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751 - Chapter 760

790 Chapters

제751화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사과할게.”하도원은 담담히 말했다.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그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 말이 성이안의 가장 예민한 곳을 건드린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에 분노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정말 너무하네. 한 사람의 진심을 짓밟고 그걸로 다른 사람을 시험하다니. 도원 씨, 나 당신이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 오늘 확실히 알았네.”그녀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속의 죄책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성이안은 싸늘한 눈길로 하도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까까지만 해도 서율 씨 일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화가 나서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나 때문에 다칠 일도 없었겠지.”“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원 씨, 당신도 아무 책임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날 술집에서 당신이 나한테 한 말들, 그게 나한테 얼마나 상처 줬는지 알아?”“그러니까 오늘 서율 씨랑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당신 책임이 절반은 있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 곧장 옆 진료실로 걸어갔다.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병원 복도에는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하나같이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저 사람 뭐야? 잘생겼는데 완전 쓰레기 아니야?”“그러게, 방금 그 여자 말 들어보니까 수술실 안에 있는 여자를 좋아했대. 그런데 아까 그 여자를 이용하면서 떠봤다던데?”“그런데 떠보기는 성공한 것 같던데?”막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간호사가 혀를 찼다.“와, 진짜 너무하네. 사람 마음을 그렇게 가지고 놀다니.”나이든 간호사는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흥분할 일도 아니야. 결국 다 자기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지.”“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이용하는 건 아니잖아요?”신입 간호사가 반박하자 나이든 간호사는 비웃듯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널 어떻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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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하도원은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문득 성이안이 떠올랐다.“혹시 여자분 인가요? 옷차림이 조금 흐트러진...”“맞습니다. 그분이에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정신 상태가 조금 불안해 보이더군요. 이런 일을 겪으면 누구나 PTSD가 생기는데, 사람마다 감당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가능하면 주변에서 환자분의 심리 문제를 잘 보살펴 주세요.”하도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 정도로 심각한가요?”“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의사는 짧게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김유민이 급히 병실로 뛰어들어왔다.“누나!”하도원은 그가 너무 흥분해 있는 걸 보고 진정시키려 했다.“지금은 큰 문제없어.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오던 길에 상황을 대충 들은 김유민은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그 놈들 전부 죽여 버릴 거예요!”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 쪽으로 향했다.하도원이 급히 가로막았다.“진정해. 이미 경찰이 수사 중이야. 네가 나서서 폭행이라도 하면 네 누나가 깨어났을 때 내가 뭐라고 설명하겠어? 지금은 일단 진정하고 내가 그놈들한테 똑같이 돌려줄게.”하지만 김유민은 서늘하게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운성시에선 당신이 하늘 같은 존재인 건 알아요. 하지만 여긴 대표님 땅이 아니에요. 이미 알아봤는데, 그 송두식이라는 놈, 경찰서에 친척이 있다더군요. 강한 용도 지역 깡패는 못 이긴다고 하잖아요.”그의 얼굴에는 이미 체념이 서려 있었다.“경찰도 결국 그놈들 풀어주겠죠. 그런 일, 내가 한두 번 본 줄 알아요?”“...물...”그때, 나직하고 약한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서율아!”“누나!”임서율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입술은 말라붙었고 얼굴엔 핏기가 없었는데 가냘픈 몸은 한층 더 약해 보였다.하도원이 김유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네가 잠깐 곁에 있어. 난 물 좀 떠올게.”“네.”하도원은 재빨리 컵을 찾아 물을 따르더니, 임서율의 등을 살짝 받쳐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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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하도원이 성이안의 상태를 물으려고 입을 열던 찰나, 성이안은 그를 스쳐자나 임서율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하도원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그의 눈빛 속에는 경계와 긴장이 서려 있었다.“뭐 하는 거야?”그의 표정엔 분명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건 성이안이 수년간 함께 일하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임서율이 하도원에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문득 깨닫고 말았다.그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도원 씨, 걱정 마. 서율 씨한테 따지러 가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어.”하도원의 반응을 본 임서율도 그가 지나치게 경직된 걸 느꼈다.“성 대표님은 그냥 나랑 이야기하려는 거예요. 도원 씨는 유민이랑 나가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와요.”하도원은 잠시 임서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와 김유민은 조용히 병실을 나섰고 병실 안에는 이제 두 사람만 남았다.임서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성 대표님, 괜찮아요?”“그냥 살짝 긁혔을 뿐이에요. 별일 아니에요.”성이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아니었으면 제가 헛수고할 뻔했네요.”임서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성이안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동자, 숨결,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고마워요, 서율 씨.”성이안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정말 고마워요. 오늘 일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전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못 하겠어요.”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오늘 밤의 일은 그녀에게 그만큼 파괴적이었다.임서율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성 대표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조금 사적인 질문이에요.”성이안은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물어보세요.”“혹시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나요? 꼭 신체적인 폭행이 아니더라도 위협이나 추행 같은 그런 일 말이에요.”그 말에 성이안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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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성이안은 고개를 젖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 사람이 당신을 바라볼 때의 눈빛을 봤거든요. 그건 누가 봐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이었어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솔직히 그렇게까지 몰입한 얼굴은 처음 봤어요. 같이 일할 때도 도원 씨를 좋아하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관심을 준 적이 없었죠.”“그래서 물어봤어요. 왜 그렇게 능력 있고 예쁜 여자들이 다가가는데, 단 한 명도 마음을 안 주냐고요. 우리끼리 한동안은 혹시 성적 취향이 다른 거 아닐까 하고 의심했어요.”“일하면서 제일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전부 남자들이니까요.”그 말을 들은 임서율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이해해요.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 사람 주변엔 여자가 늘 북적이는데,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안 보이니까 의심 안 하기가 더 어렵죠.”요즘은 동성 간의 연애도 흔하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성이안의 표정이 단번에 진지해졌다.“누군가가 호기심에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오래전부터 짝사랑해온 여자라면서.”성이안은 ‘오래전부터’라는 말을 유난히 또박또박 되뇌었다.“그 말을 들은 여자 동료들도 다 포기했어요. 다들 그랬죠. 하도원 같은 사람은 쉽게 사랑 같은 감정에 휘둘릴 리 없다고.”임서율의 가슴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그럼 도원 씨가 그때부터 이미 어떤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뜻이에요?”“그래요. 꽤 오래전부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됐을지도 모르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요 며칠 지켜본 바로는 그 여자는 아마 서율 씨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임서율의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저요?”성이안은 이제 거의 진정된 상태였다.감정이 가라앉자 그녀는 이성적으로, 그리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도원 씨 집안 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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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이번 일은 분명 우리 쪽 잘못이에요. 하지만 성 대표님, 프로젝트 자체가 좋은 일이라면 굳이 이런 개인적인 문제를 감정적으로 끌고 갈 필요는 없잖아요. 성 대표님은 일에선 누구보다 냉철하고 실력 있는 분이니까 사적인 일 때문에 이렇게 큰 계약을 놓치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임서율은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과거 성운에 있을 때도 차주헌을 위해 수많은 협력사를 상대로 설득과 협상을 반복했다.거절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어려운 일일수록 더 끝까지 붙잡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임서율의 방식이었다.“그리고 성 대표님, 가격 부분은 조정 가능합니다. 지난번엔 견적이 너무 높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엔 정말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어요. 대표님이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맞춰보겠습니다.”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성이안은 그런 임서율을 바라보다가 문득 왜 하도원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이해됐다.“서율 씨 정말 대단하네요.”성이안은 감탄하듯 웃었다.“당신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서율 씨는 정말 햇볕처럼 따뜻한 사람이에요. 같이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요.”임서율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제 성격이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제게는 오히려 기쁨이죠.”성이안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하지만 미리 말해둘게요. 이번 계약을 맺는 건 도원 씨 때문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에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낮게 덧붙였다.“솔직히 오늘 서율 씨가 날 구하지 않았다면 아마 앞으로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았을지도 몰라요. 이건 단순한 프로젝트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이에요. 그리고 며칠 지켜보니까 당신과 일하면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없겠더군요.”뜻밖의 말이었다.임서율은 잠시 얼어붙었다가 감격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감사합니다, 성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녀는 무심코 성이안의 손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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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매번 나만 보면 그렇게 적대적인 이유가 결국 그것 때문이었어?”“꼭 그 이유만은 아니에요.”김유민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누나는 자기 커리어 다 접고 여기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지금도 대표님 일로 이렇게 고생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그럴 가치가 있나 싶어요.”그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재벌가 출신이라면 당장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하지만 하도원은 달랐다. 분노는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미묘하게 웃었다. 그는 두 팔을 가볍게 교차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린 김유민을 바라봤다.“좋아. 그럼 네가 한번 말해봐. 만약 네 누나가 지금처럼 두 번이나 위험한 일을 당했다면 넌 어떻게 했을 것 같아?”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유민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한종서를 바로 끝장냈을 거예요. 운성시에서 돈이고 권력이고 다 필요 없다는 걸 그 인간한테 확실히 보여줬을 겁니다.”하도원은 그 답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의 예상 그대로였다. 이 나이대의 청년이라면 늘 직선으로 부딪히기 마련이니까.“좋아, 그럼 그렇게 됐다고 치자.”하도원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단했다.“네가 한종서를 그렇게 박살냈다면 결국 네가 감옥에 가야 할 거야. 혼자라면 상관없겠지만 가족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한씨 가문 사람들의 성격으로 봤을 때 너 때문에 가족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생각해봤어?”“그들도 보복을 당하겠지.”“이것도 일부 원인이긴 해. 그리고 오늘 밤 일도 마찬가지야. 만약 네가 그때 한종서를 처단하고 감옥에 갔다면 지금 이 시간, 네 누나가 겪은 일은 누가 막았겠어?”하도원의 말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가슴을 때렸다.김유민의 표정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호하던 얼굴이 어느새 공허해지고 자신감이 서서히 꺼져갔다.그는 전에 나중에 벌어지게 될 일은 하나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임서율을 아프게 한 사람들을 죄다 없애려고 했으니까.김유민은 본래 억지를 부리는 성격이 아니었으니 하도원의 말에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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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하도원은 가볍게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내가 지금 여기서 뭐라 보장한들 네가 믿을 것 같진 않네. 넌 원래 말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타입이잖아.”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김유민은 언제나 누군가의 말보다 자기 눈으로 본 걸 더 믿는 사람이었다.하도원은 차분히 이어 말했다.“내가 너희 누나한테 진심인지 아닌지 그건 네 두 눈으로 직접 보면 알겠지.”김유민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둘은 병실로 돌아가려 했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김유민이 하도원의 팔을 붙잡았다.“근데 그 두 사람, 싸우는 거 아니겠죠?”“설마.”김유민은 성이안이 들어올 때의 차가운 표정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근데 이상하게 느낌이 좀 그래요. 아까 성 대표님 표정 완전 안 좋던데.”하도원은 그 순진한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낮게 깔린 웃음소리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울렸고 묘하게 듣기 좋았다.김유민은 하도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남자는 외모든 능력이든 정말 완벽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마 누나가 그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겠지 싶었다. 누나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 외의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그는 문득 예전에 봤던 여자들의 싸움이 떠올랐다. 그 전투력은 남자들 못지않았다.괜히 긴장한 그는 슬쩍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대표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먼저 들어가 보세요.”하도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천천히 문을 밀어 열었다.“성 대표님, 그럼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진행해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바로 말씀 주세요.”하도원과 김유민은 그 장면을 보고 동시에 멈춰 섰다.임서율은 그들을 보며 물었다.“돌아왔어요?”“응. 다 이야기 끝난 거야?”하도원은 잠시 놀랐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임서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네.”김유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서율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입술이 말라 있는 걸 보고 그는 얼른 물을 따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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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네, 맞아요.”“지금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임서율은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왜 저희가 조사를 받아야 하죠? 당시 상황은 이미 충분히 파악하셨을 텐데요. 그 세 사람이 먼저 접근해 저와 제 친구를 희롱하고 더 나아가 강제로 잠자리를 가지려고 했어요.”임서율의 말투는 차분하고 객관적이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듣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녀는 감정보다 이성이 앞섰다.그 세 사람의 성격을 잘 아는 이상,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들이 거짓말로 뒤집어씌울 수도 있었다.경찰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쪽에서 두 분이 먼저 유혹했다고 진술했습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성이안은 흥분하며 소리쳤다.“말도 안 돼요! 우리가 언제 유혹했다고요! 제가 혼자 바닷가를 걷고 있었는데 그들이 먼저 다가와 추근거리고 거절하자 바로 폭력을 썼어요! 이 친구는 저를 찾으러 왔다가 봉변을 당한 거고요. 그 자리에 증인들도 있었어요!”“그 부분은 저희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변 상인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은 밤이 너무 어두워서 정확히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게다가 지금은 관광 성수기라 다들 정신이 없어 상황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그럴 리가 없어요!”성이안은 더 흥분했고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거예요. 분명 저희 쪽을 본 상인들이 있었다고요. 그 남자들이 협박한 걸 수도 있어요!”경찰들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걸 입증할 증거가 필요합니다. 증거 없이 그 세 사람이 협박했다고만 말씀하시면 저희가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증거요? 제가 증인이에요! 그 남자, 송두식이라는 사람이 직접 말했어요.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요!”“피해자 진술은 참고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결정적 증거는 되지 않습니다. 혹시 두 분 사이에 다른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걸 근거로 곧바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순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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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경찰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됐습니다, 일단 같이 가시죠.”임서율이 이불을 젖히려 하자 하도원이 급히 다가왔다.“지금 몸으로 괜찮겠어?”“걱정 마요. 이제 거의 다 회복됐어요.”막 깨어났을 땐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그래도 하도원은 여전히 불안한 듯 임서율의 팔을 살짝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부축해줄게. 그래도 조심해야 해.”임서율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경찰서에 도착하니, 그곳엔 이미 송두식과 그의 일행이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성이안의 머릿속엔 그날 밤의 끔찍한 장면들이 다시 밀려왔다.그런데도 세 사람은 여전히 뻔뻔했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휘파람까지 불고 있었다.마치 여기가 경찰서가 아니라 자기 집 거실인 양 태평스러웠다.그중 한 명, 송두식은 성이안과 임서율을 보자 못다 한 짓을 다시 상상하는 듯한 불쾌한 눈빛을 보였다.순간 성이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어금니가 저리도록 이를 악물었다.“쓰레기 같은 것들!”“아가씨, 먹을 건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제대로 해야지. 우리한테 먼저 들이댄 건 당신들이잖아? 지금 와서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성이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뭐라고? 우리가 언제 당신들한테 들이댔다고 그래? 짐승만도 못한 것들, 분명 당신들이 우리를 성추행했잖아!”“증거는?”송두식이 피식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성이안은 주먹을 꽉 쥔 채 한순간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에겐 확실히 증거가 없었다. 도대체 왜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증거가 이토록 모호한지 이해되지 않았다.실제로 일이 벌어지고 병원에서 남성의 정액이라도 검출돼야 사실로 인정받는 건가?그녀는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손에 칼이라도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저 인간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싶었다.임서율은 성이안의 어깨가 다시 격하게 들썩이는 걸 보고 서둘러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성 대표님, 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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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하도원은 상대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며 번쩍 들어 올렸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매서워 숨이 절로 막힐 지경이었다.“똑바로 말해. 더러운 말밖에 못 뱉겠다면 차라리 다물고 있는 게 나을 거야.”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담긴 경고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상대는 하도원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버려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못했다.결국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내 말, 알아들었나?”하도원이 낮게 묻자 남자는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끄덕였다.“들, 들었어요.”그제야 하도원이 손을 풀었다.남자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자, 뒤에 있던 송두식이 재빨리 팔을 붙잡아 겨우 세워줬다.송두식은 짜증스럽게 그를 노려보았다.“겁쟁이 같으니라고. 여기 경찰서야, 이 새끼야. 저 놈이 뭘 할 수 있을 줄 알아?”하지만 남자의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형님, 저 사람 눈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저 왠지 안 좋은 느낌이 들어요. 혹시 저 사람 보통내기가 아니면 어쩌죠? 우리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송두식이 화가 나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멍청한 놈! 이 와중에 겁부터 먹냐? 내가 뭐랬어, 우리한테는 빽이 있다고! 겁먹을 필요 없어. 걱정 붙들어 매라고!”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정확히 하도원의 귀에 들어갔다.하도원은 검은 정장을 단정히 입고 있었는데 여기 있던 깡패들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임서율을 부축해 의자에 앉힌 후, 옆자리에 기대앉으며 낮고 유유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한마디에 파출소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지금이라도 당신들이 한 짓을 전부 자백해. 분명히 말해두지만 당신들 친척이 시장이든, 경찰 간부든 내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어.”“운 나쁘면 그 친척이라는 사람도 당신들 덕분에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겠군.”어떤 사람들은 타고난 아우라가 있었다.똑같은 말을 해도 다른 사람의 입에서는 평범하게 들리지만 하도원의 입에서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있었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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