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원은 그녀의 기침 소리에 황급히 다가와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임서율,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급하게 들이키면 어떡해. 천천히 마셔, 이건 다 네 거야.”하지만 임서율의 신경은 이미 다른 데로 가 있었다. 가까스로 숨을 고른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잠깐만... 당신 언제부터 만나던 여자가 있었어요? 몇 년 동안 연애 안 했다고 했잖아요?”운성에서는 심지어 그의 성향이 정상인지 아닌지까지 의심받을 지경이었다.하도원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내가 언제 연애했다고 했어? 나를 좋아하긴 하는데 끝내 고백은 못 하고,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어?”그 말에 임서율은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나중에 내가 이 프로젝트를 밀어넣은 걸 알게 되면, 그때도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 미치겠네, 정말.’“아니, 제발 그 왕자병 좀 고치면 안 돼요?”임서율은 쏘아붙였다.“협력자가 남자일 수도 있잖아요. 굳이 여자라고 단정짓지 마요.”그 말이 떨어지자, 하도원의 입꼬리에 걸려 있던 미소가 아주 미묘하게 굳었다.“누군가 우리 회사 보안 시스템을 뚫었어. 기술팀도 손을 못 썼고, 결국 다 해고됐지. 그리고 그 세 건의 해외 계약서 전부가 내 필체를 모방해서 서명돼 있고, 직인까지 찍혀 있었어.”임서율은 무심한 척 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 마셨다.“그래서 손해 본 건 있어요?”“없어.”하도원은 단호하게 답했다.“그럼 됐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여유로웠다.“손해도 안 봤는데 그게 뭐 그렇게 큰일이에요? 게다가 계약서에 문제가 없다면, 왜 사인을 못 해요? 하도원 씨, 당신은 가끔 좀 편견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어요?”“지금 회사가 곧 파산 직전인데, 그 구멍을 메우는 게 먼저죠. 왜 굳이 해외 업체를 의심하는 데 그렇게 매달리는 거예요?”“그리고 말이에요, 세상을 그렇게 복잡하게만 보지 말아요. 진짜 누군가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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