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그는 정말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믿지 못하는 걸까.“하도원과 관련된 일은 이미 설명했어. 저 사람들은 몰라도, 너까지 못 믿는 거야?”차주헌은 회의실 의자에 등을 기대앉은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고 목소리엔 인내심이 깎여나간 흔적이 역력했다.“서율아, 내가 믿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지금은 회사 일 이야기 중이잖아. 일단 회사 이익이 우선이야. 날 곤란하게 만들지 마.”임서율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는 그녀를 향해 수화 한 번조차 해주지 않았다.눈길 하나, 손짓 하나 전부 생략된 거리감.그 와중에 강수진이 임서율을 거들고 나섰다.“대표님, 이건 정말 오해일 수도 있어요. 서율 씨가 하 대표님과 그런 사이라니, 말도 안 되죠. 그냥 우연히 엮인 거 아닐까요?”하지만 차주헌의 태도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그게 오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난 회사를 책임지고 있고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니까요.”회의실 안 공기마저 어색해졌다.주주들 사이에서도 눈치를 주고받는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해 보면 프로젝트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새로 들어온 신입에게 책임을 넘겼고 실력도 경력도 비교할 수 없는 강수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총괄팀장 자리도 넘겨줬고 이제는 남편마저 그녀를 돕지 않았다.그들이 임서율이었다면 벌써 책상 치고 사직서 던졌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서율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반응을 보였다. 분노도, 반발도 없었고 그저 깊은 눈동자 속에 잔잔한 물처럼 고요한 침묵만이 맴돌았다.임서율은 조용히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정말 나가야만 하나요, 대표님?”차주헌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그 안에선 어떤 망설임도 찾을 수 없었다.임서율은 어깨를 으쓱이며 헛웃음을 흘렸다.“나가죠, 뭐. 마음 편히 회의하세요. 오아시스 프로젝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