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801 - Chapter 810

818 Chapters

제801화

누렁이는 임서율을 보는 순간, 두 귀를 쫑긋 세우면서 물기 어린 눈을 반짝였다. 강아지의 눈빛 속엔 오직 주인만 담겨 있었다.누렁이는 곧장 임서율에게 달려들었고 임서율은 허리를 숙여 녀석을 안아 올렸다.누렁이는 앞발로 그녀의 팔을 계속 긁으며 들뜬 듯 낑낑거렸다.“누렁아, 요즘 잘 지냈어? 나 보고 싶었지?”임서율의 말을 알아들은 듯 누렁이는 ‘멍!’ 하고 두 번 짖었다.그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때 뒤에서 하도원이 들어왔다.“어때, 기분 좋지?”임서율은 바닥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봤다.“언제 데려온 거예요?”“어제. 사실 좀 전부터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혹시라도 스트레스 받을까 봐 조심했어. 거기 있을 때 이미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쳐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된 뒤에야 운송했지.”임서율은 마음이 벅차올랐다.“이 아이랑 인연이 참 깊어요.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내 목숨을 구해준 적도 있어서, 그때부터 꼭 데려오기로 했거든요.”하도원은 문가에 기대어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율이 때문에 누렁이를 키우기로 한 거야?”“네. 사실 전엔 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율이를 키우다 보니 개들도 이렇게 사랑스럽구나 싶더라고요.”그녀는 웃으며 다시 누렁이를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털이 볼을 간질였고 누렁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품 안에서 몸을 비볐다. 목에는 그녀가 떠나기 전 달아준 파란색 방울이 여전히 달려 있었다.문득 율이가 떠올라, 임서율은 걱정스레 물었다.“율이는 누렁이랑 품종이 다르잖아요. 둘이 잘 지낼 수 있을까요?”혹시 율이가 누렁이를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었다.하도원이 물었다.“누렁이는 암컷이지?”“네, 예전에 데려올 땐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어요. 그래서 좀 곤란할 때도 많았죠. 산책만 나가면 어디선가 수컷들이 나타나서 들러붙곤 하니까요. 그때마다 쫓느라 진땀 뺐어요. 중성화도 한 번 생각했었는데...”“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율이는 수컷이거든. 둘이 궁합이 딱 맞
Read more

제802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누렁이와 율이는 이미 서로 코를 맞대고 있었다.임서율은 둘이 싸우지 않는 걸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혹시 누렁이와 율이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었다.그럴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잠시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겨우 다시 만난 누렁이와 또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했으니까.이제 누렁이 문제는 해결됐고 임서율은 하도원에게 상의할 다른 일이 있었다.“오늘 지우를 만났어요.”“응?”하도원이 몸을 숙여 누렁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누렁이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머리를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임서율이 감탄하듯 혀를 찼다.“이거 참 이상하네요. 예전엔 아무한테도 손을 못 대게 했거든요. 회사 동료들도 몇 달을 들락날락해야 겨우 익숙해졌는데.”“왜 당신한텐 이렇게 친근하죠? 이건 그냥 호감이 아니라 거의 애정 수준인데요.”하도원이 웃으며 누렁이의 턱을 긁자 누렁이는 눈을 감고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아마 내가 네 미래 남편이라 그런 거겠지. 개는 다 알아.”임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이야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하도원은 그녀가 말이 없자 조급해하지 않고 다시 본론으로 돌렸다.“그래서 지우 씨가 뭐라던데?”“지우 검사 결과 간암이래요. 중기에서 말기 사이쯤 된 것 같다고. 당신 혹시 믿을 만한 의사 알아요? 다른 병원 가서 다시 검사해봤으면 해서요.”“혹시 오진일 수도 있잖아요.”하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만약 큰 병원에서 진단받은 거라면 틀릴 확률은 거의 없을 거야. 그래도 알아볼게. 괜찮은 의사 있는지 찾아보지.”“부탁해요. 가능한 한 빨리요. 지우는 성격이 급해서 이런 일 오래 끄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 거예요.”임서율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양지우가 그런 병을 앓게 될 줄이야. 그녀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힘들었는데, 하늘은 왜 그녀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걸까.하도원은 임서율의 마음이 꽤 무
Read more

제803화

“네, 다 처리됐어요. 그쪽에서 내일이면 풀려난다고 했어요.”“그럼 내일 나랑 같이 가자.”김유민이 의아해했다.“왜요? 난 임유나가 거기 더 있는 게 좋은데요. 지금 풀어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건데 누나는 왜 굳이 마중까지 가려는 거예요?”“확실히 말해둬야 할 게 있어. 풀려나는 순간부터 걘 시한폭탄이야. 지금 선을 그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우리까지 엮일 수 있어.”그제야 김유민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임유나가 다시 손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알겠어요. 그럼 내일 전화 줘요. 누나 데리러 갈게요.”“응.”전화를 끊은 임서율은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잠시 후, 하도원이 욕실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하루의 피로가 밀려온 듯 서로에게 기대 잠이 들었다.요즘 들어 하도원은 잠들기 전에 굳이 임서율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만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했으니까.다음 날 아침, 하도원이 아직 깊이 잠든 틈을 타 임서율은 살짝 몸을 일으켰다. 또 이것저것 잔소리처럼 묻기 전에 조용히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녀는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인간은 자는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하도원은 자는 모습마저 눈부셨다. 게다가 어제 먼 길을 달려 누렁이를 데려온 걸 떠올리자 가슴이 따뜻해졌다.임서율은 조심스레 몸을 숙여 그의 입술을 맞추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안도하며 집을 나섰다.거실로 내려가니 누렁이와 율이가 소파 위에서 나란히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쪽이 포근해졌다.그녀는 둘을 깨우지 않고 살금살금 현관문을 열었다.밖에는 이미 김유민이 차를 세워두고 기다리고 있었다.임서율이 차에 오르자, 김유민이 준비해둔 아침을 내밀었다.“누나, 아침 좀 먹어요. 빈속으로 나가면 속 버려요.”“괜찮아. 요즘은 아침에 입맛이 없어.”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속이 울렁거
Read more

제804화

”그리고 협의서에 명시돼 있듯이, 해성 그룹의 상속권은 포기하고 앞으로 임씨 가문과 관련된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마.”임유나는 홱 고개를 들더니 협의서를 탁 치며 밀쳐냈다.“임서율,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 그건 원래 임씨 가문의 거고 거기엔 내 몫도 있어!”“원래?”임서율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그럼 네가 정설아랑 짜고 아빠 검사 결과를 조작할 때는 임씨 가문의 딸이라는 걸 잊었었니?”그녀는 한 발 다가서며 낮게 쏘아붙였다.“다음번엔 그렇게 운이 좋을 거라 생각하지 마, 임유나. 계속 그렇게 살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그때 김유민이 또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정설아의 자필 진술서였다. 그 안엔 두 사람이 어떻게 재산을 빼돌릴 계획을 꾸몄는지 세세히 적혀 있었다.임유나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사인해. 그럼 살 길은 있어.”임서율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다음번엔 구류가 아니라 진짜 감옥행이 될 거야.”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낙엽 몇 잎을 흩날렸다.임유나는 서류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 만큼 꽉 쥐었다. 그녀는 결국 이를 악물고 이름을 써내렸다.임서율은 사인된 협의서를 챙기고 차 문을 열었다.그 순간, 임유나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왜 갑자기 나를 풀어준 거야?”임서율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 담담히 말했다.“너랑 상관없어.”임유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하,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내가 널 몰라? 네가 그렇게 쉽게 날 놓아줄 리가 없잖아.”“알면 밖에서 얌전히 지내. 내가 너를 풀어줄 수 있다면 다시 집어넣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마.”임유나는 멀어져 가는 차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현실을 깨달았다.이 외진 구치소 근처엔 택시 한 대도 없었다. 지갑도, 전화기도 없는 그녀가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막막했다.그 와중에도 분노가 치밀었다.‘임서율, 정말 못됐어. 차를 몰고 와놓고 왜 나까지 태워주지 않은 거야. 지금 이 꼴로 어떻게 돌아가라는 건
Read more

제805화

임서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우리 아빠가 돌아가셨대.”김유민은 충격에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나도 몰라... 설마 내가 오늘 아빠 자극해서 그런 걸까?”집에 돌아갈 때 하도원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그녀는 죄책감이 들었다.이미 임규한의 건강 상태가 위태롭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녀는 참지 못하고 쓴소리를 다 쏟아냈다.김유민은 그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임서율이 예전처럼 또다시 모든 책임을 자기 탓으로 돌릴까봐 걱정됐다.그는 급히 달래며 말했다.“누나, 너무 자책하지 마요. 이건 누나 때문이 아니에요. 회장님 상태는 예전부터 안 좋았잖아요. 다만 그 시기가 오늘이었을 뿐이에요.”그는 임서율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었다.“누나, 내 말 믿어요. 이건 정말 누나 때문이 아니에요. 그래도 마음이 걸리면 병원 가서 의사한테 직접 물어봐요. 정말 충격 때문에 돌아가신 건지 확인해보면 되잖아요.”임서율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으로 얼굴을 한 번 훔쳤다.‘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절대 무너지면 안 돼.’비록 생전에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졌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한 가족이었다. 게다가 지금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더 이상 따져봐야 쓸모없었다. 딸로서 그의 마지막 길이라도 함께 하는 게 도리였다.임서율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임씨 가문 본가로 가자. 이따가 명단 줄 테니까 그 사람들 전부 연락해줘.”“알겠어요.”김유민은 그녀가 여전히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 걸 보고 그나마 조금 마음이 놓였다.곧 이 소식은 운성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원래 임서율은 시간이 나면 양지우를 찾아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소식을 들은 양지우는 바로 임씨 가문 쪽으로 달려왔다.
그 시각, 장례식장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낮게 깔린 장송곡이 흐르고 임서율과 임유나는 무릎을 꿇은 채 임규한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있었다.검은 상복 사이로 드
Read more

제806화

”그래, 서율아, 너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 잠깐이라도 들어가서 좀 쉬어.”양지우가 임서율의 팔을 살며시 부축하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쪽에 앉아 있던 임태규는 이미 예전부터 기력이 많이 쇠해 있었다. 지금은 더욱 초췌해져, 마치 단숨에 몇 킬로는 빠진 듯했다.아들을 보내야 하는 아비의 마음이 어찌 평안하겠는가.그때 임유나가 하도원을 보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다가와 인사했다.“형부.”하도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제가 왜 오면 안 되는데요. 언니가 절 풀어줬어요. 저 이제 새사람 됐으니까 앞으로 한 가족끼리 잘 지내봐요.”임유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하도원은 한결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보았다.“누가 당신을 풀어줬든 상관없어요. 그런데 임유나 씨, 아버님이 막 돌아가셨는데 당신은 슬퍼하기는커녕 나한테 웃으며 인사할 여유도 있나 보네요.”하도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친척들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순간 임유나는 자신이 너무 가볍게 굴었다는 걸 깨달았다.이내 여기저기서 속삭임이 터져 나왔다.“그러게 말이야. 서율이는 사생아라고 해도 이번 일 혼자 맡아서 처리했잖아. 장례 준비부터 연락까지 전부 서율이 비서가 했대.”“맞아, 이런 상황에 그 정도면 충분하지. 하루 종일 뛰어다녔을 텐데 언제 다 일일이 전화를 돌리겠어.”“근데 유나는 왜 저래? 옛날에 임 회장이 그 애 마음 상할까 봐 서율이를 쫓아내기까지 했잖아. 그런데 아버지 죽음에도 저런 태도라니.”“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은 남의 일인 줄 알겠네.”임유나는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으로 또 임서율을 탓했다.그래서 그녀는 임서율과 함께 있는 게 늘 싫었다.어딜 가든 사람들은 늘 두 사람을 비교했고 결국 그녀보다 임서율을 더 높이 평가했다.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자라며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었던 그녀는 그 비교가 항상 가시처럼 마음에 박혔다.하도원이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
Read more

제807화

”맞아요. 아빠가 몸이 편찮으시긴 했지만 꽤 오랫동안 상태가 안정적이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오늘 아침에 아빠를 찾아갔다가 점심 무렵에 갑자기 비보가 들려온 거예요. 그래서 집에 있는 가정부에게 직접 물어봤죠.”“가정부 말로는 아빠 상태가 원래 그렇게 나쁘지 않았대요. 적어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정도였는데 언니가 다녀간 뒤로 갑자기 몸이 나빠지셨대요. 기분도 계속 가라앉고 약도 안 챙겨 드시고 방에 틀어박혀 계시다가 열두 시 반쯤에 심장이 갑자기 멎었대요. 말 한마디도 남기지 못하고요.”임유나는 주위를 천천히 훑으며 말을 이었다.“믿기 힘들면 우리 집 가정부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집안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이라 제가 꾸며낸 건지 아닌지는 금방 알 거예요.”그녀의 말투가 너무도 단호해서 주변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의심이 번져갔다.“그러고 보니 혹시 서율이가 재산 문제로 아버지를 자극한 건 아닐까?”“그럴 수도 있지. 원래 두 사람 사이가 그 문제로 틀어졌다잖아.”“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겠는데.”“그래, 임씨 가문의 재산이 아무한테나 넘어가선 안 되지.”하도원은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마치 임서율의 죄가 이미 확정된 듯 모두가 그녀를 비난하는 표정이었다.그는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유나 씨, 아까 본인 입으로 언니가 고소를 취하해서 당신을 풀어줬다고 했었죠. 그런데 지금 사람들 앞에서 언니를 이렇게 모욕해요?”임유나는 눈을 크게 뜨더니, 순식간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저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대표님, 제가 언니를 싫어하긴 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대표님은 언니를 좋아하시니까 제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잖아요.”“사실이라고요?”고요했던 그의 눈동자 속에 억눌린 분노가 한순간에 폭발하듯 일렁였다.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여기에 있던 사람들은 당신이 자기 언니를 죽이려고 사람을 사주했던 거 알고 있어요? 그동안 밖에서 잘 살더니
Read more

제808화

김유민의 이름이 언급되자 임유나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하도원이 그를 부르기도 전에 김유민이 스스로 밖에서 들어왔다.“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임유나가 한때 누나를 죽이려고 사람을 고용하려 했다는 걸요. 왜냐하면 그 일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저니까요.”“뭐라고?”“지금 뭐라고 했어? 이 사람, 임유나한테 돈 받고 서율이를 죽이려 했던 놈이라잖아! 근데 지금은 임서율의 비서 아니야?”“맞아. 임 회장 사망 소식 전해준 사람도 저 사람이었어.”“와, 평생 들어본 일 중 제일 황당하다.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이 지금은 곁에서 일한다고?”“서율이도 대단하네.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사는 거잖아.”“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임유나는 김유민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지라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김유민의 눈빛엔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임유나 씨, 당신은 정말 역겨운 인간이에요. 누나가 선처해서 풀어줬더니 친척들 앞에서 누나를 모욕해요?”임유나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끝까지 버텼다.“김유민, 너랑 임서율이 짜고 날 모함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을 것 같아? 증거도 없이 함부로 지껄이지 마.”“증거 말이죠?”하도원이 서늘하게 말하며 뒤에 서 있던 진승윤에게 손짓했다.잠시 후, 휴대폰에서 임유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김유민, 내가 준 돈이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 어차피 너한텐 별 희망도 없으니까 이거 받고 조용히 살아. 주사만 조심해서 놓으면 임서율은 고통도 못 느끼고 죽을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그 소리가 끝나자, 진승윤이 정지 버튼을 눌렀다.임유나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녀는 뒷걸음질 치며 말을 더듬었다.“어, 어떻게... 녹음돼 있을 수가 있어? 불가능해...”하도원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모른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세상에 당신만 똑똑한 줄 알았어요? 천만에요.”임유나는 한순간 겁에 질렸지만 이내 다시 고
Read more

제809화

하도원은 손목시계를 흘끗 내려다봤다.천장의 따스한 조명이 그의 단정한 옆얼굴을 비췄다.“임유나 씨, 만약 이 증거가 다른 사람 손에서 나왔다면 당신은 의심해도 됐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알아본 거예요. 운성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를 데려와도 똑같이 소용없다고 말할 거예요.”임유나는 놀라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하도원의 실력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오늘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도망칠 기회라도 있었겠지만 상대는 하도원이었다.그때 휴게실에서 소란을 들은 임서율과 양지우가 나왔다. 두 사람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임유나와 하도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임유나는 임서율을 보자마자 동아줄이라도 만난 듯 급히 다가가, 친밀한 척 팔짱을 꼈다.“언니, 형부 아직도 나한테 많이 화난 것 같아. 나 또 잡아넣겠다는 거 봐.”김유민은 임유나의 그 위선적인 태도에 당장이라도 뺨을 후려치고 싶을 지경이었다.“임유나 씨,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어요. 진짜 역겹네요. 잘 생각해봐요, 당신이 지금 여기 서 있을 수 있는 게 누구 덕분인데요. 누나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아직 감방 안에서 썩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누나를 모함해요? 회장님 병세,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알아요. 그때 누나가 최고급 의사를 찾아오지 않았으면 회장님이 지금까지 살아 계실 수 있었겠어요?”“회장님께서 편찮으실 때 당신은 뭘 했는데요.”김유민의 말은 비수가 되어 임유나의 정곡을 찔렀다. 그녀는 자리에 굳어 선 채 아무 말도 못했다.양지우도 더는 참지 못하고는 임유나를 손가락질하며 날카롭게 말했다.“임유나 씨,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서율이가 직접 회장님과 협의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당신은 여기에 없었을 거예요. 서율이는 회장님을 자극하지도 않았어요.”“임씨 가문이 위아래로 편애가 심한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에요. 그나마 한 사람이라도 공정했다면 당신은 진작에 구치소로 돌아갔을 거예요.”“서율이가 지금까지 한 일은
Read more

제810화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제일 잘 알 거예요. 내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임유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금세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다행이도 간신히 옆의 의자를 붙잡고 겨우 버틸 수 있었다.그녀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언니, 정말 나를 이렇게 내버려둘 거야? 그래도 난 언니의 친동생이잖아. 비록 엄마는 달라도 아빠는 같은데 언니, 제발 내 인생을 이렇게 망치지 말아줘.”임서율은 건조한 시선으로 임유나를 보았다.“임유나, 내가 네 인생을 망친다고? 지금 네가 이 지경이 된 게 내 탓이니? 살인을 사주한 것도, 회사 돈을 빼돌린 것도, 회계 조작을 한 것도 전부 네가 한 짓이잖아. 그걸 내가 시켰어?”임서율은 더는 동생이라고 봐주지 않고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녀는 곧장 주변을 둘러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저희 아빠 친척이자 친구분들이죠. 저, 임서율은 이 자리에서 맹세할 수 있어요. 임씨 집안과 가족들에게 저는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임유나가 저를 여러 번 해치려 했고 심지어 제 목숨까지 노렸지만 그래도 저는 기회를 줬어요.”“전에 아빠랑 약속했었어요. 소송을 취하하고 임유나를 풀어주겠다고. 그 약속 저는 지켰지만 임유나는 어땠나요?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자기가 잘못한 건 돌아보지도 않았어요. 여러분이 뭐라 하시든 전 제 결정을 바꾸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친척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서율아, 그렇게 말하지 마. 요즘 우리가 자주 찾아오진 못했지만 네가 이 집을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는 다 알아. 솔직히 말해서, 그때 유나 데려왔다고 네 아버지가 널 내쫓은 건 정말 너무했어.”“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오래 키웠으면 정이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게 내보낼 수가 있대?”“유나가 친딸이면 뭐해? 임씨 가문 일에 관여한 적이나 있어?”“맞아. 하루 종일 돈만 펑펑 쓰고 다니잖아. 나도 전에 한 번 들렀는데 방 안이
Read more
PREV
1
...
77787980818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