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원래 어떤 일이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유 없이 뒤집어씌워지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수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수진 씨, 제 일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재호 그룹에서 나온 시간이 오후 3시 10분이었고 정운 그룹과의 약속 시간은 3시 30분이었어요. 회사에서 약속 장소까지 택시로 10분 거리죠. 즉, 저에겐 딱 10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강수진 씨는 현장에서 적어도 20분은 기다렸을 겁니다.” 강수진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임서율이 시간을 그렇게 정확히 계산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내가 기다린 시간까지 알고 있는 거지?’ 임서율은 그런 그녀의 당황함을 놓치지 않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정운 그룹 대표님께서 오후에 화상 회의가 있다고 아침에 미리 연락을 주셨어요. 회의 때문에 10분 정도 늦는다고요. 그 메시지는 저만 받은 게 아니고요.” 강수진은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이내 커다란 눈망울에 살짝 물기를 머금고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임 팀장님, 미안해요. 전 그냥 팀장님이 너무 바쁘신 것 같아서 도와드리려 했던 건데. 팀장님이 제가 공을 가로채려 했다고 오해하신 줄은 몰랐어요. 그럴 생각 진짜 아니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원래 팀장님 거예요. 회계도, 수당도 다 팀장님 이름으로 처리하게 대표님한테 얘기할게요.” 그녀의 말은 부드럽고 순한 말투였지만 모든 책임을 임서율에게 돌려버리는 말이었다. 그녀는 ‘공을 가로챈 게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공을 자신이 가져왔다는 걸 모두에게 각인시켰고 동시에 임서율이 괜히 예민하게 굴고 있다고 암시했다. 그 순간, 사무실 곳곳에서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와, 임 팀장님 좀 너무하네. 강수진 씨는 도와주려고 한 건데, 그걸 그렇게 몰아붙이나?” “그러니까, 자기가 뭐 시간 계산 잘한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사실 재호 그룹으로 이직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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