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그래, 잘못은 어른들에게 있는 거지 아이에게 있는 게 아니야. 지금 아이를 지운다면 결국 어른들의 죄를 아이에게 떠넘기는 셈이겠지. 아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말이야.’임서율이 벌떡 일어나더니 급히 말했다.“아주머니, 방에 좀 다녀올게요. 닭고기 볶음이 되면 불러 주세요.”“네. 다녀오세요. 요리가 완성되면 바로 부를게요.”김정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서율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갔다.임서율이 문을 철컥 밀치고 들어가니, 하도원은 막 화상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임서율이 들이닥치자 하도원이 화면을 향해 짧게 말했다.“잠깐만요.”하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서율의 앞으로 와서 눈썹을 살짝 내리깔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임서율은 화상 회의 중인 줄도 모르고 서류 보는 줄만 알았다. 곧장 숨을 고르고 터놓았다.“도원 씨, 저... 아이 낳을게요. 제 말 믿어 주세요. 이름도 생각해 놨어요. 사실 금방 생각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생각했죠. 아들이면 하예성, 선물이라는 뜻이 있는 이름이고, 딸이면 하청아, 어때요?”너무 갑작스러운 고백에 하도원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그 사이 화면 너머로 주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하 대표님, 결혼하셨나요?”“하 대표님의 결혼 소식을 들으신 분 있어요?”“없는데요?”“어쩐지 요 며칠 에너지가 넘치시더라니... 곧 아빠가 되시나 봐요.”그 순간, 노트북 스피커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하 대표님, 이렇게 빠르다니요. 아무 얘기도 없더니 갑자기 아버지가 되시는 거예요?”“축하합니다. 하 대표님!”임서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무슨 상황이에요? 설마 아까 회의 중이었어요?”“응.”하도원은 임서율이 부끄러워서 귀까지 붉어진 표정을 보며 장난스레 말했다.“그러니까 아까 날 놀린 거네? 겉으로는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이름까지 다 정해 놓고 말이야.”임서율은 당황한 나머지 하도원의 가슴을 살짝 밀면서 말했다.“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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