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790 챕터

제711화

임서율은 더는 하도원과 티격태격하지 않았다.“이모님, 저희 이틀 정도 외출할 것 같아요. 그동안은 밥 안 해주셔도 돼요.”“그래요? 그럼 가시는 길에 안전 조심하세요.”“네.”그때, 율이가 임서율 발치로 다가와 머리를 비비며 칭얼거렸다.임서율은 고개를 숙여 율이의 눈망울을 바라보곤, 손길을 뻗어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었다.“괜찮아, 우리 이틀만 출장 가는 거야. 금방 돌아올 테니 걱정 마.”율이는 발밑에 엎드려 서운하다는 듯이 낮게 두어 번 울음소리를 냈다.하도원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집에서 얌전히 있어. 괜히 사고라도 치면, 널 그냥 개고깃집에 보내버릴 거다.”율이는 다시 구슬프게 울어댔다.임서율은 못마땅하다는 듯 하도원을 흘겨보았다.“괜히 겁주지 좀 마요.”“겁준 게 아니라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으웅...”율이는 고개를 축 늘린 채 더욱 서럽게 웅얼거렸다.임서율은 하도원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당신이 괜히 겁 줘서 울잖아요.”그녀는 다시 몸을 낮춰 강아지를 꼭 끌어안았다.“아까 그건 거짓말이야. 걱정 마, 만약 정말 널 팔아버리려고 한다면 우리가 먼저 이 대마왕을 팔아버리면 돼.”율이는 고개를 들고 두어 번 짖어대며 동의하듯 반응했다.임서율은 고개를 들어 하도원을 보며 씩 웃었다.“봤죠? 율이도 내 말에 동의했어요.”하도원은 어이없다는 듯 둘을 흘겨보고는 몸을 일으켰다.“갈 거야, 말 거야? 아니면 개까지 데려갈 생각이야?”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율이는 곧장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임서율을 올려다봤다.임서율은 차마 그 시선을 뿌리치지 못하고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번엔 일이니까 같이 못 가. 하지만 걱정 마, 금방 돌아올 거야. 돌아오면 맛있는 거 사줄게.”그렇게 말하고는 더 지체하지 않고 하도원과 함께 집을 나섰다.차에 오르자마자, 진승윤은 곧장 시동을 걸고 속력을 냈다.하도원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아직도 차를 향해 눈을 떼지 못하는 율이를 흘깃 보았다.“내가 뭐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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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그럼 호텔 가서 프로젝트 안부터 숙지하죠.”임서율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큼성큼 앞장섰는데 급한 걸음에서 불타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뒤따르던 진승윤이 하도원과 눈을 마주쳤다.“서율 씨 너무 적극적인데요? 모르는 사람은 서율 씨가 이 프로젝트 담당이고, 저희가 비서인 줄 알겠어요.”하도원은 피식 웃으며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원래 저런 성격이야. 일에 몰두하면 눈에 프로젝트밖에 안 보이지.”진승윤은 무심결에 말했다.“대표님이랑 닮으셨네요.”하도원이 그를 흘긋 보았다.“그래?”“네.”진승윤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임서율은 어느새 호텔 프런트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 했다. 처음에는 방 하나만 잡으려다, 이내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바꿨다.“방 세 개 주세요.”그녀가 신분증을 꺼내 내밀려는 순간, 하도원이 막아섰다.“세 개는 왜. 양지우 씨까지 부른 거야?”“아니요. 우리 세 명이니까 딱 세 개잖아요.”하도원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설마 나랑 따로 자겠다는 거야?”“그게 아니라, 진 비서님이랑 둘이 오는데 내가 따라온 거잖아요. 혹시 상대 쪽에서 내가 여자 친구라는 걸 알면 괜히 분위기 흐려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따로 자는 게 나아 보여요. 일단은 관계를 감추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즉흥적인 생각은 아니었다.예전에 이런 일에 그녀가 심하게 데인 적이 있었다.능력 좋은 커플 사원을 출장에 데려갔는데, 협상 자리에서 두 사람의 눈빛 교환 하나, 식사 자리에서 무심코 반찬을 챙겨주는 손길 하나가 상대방의 눈에 다 들어온 것이다.결국 성사될 줄 알았던 계약이 어그러지고 말았다.협력 업체는 냉정하게 말했다.‘사적인 감정과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회사라면 신뢰할 수 없어요.’결국 회사에서도 임서율에게 책임을 물었고 반성문까지 쓰게 했다. 지금도 그 기억은 생생했다.임서율은 심호흡하고 하도원을 바라봤다.“일은 일이에요. 사적인 감정은 섞지 않는 게 맞아요. 프로젝트 끝나고 돌아가서 얘기해도 늦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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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체크인을 마치고 나온 임서율은 손에 쥔 객실 키를 하도원에게 내밀었다.“하 대표님, 전 이제부터는 회사의 프로젝트 비서예요. 무슨 일이든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말투까지도 근엄하게 흉내를 냈다.하도원의 얼굴은 잔뜩 굳어, 시커먼 먹칠이라도 한 듯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 뭐든 시켜도 된다는 거지.”그의 눈빛에 매서운 빛이 번쩍 스치자, 임서율의 심장이 덩달아 쿵 내려앉았다.왠지 불길한 기운이 들어, 임서율은 미리 선을 그었다.“공적인 건 괜찮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는 안 받아요.”하도원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반쯤 어둠에 잠긴 얼굴은 선인지 악인지 모를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걱정 마. 서율이가 이렇게까지 일에 힘을 실어준다는데, 난 오히려 신나지. 괜히 무리한 요구 따윈 안 할게. 짐 풀고 바로 움직이자. 아, 그 전에 인터넷으로 꽃다발 하나 주문해. 장미로.”임서율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가 앞서 걸었고 하도원과 진승윤이 뒤따랐다.진승윤이 슬쩍 하도원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대표님, 서율 씨 너무 진지한 거 아니에요?”하도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훑었다.“진 비서도 정신 똑바로 차려.”“네!”진승윤은 곧장 등을 꼿꼿이 세웠다.방에 들어온 임서율은 짐을 정리한 뒤, 곧장 하도원 지시에 따라 장미꽃을 주문했다.하지만 곧 표정이 굳어졌다. 그 꽃을 다른 여자에게 건넬 거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장미라니. 그건 원래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 아닌가. 그런데 하도원은 그것을 바이어에게 내밀려고 했다.거기다 향수까지 주면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을까?‘혹시... 미인계를 쓰려는 건가?’임서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말도 안 돼. 하도원의 능력이라면 굳이 그런 하찮은 수를 쓸 이유가 없을 텐데.’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진승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진 비서님, 옆에 대표님 안 계시죠?]답은 금방 왔다.[저 혼자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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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정말 그런 걸까요?”임서율은 달리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네.”진승윤의 대답이 짧게 이어졌고 곧 통화는 끝났다.임서율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지금은 일이야.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자.’하도원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계약이 성사된 뒤에 따질 문제였다.그녀는 꽃을 주문하며, 막 피어난 싱싱한 꽃으로 준비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룻밤 묵은 건 절대 안 된다며, 일부러 돈을 더 얹어주기까지 했다.이 시대에 편의를 사려면 결국 돈밖에 없었다.시간을 맞춰 하도원의 방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남색 슈트를 걸친 그는 존재만으로도 차갑게 느껴져,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임서율은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남색은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어요?”하도원의 옷장엔 온통 차가운 색조만 가득했지만 남색만은 없었다. 심지어 넥타이 하나조차.그는 고개를 숙여 넥타이를 매만졌다.“성 대표가 이 색을 좋아한다더라. 바이어를 만나는데 굳이 싫어하는 색을 입고 갈 순 없지. 넌 어떻게 생각해?”임서율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성적으로는 그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그가 프로젝트 때문에 이런 것까지 맞추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었다.결국 중요한 건 기획안이지, 이런 부차적인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끝내 이성의 무게가 이겼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꽃은 곧 도착할 거예요. 이제 출발하죠.”임서율이 시계를 보고 말했다.“향수는 챙겼지?”“네.”그녀는 정갈하게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여기 있어요.”“좋아. 진 비서한테 얘기해. 난 먼저 내려가 있을게.”하도원은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임서율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그녀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는 곧장 진승윤을 부르러 나섰다.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은은한 분위기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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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하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이안과 악수했다.“성 대표, 오랜만이야. 앉지.”성이안은 품위 있는 태도로 자리에 앉았다. 임서율은 그 모습만 봐도 그녀가 좋은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분위기만으로도 집안이 학문이 깊은 가문일 거라는 추측이 들 정도였다.두 사람은 오래 만나지 않았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오히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도원 씨,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네. 이 옷, 참 잘 어울린다.”“칭찬 고마워.”평소보다 한층 부드러운 기운이 하도원의 눈매에 스쳤다.그때 성이안의 시선이 무심결에 임서율에게 향했다.“진 비서님이야 익히 알고 있는데, 이분은 누구셔?”하도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서율이 먼저 나섰다.“성 대표님, 저는 하 대표님 회사 직원 임서율이라고 합니다.”‘직원’이라는 말에 잠시 굳었던 성이안의 미소가 부드럽게 풀렸다. 그녀도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서율 씨, 참 곱네요. 풍기는 분위기도 남다르고요.”임서율은 겸손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과찬이세요. 아, 이건 저희 대표님께서 며칠 전 준비하신 선물이에요.”그녀가 건넨 것은 포장된 향수였다.성이안의 눈빛에 놀라움과 기쁨이 번졌다.“도원 씨, 나한테 선물까지 준비했구나?”“전에 국내 브랜드 향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번 일정이 바쁠 테니 따로 살 틈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가다 산 거야.”성이안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향수를 열어 바로 시향했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네. 도원 씨, 고마워.”하도원은 그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고 지나가던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메뉴판 좀 주시겠습니까?”그는 건네받은 메뉴판을 성이안에게 곧장 내밀었다.“성 대표, 먹고 싶은 걸로 골라.”성이안은 메뉴를 펼쳐보다가 임서율에게 시선을 돌렸다.“서율 씨는 뭘 좋아해요?”“전 괜찮습니다. 성 대표님이 좋아하는 걸로 고르세요. 이것도 대표님의 성의니까요.”임서율은 탁자 위의 장미꽃을 흘낏 보며 암시했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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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음식이 모두 차려지자, 하도원이 성이안을 향해 말했다.“들어. 우리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자.”“좋아.”성이안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하도원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도원 씨 이거 좋아했잖아. 예전에 원하는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요리사를 찾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결국 찾았어?”“아직 못 찾았다면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 있는데.”하도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미 찾았어.”“정말? 난 이번에 데려온 셰프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혹시 입맛에 맞을까 해서.”하도원은 문득 예전에 임서율과 마주쳤던 순간과 그녀가 직접 만들어 준 요리가 떠올랐다. 그는 무심결에 피식 웃었다.“나도 뜻밖이었어. 그런데 맛이 예전에 먹었던 것과 똑같더군.”그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눈매에 은근한 온기가 스쳐 갔는데, 차갑기만 한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기색이었다.성이안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연히 말을 건넸다.“그 셰프, 여성분이겠네?”하도원의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어떻게 알았어?”성이안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고, 그 순간 시야에는 오직 하도원만 담겨 있는 듯했다.“도원 씨, 잊었어? 우리 예전에 꽤 오래 같이 일했잖아. 나 도원 씨 성격 꽤 잘 알고 있거든?”임서율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향수와 장미꽃을 건넬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막상 입으로 확인되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더욱 짙어졌다.하도원은 더는 대꾸하지 않고 성이안에게 음식을 권했다.한동안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지다가, 하도원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성 대표, 이번 출장 일정이 빠듯한 걸로 아는데, 최대한 빨리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게 좋겠어.”“서율 씨, 기획안 보여드려.”“네.”임서율은 이미 일 모드에 완전히 돌입한 상태였다. 그녀는 일할 때만큼은 허술함을 용납하지 않았다.“성 대표님, 저희 쪽에서 준비한 기획안입니다. 확인해 보시죠.”그러나 성이안은 손을 내밀지 않고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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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물론이죠. 도원 씨 능력은 한 번이라도 접촉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거예요. 이 사람에겐 흠잡을 데가 없으니까요.”임서율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그 말투에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가 섞여 있는 듯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딱히 뭐가 잘못된 건지 짚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화제를 돌렸다.“그럼 이번에 준비한 구체적인 기획안을 설명드리겠습니다.”임서율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들어 있었다.“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업계 최전선의 알고리즘을 채택한 겁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죠. 저희가 제시하는 수치는 모두 실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신뢰도가 높고 실현 가능성이 충분해요.”그녀는 말을 이어갔다.“현재 경쟁은 이미 과열 상태지만, 이 분야는 여전히 서비스의 공백이 존재해요. 이번 기획안이 실행된다면, 그것이 곧 협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저희가 제시하는 라인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위험 평가 설문만 마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경제 흐름과 업계 순환 규칙을 계산해, 리밸런싱 방안을 제시해 줘요.”성이안은 그제야 본격적으로 흥미를 보였다.“들어보니 괜찮긴 한데, 위험성은 분명히 있죠. 게다가 제시한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에요. 보통 프로젝트의 두세 배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요?”임서율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성 대표님도 이 업계에서 수많은 계약을 따내셨잖아요. 결국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본질적으로는 큰 베팅 아닌가요?”성이안은 이마를 문지르더니 부드럽게 말을 아꼈다.“좀 더 생각해 볼게요.”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 시간은 남아 있으니 충분히 검토하세요. 다른 회사 안건과 비교해 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자신 있어요. 저희 제안이 최선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성이안은 이번엔 하도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는 마치 프로젝트 따위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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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프로젝트 망하면, 그땐 두고 봐.’임서율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성이안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전 도원 씨 성격을 잘 알고 있어요. 방금 건 그냥 농담이었겠죠. 서율 씨도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다만, 제안서는 흥미로웠어요. 혹시 저녁에 도원 씨랑 함께 조용한 술집에서 가볍게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저녁엔 좀...”“좋습니다.”임서율이 그의 말을 잘랐다.“술집이라면 분위기도 조용하고, 일 얘기하기에 적당하죠. 게다가 이 더운 낮보단 차라리 저녁이 나을 거예요. 제가 근처에 괜찮은 곳을 알아보고 직접 예약할게요.”“정말요?”성이안은 빛나는 눈빛으로 하도원과 임서율을 차례로 바라봤다.“아니, 그건...”“물론입니다, 성 대표님. 이 일은 제게 맡겨주세요.”성이안은 기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서율 씨, 그럼 수고 좀 해줘요.”“걱정 마세요,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임서율은 자신 있게 가슴을 두드렸다.옆에서 지켜보던 하도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더 이상 젓가락을 들 의욕조차 없는 듯했다.그런데 성이안은 오히려 임서율에게 살뜰히 음식을 챙겼다.“자, 서율 씨. 이 집은 게 요리가 유명하다더군요. 꼭 한번 맛보세요.”“감사합니다, 성 대표님.”임서율은 공손히 받았다.하지만 성이안은 그녀가 젓가락을 들지 않자 다시 물었다.“왜 안 드세요? 정말 맛있는데. 저 믿어 보세요.”임서율은 조금 난처했다. 더구나 성이안은 하도원에게 호감이 있어 보였으니, 괜히 이 자리에서 그녀의 체면을 구기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맛만 조금 보려고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하도원의 젓가락이 번개처럼 나타났다.임서율은 흘낏 그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따졌다.‘뭐 하는 거예요?’하도원은 태연하게 성이안을 향해 말했다.“서율 씨는 게와 조개류에 알레르기가 있어.”순간 성이안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아... 그래?”“그러니 안 드셨던 거네요.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됐을 텐데요.”임서율은 난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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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성이안은 웃으며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다.“두 사람, 설마 연인 사이는 아니겠지?”하도원은 그 말에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걸며 몸을 임서율 쪽으로 기울였다.임서율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차라리 이 인간을 쫓아내고 혼자 프로젝트를 맡는 게 낫겠어.’성이안의 눈길은 식사 내내 하도원을 향해 있었고, 그것만 봐도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우리 둘이 부부처럼 보여?”하도원이 태연히 묻자, 임서율은 몰래 그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이 인간, 지금 장난하러 온 거야, 아니면 협상하러 온 거야?’성이안은 턱을 괴고 두 사람을 차분히 바라봤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했지만, 임서율은 같은 여자로서 그녀의 미묘한 불편함을 읽어냈다. 말로는 감췄어도 순간적인 표정은 진심을 감추지 못하니까.임서율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나섰다.“성 대표님, 농담이 지나치세요. 제가 하 대표님과 무슨 연인이에요. 하 대표님은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이죠.”그 말에 성이안의 눈매가 눈에 띄게 풀렸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팽팽하던 기운이 스르르 흩어졌다.임서율은 속으로 확신했다.‘역시나.’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대표님, 식사도 마치셨으니 저희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저녁에 약속하신 장소는 제가 따로 메시지로 보내드릴게요. 괜찮으시면 제 번호 추가해 주시겠어요?”“그럼요. 저도 서율 씨가 마음에 드네요. 앞으로 자주 연락해요.”성이안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보여주었다. 사실은 임서율을 통해 하도원을 더 알고 싶다는 속내였다.임서율은 번호를 추가하고 곧장 자신의 SNS를 확인했다. 혹여 하도원과 관련된 흔적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그는 다른 남자들처럼 연애의 흔적을 과시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녀는 문득 예전에 회사 동료들을 떠올렸다. 연애를 시작하면 커플 사진을 바꾸고, 매일같이 SNS에 달달한 게시물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결국 이별하고 나서는 서로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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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또 왜 그래요?”“임서율, 오늘 우리가 온 게 프로젝트를 따내러 온 거야, 아니면 사람을 팔러 온 거야?”임서율의 머릿속은 여전히 기획안의 수정 여부와 투자 자금의 조정 방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하도원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고 창밖의 불빛이 그의 얼굴에 날카로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는 손끝으로 탁자 위를 규칙적으로 두드렸다.“임서율!”그제야 정신이 든 그녀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입술을 달싹였다.“당연히 프로젝트 얘기하러 온 거죠. 하지만 당신도 잘 알잖아요. 성이안 씨가 여기 있는 이유가 정말 프로젝트 때문일까요?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이에요.”“기획안은 분명 중요하지만, 결정권을 쥔 건 당신이에요. 당신이 그분을 기분 좋게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완벽한 기획안이라도 서류 위의 글자일 뿐이에요.”임서율과 하도원의 시선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그는 감정의 문제를 말하고 있었고, 그녀는 철저히 이성적인 계산만 하고 있었다. 임서율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사시켜 하도원의 회사를 구한다’는 목표뿐이었다.하도원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 그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오히려 숨 막히는 압박으로 다가왔다.“내 능력은 몸을 팔아야 증명되는 거야?”그는 낮게 묵었다.“아니면, 내가 성 대표랑 단둘이 술을 마시다 어떤 일을 당해도, 너랑 상관없단 거야?”“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에요?”임서율은 고개를 돌려 그의 눈길을 피했다. “당신은 남자잖아요. 억지로 성 대표를 몰아붙이지만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그래?”하도원이 낮게 웃자,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불을 스쳤다.“남자가 여자를 원하는 거랑 여자가 남자를 원하는 건 다 같아.”임서율은 그의 말뜻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무심코 올려다본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손목에 찬 시계의 숫자판에서 서늘한 빛이 일렁였다.“방법이 없잖아요. 당신은 그냥 조심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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