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651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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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임태규는 낯선 얼굴을 보고 무심결에 물었다.“서율아, 저 사람은 누구니?”‘서율아’라는 호칭에 임서율은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정설아도 아니고, 하물며 임태규가 배우 흉내라도 내니 우습기만 했다.집안싸움이 바깥에 새어나가 체면이 깎일까 두려운 나머지, 친근한 척하는 꼴이라니.임서율은 담담하게 말했다.“김 변호사예요. 아빠 이혼 소송을 맡으신 분이죠.”“정설아 씨, 괜히 겁주려고 부른 게 아니니까 걱정 마요. 법은 제가 멋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직접 알아봐도 되고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김 변호사에게 가볍게 눈짓하자, 김 변호사가 서류 한 장을 꺼내 정설아 앞으로 내밀었다.“정설아 씨, 두 분 상황에 맞춰 정리한 자료입니다. 이 안에 궁금한 점은 다 들어 있을 겁니다.”정설아는 반신반의하며 서류를 받아 들여다보다가 금세 눈을 크게 떴다.“말도 안 돼요! 내가 이미 알아봤는데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만 하면 유언은 무효가 되는 거라고요!”김 변호사가 차분히 설명했다.“법적으로도 분명한 기준이 있습니다. 실제로 의식이 명확하지 않았다거나, 일관된 행위로 정신적 문제가 입증되지 않는 한 유언장은 그대로 효력이 있죠.”정설아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고 기계적으로 몇 마디만 되뇌었다.“말도 안 돼... 이건 다 거짓말이야. 너희가 짜고 날 속이는 거잖아. 임서율, 네가 임씨 집안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저딴 변호사를 불러와 날 속이는 거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믿을 줄 알아?”임서율은 턱을 괴고 지그시 웃었다.“믿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방금 들은 얘기는 전부 확인해 볼 수 있거든요.”김 변호사는 한 걸음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의심된다면 언제든 제 신원을 조사해 보셔도 됩니다. 저희는 정식 로펌 소속입니다.”정설아는 고개를 숙여 명함을 확인했다. 스카이 로펌이라는 걸 본 순간, 눈빛이 멍해졌다.“당신... 스카이 그룹 소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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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겨우 며칠 숨 돌리는가 싶더니, 한종서가 또다시 나타났다.임태규는 한참을 망설였다. 이미 임서율 때문에 한씨 집안과 등을 진 상황에서, 문전박대까지 한다면 진짜로 돌이킬 수 없는 원한을 쌓을 터였다.“들여보내라.”그는 결국 그렇게 지시했다.잠시 고민하다, 임태규가 임서율을 바라봤다.“너, 잠깐 자리를 피하는 게 어떻겠니?”도우미도 거들었다.“그러게요, 서율 아가씨. 잠깐이라도 피해 계시는 게 나을 겁니다. 한종서 씨는 만만치 않은 분이니까요.”하지만 임서율은 애초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또박또박 잘라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들어오라 하세요.”잠시 후, 한종서가 모습을 드러냈다.말끔한 차림새였으나, 임서율을 향해 피식 웃을 때 그 눈빛은 사악하게 빛났다.임서율은 저도 모르게 경직됐다. 오늘 이 자리는 자신을 겨냥한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태연히 인사를 건넸다.“임서율, 정말 오랜만이네.”임서율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대신 임태규를 향해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할 얘기 다 끝났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녀가 발걸음을 옮기자, 정설아는 속으로 분통이 터졌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임서율과 김유민이 막 거실을 나서려는 찰나,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임서율은 걸음을 멈췄다.예상했던 반응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한종서 같은 인간이 헛걸음할 리가 없으니까.그녀는 차갑게 눈길을 흘기며 되물었다.“무슨 용건이라도 있어?”그는 임서율을 제쳐 두고 정설아 앞까지 다가가더니, 느닷없이 물었다.“이기고 싶지 않아요?”“뭐?”정설아는 잠시 어리둥절했고 한종서는 인내심 있게 다시 물었다.“임서율과 재산 싸움을 벌이고 싶지 않냐고요. 당신이 이기고 싶지 않냐고 물었어요.”순간, 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챈 정설아는 눈빛이 번쩍였다.“설마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그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원한다면 도와줄 수 있어요. 어때요?”정설아는 두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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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임서율은 서늘한 기운에 온몸이 굳어졌다.한종서가 결국 이 일을 망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곧 문이 열리며, 반듯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는데 딱 봐도 변호사 같았다.한종서는 분명 준비를 철저히 하고 찾아온 것이다.남자는 곧장 앞으로 나서며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환우 그룹 소속 변호사, 황태범입니다.”그 이름이 나오자, 임서율의 눈매가 곧장 날카로워졌다.황태범,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국내에서 반쪽 하늘을 떠받치는 사내라 불리며, 변호사로 나선 이래 그의 손을 거친 소송은 단 한 건도 패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아닌 일도 옳은 일로 만드는 말재주까지 가졌다고 한다.임서율은 이미 마음속에서 확신을 잃은 상태였다.“황 변호사님.”그녀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변호사님의 능력이 대단한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이런 일에 손대실 거예요? 제 계모는 아빠가 병상에 누운 틈을 타 재산을 집어삼키려 했고, 심지어 얼마 전엔 아빠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런 사람을, 정말 돕겠다는 건가요?”그녀는 그저 황태범이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이라도 보여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결국 돈의 힘을 너무도 가볍게 여긴 셈이었다.“저는 변호사일 뿐입니다. 의뢰가 들어오면 그 사건을 맡아야 하죠. 말씀하신 건 가족 간의 사정이지, 제 소관이 아닙니다. 제 일은 단 하나, 제 의뢰인을 반드시 이기게 하는 겁니다.”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낀 임서율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법정에서 보죠.”그때 한종서가 피식 웃었다.“임서율, 아직도 꿈꾸는 거야? 네가 이길 가능성은 없으니까 일찌감치 포기해. 아니면 지금 당장 내 앞에서 무릎 꿇던지. 그러면 한 번쯤은 봐줄 수도 있어.”임서율은 차갑고 경멸스러운 눈길로 그를 노려보았다.“한종서, 결국 그걸 바라는구나. 내가 무릎 꿇는 거. 남 뒤에 숨어 비겁하게 칼질이나 하는 하찮은 쥐새끼 주제에... 세상에 미련 같은 건 없나 봐?”“남은 생은 전부 나한테 복수하는데 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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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한종서, 헛된 꿈 꾸지 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한종서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기회를 안 준 것도 아니고, 네가 그걸 거절했잖아.”김유민은 아까 한종서의 말에 이미 분노가 차올랐는데, 그의 오만한 태도를 보자 더이상 참기 힘들었다.“아무라도 무릎 꿇으면 돼요? 서율 누나는 절대 안 되지만, 대신 제가 무릎 꿇어드릴게요.”말을 마치고 김유민은 진짜로 무릎을 꿇으려 했으나, 임서율이 재빠르게 그를 붙잡았다.“유민아! 이 쓰레기한테 왜 무릎을 꿇어? 이 자식이 우리한테 무릎 꿇어도 모자랄 판인데.”한종서의 목덜미엔 핏줄이 도드라졌고, 그는 으르렁거리며 성을 냈다.“임서율!”임서율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왜, 뭐 어쩌라고.”한종서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임서율, 넌 정말 입만 살았어. 나중에 날 이렇게 모욕한 대가가 뭔지 똑똑히 보여주지. 그때 무릎 꿇고 빌어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가 무슨 자격으로.”그때 문 앞에서 낮고 서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임서율은 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너무도 익숙했으니까.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고 들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막 잠에서 깬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기세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었다.“호텔에서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하도원은 그녀 옆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다.“노래 불러주던 사람도 갔는데 내가 오래 잘 거라 기대한 거야?”임서율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하도원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감쌌다. 왜인지, 여름인데도 그녀의 손은 늘 차가웠다.한종서는 하도원을 보자마자 성난 고양이처럼 발끈하며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다.“하도원, 또 너야?”하도원은 임서율을 끌어안고, 차가운 눈빛으로 한종서를 바라봤다.“한종서, 네가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정말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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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웃기지 마. 내가 너한테서 돈을 왜 받냐? 내 아내가 챙겨줄 거니까 신경 꺼.”하도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임서율을 품에 안고, 사람들 앞에서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따뜻한 숨결이 닿자 임서율은 순간 얼어붙었다.“하도원 씨...”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흘겨봤지만, 목소리는 은근히 나른했다.“이런 목소리는 집에 가서 해.”하도원이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뜨겁게 뿜어져 나온 숨결이 귀 끝을 스치자, 임서율은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임서율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남들 눈엔 그야말로 애정 과시였다.그 꼴을 본 한종서는 기가 막혀 치를 떨었다.“야, 너희 둘 미쳤냐? 하도원, 회사도 망해 가는데 여기서 사랑놀음이냐!”그는 곧장 임서율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음흉한 기색으로 말했다.“임서율, 나중에 하도원이 너 먹여 살리지 못하면 와서 내 애인 노릇이라도 해. 나 전에 너랑 결혼하려고 했었잖아. 네가 싫다 했을 뿐이지.”“거울 좀 봐. 이혼까지 하고 남자랑 수두룩하게 얽힌 주제에 잘난 척은. 내가 눈감아준 거야.”“네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자초한 일이야.”임서율의 눈빛에는 오직 경멸만이 가득했다. 그 오만하고 거만한 태도에 한종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두 사람을 가리켰다.“임서율! 하도원! 너희들이 얼마나 버티나 끝까지 지켜본다!”그는 팔을 휙 휘두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황태범도 묵묵히 뒤를 따랐다.그제야 임서율은 긴 숨을 내쉬었다.“호텔에 있는다더니, 왜 여길 온 거예요.”방금 전 한종서가 거의 날뛰다시피 한 모습이 떠올라, 혹여 화살이 하도원에게 향하지는 않을까 불안했다. 한씨 집안은 이미 그를 몰락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하도원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마음이 통했나 보지. 내 여자가 억울한 일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왔지.”“농담할 기분이에요? 한종서랑 말싸움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또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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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해성 그룹에서 손 떼셨어도 최소한 장부는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임유나가 부사장으로 있는 동안 회사에 어떤 공을 세웠는지, 얼마나 큰 계약을 따냈는지 말이에요.”임서율은 옆에 서 있다가 심장이 알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임씨 집안에서 자신을 위해 나서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늘 혼자 감당해야 했고 혼자 맞서야 했다.임규한이야 나서고 싶어도 할아버지를 두려워해 끝내 입을 떼지 못했고, 그 모습은 꼭 차주헌이 하도원을 두려워하는 것과도 같았다.혼자가 당연하다 여겼던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그것도 정면으로 나서주고 감싸주는 순간, 텅 빈 듯 공허하던 가슴 한구석이 차츰차츰 채워졌다. 임서율의 눈빛 속에 서린 날 선 기운도 어느새 조금 옅어졌다.임태규는 임서율이 자신에게 대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하도원까지 거리낌 없이 나서자 억눌렀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었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입술 주변마저 떨렸다.“하도원! 넌 아직 그저 서율이 남자 친구일 뿐이야. 우리 임씨 집안의 문턱조차 밟지 못한 주제에, 감히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해?”하도원은 피식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어르신, 임씨 집안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전 그 집안 문턱을 넘는 거엔 관심 없어요. 제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서율이 뿐입니다.”“솔직히 말해, 서율이가 아니었다면 전 임씨 집안에 발도 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들어오라고 초대해도 거절했을 거예요.”그의 말투와 태도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묻어 있었다. 임씨 집안을 그저 불쾌한 오물쯤으로 취급하는 듯한 눈빛이었다.“너희들, 정말 버르장머리도 없이! 당장 꺼져라! 둘 다 내 눈앞에서 썩 물러가!”임태규가 고함을 치자, 옆에 있던 정설아도 슬그머니 맞장구를 쳤다.“그래, 도원아. 아무리 차씨 집안이 크다 해도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곤란하지! 그래도 어른인데, 어떻게 그렇게 막말을...”“닥쳐라!”임태규는 정설아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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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정설아와 임태규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다툼을 이어갔다.임서율과 하도원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김유민과 변호사를 데리고 소리 없이 자리를 떴다. 문까지 걸어 나왔을 때도, 뒤에서는 여전히 정설아와 임태규의 말싸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아버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끝장을 볼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 집안을 어떻게 일궈왔는데, 절 맘대로 내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정설아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제가 지훈이를 데려가면, 임씨 집안은 두번 다시 그 아이 얼굴 못 보게 될 거예요.”정설아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임태규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성을 냈다.“정설아, 감히 지훈이를 데려가겠다고? 우리 집안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한씨 집안이 네 뒤를 봐준다고 해서 네가 평생 무사할 줄 아느냐? 착각하지 마라.”그는 이를 악물고 덧붙였다.“잘 생각해 봐라. 한종서가 정말 널 위해 움직이겠어? 그 자식은 처음부터 임서율을 겨냥한 거야. 설마 박지안 일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얼마 전, 밖에서 얼핏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박지안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버린 탓에, 임서율은 끝내 한종서를 고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씨 집안에 약점을 잡혀, 그녀와 하도원이 짜고 한종서를 해쳤다는 죄목까지 뒤집어쓴 상태였다.이 소송은 설령 이긴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이나 걸릴 터였다. 무엇보다 박지안의 결말은 비참했다. 하도원을 배신하자, 그는 단칼에 모녀와의 연을 잘라버렸고 한종서 밑에서도 편안할 날을 보내지 못했다.정설아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 의지할 곳이 없는 지금, 한종서를 붙잡지 않으면 그녀에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었다.눈을 부릅뜬 정설아는 금세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로 외쳤다.“이 모든 게 다 당신들이 날 몰아붙인 탓이에요!”하지만 임태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우릴 탓해? 네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건 생각 안 하냐. 얌전히 살았으면 우리 집안에서 널 쫓아낼 일은 없었어. 그런데 네가 무슨 배짱으로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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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임태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름진 얼굴에 두려움이 드러났다.“한종서, 너 지금...”그러나 한종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문을 나서며 마지막 경고만 남겼다.“할 말은 다 했으니 일주일 안에 임서율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파산할 각오해.”“종서야...!”임태규는 지팡이를 짚고 따라가려 했지만, 나이 든 몸으로 도저히 그의 발걸음을 좇을 수 없었다.거실은 이내 적막을 되찾았다.정설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봤죠? 제가 뭐랬어요. 임서율은 애초에 화근이라고 했잖아요. 진작 제 말 듣고 그 애와 연 끊었으면, 한종서가 우리 집안을 건드렸겠어요?”임태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짜증과 피로가 겹쳐 얼굴도 일그러졌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 집안을 망가뜨린 건 바로 너야. 유나는 또 어디 갔어? 며칠째 보이질 않잖아.”정설아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번졌다.“그건 당신 큰손녀한테 물어보셔야죠. 자기 동생을 경찰서에 보낸 게 누군데요?”“뭐라고!”임태규의 얼굴빛이 단숨에 변했다.정설아는 기다렸다는 듯, 임서율과 임유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입술이 쉼 없이 움직이는 동안, 그 독한 말들이 임태규의 귓속 깊이 스며들어, 그의 신경을 마구 후벼 팠다.그리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더니, 몸을 휘청이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아버님!”정설아가 비명을 내질렀다.임서율과 하도원이 막 숙소로 돌아오려던 순간, 임규한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서율아, 병원으로 좀 와줄 수 있겠니? 할아버지가 쓰러져 입원하셨어.”순간, 임서율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혹시 그녀 때문은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어느 병원이에요?”“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야. 지훈이 엄마가 모시고 왔어.”“...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김유민을 돌아보았다.“유민아, 호텔 말고 병원으로 가자.”“네, 누나.”비록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만약 그녀 때문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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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하도원은 임서율의 붉어진 얼굴과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서율아,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 정도로 놀라? 그냥 가볍게 던진 농담인데, 반응이 왜 이렇게 큰 거야.”그렇게 말한 뒤, 하도원은 일부러 김유민과 김 변호사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임서율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바라보다가 두 사람이 몰래 웃음을 참고 있는 걸 보고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차라리 뒷좌석으로 가서 하도원의 입을 꿰매고 싶을 지경이었다.다행히도 차는 곧 병원 앞에 도착했고 임서율은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오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다시 상의드리겠습니다.”임서율이 고개 숙여 인사하자, 김 변호사는 서류를 꼭 쥔 채 어딘가 난처한 얼굴을 보였다.“김 변호사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솔직히 해주셔도 됩니다.”임서율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더 숨길 것도 없겠군요. 한종서 씨 쪽에서 붙인 변호사는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인물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 소송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그의 목소리는 무겁고 단호했다.“하지만 꼭 진행하겠다면 두 가지는 각오해야 합니다. 첫째, 재판은 길게 이어질 겁니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겠죠. 둘째, 패소할 가능성도 반드시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상대는 평범한 변호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신화 같은 존재니까요.”임서율은 곧장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정설아와 관련해 다른 증거가 있는지, 돌아가 다시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알겠습니다.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한 뒤에 다시 연락드릴게요.”“좋습니다.”김 변호사가 자리를 떠나자, 임서율은 하도원과 함께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김유민도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그런데 두 걸음쯤 옮겼을까, 하도원이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김유민을 바라봤다.“특별히 볼 일이 없으면 너는 먼저 돌아가.”김유민은 곧바로 얼굴을 굳힌 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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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임서율, 이제는 인정해야 하지 않겠어? 넌 진짜 임씨 집안의 재앙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아버님이 이렇게 병원 신세를 졌겠니?”정설아가 비아냥거리자, 임서율은 곧장 받아쳤다.“근본적인 원인이 누구 때문인데요? 불렀을 때 따라 나왔으면, 그 말들이 할아버지 귀에 들어갈 리도 없었고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정설아는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홱 돌렸다.“저한테 책임이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무고한 건 아니에요 .”“임서율, 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뒤집어씌우더라. 뭐야, 지금은 아예 나한테 시비라도 걸겠다는 거니?”임서율은 더 이상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됐어요. 괜히 말 길게 해봤자 소용없죠. 지금 중요한 건 할아버지 건강이에요. 일단 의사 선생님부터 찾아보는 게 우선에요.”그녀는 뒤돌아 나가려 했으나 정설아는 여전히 입을 닫지 않았다.“임서율, 이 일에서 넌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 네 책임이 분명히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의무도 져야 해. 그러니 임씨 집안 재산은 애초에 포기하는 게 이로울 거야.”임서율은 그 말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엔 충분했다.혹시 정말 그녀 때문에 할아버지가 이렇게 된 건 아닐까 걱정이 밀려왔다. 비록 그에게 특별한 정은 없지만, 임규한의 체면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임규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임태규를 자극해 화를 불러오게 할 수는 없었다.막 임태규의 주치의를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집안 도우미 이민정이 병실 앞으로 다가왔다.“서율 아가씨...”“무슨 일이에요?”임서율은 이민정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임씨 집안의 다른 도우미들은 대부분 권세에 붙기 일쑤였지만, 이민정만은 달랐다. 어머니가 데려온 사람이었기에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그래서인지 늘 그녀를 각별히 챙겨주었다.이민정은 병실 안쪽을 경계하듯 흘끗 살피더니, 곧 조심스럽게 다가와 임서율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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