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의 얼굴에 짜증스러움이 묻어났다.“아버지, 아까 다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지금 아버지를 아버지로 인정하는 건, 비록 늘 임유미를 편애하신다 해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임유미도 아버지의 딸이긴 하니까요.”“하지만 아버지, 자꾸만 저를 옭아매려 하지 마세요. 전 임유미에 대한 아버지의 죄책감까지 대신 짊어질 의무 없어요.”“듣자 하니 도원이네 회사에 요즘 문제가 많다면서? 단기간에 투자자를 끌어오지 못하면 파산까지도 갈 수 있다지.”그 말을 들은 순간, 임서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안감이 무섭게 엄습했다.“아버지, 대체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예요?”“우리 해성 그룹이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나게 돕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급한 불은 꺼줄 수 있다.”“네가 만약 네 동생을 살려준다면, 난 해성 그룹의 반을 떼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도울 거야.”그 순간, 임서율의 가슴이 거칠게 요동쳤다.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다.그녀를 죽이려 했던 임유미를 위해, 기꺼이 회사 절반을 내어주겠다니.눈물이 왈칵 차올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그저 한마디, 임규한에게 물었다.“만약 언젠가 저한테 이런 상황이 닥쳐 회사와 바꾸어야 한다면... 그때도 이런 선택을 하실 건가요?”“그럼. 당연하지.”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는 대답이었다....가슴속 쓰라린 상처가 아주 조금은 치유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선뜻 답을 내놓기는 어려웠다.“생각 좀 해보고 며칠 안에 답 드릴게요.”“그래, 천천히 생각해. 급할 것 없어. 네 동생도 결국 자업자득이니 안에서 고생 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그 말에 임서율은 묘한 통쾌함을 느꼈다.전화를 끊고 돌아선 순간, 건너편에 있는 하도원의 잔뜩 찌푸려져 있는 얼굴이 들어왔다. 방금 전만 해도 우울해 있었던 임서율은 숯가마처럼 새까맣게 일그러진 그의 표정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누가 또 당신 화나게 한 거예요? 하도원 씨, 내가 거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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