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모두 차려지자, 하도원이 성이안을 향해 말했다.“들어. 우리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자.”“좋아.”성이안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하도원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도원 씨 이거 좋아했잖아. 예전에 원하는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요리사를 찾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결국 찾았어?”“아직 못 찾았다면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이 있는데.”하도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미 찾았어.”“정말? 난 이번에 데려온 셰프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혹시 입맛에 맞을까 해서.”하도원은 문득 예전에 임서율과 마주쳤던 순간과 그녀가 직접 만들어 준 요리가 떠올랐다. 그는 무심결에 피식 웃었다.“나도 뜻밖이었어. 그런데 맛이 예전에 먹었던 것과 똑같더군.”그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눈매에 은근한 온기가 스쳐 갔는데, 차갑기만 한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기색이었다.성이안은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연히 말을 건넸다.“그 셰프, 여성분이겠네?”하도원의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어떻게 알았어?”성이안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고, 그 순간 시야에는 오직 하도원만 담겨 있는 듯했다.“도원 씨, 잊었어? 우리 예전에 꽤 오래 같이 일했잖아. 나 도원 씨 성격 꽤 잘 알고 있거든?”임서율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향수와 장미꽃을 건넬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음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막상 입으로 확인되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더욱 짙어졌다.하도원은 더는 대꾸하지 않고 성이안에게 음식을 권했다.한동안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지다가, 하도원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성 대표, 이번 출장 일정이 빠듯한 걸로 아는데, 최대한 빨리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게 좋겠어.”“서율 씨, 기획안 보여드려.”“네.”임서율은 이미 일 모드에 완전히 돌입한 상태였다. 그녀는 일할 때만큼은 허술함을 용납하지 않았다.“성 대표님, 저희 쪽에서 준비한 기획안입니다. 확인해 보시죠.”그러나 성이안은 손을 내밀지 않고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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