다.‘그런데 차주헌이 그랬다고? 그럴 리가.’임서율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당한 게 강수진이라면 몰라도 감정이 한 톨도 남지 않은 아내에게 차주헌이 이런 번거로운 복수를 해줄 리가 없었다.다만 운성시에서 한종서를 이렇게 만들고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았다.그때 임서율의 머릿속으로 문득 하도원의 얼굴이 스쳐 갔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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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수진 씨,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임서율이 냉랭한 얼굴로 묻자 강수진은 움찔하며 겁먹은 토끼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손을 움직였다.“다른 뜻이 있어서 물어본 거 아니에요. 믿어줘요. 저는 그냥... 주헌이, 아니, 대표님한테서 서율 씨는 오늘 어머님 뵈러 간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하 대표님 차량에서 내리길래 궁금했던 것뿐이에요. 혹시 두 사람, 같은 묘원에서 오는 길이었어요?”그 말에 차주헌이 목소리를 높이며 임서율에게 물었다.“하도원이랑 같이 왔다고? 그게 정말이야?”임서율은 똑똑히 보았다. 강수진의 입에서 하도원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차주헌의 눈빛이 갑자기 예리해진 것을. 꼭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는 고슴도치 같았다.만약 차주헌이 하도원과 자신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빼앗는데 지장이 갈 수도 있었기에 임서율은 최대한 표정을 감추며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택시가 잘 안 잡히길래 태워달라고 부탁했어. 마침 묘원을 지나는 중이었더라고.”그러자 강수진이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했다.“혹시 두 사람 친해요? 아니면 하 대표님은 소문만 무섭지, 친해지면 다정한 편인가요? 전에 친구한테서 들었거든요. 하 대표님은 절대 그 누구도 쉽게 차에 태우지 않는다고. 엄청 아끼는 차라 가족들 외에는 태워본 적이 없대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시선을 돌려 차주헌을 바라보았다.“대표님, 대표님도 그 차 사게 되면 나 드라이브 시켜주세요.”생글생글 웃는 것이 누가 봐도 사랑만 받아왔을 얼굴이었다. 아니, 애초에 얼굴이 예뻐서 어디 가든 인기가 많을 상이었다.“차 사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차주헌은 지금 강수진과 드라이브 얘기할 기분이 아니었다.그때 직장 동료 한 명이 다가와 강수진에게 말을 걸었다.“강 팀장님, 프로젝트 일로 확인할 게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금방 갈게요.”일 얘기라 강수진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그럼 이만 가볼게요.”강수진이 떠난 후 임서율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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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차주헌은 설득이 먹히지 않자 점점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율아, 양지우 씨 한 명 때문에 꼭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사실 임서율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양지우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많게는 자기를 위해서였다.원하는 대로 뜻을 굽혀주지 않는 자신을 보며 차주헌이 어디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 또 어디까지 강수진을 감싸고 돌지 궁금했으니까.임서율은 단호한 눈빛으로 차주헌을 바라보았다.“내가 이제껏 너한테 이런 부탁 한 적 있어? 없잖아. 지우 일이 처음이잖아. 네가 허락하면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지우한테 넘길게. 내일 사인만 되는 프로젝트야. 사인할 때 지우 이름을 넣으면 너도 할 말이 있어서 크게 곤란해지지는 않을 거야.”차주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닫은 채 임서율을 빤히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그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려고 할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이재우가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결재할 서류가...”“안 나가?!”차주헌의 입에서 위협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이에 이재우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문을 닫았다.차주헌의 호통에 놀란 건 비단 이재우뿐만이 아니었다. 임서율 역시 몸을 움찔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차주헌이 이렇게까지 크게 화를 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임서율은 잔뜩 굳어버린 채 옷을 꽉 말아쥐었다.차주헌은 무서운 얼굴로 문을 노려보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포커페이스 장인이라 그런지 화를 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금세 다시 다정한 얼굴을 했다.“서율아, 너도 알다시피 회사라는 게 한 사람의 결정만으로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내가 회사 대표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입지가 불안 불안해. 내가 전에 말했었나? 우리 가문에 나보다 능력 있는 삼촌이 한 명 있다고. 자기만의 회사를 운영 중이긴 한데 내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삼촌이 내 자리로 들어올 수도 있어.”“회사 주주들 중에는 삼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멋대로 사람을 내쳤다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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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차주헌의 눈빛에는 분노와 의심, 그리고 아주 조금의 불쾌감이 어려있었다.임서율은 자신과 하도원 사이를 의심하는 그를 보며 어이가 없고 또 기가 막혔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딴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임서율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친하긴. 그저 몇 번 오다가다 인사만 나눴을 뿐이야.”그녀는 말을 마친 후 차주헌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러자 차주헌은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율아, 우리 가문은 하도원이랑 아주 복잡한 사이로 얽혀있어. 회사를 굳이 우리 회사 앞에 세운 걸 봐도 알 수 있잖아. 보통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러니까 앞으로는 인사도 하지 말고 최대한 멀리해. 응?”차주헌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이렇게 부탁하는 얼굴을 했다.“그리고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직원들이 너랑 하도원 사이를 쉬쉬하고 있어. 네가 이러면 남편인 내 입장이 뭐가 돼?”임서율은 그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꼭 매우 웃긴 얘기라도 들은 것처럼.“결혼했다는 자각이 있긴 했구나? 난 또 네가 하도 강수진 씨랑 둘이 쌍으로 다니길래 그런 자각조차 없는 줄 알았지. 네가 했던 말 그대로 돌려줄까? 그럼 너는 직원들이 너랑 강수진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수군대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네가 그러면 내 입장은 뭐가 될까? 혹시 고민 중이야? 와이프랑 첫사랑 중에 누굴 고를지?”차주헌은 조금의 놀란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나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우리 율이, 요즘 왜 이렇게 까칠해졌나 했더니 그런 쓸데없는 질투를 하고 있었어? 수진이랑 연애한 건 맞지만 철없을 때 한 거라 할 수만 있다면 그 기억은 지우고 싶을 정도야.”임서율은 더 짙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만약 수진 씨가 지금 문 뒤에서 네 말을 듣고 있었으면 엄청 상처 받았겠다. 그치?”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주헌의 눈길이 곧장 사무실 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1초도 안 돼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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