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조하게 서 있던 양지우였다.양지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다급히 다가왔다.“서율아, 얘기는 잘했어? 설마 또 싸운 건 아니지?”임서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냥 할 말 다 했어. 그게 싸운 거라면 뭐 어쩔 수 없지.”그녀는 어쨌든 더는 손해 볼 생각이 없었다.양지우는 오히려 그게 걱정이었다. 임서율이 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너무 세게 받아쳐서 임태규가 병원 신세라도 지면 큰일이었다. 그러면 임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들고일어날 게 뻔했다.“별일 없다니 다행이다.”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자 임서율은 작게 중얼거렸다.“그런데 도원 씨 쪽은 잘 됐을까 모르겠네.”...그 시각, 병원.차진만은 이미 응급수술실로 옮겨졌고 차주헌과 강수진은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의 얼굴엔 공포와 혼란이 뒤섞였다.강수진은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흑, 어떻게 이런 일이...”차주헌은 애초에 불임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벅찼다. 그런데 옆에서 강수진이 계속 울자 짜증이 확 올라왔다.“너는 언제까지 울기만 할 거야? 이 나이 먹도록 우는 것밖에 할 줄 몰라?”그는 결국 폭발했다.강수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오히려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내가 울고 싶어서 우는 줄 알아? 차주헌, 네가 오늘 그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만 않았어도 할아버님이 이렇게 쓰러지지 않았을 거야!”“그걸 내 탓으로 돌려?”차주헌의 두 눈마저 붉게 충혈됐다. 그는 손가락으로 강수진을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쳤다.“그 지경이 되기까지 네가 한 짓은 생각 안 해봤어? 강수진, 네가 말하던 사랑이 이런 거야?”“그래, 나도 사랑했어!”강수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난 내 인생 전부를 너한테 걸었어. 그런데 네 마음속엔 언제나 임서율뿐이었잖아!”두 사람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수술실 앞 복도에 울려 퍼지는 싸움 소리에 하도원이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싸우고 싶으면 나가서 싸워. 여긴 병원이야.”그가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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