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841 - Bab 850

860 Bab

제841화

공항 VIP 라운지. 하도원이 낮은 목소리로 진승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진승윤은 옆에 서서 두꺼운 일정표에 주의 사항들을 빼곡히 적고 있었다.임서율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하도원은 즉시 다가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다 끝났어?”“네.”임서율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문득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는 냉정하고 차가웠으며 눈빛은 마치 얼음이 얼어붙은 듯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깊은 눈동자는 조명 아래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그 안에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탑승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하도원은 그녀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한참 동안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매만졌다.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매일 밤 영상 통화하자.”그는 김유민과 진승윤 쪽으로 돌아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잘 보살펴.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보고하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거야.”김유민은 차렷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 대표님, 염려하지 마십시오.”진승윤도 뒤따라 약속했다. “저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잘 모시겠습니다.”탑승구 유리창에는 서로 기대선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임서율은 발끝을 세워 그를 끌어안았고 턱을 그의 단단한 어깨에 기댔다. “기다려요.”“응.” 하도원은 그녀를 더 꽉 감싸안았다.탑승구 끝에서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도원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그의 몸에 쏟아졌다. 휴대전화에 임서율이 보낸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도원 씨 재킷 캐리어에 넣어놨어요. 외국은 밤엔 추우니까.]그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에서는 다정함이 거의 흘러넘칠 듯했다.하도원은 차를 몰아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온 힘을 다해 업무에 몰두했다. 회사의 현재 상황이 온전히 임서율 덕분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에게 주었다. 임서율을 위해서라도 그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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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나 예전부터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어. 하 대표님이 차씨 가문 사생아라는 소문.”“세상에! 그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입조심해.”“됐어, 됐어. 그만해. 하 대표님이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잘해 주시는데 여기서 이런 얘기 하는 건 정말 아니야.”사람들의 대화는 거기서 멈췄다....임서율이 A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멀리서 누군가 팻말을 들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율이 씨...”임서율은 하도원의 강아지와 가까이 접촉하기 전에는‘율이’라는 이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졌다.심민호가 다가와 그녀를 열정적으로 껴안았다.임서율은 심민호를 맘에 안 든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나한테 율이 라고 부르지 말아요.”“왜요? 율이가 듣기 싫어요? 그럼 어떻게 불러줄까요? 서율 할머니? 서율 이모?”임서율은 체념 한 듯 눈을 한 번 굴리고는 독설가인 심민호와 논쟁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도 두 사람은 함께 일할 때 크고 작은 일로 다투기 좋아했다.하루 종일 입을 열 기회만 있으면 쉴 새 없이 시끄럽게 굴었다.“내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길 못 찾을까 봐 온 것도 아니고.”그녀는 오기 전에 심민호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굳이 마중 나올 필요 없다고 말했다.[내가 왜 마중을 나가요.]문자로는 이렇게 삐딱하게 답장 해놓고 몰래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것이다.“율이 씨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내가 공항에 온 지 오래돼서 그냥 구경하러 왔는데, 그것도 안 돼요?” 심민호는 그녀의 옆에 놓인 짐을 힐끗 보더니 바로 손을 뻗어 들어 올렸다. “쯧쯧, 짐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요? 하 대표님이 율이 씨를 쉽게 부서지는 유리잔처럼 꽁꽁 감싸서 보내진 않던가요?”“민호 씨는 입이 그렇게 거칠어서야 여자 친구를 사귈 수나 있겠어요?”임서율은 그를 흘겨보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진승윤은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아니, 저...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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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이미 다 준비해 뒀고 알아도 봤어요. 하지만 그분을 모셔 올 수 있을지는 율이 씨한테 달렸죠.”심민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율이 씨도 잘 알겠지만 그 의사는 성격이 별나기로 유명해요. 게다가 몇 년 전 의료 사고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그때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으면 그 환자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임서율도 여기에 오기 전에 그 사건에 대해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그 의사는 이전에 수많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고 거의 실수가 없었다. 하지만 5년 전의 한 사건이 그에게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남겼다.당시 어시스트는 막 입사한 젊은 의사였는데 기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저농도 헤파린’을 ‘생리 식염수’인 줄 알고 주 집도의에게 건넸다.의사는 건네받을 때 습관적으로 이름을 확인했지만 보조가 잘못된 트레이를 건넸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약물이 주입되자 환자의 응고 기능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고 의사는 즉시 투약을 중단하고 심폐 소생술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쳐 합병증으로 이어졌다.이 사건은 의사가 수년 동안 안고 있는 마음의 짐이 되었다.심민호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율이 씨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 지난 몇 년 동안 가족들도 많은 의사를 찾아 치료 받게 했지만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도 다 소용이 없었어요. 오히려 병세가 점점 악화되었죠.”임서율도 이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이 양지우의 유일한 기회였기에 최선을 다해 시도해야 했다.“그래요. 일단 호텔로 가요. 가면서 얘기해요.”“네.”임서율이 진승윤과 김유민에게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이 또 무슨 일로 얼굴을 붉히며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임서율은 김유민이 나이는 어리지만 밖에 나가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어색하게 심민호를 바라보았다.“미안해요. 내가 가볼게요.”임서율은 앞으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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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이 말은 아무리 해결책을 찾아냈어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는 뜻이었다.진승윤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임서율이 하 대표님을 돕기 위해 자신의 앞날조차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양손으로 차 시트를 짚고 임서율에게 말했다.“임 대표님, 이 일은 아무래도 하 대표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승윤 씨, 이 일은 도원 씨한테 절대 말하면 안 돼요. 그 사람이 지금 간신히 투지를 되찾고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알리면 하 대표 성격상 어떻게 행동할 것 같아요?”진승윤이 말했다. “아마 하 대표님은 재호 그룹을 통째로 팔아서 이 공백을 메우거나 아니면 당장 파산을 선언하실 겁니다.”임서율은 그에게 곧바로 물었다. “그게 승윤 씨가 바라는 결과예요?”임서율의 말은 언제나 핵심을 꿰뚫고 정곡을 찔렀다.진승윤의 침묵은 모든 것을 설명했다.그는 사실 하도원이 자신의 회사를 팔아 임서율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하도원 곁에 너무 오래 있었고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가 무너져서는 안 될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임서율은 진승윤의 눈 속에서 죄책감을 보았지만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것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승윤 씨, 마음 불편해할 필요 없어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나도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도원 씨를 위하는 마음 하나였으니까.”진승윤은 심호흡 하며 그 순간 결심했다.“임 대표님, 저 진승윤은 평생 하 대표님의 그림자였어요. 앞으로는 임 대표님의 그림자이기도 할 겁니다. 저희에게 시킬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키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돕겠습니다.”임서율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어요.”심민호는 그사이에 그들에게 물 한 병씩 건넸지만 유독 임서율에게만 생수가 아닌 보온병을 건넸다.임서율 자신도 순간 멍해졌다. “나한테 왜 보온병을 주는 거예요?”“예전에 위장이 안 좋았잖아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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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임서율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짐을 정리하다가 노트북을 꺼내 들고는 고개를 돌려 김유민과 진승윤에게 말했다.“먼저 방으로 돌아가요. 여기는 내가 혼자 정리할 수 있어요. 이따가 아래층 식당에서 만나요.”진승윤과 김유민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알겠습니다.”김유민은 나가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임서율을 돌아보았다.“누나,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응, 걱정하지 마.” 임서율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김유민과 진승윤은 방으로 돌아왔다. 이곳이 마침 여행 시즌이라 객실이 부족하여 두 사람은 한방을 쓰게 되었다.임서율은 대충 짐을 정리한 후 노트북을 꺼내 검색해 보았다. 그 의사의 이름이 일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과연 그의 경력은 매우 화려했다. 원래 국내외를 막론하고 명성이 자자했다. 많은 병원에서 고액 연봉으로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하지만 몇 년 전 수술대 위에서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명성을 잃었으며 심지어 민간 병원조차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일라이는 이후 절망하여 매일 집에서 멍하니 지내며 죄책감 속에서 살았다. 시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레 심각한 불안장애를 앓게 되었다.그의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둘이서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한다...임서율은 글을 다 읽고 나서 일라이라는 의사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직업이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을 우러러보게 만들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신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모두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몇 년 동안이나 침체되어 있던 의사에게 다시 메스를 들게 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왜 심민호가 그녀에게 먼저 이 의사의 배경을 알아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임서율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순간 강한 압박감이 가슴 깊숙이 밀려왔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양지우에게 이것이 유일한 기회였기에 반드시 이 의사를 모셔가야 했다.그녀는 짐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챙겨 진승윤과 김유민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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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고마워요.”종업원이 이내 메뉴판을 들고 떠나자 임서율은 휴대전화 속 하도원을 보며 놀리듯 말했다.“하 대표님, 정말 몰라봤네요. 가는 곳마다 대표님 팬이네요.”하도원은 서류를 보다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 탓인가?”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검은 눈동자로 화면 속 임서율을 응시했다.“근데 도원 씨도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데.”임서율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전혀 아니거든.”하도원은 헛기침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진지함을 담아 말했다.“됐어. 장난은 그만하고. 그 의사를 데려올 확률은 몇 퍼센트야?”임서율은 잠시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오기 전에는 6, 70퍼센트 정도였는데 그 의사 이력서를 보고 나니 30퍼센트. 아니, 그 이하일지도 모르겠어요.”“그렇게 낮아?” 하도원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평소에 뭐든 의욕적으로 하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소극적인 건 처음 보네.”임서율은 한숨을 쉬었다. “도원 씨도 직접 알아보면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이따가 이메일 확인해 봐.” 하도원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시선을 집중했다.임서율은 마침 노트북이 옆에 있어 바로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일라이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있었다. 심지어 그의 어린 시절 경험과 최근 생활 상태까지 포함된 것을 보고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아래로 스크롤 할수록 더 놀랐다.“이런 정보는 어디서 구한 거예요?”임서율은 이 의사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심민호에게 조사를 부탁했었다. 심민호는 그 의사 가족이 보안을 너무 철저히 해서 다른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했었다.그녀 스스로도 시도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그런데 하도원이 이렇게 어려운 것을 구해낼 줄은 몰랐다.손끝에서 펜을 돌리는 하도원의 손놀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어디서 구했는지는 상관없어. 네가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돼.”그는 임서율이 밖에 오래 머무는 것을 불안해했다. 진승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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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그가 이렇게 억지 부리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임서율은 한참 동안 입술을 깨물고 망설이다가 재빨리 화면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 앞에서 살짝 “쪽” 소리를 냈다. 불이 화끈거려 금세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화면 너머의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고 눈가는 웃음기로 가득했다. 주변을 감싸던 차가운 기운마저 부드러워졌다. “됐어, 이제 안 놀릴게. 내일 일라이를 만나러 갈 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정 안 되면...”“안 된다는 건 없어요.” 임서율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지우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하도원은 그녀의 단호한 모습을 보더니 결국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전화해.”“알았어요.”영상 통화를 끊은 임서율은 뜨거워진 뺨을 만졌다. 키스할 때의 온기가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은 뒤 테이블 위의 진료 기록 클립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 양지우의 최근 검사 보고서가 있었고 모든 페이지에 중요 사항이 표시되어 있었다.다 읽고 나서야 진승윤과 김유민이 왜 식사를 하지 않는지 의식했다.“뭐 하고 있어요? 얼른 밥 먹어요. 이따가 우리 택시 타고 일라이 의사 집으로 가봐요.”진승윤은 턱을 괴고는 포크로 접시 위의 스테이크를 건성으로 찔러대고 있었다.“방금 느끼한 거 먹었더니 갑자기 배부르네요.”김유민도 맞장구쳤다. “저도요.”임서율은 포크로 그들의 머리를 한 대씩 쳤다. “두 사람 정신 좀 차려요”김유민과 진승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살며시 웃었다.이 화제가 지나간 후 진승윤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임 대표님, 우리 내일 그 의사 집에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임서율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안 가면 시간이 부족할까 봐 그래요. 게다가 그 의사의 상황이 워낙 복잡해서 솔직히 내가 그분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 일찍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진승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식사하고 바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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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하지만 임서율은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는 억지로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 장비들의 금속 피로 균열은 가장 정밀한 탐지기로도...”“꺼져!” 일라이는 갑자기 뒤로 물러서다가 뒤에 있던 화분대와 부딪혔고 도자기 파편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 일은 다시 언급하지 마!”대문이 ‘쾅’ 하고 닫혔고 안에서는 물건을 부수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임서율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손에 쥔 서류봉투는 구겨져 모양이 일그러졌다.김유민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누나, 이제 그만하죠. 저 상태로는...”“좀 더 기다려.” 그녀는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혼자 있으니 진정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라.”세 사람은 문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서 있었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햇빛이 기둥의 초인종을 비껴갔다. 임서율은 한숨을 쉬더니 서류봉투를 대문 틈새에 끼워 넣었다. “일단 돌아가자.”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택시는 시내 광장을 가로질러 달렸고 비둘기들이 분수대 근처에서 날아다녔다. 창밖을 바라보는 임서율의 눈시울이 시큰해졌다.막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심민호가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두 시간 전에 나갔다고 하던데 일라이를 찾아갔었어요?”임서율은 약간 쓸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시선이 임서율의 얼굴을 한 바퀴 훑더니 바로 대답을 알아챘다. “실패했군요?”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어서 대화가 아예 불가능했어요.”“그건 신경 쓰지 마요.” 심민호는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구석으로 끌어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율이 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이미 본사 쪽으로 들어갔어요.”심민호는 짜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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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임서율은 호텔로 돌아와 가장 먼저 심민호가 준 USB 메모리를 노트북에 꽂아 내용을 확인했다. 그 내용을 보자마자 그녀는 놀라움과 동시에 기쁨을 금치 못했다.이 약점을 이용하면 안나가 그녀의 책임을 과하게 추궁하지는 못할 것이다.안나는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 그녀에게 꽤 많은 함정을 파 놓았었다. 자신이 안나에게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양보했는지 안나 본인이 잘 알고 있을 터였다.또한 과거에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큰 파장이 일어날 뻔했을 때 그녀가 간신히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모든 문제가 안나의 것이었지만 당시 안나는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그녀에게 떠넘겼었다.임서율은 자신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안나가 도움을 많이 주었기 때문에 그때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았었다.그녀는 노트북을 끄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면서 온몸의 모공이 열렸고 욕조에 눕는 순간 온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피로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졸음이 몰려왔다.바로 그때 하도원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임서율은 가운을 입고 침대에 엎드린 채 방금 드라이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화장이 지워진 얼굴은 피부가 맑고 투명하여 오히려 청순한 아름다움을 풍겼다.그녀는 가느다란 몸매에 하얀 두 다리를 자유롭게 흔들고 있었다.두 손으로 턱을 괴고 화면 속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는 하도원을 보며 물었다.“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일하고 있어요?”“네가 나한테 일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하도원은 흰색 셔츠만 입고 있었고 단단한 팔뚝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펜을 쥐고 고개를 숙인 채 종이에 무언가를 쓱쓱 쓰고 있었다.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는 하도원이 그녀의 한마디에 이렇게 진지하게 반응할 줄은 정말 몰랐다.하도원은 평소에 매우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외부의 영향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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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세상에!도대체 지금 무슨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은 건가. 하 대표는 운성의 하늘이 내린 인재이자 한때 운성의 명맥을 장악했던 분인데, 지금 한 여자에게 이렇게 정복당했다니.게다가 하 대표의 표정이 어땠는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애정이 가득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그는 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하 대표를 이렇게 홀렸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하도원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숙여 임서율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이어서 그는 전화를 끊지 않고 나근우에게 물었다.“서류 줘.”나근우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서류를 건넸다. 하도원이 서류를 보는 틈을 타 나근우는 하도원의 휴대전화 속 여자를 몰래 훔쳐보려 했다.곁눈질 하려던 순간, 하 대표가 눈치챘는지 아니면 본능적인 것인지 손을 뻗어 휴대전화 화면을 책상에 엎어 놓았다.나근우는 민망하게 시선을 거두었다.하 대표가 이 여자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쳐다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니.하도원의 손가락에 끼워진 펜이 서류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근우의 등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17페이지.” 잠시 후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사무실 에어컨 소리보다도 두 단계는 더 낮았다. “화동 지역 시장 점유율 예측에 3년 전 소비 데이터를 사용했군.”펜 끝이 그 숫자 위에 무겁게 찍혔다.“북성의 경제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나근우는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이미 확인을 마쳤다고 했습니다.”“지난주에 막 나온 분기 보고서에 화동 지역 고급 장비 침투율이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이 기획안에서는 증가율을 5%로 설정했어.”그는 서류를 책상 앞으로 밀쳐냈다. 종이가 책상 위에 스치며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를 냈다. “경쟁업체에 살길을 열어주려는 거야 아니면 우리 재호 그룹이 아직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야?”이 서류를 나근우가 작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도원의 말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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