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름진 얼굴에 두려움이 드러났다.“한종서, 너 지금...”그러나 한종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문을 나서며 마지막 경고만 남겼다.“할 말은 다 했으니 일주일 안에 임서율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파산할 각오해.”“종서야...!”임태규는 지팡이를 짚고 따라가려 했지만, 나이 든 몸으로 도저히 그의 발걸음을 좇을 수 없었다.거실은 이내 적막을 되찾았다.정설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봤죠? 제가 뭐랬어요. 임서율은 애초에 화근이라고 했잖아요. 진작 제 말 듣고 그 애와 연 끊었으면, 한종서가 우리 집안을 건드렸겠어요?”임태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짜증과 피로가 겹쳐 얼굴도 일그러졌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 집안을 망가뜨린 건 바로 너야. 유나는 또 어디 갔어? 며칠째 보이질 않잖아.”정설아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번졌다.“그건 당신 큰손녀한테 물어보셔야죠. 자기 동생을 경찰서에 보낸 게 누군데요?”“뭐라고!”임태규의 얼굴빛이 단숨에 변했다.정설아는 기다렸다는 듯, 임서율과 임유나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입술이 쉼 없이 움직이는 동안, 그 독한 말들이 임태규의 귓속 깊이 스며들어, 그의 신경을 마구 후벼 팠다.그리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더니, 몸을 휘청이며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아버님!”정설아가 비명을 내질렀다.임서율과 하도원이 막 숙소로 돌아오려던 순간, 임규한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서율아, 병원으로 좀 와줄 수 있겠니? 할아버지가 쓰러져 입원하셨어.”순간, 임서율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혹시 그녀 때문은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어느 병원이에요?”“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야. 지훈이 엄마가 모시고 왔어.”“...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김유민을 돌아보았다.“유민아, 호텔 말고 병원으로 가자.”“네, 누나.”비록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만약 그녀 때문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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