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사과할게.”하도원은 담담히 말했다.잘못한 건 잘못한 거다. 그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 말이 성이안의 가장 예민한 곳을 건드린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에 분노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정말 너무하네. 한 사람의 진심을 짓밟고 그걸로 다른 사람을 시험하다니. 도원 씨, 나 당신이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 오늘 확실히 알았네.”그녀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속의 죄책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성이안은 싸늘한 눈길로 하도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까까지만 해도 서율 씨 일은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화가 나서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나 때문에 다칠 일도 없었겠지.”“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원 씨, 당신도 아무 책임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날 술집에서 당신이 나한테 한 말들, 그게 나한테 얼마나 상처 줬는지 알아?”“그러니까 오늘 서율 씨랑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당신 책임이 절반은 있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 곧장 옆 진료실로 걸어갔다.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병원 복도에는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환자들과 간호사들이 하나같이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저 사람 뭐야? 잘생겼는데 완전 쓰레기 아니야?”“그러게, 방금 그 여자 말 들어보니까 수술실 안에 있는 여자를 좋아했대. 그런데 아까 그 여자를 이용하면서 떠봤다던데?”“그런데 떠보기는 성공한 것 같던데?”막 병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간호사가 혀를 찼다.“와, 진짜 너무하네. 사람 마음을 그렇게 가지고 놀다니.”나이든 간호사는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흥분할 일도 아니야. 결국 다 자기 욕심 때문에 그러는 거지.”“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이용하는 건 아니잖아요?”신입 간호사가 반박하자 나이든 간호사는 비웃듯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널 어떻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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