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원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임서율은 벌써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하도원은 뒤에서 임서율을 살포시 안아 주며 한 손을 임서율의 아랫배에 대고 조심스레 감쌌다.“네가 잠들면 그때 다시 일하러 갈게.”임서율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졸음이 덮치는 순간 그대로 곯아떨어졌다.다음 날 아침, 임서율이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를 더듬었다. 시트에는 온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제야 임서율은 하도원이 서재에서 밤새워 일했겠다고 짐작했다.임서율은 머리를 대충 틀어 올려 상어 집게 핀으로 고정하고, 가디건을 하나 걸쳐 서재 문 앞에 섰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문틈으로 보니 하도원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옆에는 텅 빈 커피잔이 두 개나 있었다.임서율의 가슴이 살짝 저렸다. 하도원의 습관을 임서율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저렇게 엎드려 잠들어도 제대로 깊이 자는 게 아니었다. 이미 수면장애가 심한데 여기에 생활 리듬까지 흐트러지면 깊은 수면시간은 더 줄어들고 끝내는 잘게 부서진 얕은 잠만 남을 것이다.지금 문제의 뿌리는 회사에 있었다. 하도원이 갑자기 업무 강도를 끌어올린 건, 결국 임서율 때문이었다.‘300억... 이 거대한 빚은 누구에게든 버거울 텐데.’하도원의 회사는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임서율은 알 수 있었다. 하도원이 임서율 때문에 남은 300억을 어떻게든 해결하려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임서율은 서재 문을 소리 없이 다시 닫고 방으로 돌아가 간단히 정리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마침 김정란이 아침상을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고 임서율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아침은 몇 가지 더 준비해 봤어요. 일단 드셔 보시고 입맛에 맞는 걸로 골라 드세요.”식탁 위에는 아침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좁쌀죽,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 곁들임으로는 오이냉채와 무장아찌가 작은 접시에 가지런히 놓였다. 하얀 접시에는 껍질에 살짝 금을 낸 삶은 달걀이 담겨 있고, 옆에는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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