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741 - 챕터 750

790 챕터

제741화

총을 들고 있는 임서율의 모습에 그는 정말이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임서율이 담대하면서도 세심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방아쇠를 당길 날이 올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더구나, 사격은 또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그 모든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갔지만, 지금은 묻지 않기로 했다. 일단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임서율은 고개를 저으며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괜... 괜찮아요. 성... 성 대표님은... 무사한가요?”“모두 무사해. 네 덕분이야. 하지만 다음엔... 절대 이런 위험한 일 하지 마. 방금 얼마나 아찔했는지 알아?”하도원은 임서율의 두 손이 차갑기 그지없는 총 같은 것에 닿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는 임서율을 품에 끌어안고 아이를 달래듯 등을 토닥여 주었다.그때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아가씨, 혹시 이전에 저희 쪽에서 근무하신 적 있습니까? 아니면 같은 경찰이신가요?”하도원은 그녀가 대답하기 곤란한 상태임을 알아차리고 대신 입을 열었다.“아니요,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예요. 혹시 진술이 필요하다면 마음을 추스른 뒤 제가 데리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겠습니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저희가 응당 이 아가씨에게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아가씨 덕분에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하도원은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때 진승윤이 급히 달려왔다.“대표님.”“넌 성 대표 병원으로 모시고 가. 나는 서율이를 데리고 호텔로 가야겠어.”“알겠습니다.”하도원이 임서율을 부축해 막 떠나려는 순간, 뒤에서 애타는 성이안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하도원, 너... 날 내버려 두고 그냥 가려고?”하도원의 대답은 차가울 만큼 담담했다.“내버려 둔 적 없어. 진 비서한테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했잖아.”성이안이 절망과 상실감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네가 옆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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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하 대표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가 어떻게 두 사람의 관계를 함부로 발설하겠는가.결국 그는 모호한 답만 남겼다.“성 대표님, 한낱 비서인 제가 대표님의 사적인 일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전에 들은 바로는 하 대표님과 임서율 씨의 어머니 사이에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습니다.”성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난 또 둘이 사귀기라도 하는 줄 알았네요. 하도원이 아직 솔로면 됐어요.”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질투와 분노에 휩싸여 있던 그녀의 얼굴에 금세 화사한 웃음이 번졌다.진승윤은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얼굴에서 이렇듯 많은 표정 변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까는 당장 뺨이라도 올려칠 기세였는데 지금은 누구보다도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 여자친구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니면 정말 정신이 나갔을 거야.’성이안은 고고한 모습으로 진승윤의 팔에 손을 얹었다.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는 진승윤의 모습에 그녀는 불만스럽게 쏘아붙였다.“아까 당신 대표님이 뭐라고 했어요? 날 병원에 데려가라고 했잖아요.”“...아, 네. 알겠습니다.”진승윤은 그녀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 그의 얼굴에 불편함이 드러났다.‘아까는 분명 부축할 필요 없다고 하더니...’그는 돌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이안처럼 감정 기복이 심한 여자보다 임서율의 성격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 말이다. 적어도 그녀는 이렇듯 표독스럽거나 위선적이지는 않다.임서율과 하도원은 호텔로 돌아왔다. 그가 소파에 앉혀준 그 순간에도 임서율은 여전히 넋이 나간 듯 전신이 굳어 있었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 하도원의 손길이 필요했다.그녀의 눈은 초점 없이 허공을 떠돌았고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그 모습에 하도원은 가슴이 저려왔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얹어 그녀의 등을 어루만졌다. “이제 괜찮아. 우리 모두 안전해. 너 오늘 정말 대단했어. 율아...”율이라는 호칭에 임서율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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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임서율은 온순하게 하도원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건 오롯이 그에게서 풍기는 맑고 청아한 향기뿐이었다. 그 냄새만으로도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그제야 그녀는 조금씩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사실 그때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당신이 다치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그 말에 하도원의 검은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임서율, 왜 그렇게 겉과 속이 달라. 분명 날 좋아하면서 왜 계속 인정하지 않는 건데?”그는 조금 더 몸을 기울여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살짝 맞댔다. 서로의 체온이 맞닿는 순간 낮고도 강한 음성이 이어졌다.“지금 분명히 말해둘게. 네가 나를 좋아하든 아니든 상관없어. 난 널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야. 알겠어?”임서율은 하도원이 워낙 제멋대로고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영원히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그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녀에겐 더없는 혼란이 찾아왔다.“당신은 내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없어요. 계약이 끝나면 내 길은 내가 정할 거예요.”하도원은 강제로 그녀를 붙잡지는 않았다.“그래. 가고 싶으면 가도 돼. 대신 그게 어디든 나도 따라갈 거야.”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의 남자는 여전히 완벽하게 다듬어진 이목구비로 냉담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눈동자 속엔 진심 어린 따뜻함이 번져 있었다.그는 항상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던 사람이었다. 늘 자신만의 원칙을 정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따르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임서율은 좀처럼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장난기 넘치는 남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놀려대고 쓸데없이 시험하곤 했으니까.그래서 본능적으로 그가 내뱉는 말엔 의심부터 가지곤 했다.“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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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임서율은 가슴이 아파 하도원을 꼭 안아주었다.“괜찮아요. 가족이라는 것도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당신 가족이 될 자격이 없는 거예요.”“앞으로는 내가 당신 가족이 되어줄게요. 당신에겐 나도 있고, 율이도 있고, 아주머니도 있잖아요. 우리 모두가 당신 옆에 있어줄 거예요.”그 말에 하도원은 오래 비어 있던 마음속 깊은 곳이 서서히 채워져 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두 시간 뒤, 진승윤이 성이안을 호텔로 데려왔다.“대표님, 성 대표님도 이 호텔에 묵게 하실 건가요?”“그래. 네가 가서 체크인해.”이어 난처한 듯한 진승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확인했는데 방이 다 찼다고 합니다. 전에 묵었던 호텔에서 사고가 있어 손님들이 다들 여기로 몰리는 바람에....”하도원은 관자놀이를 꾹꾹 짓눌렀다. 그때 성이안이 불안한 얼굴로 다가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하도원, 나 버리면 안 돼. 여기서 아는 사람은 너뿐이란 말이야.”하도원은 눈을 내리깔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성 대표, 그런 말 하지 마. 어찌 됐든 우린 친구였고, 앞으로 일도 함께 할 파트너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그의 차갑고도 거리감을 두는 듯한 태도에 성이안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날 술집에서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하도원, 그날 분명...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잖아.”“이제 고민 끝났어. 성 대표, 문제없으면 바로 계약 체결해. 아니면 다음 기회에 다시 얘기해 보자고.”그 말은 성이안의 가슴을 산산이 부수어버렸다. 이내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하도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바뀔 수가 있어? 그때 네 그 한마디 때문에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 너랑 함께할 미래를 진심으로 그려봤다고!”“그런데 지금 갑자기 날 밀어내는 건... 혹시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했던 말 때문에 그래?”“아니. 난 처음부터 널 친구로만 여겼어. 다른 쪽으론 생각해본 적 없어.”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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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하도원과 임서율이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성이안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임서율은 즉각 상황을 정리했다.“이렇게 해요. 당신은 저쪽으로 가고 난 이쪽으로 갈게요. 혹시 찾으면 바로 연락해요.”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한 걸음 내디디려 한 순간 하도원이 그녀를 붙잡았다.“안 돼. 널 혼자 보낼 순 없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이미 날도 어두워졌어.”“그럼 어떻게 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하면 접수조차 안 될 거예요. 실종 수사는 최소 스물네 시간이 지나야 시작한다고요.”그녀의 말처럼 가만히 앉아 24시간이나 허비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도원은 고개를 돌려 진승윤에게 말했다.“너 혼자 저쪽을 뒤져. 난 서율이랑 이쪽으로 가서 찾아볼 테니까. 넌 남자니까 중간에 없어질 리는 없겠지.”진승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는 일찌감치 예상했었다. 하도원 같은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그 여자밖에 모르는 팔불출이 될 거라는 걸.즉 머릿속에 사랑하는 단 한 사람만 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하도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성이안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미 차단당한 상태였다. 임서율도 자신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임서율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당신도 문제예요. 성이안의 성격 잘 알고 있었으면서... 당신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서 당신이 뱉은 말 전부 진심으로 새겨듣는다고요.”하도원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사과할 거야.”생각보다 단정한 그의 태도에 그녀도 더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그러던 중, 그가 불현듯 성큼 다가왔다. 그 바람에 임서율은 화들짝 놀랐다.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성이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하도원을 쳐다보았다.“왜 그래요?”“임서율, 너 들켰어.”하도원의 낮은 목소리엔 약간의 장난기가 담겨 있었다.임서율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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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그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확실히 그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도원이 그것까지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모든 상황을 손바닥 위에 놓고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속였다고 생각했다니.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억지로 철판을 깔고 하도원에게 소리쳤다.“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내 생각에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어요! 마음도 없으면서 왜 여자한테 희망을 주는 건데요?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했으면 이런 사단은 안 났을 거잖아요.”“그날 술집에서 그런 약속까지 했으니까 당연히 이성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요!”그녀 역시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있기에, 그게 얼마나 절망스러운 기분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하도원은 짙은 눈썹을 찌푸린 채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임서율,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정말 모르겠어요.”그는 몇 걸음 다가서더니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네가 날 신경 쓰기는 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어. 바보야.”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임서율은 적잖이 놀랐다. 하도원 같은 성격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신경 쓸 수가 있겠는가?그에게 구애하는 여자가 셀 수도 없이 많을 텐데 말이다.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것 같은 냉혈한이 이런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다니.임서율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마음속 텅 비어 있던 곳이 무의식 속에서 천천히 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그녀 자신조차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임서율이 다시 한번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하도원 씨, 정말 나 좋아해요? 정말 나랑 제대로 사귀고 싶은 거예요?”“나랑 같이 운성을 떠날 결심도 할 만큼? 하지만 알아둬요. 난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요.”하도원은 입으로만 그렇게 말할 뿐, 절대 회사와 가족들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그녀는 확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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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임서율은 바닷가 쪽으로, 하도원은 공원 쪽으로 향했다. 사람은 보통 숨을 장소로 이런 두 곳을 선택하기 때문이었다.임서율은 성이안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갔다.“성이안 씨! 성이안...”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의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바로 성이안이었다. 그러나 그녀 주위엔 몇 명의 남자가 빙 둘러서 있었다.“아가씨, 우리랑 같이 놀자.”“그러니까.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우리랑 놀면 재미있을걸?”성이안은 조금 전의 그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날까지 어두워져 공포는 배로 늘어났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 드러나 있었다.“당, 당신들 누구예요! 저리 가요! 난 당신들 몰라요!”“몰라도 괜찮아.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여기 사람 아니지? 혼자 왔어?”“남자친구한테 버림받은 거 아냐? 괜찮아. 우리가 위로해줄게.”그들이 능글맞게 손을 뻗어오자 성이안은 필사적으로 밀쳐내며 외쳤다.“이러지 말아요! 나 남자친구 있어요! 지금 물 사러 갔어요! 함부로 나한테 손대면 그 사람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쯧쯧. 얼굴은 예쁘장한데 거짓말은 더럽게 못 하네. 딱 봐도 없구만. 괜히 허세 부리지 마.”“자, 가자. 오늘은 우리가 재밌게 놀아줄게.”남자 서너 명이 그녀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여리여리한 몸집의 성이안이 그들의 힘에 대적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제발 놔요! 살려 주세요!”그 광경을 보고 달려가려 한 순간, 불현듯 하도원의 당부가 뇌리를 스쳤다. 임서율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위치를 전송했다.[급해요.]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넣고 곧장 앞으로 뛰어들었다.“그 손 놔요!”성이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임서율을 쳐다보았다.“임서율 씨가 왜 여기에?”임서율은 다급히 그녀의 몸을 훑어보고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남자들에게 날카롭게 외쳤다.“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요! 오늘 밤 유치장에서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만둬요!”평범한 인간이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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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임서율과 성이안이 도망치자 송강은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뭐 하고 서 있어! 잡아! 당장 잡아 와!”그제야 반응한 부하들은 곧바로 두 여자를 추격했다.“예!”임서율은 성이안을 끌고 사람 많은 백화점 쪽으로 달렸다. 저들이 아무리 미쳐 날뛴다 해도 백화점에서 행패를 부리긴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성이안은 이미 겁에 질릴 대로 질려 있었다. 게다가 너무 많이 달리기까지 한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임서율은 다급히 발을 돌려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어서 일어나요!”하지만 성이안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무릎을 쳐다보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나... 더 못 뛰겠어요. 서율 씨... 혼자 가요.”임서율의 대답은 단호했다.“성이안 씨를 내버려 두고 제가 어떻게 가요! 자, 제가 부축해 줄 테니까 조금만 버텨요. 하 대표님한테 위치 보냈으니까 곧 도착할 거예요!”그 말에 성이안의 눈에 다시 희망의 빛이 번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써 무릎의 통증을 참아내며 힘겹게 일어섰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누군가 성이안의 머리를 잡아챘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임서율도 힘이 풀려버렸다. 그중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성이안의 뺨을 독하게 후려쳤다.“미친년! 감히 도망쳐?”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꺾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남자는 공공장소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자비하게 그녀를 눌러 제압하더니 옷을 잡아 찢기 시작했다.임서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급히 달려가 남자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단번에 그녀를 땅에 패대기쳤다.“의리 좋네. 둘 다 같이 즐기면 되겠어.”다른 부하가 달려들어 임서율까지 제압했다. 눈앞에서 성이안의 옷이 찢겨 나가자 임서율은 모래를 한 움큼 잡아 상대 얼굴에 날려버렸다.“악! 내 눈!”그녀는 옆의 남자 급소를 걷어찼다. 그 틈을 타 간신히 몸을 빼낸 임서율은 성이안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 남자를 밀쳤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남자의 힘을 당해내겠는가.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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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임서율은 자신의 몸도 가눌 수 없는 상황이라 성이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다리에 스며드는 차가운 감각에 성이안의 눈동자에 절망이 내려앉았다.바로 그 순간, 몸을 짓누르던 중력이 돌연 사라졌다.하도원이 남자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주먹을 그 얼굴에 힘껏 내리꽂았다.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지금 그의 머릿속엔 온통 임서율뿐이었다. 그는 곧바로 몸을 굽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는 숨이 막혀 새파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서율아, 서율아...”그러나 임서율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하도원은 그녀의 심장에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심장 박동을 확인한 뒤에야 간신히 숨을 고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성이안도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아무리 불러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하도원,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 서율 씨가 모래를 너무 많이 마셨어. 기도가 막혔다면 정말 큰 일이야!”“알았어. 넌 경찰에 신고해.”하도원은 쓰러져 있는 임서율을 안아 들고 사람들 속을 헤쳐나갔다. 성이안이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하도원, 경찰은 안 돼! 저 사람들 경찰 쪽에 연줄이 있는 것 같아.”그 말을 듣고도 하도원은 조금의 당황도 없이 오히려 비웃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신고해.”성이안은 그의 속내를 가늠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어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뒤이어 달려온 송강의 부하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형님, 경찰에 신고한답니다. 어떻게 하죠?”그 말에 송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드렸다.“신고한다고? 잘됐네. 경찰서에서 한번 따져 보자고. 누가 이길지 궁금하네.”이미 신고를 했다고 하니 송강도 더는 그들을 막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들이 신속히 임서율을 응급실로 옮겼다.하도원과 성이안은 복도 대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소식을 들은 진승윤도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대표님, 임서율 씨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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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생각하면 할수록 공포가 더욱더 크게 밀려와 눈물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줄줄 흘러내렸다.“하도원... 만약 서율 씨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어떻게 해? 나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아직은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 의사 말을 들어본 다음에 얘기하면 돼. 지금 잘못을 따지는 건 별로 의미 없어. 일단 상처부터 치료해.”성이안의 머릿속은 이미 혼란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하도원이 임서율의 일로 자신을 원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임서율이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단지 하도원과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었다.하도원의 마음 또한 괴롭기 그지없었다. 그의 정신은 온통 임서율에게 집중되어 있어 성이안에게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성이안에게 하도원의 태도는 너무나 중요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말이다.임서율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저 지경이 된 것이다. 그 책임을 기꺼이 떠맡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일 것이다.하도원의 시선은 오직 수술실 LED 등에만 머물러 있었다. 성이안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도원, 나 너무 힘들어. 나랑 말 좀 해줘.”아무리 인내심 많은 사람이라도 끊임없는 질문을 버텨내긴 어려웠다.하도원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서늘하게 굳었고, 미간은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성 대표, 난 지금 네 상황을 고려해 말을 아끼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이 너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야.”“그러니까 의사에게 가서 검사를 받든지, 여기에서 잠시 쉬든지 둘 중 하나만 해. 자꾸 말하지 말고.”성이안은 정말 화가 난 듯한 그의 모습에 심장이 찢겨나가는 듯 괴로웠다.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하도원...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해야겠어?” 그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성 대표, 그렇게까지 듣고 싶다니 똑똑히 말할게. 첫째, 지금 서율이가 응급실에 실려 온 건 너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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