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671 - Bab 680

818 Bab

제671화

하도원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 불쾌한 듯 말했다.“넌 걔를 어린애로만 보지만, 정작 걘 널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어.”이미 한 번의 결혼을 겪어본 임서율이 그의 말뜻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특별한 감정보다는 오히려 웃음이 났다.“설마 내 곁에 있는 남자라는 남자는 다 경계하는 거예요? 하도원 씨, 질투심 좀 지나치네요.”그 말에 하도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질투가 지나치지.”그는 이내 허리를 펴고 가차 없이 엑셀을 밟았다.옆에서 그의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본 임서율은 그가 또 화난 걸 눈치챘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김유민은 예외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도 연애 한 번 못 해본 아이 아닌가. 그러니 아직은 어린애나 다름없었다.게다가 하도원은 이미 예전부터 그녀의 계정을 뒤져, 바비큐집 앞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남자들을 모조리 차단해 버렸다. 심지어 그의 계정만 보이게 설정까지 해두었다.역시나, 회사 대표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크든 작든 ‘독점욕’이 심했다.그렇게 묵묵히 달리던 길 위에서, 임서율은 아까 통화가 끊긴 김유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유민아, 너 혼자 먼저 호텔 들어가. 프로젝트 마무리만 하면 돼.”“누나, 그럼 오늘 밤 안 들어와요?”“응, 오늘은 도원 씨 회사에서 같이 야근해야 해. 근처에 맛있는 거 많으니까 네가 먹고 싶은 거 시켜. 돈 아끼지 말고.”“근데 마지막 데이터 중 하나를 잘 모르겠어요.”“어디 부분인지 보내. 내가 봐줄게.”임서율의 단호한 말에, 김유민도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네, 누나도 너무 늦게까지 무리하지 마요.”통화를 끝내자, 하도원은 서늘하게 입을 열었다.“이쯤 됐으면 알 만하지 않아?”임서율은 화면을 꺼내며 어리둥절한 눈길을 보냈다.“뭐가요?”“걔, 분명 의도적인 거야. 데이터 정도야 메시지로 보내면 되는데, 굳이 널 불러내려고 하는 거잖아.”마치 ‘못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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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여자들 취향은 내가 잘 모르니까, 네가 같이 가서 봐주면 안 돼?”임서율은 잠시 머뭇거리다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녀는 하도원을 따라 상가로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무심히 그의 다리를 흘깃 살폈다. 걷는 모습이 예전처럼 전혀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자,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가 비로소 내려앉았다.그가 다쳤을 당시, 임서율은 늘 불안했다. 혹여 자신 때문에 그가 평생 불편을 겪게 된다면, 곁에서 평생 돌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이 남자가 스스로의 결함을 견뎌낼 리 만무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속으로는 조마조마했고 그 불안을 감춘 채 지내온 것이다.상가 안으로 들어서자, 왼편에는 주얼리 매장이, 오른편에는 유명 향수 브랜드 매장이 나란히 있었다.하도원이 물었다.“뭘 사야 하지?”임서율은 뜻밖에도 진지하게 분석을 시작했다.“그 대표님은 어떤 타입이에요? 지적이에요, 아니면 요염하거나, 세련된 커리어우먼이에요? 혹은 발랄하고 귀여운 쪽이에요?”하도원은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당연하죠. 스타일마다 좋아하는 게 전혀 달라요. 예를 들어 커리어우먼이라면 장식적인 주얼리는 선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아한 타입이라면 포인트 되는 액세서리를 좋아하죠.”하도원은 똑바로 서서 진지하게 대답했다.“아마도 세련된 타입일 거야. 그런데 또 보면 화려한 쪽에 가깝기도 해.”그의 두서없는 묘사를 들은 임서율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이런 식으로는 괜히 선물했다가 실수하기 십상일 것 같았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듯 물었다.“혹시 사진 있어요?”하도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를 꺼냈다.“인스타에 있어.”그는 화면을 켜서 건넸고 임서율은 자연스레 그와 여자의 대화 기록을 보게 되었다. 상대방은 매일 아침 ‘굿모닝’ 메시지를 보내고 자신의 일정을 세세히 보고하는 반면, 하도원의 답장은 늘 업무적인 말뿐이었다.프로필 사진을 누르자, 긴 생머리에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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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하도원의 말이 떨어지자,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직원은 물론, 임서율조차 온몸이 굳어버렸다.직원은 경직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수많은 남자들이 정부를 위해 선물하는 장면은 보아왔지만, 정작 옆에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를 위해 향수를 고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임서율은 곧 마음을 다잡았다.“네, 화려한 타입의 여성이에요. 추천해 주세요.”직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안내했고 속으로는 임서율을 안쓰럽게 여겼다. 그 사이 계산대 쪽의 다른 직원 둘은 벌써 수군대기 시작했다.“세상에, 요즘 남자들 배짱도 참 크다. 예전엔 몰래 사주고 들킬까 숨기느라 바빴는데, 지금은 아예 여자 친구를 데려다 놓고 다른 여자를 위한 선물을 고르네.”“그러니까. 근데 저 남자 진짜 잘생겼잖아. 내가 여자라면 한 번쯤은 흔들릴 듯.”“하지만 옆에 있는 여자도 만만치 않게 예쁜데? 특히 그 청초한 분위기,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야. 딱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맞아.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가 빛을 잃는 것 같아. 저런 기운을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지.”“아쉽지만, 결국 미인은 팔자가 기구한 거야. 다른 남자들은 몰래 챙기는데, 저건 대놓고 모욕 아니야? 여자 친구 바로 앞에서 다른 여자를 위해 향수를 고른다니.”“어쩌겠어. 돈 많은 남자 만나려면 감수해야 할 게 있다는 거지.”“그렇지, 세상이 다 그런걸.”그들의 대화는 고스란히 하도원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는 일부러 몸을 기울여 임서율의 귓가에 속삭였다.“저 사람들 참 수다스럽네. 내가 가서 해명이라도 해줄까?”“필요 없어요.”임서율은 속으로 혀를 찼다.‘애초에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인데.’여자 친구를 옆에 두고도 ‘다른 여자 줄 거다’라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으니 오해받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하도원은 그녀의 얼굴을 세세하게 살폈다. 매끄러운 뺨 위에 솜털까지 뚜렷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녀 표정은 의외로 차분했다.흔들림 없는 그 모습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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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직원은 마치 자기 대신 억울한 일을 겪은 것처럼 말했다.임서율은 순간 해명이라도 해야 할까 싶었지만, 어차피 이곳에 자주 올 일도 없었기에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그녀는 별다른 대꾸 없이, 은은한 은방울꽃 향이 나는 향수 한 병을 집어 가리켰다.“이걸로 할게요.”직원은 놀란 눈길로 그녀를 보더니 낮게 속삭였다.“손님, 이건 저희 매장에서 제일 비싼 제품이에요. 정말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비싼 걸 사주게 해도 괜찮으세요?”임서율은 잠시 멍해졌다.슬쩍 고개를 돌려 하도원을 바라보니, 그는 마치 양반처럼 여유롭게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남의 시선을 즐기는 법을 아는 사람 같았다.‘어차피 협력업체 대표에게 주는 선물인데 내가 뭐라 하겠어.’임서율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포장해 주세요.”포장을 하던 직원은 다시 물었다.“손님은 안 고르세요? 남자 친구 돈인데 아까워할 필요 있나요.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쓰는데, 손님도 하나쯤은 고르셔도 되잖아요.”임서율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집에도 향수는 충분히 있었고 원하면 그녀 혼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직원은 그녀의 거절을 곧바로 ‘하도원이 돈을 쓰길 꺼려한다’고 받아들였다.직원은 곧 입술을 삐죽이며 소리를 높였다.“참 알 수 없어요. 돈은 많으면서, 정작 여자 친구한테는 안 쓰는 남자들 말이에요.”그 말은 매장 안의 사람들 모두 들을 만큼 컸다.하도원도 무심히 고개를 들어 임서율을 바라보았다.“너도 하나 고르지 그래.”임서율은 그 말에 기뻐할 겨를도 없었는데, 오히려 눈앞의 직원이 더 신나 보였다.“손님, 들으셨죠? 남자 친구분이 고르래요. 어서 하나 선택해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손님처럼 분위기 있는 분은 향수를 제대로 쓰면 정말 매력이 배가돼요. 어쩌면 남자 친구분 마음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죠.”그녀의 말투는 다소 수다스러웠지만 묘하게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친근했다.임서율은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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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임서율이 급여를 묻자, 직원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그녀는 조심스레 임서율을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손님, 설마 제 일자리 뺏으려는 건 아니죠? 이 일 만만한 게 아니에요. 하루 종일 눈치만 봐야 하거든요.”그런 태도에 임서율은 웃음이 나왔고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다만 말솜씨도 괜찮고 손님 대하는 태도도 좋아 보여서요. 혹시 일 바꿀 생각은 없어요?”사실 임서율의 머릿속엔 계산이 있었다. 지금 회사에 홍보를 맡을 사람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외부 고객을 상대할 때 이런 성격이라면 오히려 잘 맞을지도 몰랐다.직원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일을 바꾼다고요? 근데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전공은 금융이랑 디자인 쪽이었고, 영업은 그저 일하면서 배운 거라서요.”“전공이 영업이 아니었어요?”임서율은 놀랐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소녀가 영업 전공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후천적으로 익힌 기술이라니, 오히려 더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임서율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혹시 연락처 알려줄래요? 나중에 얘기 좀 더 해요. 저희 회사는 정식 등록된 곳이라 확인도 가능하고,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 급여랑 보너스도 지금보다 훨씬 나을 거예요.”“정말요?”소녀의 눈에 빛이 번졌다. 그러나 주위를 의식해 목소리를 낮췄다. “동료들 들으면 곤란해요. 혹시 소문나면 매니저님 귀에 들어갈 테니까요.”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소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며 속삭였다.“그럼 전화번호 교환해요. 나중에 신상품 들어오면 제가 먼저 알려드릴게요.”“좋아요.”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체면치레 삼아, 임서율도 자신을 위한 향수 한 병을 골랐다. 어차피 하도원이 고르라고 했으니 괜히 머뭇거릴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이제부터 그의 일을 돕느라 진땀을 빼야 할 터, 이 향수쯤은 노동의 대가라 생각하기로 했다.포장이 끝나자, 임서율은 하도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와서 결제해요.”하도원은 잡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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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하도원이 시동을 걸었다.“내일 일정 있어?”임서율은 고개를 저었다.“없어요.”“없으면 내일 나랑 같이 출장 가자.”“프로젝트 미팅이에요?”“그래.”임서율은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하도원의 상황에서 누군가가 협력 의지를 보이며 찾아와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었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사실 여태까지의 갈등도, 원만히 풀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차씨 가문은 가장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하도원 같은 사람은 억지로 굴복시키려 하면 할수록 멀어질 뿐이다. 그의 성정을 제대로 아는 가족이라면, 그럴수록 한발 물러서 차분히 대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강압만을 택했고 결국 하도원을 더 멀리 밀어버렸다.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던 임서율이 문득 입을 열었다.“유민이도 같이 데려가면 안 될까요?”하도원의 미간이 바로 좁혀졌다.“임서율, 요즘은 김유민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거야? 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사람 같네.”임서율은 속으로는 그저 김유민을 데려가면 여러모로 도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처럼 회사의 프로젝트를 넘겨주고 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을 하도원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으니,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냈다.“유민이를 운성시에 혼자 두는 게 불안해서요. 임유나도 그 애가 내 곁에 있다는 걸 알게 됐잖아요. 걔 성격이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정설아까지 끌어들이면, 그땐 유민이가 위험해져요. 그러면 우리가 임유나를 제어할 방법도 없어지고요.”하도원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진 걸 보고, 임서율은 더 덧붙였다.“게다가 김유민은 임유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예요. 만약 그 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지금까지 참고 버틴 의미가 없어지죠. 그러면 앞으로 누가 임유나를 제어할 수 있겠어요.”하도원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곧바로 답하지 않고 모호하게 말했다.“그 문제는 내가 다시 생각해 볼게.”임서율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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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임서율은 율이의 열렬한 환영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고 율이는 금방이라도 그녀 품에 뛰어들 기세였다.임서율은 허겁지겁 손을 뻗어 막으며 옆에 서 있는 하도원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당신 뭐 해요, 얼른 좀 말려줘요!”“율아.”하도원이 낮게 부르자, 미친 듯 날뛰던 율이는 바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는, 금방 울 듯한 눈으로 주인을 올려다보았다.임서율은 겨우 숨을 고르며 율이 머리를 쓰다듬고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봐요. 평소엔 나만 따르는 것 같더니, 정작 이럴 땐 결국 당신 말만 듣잖아요.”하도원은 담담히 대꾸했다.“얘가 눈치가 빠른 거지. 누가 자기를 귀여워하고, 누가 차마 혼내지 못하는지 다 아는 거야. 개도 사람처럼 만만한 상대한테만 덤비는 거지.”그는 손짓 하나로 율이를 눕히고 앉혔고 제멋대로 날뛰던 녀석을 단번에 제압했다. 임서율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를 바라보다가, 율이가 왜 하도원 앞에선 얌전할 수밖에 없는지 절로 이해가 갔다. 이 정도의 압박감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전해지는 것이었으니, 개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요즘 세상엔 개도 사람 눈치 본다더니.’임서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그때 부엌에서 김정란이 나왔다. 두 사람을 보자, 그녀는 기쁜 듯 활짝 웃었다.“세상에, 서율 씨,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안 오시면 제가 직접 병원으로 찾아갈 뻔했어요.”며칠 동안 그녀도 여러 번 가볼까 했지만 율이가 집에 있어 쉽게 나설 수 없었다. 하도원은 애초부터 절대 율이를 혼자 두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문단속해도 녀석은 머리를 굴려 집을 빠져나간 전과가 있었다.예전에 그 때문에 하도원이 밤새 쫓아다니며 찾아 헤맨 적도 있었으니, 그 후로는 반드시 사람을 붙여 두었다.임서율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이모님, 며칠 동안 제일 그리웠던 게 이모님 음식이에요.”“어머, 드시고 싶은 거 뭐든 말씀만 하세요. 금방 차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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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임서율이 막 반격하려는 순간, 김정란이 재빠르게 그녀 팔을 붙잡았다.“서율 씨, 아까 제 음식 먹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쪽으로 와요. 냉장고에 뭐 있는지 같이 봐요.”그녀는 임서율을 부엌으로 끌고 갔다.거실에 남은 하도원은 율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곤 중얼거렸다.“요즘은 말이야, 성질이 점점 사나워져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우린 그냥 맞춰주자, 응?”율이는 마치 알아들은 듯, 큰 소리로 두 번 짖었다.“멍! 멍!”부엌으로 들어간 김정란은 냉장고 문을 열며 말했다.“자, 먹고 싶은 거 골라봐요.”임서율은 재료만 봐도 침이 고였다.“이모님, 그럼 저 솔직히 말할게요. 새우볶음, 붕어탕, 고기쪼림, 족발찜... 다 가능해요?”“가능하죠, 서율 씨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드릴게요.”김정란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임서율은 감격한 듯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이모님, 정말 최고예요.”식재료를 꺼내던 김정란이 문득 입을 열었다.“서율 씨, 사실 가끔씩은 대표님 좀 봐주세요. 오늘 그분 반응, 딱 질투하신 거예요.”“질투요?”임서율은 뜻밖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그럼요. 사람이면 다 질투해요. 당연한 일이죠.”김정란은 새우를 꺼내 해동하며 덧붙였다.“알아요. 그런데 하도원 씨가 질투한다니, 그게 좀 의외라서요.”하도원은 속으로 아무리 불편해도 티를 잘 안 내는 타입이었다.김정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전 오히려 그게 좋은 것 같은데요. 질투한다는 건 그만큼 마음을 쓴다는 거예요. 관심 없으면 질투할 이유도 없죠. 질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 아닌가요?”임서율의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하도원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그는 진심으로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었다.‘농담이 아니었던 거야.’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설마 나랑 진지하게 만나보려는 걸까?’그의 반응은 이미 그녀의 예상을 초월했었다.임서율은 손에 쥐고 있던 채소를 내려놓고 이 화제를 황급히 피했다.“이모님, 전 좀 쉬다 올게요.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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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임서율은 여전히 휴대폰으로 그 직원에게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네, 확실히 영업 쪽으로는 재능이 있어 보여서요.”하도원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난 잘 모르겠네. 네 눈엔 괜찮아 보여도 그 직원이 너무 수다스러워. 직장에서 그런 건 치명적인 약점이야. 회사 얘기까지 입에 올린다면 논란이 생길 수도 있고.”임서율은 이미 대비책을 세워둔 듯 담담히 받아쳤다.“그건 걱정 마요. 우리 회사는 들어오면 전부 비밀 유지 계약을 하게 돼 있어요. 게다가 세상에 안 떠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솔직히 당신도 평생 남 얘기 한번도 안 해본 건 아니잖아요?”그 대답에 하도원은 잠시 멍해졌다. 처음엔 단순히 그녀가 그 직원에게 아까 상황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일 얘기부터 꺼내며 진지하게 계산하고 있었다.“아까 그 직원이랑 그렇게 오래 얘기하면서, 정작 향수 산 이유는 설명도 안 했지?”임서율은 한편으론 그 소녀에게 답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김정란이 탁자 위에 놓아둔 리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곤 대수롭지 않게 하도원에게 한마디 던졌다.“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당신 같은 차림새에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면, 누가 봐도 바람둥이라고 생각하죠. 그게 현실이에요.”하도원은 문득 궁금해졌다. 평소 그는 일에는 누구보다 예민하게 신경 쓰면서도, 사소한 일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그런데 임서율이 그 화제를 꺼내니, 저도 모르게 더 묻고 싶어졌다.“왜?”임서율은 보낸 메시지에 아직 답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하도원에게 건성으로 말을 붙였다.“당신 같은 부류의 남자들은 보통 그런 매장에 직접 오지도 않아요. 원래라면 아내 선물은 전부 비서가 대신 사오죠. 직접 나선다면, 십중팔구는 밖의 여자를 위한 거예요. 더 신선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니까.”하도원이 몸을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럼 왜 굳이 부정하지 않았어? 들었잖아. 사람들이 널 어떻게 수군거렸는지.”“굳이 변명할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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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임서율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휴대폰에만 열중했다. 마치 그의 존재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하도원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가슴 안쪽에서 알 수 없는 불쾌한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곧장 휴대폰의 음성 버튼을 눌러 오은지에게 담담히 말했다.“장소 정해서 보내세요. 거기로 가겠습니다.”“좋아요.”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오은지의 목소리엔 기쁨이 가득 실려 있었다. 기다리던 답을 얻은 사람 특유의 들뜬 기색이었다.그제야 임서율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심히 물었다.“우리가 내일 만나기로 한 그 분이에요?”하도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론 여전히 무심한 얼굴을 유지했다.“그래. 원래 일정보다 앞당겼어. 회의 끝나면 곧장 귀국한다더군. 그래서 시간이 빠듯해.”“내 일정은 문제없어요. 그럼 밥 먹고 나면 바로 짐 챙겨야겠네요. 먼저 유...”“난 잠깐 위에 올라가 쉴게요. 이모님이 밥 차리면 불러줘요.”임서율은 미처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곧장 계단을 올라갔다.하도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마지막에 끊긴 말은, 분명 김유민을 언급하려 했을 터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그 녀석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오은지의 초대 따위에 관심조차 주지 않는 임서율의 태도에, 그는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답답했다.하도원은 결국 휴대폰을 열어 친구들 단톡방에 메시지를 던졌다.[앞으로 누가 나보고 철벽 친다고 하면 진짜 주먹 날릴 거야.]곧 주재훈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뭐야, 무슨 일인데? 설마 서율 씨랑 싸운 거야?]곽현호도 곧바로 거들었다.[무슨 상황인데? 빨리 얘기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일이라면 언제든 침착하고 여유롭게 완성하던 하도원이었다. 하지만 임서율만 엮이면 영락없이 흔들리고 무너졌다. 결국 그는 낮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주재훈은 단번에 판단을 내렸다.[형, 이건 너무 뻔하잖아. 서율 씨가 아직 완전히 마음을 주지 않은 거야. 전에 두 사람 관계가 계약이라고 말했었지? 그럼 좋아해도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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