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Bab 891 - Bab 900

947 Bab

제891화

“아주머니 말이 맞아.”하도원의 짤막한 한마디에 임서율도 하도원이 결혼식을 원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임서율은 곧장 생각을 돌렸다. 사실 김정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본인은 한 번도 결혼식을 치러 본 적이 없었기에 굳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렇다고 자기 생각 때문에 하도원까지 결혼식을 못 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임서율이 금세 마음을 바꾸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결혼식을 해요. 회사 일이 좀 정리되면 그때 진행하죠.”그러자 하도원의 눈가와 입꼬리에 미소가 번졌다.“좋아. 그럼 어떤 스타일로 할지 나중에 잘 상의해 보자.”그때 김정란이 번쩍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한식으로 하시는 건 어때요? 예전에 부인님과 회장님도 한식으로 하셨는데 정말 근사했거든요.”한식이라는 말에 임서율도 눈이 반짝였다.“맞아요. 한식이 좋죠. 엄마랑 아빠도 한식으로 했어요. 집에 아직도 사진이 남아 있어요.”임서율은 어릴 적부터 그 사진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했다.‘나도 아마 엄마의 취향을 닮았겠지.’그러자 하도원이 바로 결정을 내렸다.“그럼 한식으로 하자.”식사를 마친 뒤, 임서율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한숨 돌리자 김정란이 딸기와 멜론을 한 접시 들고 나왔다.배가 불렀다 싶었는데도 과일을 보는 순간, 임서율은 또 입맛이 살아났다.임서율이 딸기 하나를 집어 먹으며 웃었다.“어머, 제가 딸기랑 멜론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당연히 대표님께서 알려 주셨죠.”김정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대답했다.임서율은 뜻밖이었다.‘도원 씨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까지 알고 있었다니.’김정란은 임서율의 눈빛에 비친 놀람을 읽고 못 이긴 듯 말을 덧붙였다.“사실 대표님이 사모님에 대해 아는 건, 사모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고 깊어요.”임서율은 의외였지만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마음을 쏟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잘 알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도원은 정말 임서율에게 잘 대해줬다.그때 김정란이 부엌에서 커피를 내려오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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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회사 일이 너무 밀려 있어. 여러 건이 내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고, 내가 답을 안 주면 그쪽에서 진행을 못 해.”임서율도 같은 일을 해 온 사람이라 하도원의 말뜻을 바로 알아챘다. 회사의 최종 결재가 사실상 하도원에게 달려 있었고 게다가 지금 회사는 특히 예민한 시기였다.임서율은 하도원의 맞은편 의자를 빼고 털썩 앉았다.“그럼 제 몫도 조금 나눠 줘요. 아직 시간도 이르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너는 쉬어. 난 혼자 할 수 있어.”하도원은 조금 전에 대충 찾아본 정보가 떠올랐다. 지금 임서율에게 가장 중요한 건 휴식이었다. 원래도 몸이 약한 편인데 임신까지 겹쳤으니 더더욱 휴식이 필요했다.이 흐름대로라면 온전히 임산부 모드로 살라고 하도원이 밀어붙일 거라는 걸 임서율은 단박에 눈치챘다. 임서율은 서류 위에 손바닥을 탁 얹고 하도원과 선을 그었다.“도원 씨, 먼저 약속부터 해요. 제가 임신했다고 해서 제 활동을 제한하지는 마세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예요. 업무도 그렇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집에서만 지내는 전업주부가 되고 싶지 않아요.”사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임서율은 절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삶의 전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임서율도 그런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도원이 팔을 뻗어 임서율의 허리를 감더니 자연스레 무릎 위에 앉혔다. 따뜻한 손끝이 임서율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스쳤다.“내가 널 전업주부로 묶어 둘 사람이라고 생각해? 서율아, 우리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야. 처음 널 봤을 때부터 난 알았어. 넌 야심이 있는 사람이야.”그래서 하도원은 애초에 임서율을 집 안에 가두어 둘 생각이 없었다.임서율은 그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음속에서 걸리던 돌 하나가 스르르 굴러떨어지는 느낌이었다.임서율이 두려웠던 건, 하도원이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당연하다는 듯 가정과 육아를 전담하라 요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중심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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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내 마음속에는 누구도 대신 못하는 백 점짜리 한 여자가 있었지. 그래서 다른 사람을 봐도 늘 어딘가 한 끗 모자라 보였거든.”하도원은 말하는 내내 당당했다. 연애를 많이 해 보지 않았다는 걸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임서율은 하도원의 몇 마디에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임서율은 두 손으로 하도원의 얼굴을 감싸 쥐면서 말했다.“앞으로 누가 하 대표님이 여자를 못 달랜다고 말하면 저는 절대 안 믿을 거예요.”“너만 달랠 거야. 다른 사람은 그럴 자격이 없지.”하도원이 이마를 살짝 가져와 임서율의 이마에 톡 맞댔다.임서율은 무심결에 아랫배를 어루만졌다.“그럼... 우리 아기는요? 아기도 자격 없어요?”“있지, 있지. 특별히 한 명 더 추가할게.”하도원의 시선이 임서율의 맑은 피부와 옅게 오른 홍조를 따라갔다. 하도원은 부드러운 손길로 허리를 가볍게 감싸안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요즘은 아주머니께 제대로 널 챙겨 달라고 해야겠어. 너무 말랐어. 허리에 살이 하나도 없네.”하도원의 시선이 어느새 임서율의 쇄골 언저리에 머물렀고 그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살이 있어야 할 곳은 있네.”이런 뉘앙스를 모를 리가 없을 임서율은 하도원을 살짝 밀어내며 얼굴을 붉혔다.“도원 씨, 왜 이래요. 예전엔 이렇게 말 안 하더니... 완전히 변태 같잖아요.”지금의 하도원은 수위 조절이란 게 전혀 없었다.차갑고 도도한 외모만 보면 이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낼 사람이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 할 텐데, 하도원은 거침이 없었다.‘이러다간 큰일 나겠네.’임서율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책상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그 순간 하도원이 양손으로 임서율의 허리를 감아 다시 살포시 앉혔다.“조금만 더 얘기하자.”“더는 얘기 안 할래요.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잖아요. 오늘 밤샘한다면서요? 얼른 이 커피 마시고 업무 모드로 돌아가세요.”임서율은 책상 위의 컵을 하도원 쪽으로 살짝 밀면서 말했다.하지만 하도원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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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하도원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임서율은 벌써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하도원은 뒤에서 임서율을 살포시 안아 주며 한 손을 임서율의 아랫배에 대고 조심스레 감쌌다.“네가 잠들면 그때 다시 일하러 갈게.”임서율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졸음이 덮치는 순간 그대로 곯아떨어졌다.다음 날 아침, 임서율이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더듬었다. 시트에는 온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제야 임서율은 하도원이 서재에서 밤새워 일했겠다고 짐작했다.임서율은 머리를 대충 틀어 올려 상어 집게 핀으로 고정하고, 가디건을 하나 걸쳐 서재 문 앞에 섰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문틈으로 보니 하도원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옆에는 텅 빈 커피잔이 두 개나 있었다.임서율의 가슴이 살짝 저렸다. 하도원의 습관을 임서율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저렇게 엎드려 잠들어도 제대로 깊이 자는 게 아니었다. 이미 수면장애가 심한데 여기에 생활 리듬까지 흐트러지면 깊은 수면시간은 더 줄어들고 끝내는 잘게 부서진 얕은 잠만 남을 것이다.지금 문제의 뿌리는 회사에 있었다. 하도원이 갑자기 업무 강도를 끌어올린 건, 결국 임서율 때문이었다.‘300억... 이 거대한 빚은 누구에게든 버거울 텐데.’하도원의 회사는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임서율은 알 수 있었다. 하도원이 임서율 때문에 남은 300억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임서율은 서재 문을 소리 없이 다시 닫고 방으로 돌아가 간단히 정리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마침 김정란이 아침상을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고 임서율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아침은 몇 가지 더 준비해 봤어요. 일단 드셔 보시고 입맛에 맞는 걸로 골라 드세요.”식탁 위에는 아침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좁쌀죽,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 곁들임으로는 오이냉채와 무장아찌가 작은 접시에 가지런히 놓였다. 하얀 접시에는 껍질에 살짝 금을 낸 삶은 달걀이 담겨 있고, 옆에는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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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식사를 마친 임서율이 말했다.“아주머니, 병원에 아픈 친구 보러 다녀올게요. 도원 씨가 깨어나면 제가 다녀왔다고 전해 주세요.”그러자 김정란이 걱정스레 임서율을 붙잡았다.“사모님, 진 비서님을 불러서 모셔다드리면 안 될까요? 지금은 임신 초기라 뭐든 조심하셔야 해요.”“괜찮아요. 밖에서 택시 잡으면 돼요.”“그럼 조심하세요.”집을 나선 임서율은 택시를 부르려 했지만, 이곳은 교외라 이른 시간에는 차가 잘 잡히지 않았다. 십여 분을 서 있어도 감감무소식이라 결국 차고에서 예전에 하도원이 선물해 준 차를 꺼내 몰고 나섰다.가는 길에 임서율은 협력사와 통화를 마쳐 시간을 잡았다. 해성 그룹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아도, 그래도 회사 이름을 내걸고 움직이는 편이 혼자 개인 자격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임서율은 생각했다. 다행히 협력사는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 미팅은 점심으로 맞췄다.운전하며 임서율은 지난번처럼 하도원이 혹시 또 동선을 확인할지 떠올렸다. 하도원은 원래 일 처리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오늘도 혹시 몰랐다. 임서율은 익숙한 방법을 다시 쓰기로 하고 양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은 미리 하도원이 전화해 오면 뭐라고 말할지까지 말을 맞춰 두었다.양지우가 웃으며 받아쳤다.“알았어. 또 몰래 협상하러 간 거네? 하 대표님한테 들키지나 마. 근데 굳이 그걸 숨겨야 해? 하 대표님이 차주헌처럼 널 집에 가두면서 새장 속의 새처럼 만들 사람은 아니잖아.”“그게 아니라... 어제 임신 사실을 확인했어. 지금 도원 씨가 너무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내가 밖에서 따로 협상 다니는 건 아직 모르길 바라는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양지우가 반가움에 비명을 질렀다.“뭐라고, 서율아? 임신이라고? 세상에, 이게 무슨 경사야! 난 무조건 네 아이의 대모가 될 거야.”양지우가 덧붙였다.“물론 내가 끝까지 버텨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임서율이 바로 다잡았다.“아이, 그런 소리 하지 마. 아침부터 불길한 말은 금지야. 내가 최고 권위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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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양지우는 하도원의 불쑥 튀어나온 요구에 표정이 얼어붙었다.‘서율한테 전화를 당장 바꿔 달라니, 다음에는 이 수법은 못 쓰겠네...’게다가 오늘 하도원은 임서율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는 못 넘어가겠다는 기세였다.“괜찮아요. 기다릴게요.”양지우가 입술을 꼭 다물었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해졌다. 지금 전화를 끊을 수도 없었다. 뜬금없이 끊었다간 바로 의심할 게 뻔했다. 머리 좋은 사람을 상대할 때가 제일 피곤했다.하도원은 욕실에서 세수하며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둔 채 임서율이 전화받기만을 기다렸다.그때 진승윤이 문을 급히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주재훈 씨가 대표님의 전화가 안 된다며 급한 일로 찾습니다.”“조금 기다리라고 해.”하도원이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면서 말했다.“사람 목숨과 관련된 일이라, 지금 바로 전화 좀 달라고 합니다.”하도원은 수건을 세면대에 툭 던지며 말했다.“참 성가시네.”그는 곧장 휴대폰을 집어 양지우에게 말했다.“서율이한테 일찍 집에 오라고 전해 주세요. 늦어지면 바로 전화 주세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양지우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알겠어요. 서율이를 일찍 보내도록 할게요.”전화를 끊은 하도원은 곧바로 주재훈에게 다시 걸었다.“도원이 형, 날 좀 살려 줘!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미치는 줄 알았잖아!”“용건만 말해.”하도원은 칫솔을 집어 치약을 짰다.“나 지금 지방 출장 중이라 손을 뗄 수가 없어. 내 친구 하나가 농업 기술 프로젝트를 잡아 놨는데, 원래 오늘 점심에 미팅하기로 했거든. 근데 프로젝트 책임자가 급성 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 가 버렸어. 당장 대신 나설 사람이 없어. 이 프로젝트가 틀어지면 그 친구는 화장실에서 울다 쓰러질 판이야. 형도 알잖아, 내가 부끄럼을 잘 타서 괜히 걔한테 절대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단 말이야.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잖아.”그 말을 듣고 하도원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주재훈, 네가 부끄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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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됐어. 아부는 그만하고 구체적으로 상황부터 정리해서 말해. 나중에 문제 생겨도 나한테 책임 돌리지 말고.”“프로젝트 자료는 방금 형 메일로 보냈어.”주재훈은 하도원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도원에게 맡긴 일이라면 보통 틀어지는 법이 없었다.“좋아. 그럼 이따 끝나면 문자로 알려.”주재훈이 감격한 듯 외쳤다.“형은 정말 내 은인이나 다름없어. 그럼 이만!”전화를 끊은 뒤, 하도원은 진승윤과 함께 차를 몰아 남온 카페로 향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하도원은 주재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B05 자리에 있어. 이따 상대에게 그렇게 전해.]그러자 주재훈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오케이]그러나 20분이 지나도록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도원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날 시간이었고 표정이 곧 굳으며 불쾌한 느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옆에서 진승윤은 등을 곧게 펴고 말없이 서 있었다. 진승윤은 하도원이 일에서 한 치의 허술함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하도원이 의자 등받이에 걸어 둔 재킷을 집어 들며 낮게 말했다.“가자.”“대표님,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요? 이 프로젝트가 주재훈 씨에게는 꽤 중요한 일이라...”“너도 봤잖아. 지금 이 사안은 내 쪽 문제가 아니야. 나와 상관없는 지연이라고.”“알겠습니다.”진승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누구 탓도 아니었고 더더욱 하도원 탓은 아니었다. 하도원은 여기서 거의 반 시간이나 기다렸고, 프로젝트 자료는 이미 통째로 외울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이게 주재훈의 고객이 아니라 하도원 본인의 고객이었다면 그런 파트너는 이미 영구 차단 목록에 올랐을 것이다.하도원이 막 일어나려던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죄, 죄송합니다. 길이 너무 막혀서... 제가 좀 늦었...”말끝이 채 맺히기도 전에, 임서율이 상대를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쾅 하고 울렸다.하도원이었다.‘어떻게... 도원 씨?’프로젝트 책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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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좋아. 임 대표가 일 얘기를 제대로 하겠다면 우리도 제대로 얘기해야지.”하도원의 시선이 기획서에 내려앉았고 손끝이 스마트 농업 디지털 플랫폼 제목 위에서 잠시 멈추더니 곧바로 예산 내역 페이지로 넘어갔다. 장비 구매 항목을 따라가던 하도원이 고개를 들어 임서율을 보았다. 눈빛에는 협상 특유의 매서움이 번졌다.“서버 구매 예산이 시장 평균가보다 15% 높네. 임 대표, 우리를 호구로 보시는 건 아니지?”임서율은 준비해 둔 부속 서류를 펼치면서 차분히 내밀었다.“이건 공급사의 자격 보고서입니다. 군사용 등급 암호화 서버를 사용했고, 데이터 보안 등급이 업계 표준을 많이 초과합니다. 농업 데이터에는 농가 개인정보와 토지 정보가 포함돼 있어 유출되면 치명적이에요. 보안 기준을 낮추시겠다면 민수용으로 즉시 전환 가능하고 예산은 30% 절감됩니다.”하도원이 눈썹을 들어 올리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보안을 앞세우시는군. 그런데 운영, 유지보수 비용, 3년 총 서비스 비용이 총투자의 22%라...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니야?”하도원은 숫자 옆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말했다.“경험상 이런 플랫폼은 2년 차부터 장비 마모가 시작되고, 3년 차에는 핵심 모듈 교체가 필요해. 이 예산은 최소 8%는 상향해야 해.”옆에 서 있던 진승윤은 그만 넋이 나갔다. 하도원과 임서율, 둘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맞대결이었다. 진승윤도 왜 사람들이 능력 있는 조합을 좋아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 둘을 응원하고 있었다.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해 왔어도, 끝내 임서율은 하도원의 생각을 꺾지는 못했다. 프로젝트는 성사됐지만, 애초 계획 대비 8%를 조정해 내리는 선에서 합의가 났다.하지만 적어도 계약은 성사됐다.임서율이 일어나 하도원과 악수했다.“그러면 우리 한번 잘해 보자고.”“네.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순간, 하도원의 손끝이 임서율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살짝 눌렀다. 임서율이 무심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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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진승윤은 운전석에 앉아 스스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하도원과 임서율이 밥을 먹으러 간다면 진승윤은 지금 슬쩍 물러나는 게 예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진승윤이 먼저 물었다.“대표님, 두 분을 식당에 모셔다드리면 저는 회사로 돌아가서 계약을 진행하겠습니다. 현장 팀도 바로 착수시키죠.”“응.”하도원의 짧은 대답에 진승윤은 안도했다. 이런 자리에서 굳이 두 사람 사이에 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승윤은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어색했다.하도원은 임서율이 내릴 때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손으로 받쳐 주며 조심스레 내려 주었다. 임서율이 못 말리겠다는 듯 옆눈으로 흘깃했다.“저 임신한 지 이제 한 달이에요. 열 달을 다 이렇게 바짝 긴장하면서 살 거예요?”“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아이는 둘째고, 네 몸이 첫째야.”차에서 내린 뒤에도 하도원은 임서율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옷깃 너머로 전해지는 큰 손의 온기가 또렷했다. 임서율은 등이 순간 굳었고 식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둘을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모이자 임서율은 어쩐지 온몸이 근질거렸다. 그녀는 일부러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놓아요. 저 혼자 걸을게요.”하도원은 왜 임서율이 불편해하는지 알면서도 고개를 숙여 귓가에 낮게 말했다.“서율아, 평소에 일할 때는 그렇게 담담하더니 사람들 시선 몇 번 받았다고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그러자 임서율이 눈을 흘겼다.“다 도원 씨처럼 낯이 두꺼운 건 아니거든요.”임서율이 성큼성큼 식당으로 들어가자 하도원은 긴 다리로 먼저 앞서가 문을 잡아 주었다. 임서율이 하도원을 한 번 바라보자, 하도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임서율은 말문이 막혔다.아직 돌아가지 못한 진승윤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슬그머니 휴대폰을 들어 한 장 찍어, 동료끼리 만든 사내 단톡방에 올렸다. 그 단톡방은 진승윤 같은 소처럼 일하는 직원들이 수다도 떨고 스트레스도 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단톡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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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그만 좀 말해. 나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평생 처음 본다니까.”“맞은편의 여자는 여자 친구일까? 아내일까?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저렇게 잘생긴 남자를 만났대!”“나한테 물어봐서 뭐 해. 저 여자도 만만치 않아 보이잖아. 몸매도 딱 좋고, 피부는 하얘서 반짝거릴 지경이야. 차분한 얼굴선까지... 진짜 예쁘네.”“딱 봐도 천생연분이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저 그림의 떡이지 뭐.”임서율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하도원이 눈치채고 몸을 기울였다.“어디 불편해?”임서율이 고개를 돌렸다.“도원 씨는 왜 가는 데마다 시선이 이렇게 쏠릴까요. 괜히 부담감이 들어요. 대표가 아니라 배우였다면 아마 운성 여자들 열 명 중 아홉은 반했을걸요.”하도원이 발라 둔 생선을 임서율의 그릇에 놓으며 낮게 말했다.“그럴 일 없어.”“왜요?”“내가 다 알려 둘 거니까. 너는 하도원의 아내고, 지금 네 뱃속에는 하도원의 아이가 있다고 말이야.”노골적이고도 직접적인 말이었지만 임서율은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흔들리던 가슴이 그 한마디에 툭 자리를 잡았다.임서율은 빙긋 웃으면서 붉은색 소스가 묻힌 갈비 한 조각을 집어 하도원의 그릇에 놓았다.“이거도 맛있어요. 방금 먹어 보니까 괜찮더라고요.”“네가 먹여 줘.”하도원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난감해진 임서율이 주변을 훑어보니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도 이쪽에 머물러 있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룸을 잡을걸...’임서율이 낮게 속삭였다.“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게 안 보여요? 지금 제가 먹여 주면 더 눈에 띄잖아요.”하지만 하도원이 태연하게 받아쳤다.“날 믿어. 네가 한 입 먹여 주면, 다들 시선을 거둘 거야.”임서율이 코웃음 섞인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못 믿겠으면 해 보자고. 해 본다고 손해 볼 거 없잖아.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도원이 입을 살짝 벌렸다. 임서율은 사방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힌 걸 느꼈다. 먹여도 난처하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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