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하도원과 알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임서율의 단단한 겉모습 아래 숨은 연약한 부분을 알아차렸다.사람은 때로 다투고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 속뜻은 결국 하나였다. 마음 깊은 곳의 불만을 털어내고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임서율도 예전엔 그런 방식으로 수없이 다퉜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기대와 달랐다. 그녀가 진정 바랐던 것은 단순했다. 임태규와 임규한이 제발 자신을 좀 바라봐 주기를, 왜 늘 한쪽으로만 기울지 말기를 바랐다.그녀 역시 임씨 집안의 딸인데, 왜 늘 차별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그녀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도 아닌데, 왜 그 책임을 홀로 짊어져야 하는지 몰랐다.하지만 그녀의 반항은 언제나 철없다는 말로 돌아왔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기대와 정은 조금씩 메말라 가고 말았다.오늘 하도원이 대신 내뱉은 말들은, 임서율 마음속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리고 있었다.그는 마치 그녀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본 듯, 감춰둔 진심을 하나하나 끌어올렸다. 결국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하도원은 그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내며,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임서율, 언제부터 이렇게 잘 울었어? 쉽게 감동하고 말이야. 이러다 다른 놈한테 마음 주는 거 아냐? 내가 더 잘 지켜봐야겠네.”임서율은 이미 코끝이 시큰했는데, 그 말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무슨 소리예요. 우린 원래 쇼윈도잖아요. 그럴 일은 애초에 없죠.”하지만 속으로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의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마치 두 사람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연인처럼 느껴졌다.하도원은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이쯤 왔는데도 아직도 연기라고 생각해? 이러면 안 되지, 임서율.”순간, 임서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놀란 듯 입술을 살짝 벌렸고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닐까...’하도원은 손바닥으로 그녀 머리를 툭 치며 웃었다.“뭐야, 내가 외국어로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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